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 * *
‘사람이 뭐 이리 많아?’
영화관을 찾은 빌리가 주위를 둘러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일부로 사람이 없을 만한 곳을 찾아 영화관을 찾았다.
후진 시설로 인해 평소에는 사람 한 명 오는 게 전부였던 영화관이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오늘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Underground King’을 어떻게 참냐고.”
“그러니까. 내가 이거 예고편 보고 영화표 나올 때까지 엄청 존버하고 있었다니까?”
“예고편이 지리기는 했어. 특히 그 마피아 애들 위에 서 있는 모습은 크… 진짜 기대된다.”
사람들이 숙덕거리는 소리를 들은 빌리가 눈매를 좁혔다.
영화관을 가득 채운 사람들 대부분이 ‘Underground King’을 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그 사실에 빌리는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대부의 후속작인 ‘Underground King’은 분명, 기대받아 마땅한 영화였지만.
그게 이 정도로 큰 반응을 일으킬 줄 몰랐다.
‘여기에도 사람이 가득 찰 정도면, 다른 곳은 들어가는 것도 힘들겠는데?’
빌리는 헛웃음을 흘리며 영화표에 나온 상영관으로 향했다.
팝콘이나 음료수를 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수백 명이서 카운터를 둘러싸고 있는데, 그틈을 파고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빌리는 맨손으로 상영관에 들어갔다.
‘이렇게까지 기대하는데, 영화가 재미없는 건 아니겠지?’
문득 든 생각에 빌리가 멈칫거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널찍한 상영관의 자리가 가득 차 있었고, 자리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이 기대로 물들어 있었다.
“…보면 알겠지.”
작게 중얼거린 거린 그가 빛이 들어온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10분에 걸쳐 광고의 재생이 끝이 나고.
둥, 두두둥.
웅장한 소리와 함께 영화가 시작되었다.
빌리는 팔짱을 낀 채 영화를 봤다.
그는 지금까지 영화를 보면서 팔짱을 푼 적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과 팔이 닿는 게 싫었다.
그런데.
“…허.”
헛웃음을 흘린 빌리의 팔이 어느새 풀어져 있었다.
데릭이 델 하만을 만나고, 복수를 시작한 장면에서부터.
그는 팔짱을 낀 자세를 유지할 수가 없었다.
온 신경이 영화에 꽂혀 있는데, 자세를 유지하고 말고가 어디 있을까.
―형님.
―가.
―몸 상하십니다.
―가.
데릭이 비를 맞으며 무덤을 내려다보는 장면이 나왔을 때는 상영관 전체가 눈물에 젖었다.
무덤을 바라보는 데릭의 대사는 적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과 분위기가 슬픔을 자아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데 울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평소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빌리도, 그 장면을 볼 때는 손등으로 몇 번이고 볼을 쓸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한동안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Underground King’을 보고 난 여운이 그의 행동을 제약했다.
그렇게 감정의 폭포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나서야 상영관에서 나올 수 있었다.
“저기요. 잠시만, 소감 좀 말해주실 수 있을까?”
집으로 가려던 그는 자신을 붙잡는 손길에 멈칫거렸다.
영화에 관한 반응을 조사하고 있다는 말에 그는 바로 인터뷰에 응했다.
다른 사람들도 인터뷰하고 나오고 있었다.
그의 차례가 되고.
―영화는 어땠습니까?
“대박이었습니다. 그 말밖에 나오지 않네요. 특히 마지막, 데릭의 눈물 장면은 제 마음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그렇군요.
“네. 알 루에노가 왜 알 루에노인지 알 수 있었고. 한이라는 배우가 캐스팅된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네요.”
―그렇군요. 그럼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만나고 싶은 배우가 있습니까?
“알 루에노라고 말하고 싶지만, 지금은 한이네요. 그의 연기를 보고 푹 빠졌습니다. 팬이 되었죠.”
―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 당신의 연기를 볼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그가 말을 끝낼 때였다.
촤악.
천막 일부가 열리더니, 그 안에서 한성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빌리가 가슴을 붙잡으며 주춤, 뒤로 물러났다.
“고마워요, 빌리. 당신의 말이 제게 큰 위로가 되었어요.”
“오. 맙소사. 신이시여.”
“고마워요. 우리 같이 사진 찍을까요?”
“너무 좋죠! 한. 오늘 영화를 보고 당신의 팬이 되었어요!”
빌리의 말에 한성태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를 마주한 빌리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지어졌다.
* * *
한성태는 천막 뒤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빌리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그는 영화를 재미있게 봐준 사람들에게 서프라이즈를 한다.
‘괜찮은 생각이란 말이지.’
처음 조시에게 깜짝 이벤트에 대해 듣고 한성태는 괜찮은 계획이라는 생각에 바로 수락했다.
팬들에게 평생을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안겨주는 이벤트였다.
그리고, 배우인 자신에게도 큰 의미가 있는 행사이기도 했다.
‘팬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보다 명확하게 알 수가 있었다.’
한성태가 듣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채, 팬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들이 생각했던 걸 말한다.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한성태에게는 조언이자 피드백이었다.
이번에 들어온 사람은 중년의 남성이었다.
―의미가 깊은 영화였습니다. 단순히 보기 좋게 만든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리, 가족, 미래 등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어요.
평론가라도 되는 건지, 중년의 남자는 영화를 객관적으로 품평했다.
―제가 지금까지 본 영화만 천 개가 넘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 것까지 취급한다면 더 많겠죠.
―와. 엄청나게 많이 보셨군요.
―그중에서 ‘Underground King’은 단연코 1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그 어떤 명작도 이 작품을 이길 수 없을 겁니다.
극찬이었다.
한성태가 다 부끄럽고 뿌듯할 정도의 극찬.
―한에게 말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동양인 배우라서 못 믿었고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한. 당신은 진짜니까요.
펄럭.
한성태가 그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고맙습니다. 힘이 나는 말이에요.”
한성태의 말에 남자가 눈을 크게 떴다.
그것도 잠시, 한성태는 그와 포옹했다.
자신의 등을 꽉 누르는 손길에 한성태가 미소를 지었다.
그 이후로도 많은 사람이 왔다.
―한. 잘생겼어요. 그런데 조금 무서워요.
어린아이부터.
―오늘 영화를 보고, 제가 동양인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시가를 피는 모습이 얼마나 섹시한지.
―그건 한이라서 그런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여성 팬도.
―알 루에노의 마지막 연기에, 그런 완벽한 배우가 함께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네요.
어르신까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Underground King’을 칭찬했다.
욕을 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그들이 말하는 것들조차 연기를 욕하거나 내용을 욕하는 게 아니었다.
취향에 맞지 않아서 나오는 말들이다.
‘다들 내 연기에 관해서 빼놓지 않고 말하네.’
그들의 말을 듣는 한성태의 표정이 묘해졌다.
사람들이 하는 말 중 공통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면, 그건 바로 ‘한성태의 연기를 의심했었다’였다.
한성태의 의심을 연기했고, 이제는 의심하지 않는다.
그들의 말에 한성태가 주먹을 꽉 쥐었다.
영화가 개봉되기 전, 대중들이 자신의 연기를 못 믿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열심히 했고, 지금 이 순간 그 노력의 대가를 받은 것만 같았다.
‘연기하기를 너무 잘했어.’
한성태의 환한 미소 속에서 팬 미팅이 끝났다.
“수고하셨어요, 한.”
제작진이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 말에 한성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분들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한성태는 김민석을 찾아 움직였다.
이 좋은 기분을 친구와 나누고 싶었다.
“야. 미친놈아!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나한테 자랑하려고 부른 거지!”
“왜 화를 내!”
“약 오르잖아!”
“너도 잘 만들면 되잖아!”
“연기 하나로 다 씹어먹는 놈이 있는데, 내가 뭘 어떻게 하냐!”
다짜고짜 소리치는 김민석을 보며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 * *
[그때 우리는 전설을 보았다.]‘Underground King’이 개봉하고, 미국 전역이 들끓었다.
기사가 가득 올라왔고,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도 ‘Underground King’으로 가득 채워졌다.
[우리는 별을 잃었고, 새로운 별을 얻었다.] [대한민국의 배우 한성태, 그는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알 루에노의 후계자, 한성태?]자극적인 주제의 기사들이 많았다.
가끔 과장된 내용의 기사들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그 기사들을 보며 반박하지 않았다.
어떻게 반박할 수 있을까.
그들이 보기에도 한성태의 연기는 감탄이 나오는데.
기사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 커뮤니티의 반응도 다를 게 없었다.
[‘Underground King’은 진짜 최고의 영화다.] [한? 얘는 도대체 뭐 하는 애인데, 연기를 이렇게 잘해.] [나 오늘부터 한의 팬이 될 것 같아.]커뮤니티도 온통 ‘Underground King’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중 대부분이 한성태와 알 루에노의 관한 내용이었다.
‘Underground King’은 대부의 후속작이지만.
사람들은 그 영화를 단순히 후속작으로 보지 않았다.
‘Underground King’은 한성태와 알 루에노가 만들어낸 이야기였다.
데릭과 델 하만의 우정과 미래를 그린 이야기로.
그 영화를 보면서 감명을 받은 사람들도 많았다.
―HHH: 한이 연기 못한다고 까던 놈들 어디 갔냐? 뭐라고? 한이 연기를 못한다고? 하하하하!
―DL: 알 루에노의 연기 너무 좋았거든? 왜 대부라고 불리고 최고라고 불리는지도 알겠는데. 그런 사람하고 맞상대하고 있는 한성태는 도대체 뭐냐. 와, 진짜 알 루에노를 앞에 두고 다른 사람에 빠지기는 처음이네.
―LEE: 내가 개인적으로 알아본 건데, 한이 원래 한국에서 엄청 유명했다. 그가 찍은 작품들이 하나같이 다 명작이라고 하더라. 그리고, 심지어 폭주에서도 주연으로 나왔다고 하던데?
―WIN: 폭주에 나왔다고? 아, 설마 유가 한임? 미쳤네. 어떻게 같은 사람이 연기하는데 이미지가 이렇게 다르냐. 감탄만 나온다 감탄만 나와. 이렇게 연기 잘하는 배우가 한국 사람이란 것도 말이 안 됨. 애초에, 그 외모가 어떻게 아시아인이냐고. 혼혈인 거 아니야?
‘Underground King’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은 이제, 한성태의 출생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별의별 이야기로 다 떠들 정도로 한성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알 루에노의 뒤를 잇는 후계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그렇게 ‘Underground King’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