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 * *
알 루에노의 시신이 담긴 관이 흙에 묻혔다.
한성태는 점점 시야에서 사라지는 관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죽음이라는 게 처음인 것도 아닌데.
알 루에노의 죽음이 자신에게 이토록 충격적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미 한번 죽어봤잖아. 그런데 왜….’
죽어본 적이 있는 자신인데.
알 루에노가 죽는 걸 바로 앞에서 본 순간 생각이 정지해버렸다.
숨이 턱하고 막혀 버렸고, 온몸이 떨렸다.
‘너무 마음을 준 걸까.’
알 루에노와 만나서 알고 지낸 건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그 시간 동안 너무 가까워진 모양이다.
한성태는 진심으로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여겼고, 알 루에노도 한성태를 자신의 벗으로 여겼다.
가까워진 만큼 각별해졌고, 그래서 죽음을 받아들이기 더 힘겨운 것 같다.
‘눈물도 안 나오네.’
어느새 완성된 무덤을 멍하니 바라보며 한성태가 주먹을 꽉 쥐었다.
알 루에노와 대화를 했을 때만 해도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펑펑 나오던 눈물이.
지금은 메마른 땅처럼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를 위해 다 같이 묵념합시다.”
한성태가 무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눈을 감지도 않은 채, 한성태는 그가 좋은 곳에 가기를 빌었다.
한성태는 밤이 늦도록 무덤 앞에 서 있었다.
사람들이 다가와 그를 걱정하며 말을 걸었지만.
한성태의 온 신경은 알 루에노에게 쏠려 있었다.
밤이 되고 별이 생겨났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계속 그러고 있으면 몸이 상한다고 말합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당신을 바라보며 걱정합니다.] [‘천의 얼굴’이 당신의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다며 혀를 찹니다.]신들의 메시지가 보였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속에 들끓는 감정을 억누르는 것조차 버거웠다.
한성태가 가만히 무덤을 바라보고 있을 때.
반짝.
하늘에 별 하나가 생겨났다.
무덤만을 바라보고 있던 한성태는 그 별이 자신을 비추고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후우….”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한성태가 한숨을 내쉬며 무덤에서 시선을 돌렸다.
별들로 가득한 하늘을 바라보며 그가 주먹을 꽉 쥐었다.
―자네의 인생을 즐기게.
알 루에노가 죽기 전 자신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 그가 눈을 꾹 감았다.
한성태가 무덤에서 등을 돌렸다.
알 루에노는 그가 이러고 있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
한성태는 무덤에서 나와 숙소에 돌아가기 위해 택시를 찾았다.
“미스터 한. 맞으십니까?”
그를 한 사람이 붙잡았다.
깔끔하게 정장을 입은 그 사람은 안경이 인상적이었다.
“안녕하세요. 알 루에노의 전속 변호사입니다.”
자신을 변호사라고 소개한 사내가 한성태에게 명함을 건넸다.
금빛 테두리가 상당히 멋스러운 명함이다.
“변호사가 저한테는 왜…?”
“알 루에노께서 한에게 남기신 것이 있습니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네.”
한성태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 루에노께서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후배들을 위해 사용하시기로 하셨습니다.”
“네.”
알 루에노다웠다.
연기만을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내릴 수 있는 결정.
한성태는 그 결정에, 자신의 앞에 없는 알 루에노에게 존경한다고 속으로 말했다.
“남은 것이 저택하고 요트, 별장인데. 알 루에노께서는 이것들을 한에게 넘기시기로 하셨습니다. 사용인들도 그대로 두고요.”
“…네?”
“한이 여기에 지장을 찍으시면, 이제부터 그 모든 게 한의 것이 됩니다.”
변호사의 말에 한성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후배들을 위해 재산을 전부 썼다는 존중할 수 있고 이해되는 거지만.
저택이나 요트, 별장을 자신에게 넘긴다는 건 쉽게 이해되는 게 아니었다.
“아. 그리고 이거. 한께서 망설이신다면 보여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머뭇거리고 있는 한성태에게 변호사가 편지를 하나 건넸다.
한성태는 그 편지를 받아 천천히 살펴봤다.
「한. 자네가 이 편지를 보고 있다면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거겠지.」
그건 알 루에노의 편지였다.
「자네에게 고마운 게 많네. 당장 영화의 완성만 해도 그렇지. 자네가 나를 챙겨준 것도…」
편지를 읽는 한성태의 표정이 묘해졌다.
「내가 자네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했네. 자네는 워낙 대단한 사람이기에, 내 도움이 크게 필요 없는 사람이니까.」
그렇지 않다.
한성태는 자신이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알 루에노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서 배움을 요청했다.
「고민하다가, 자네에게 내 저택과 요트, 별장을 주려고 하네. 자네는 너무 연기만 신경 쓰고 있어서 인생을 제대로 즐기지 않는 것 같거든.
그러니, 내 선물을 꼭 받아주게.
자네라면, 괜찮다며 거절하겠지.
하지만, 그러지 말아줘.
이건 자네에게 주는 선물이자, 부탁이네.
저택과 요트, 별장. 모두 내 인생과 친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라.
이대로 사라지는 걸 원하지 않거든.
자네라면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안다.
어찌 모를 수 있을까.
그와 함께 저택을 돌아다녔고, 흔적을 같이 살펴봤는데.
“여기에 찍으면 됩니까?”
“네.”
한성태가 지장을 찍었다.
“저택은 지금 지내신다고 들었고, 별장과 요트는 지금 바로 살펴보러 가시겠습니까?”
“아니요. 제가 따로 보러 가겠습니다. 주소만 보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변호사와 헤어진 한성태가 바로 저택으로 향했다.
* * *
띠띠띠.
잠결에 들려온 소리에 한성태가 천천히 일어났다.
알 루에노, 아니 자신의 것이 된 저택 방의 풍경이 보인다.
밖으로 나오니 사용인들이 인사를 해온다.
알 루에노가 준 저택에는 사용인들과 한동안 그들을 부릴 수 있는 재산도 포함되어 있다.
“…크네.”
저택을 돌아다니던 한성태가 작게 중얼거렸다.
예전에는 마냥 대단하다고만 생각했던 저택인데, 이제는 그 저택이 너무 썰렁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성태는 쓰게 웃었다.
곳곳에 알 루에노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한. 별장에 한 번 가보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별장이요?”
사용인의 말에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젠가 가볼 생각이 있기는 했지만, 그게 지금은 아닌데.
“별장에 요트도 함께 있을 겁니다.”
“아. 네. 나중에….”
“그리고, 제가 듣기로 알께서 그곳에 한을 위해 남겨놓은 것이 있다고 하던데.”
“바로 갔다 오겠습니다.”
사용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성태가 겉옷을 챙겨서 나왔다.
알 루에노가 자신에게 남긴 게 있다는 데 어떻게 안 갈 수가 있을까.
한성태는 롤스로이스를 타고 별장으로 향했다.
그렇게 도착한 별장의 모습을 보며 그가 감탄했다.
“여기도 엄청 크네.”
2층 별장에, 그 앞으로 요트가 있었다.
한성태는 천천히 걸어가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고풍스러운 별장의 내부에도 대본이 곳곳에 널려 있었다.
밖으로 나가 요트로 향하니 관리인이 열쇠를 준다.
한성태는 요트를 살펴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남겼다는 거지?’
알 루에노가 자신에게 남겼다는 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용인이 거짓말했을 리가 없을 텐데.
“창고?”
요트를 둘러보던 한성태가 잠겨 있는 작은 공간을 보고 바로 열었다.
보물 상자 같은 게 안에 들어 있었다.
상자를 열어 살펴본 한성태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거였구나. 알 답네.”
그곳에는 대부에서 나왔던 금화들이 가득 들어 있었고.
―요트 운영비라네, 한.
알 루에노의 쪽지가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던 한성태가 보물 상자를 본래 있던 자리에 놓고는 관리인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지금 탈 수 있습니까?”
“네, 가능합니다. 타시겠습니까?”
“네.”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요트에 올라탔는데, 바다 한 번 갈라보지 않을 수는 없다.
* * *
―올리버: 한. 잠시 회사에 들려주실 수 있습니까?
저택에서 지내기 시작한 지 이틀째.
올리버에게 연락을 받은 한성태가 옷을 갈아입었다.
그가 저택을 얻고 사용하는 방은, 알 루에노가 직접 내어준 방이었다.
손님 방이었고, 따로 집주인 방이 따로 있었지만.
한성태는 그 방을 건드리지 않았다.
알 루에노의 방이었으니까.
그는 지금 자신이 지내는 방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있었다.
그의 방에도 어느샌가 옷들이 가득했다.
대부분이 몽띠끄에서 협찬이라며 보내준 옷이었다.
그중 가장 무난하고 깔끔한 룩으로 갈아입은 한성태가 집을 나섰다.
“어디로 가십니까?”
“몽띠끄요.”
“바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어떤 차로 가시겠습니까?”
“저는 롤스로이스가 가장 좋더라고요.”
차고에는 총 네 대의 차가 있다.
롤스로이스와 맞먹거나 훨씬 비싼 차들.
하지만, 한성태는 롤스로이스 말고 다른 차를 타지 않았다.
“가시죠.”
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한성태는 몽띠끄의 본사로 이동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성태가 회사에 들어가기 무섭게 올리버가 직접 내려와 그를 반겨줬다.
갑작스러운 대표의 모습에도 그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없었다.
‘Underground King’이 개봉하고 나서, 몽띠끄의 주식이 기존보다 1.5배 뛰었다.
판매량도 대폭 늘었는데, 그 이유가 ‘Underground King’에서 한성태의 모습이 너무 멋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평소에도 몽띠끄의 제품을 입고 다니는 한성태였기에.
그 홍보 효과는 탁월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였다.
회사 입장에서는 한성태를 대우해주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만년필 다 완성되었습니다. 한이 말한 대로 이니셜도 다 새겼고요.”
“고생하셨습니다.”
“직접 보시죠. 저번에 가져가신다고 하셔서, 포장도 다 해놨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성태가 올리버를 따라 이동했다.
직원들이 보인다.
그들의 앞에는 총 다섯 자루의 만년필이 놓여 있었다.
“와… 멋있네요. 너무 잘 만들었는데요?”
“그렇죠? 저희도 이거 만들고 얼마나 만족스러워했는지 모릅니다.”
한성태가 만년필을 들어 살폈다.
금으로 장식된 용과 김민석이라는 이름이 영문으로 멋있게 각인된 게 보였다.
김민석과 정두식이 좋아할 것 같다.
“나머지는 한정판으로 팔려고 합니다. 가격은 이만 오천 달러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비싸면 살 사람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특히 ‘Underground King’의 팬들이라면 무조건 살 겁니다.”
확신을 가진 올리버를 보며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얼마에 팔든 그게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신의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한성태는 충분히 만족했다.
“아. 한. 저녁에 시간 됩니까? 오신 김에 같이 식사라도 하시죠.”
“좋죠.”
올리버와 함께 이동한 한성태는 밤이 늦어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