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39
239화
* * *
한성태는 올리버와 함께 촬영장으로 이동했다.
오늘은 몽띠끄의 앰배서더로서 제대로 광고를 찍는 첫날이었다.
그래서인지, 평소에 긴장을 잘 안 하던 한성태도 조금은 긴장하고 있었다.
“한, 다들 당신을 많이 보고 싶어 합니다. 저번에 한을 찍어주었던 사진작가도요.”
“아.”
“특히 이번에 ‘Underground King’이 대박 나면서, 다들 얼마나 큰 환호를 내지르는지. 그 자리에 한이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라니까요.”
올리버의 한성태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Underground King’이 성공한 것도 사실이고, 몽띠끄의 매출이 크게 오른 것도 사실이지만.
이렇게까지 대놓고 훅, 하고 들어올 때는 한성태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칭찬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할 때가 많았다.
“오늘 촬영 컨셉은 들으셨습니까?”
올리버의 말에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Underground King’의 데릭 컨셉으로 간다고 들었습니다.”
영화가 흥행하면서 회사 매출이 올라간 만큼.
몽띠끄에서 이번 기회를 확실하게 붙잡기를 원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한성태의 대답을 들은 올리버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네. 맞습니다. 데릭 컨셉을 잡았죠.”
그런데, 라며 올리버가 말을 덧붙였다.
“데릭만 촬영하지 않을 겁니다.”
“…네?”
“가시면 알게 되실 거예요.”
웃으며 말하는 올리버의 모습에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데릭의 컨셉으로만 촬영을 하지 않겠다니.
그럼 다른 컨셉도 있다는 말일까.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어 보였지만, 당장 어떤 컨셉인지 말해주지 않아 의문이 든다.
하지만, 그 의문을 바로 풀 수는 없어 조용히 올리버의 뒤를 따라갔다.
그렇게 도착한 화보 촬영장.
한성태는 포토존 옆에 있는 옷들을 보고는 올리버의 말을 이해할 수가 있었다.
‘최덕수하고… 이건 박해수잖아.’
그 옷들은 한성태가 지금까지 연기해온 배역들의 소품들이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몽띠끄에서 출시한 제품들을 가지고, 배역들의 느낌을 만들어냈다.
‘이런 의미였나.’
지연우의 옷을 살펴보며 한성태가 웃음을 흘렸다.
올리버가 말했던 다른 컨셉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그는 한성태의 모든 배역을 컨셉으로 잡은 것이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마음에 드십니까?”
“네… 마음에 드네요.”
올리버의 물음에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한번 마주한 배역들을 보는 한성태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가 있었다.
재미가 있었다.
설마 이런 식으로 그때의 연기를 다시 하게 될 줄 몰랐으니까.
“한만 괜찮으시다면. 모든 컨셉을 다 촬영하고 싶습니다.”
“좋아요.”
한성태는 사양하지 않고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컨셉의 촬영이라면 한성태도 환영이었다.
비록 다양한 컨셉을 연기해야 하기에 힘들기야 하겠지만.
힘든 것 이상으로 촬영이 즐거울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럼 바로 촬영 들어가실까요?”
“네. 바로 가죠.”
올리버의 제안에 한성태는 망설이지 않았다.
바로 고개를 끄덕인 그가 최덕수의 옷을 가지고 탈의실에 들어갔다.
‘이것도 진짜 오랜만이네.’
‘하루’의 최덕수는 그의 연기 폭을 넓혀준 배역이다.
더군다나 친구의 작품이지 않은가.
그만큼 한성태에게 의미가 깊은 배역이다.
옷을 다 갈아입은 한성태가 밖으로 나왔고.
“여기 가면입니다. 이건 이렇게 봐도 섬뜩하네요.”
최덕수의 가면을 건네주며 말하는 올리버의 모습에 한성태가 미소를 지었다.
가면을 잡은 한성태가 바로 얼굴에 썼다.
가면을 쓴 것과 동시에 한성태는 최덕수라는 캐릭터에 바로 몰입할 수 있었다.
스위치를 켜듯이 바뀌어버린 그의 분위기에 올리버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한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요. 방금이랑 느낌이 너무 달라요.”
“바로 촬영가죠.”
최덕수의 트레이드 마크인 도끼를 손에 든 한성태가 포토존으로 향했다.
“와. 어메이징하네요. 진짜 아까 그 한 맞나요?”
사진작가의 말에 한성태는 대답 대신 자세를 잡았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이제 당신이 곧잘 자세를 잡는다며 박수를 칩니다.]성좌들의 시선과 함께 화보 촬영이 시작되었다.
올리버는 한성태를 바라보며 감탄했다.
방금까지 웃으며 대화를 나누던 그 순박한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최덕수를 연기하고 있는 한성태의 모습은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허. 진짜 대단하군.”
다른 배역으로 의상을 바꿀 때도 마찬가지였다.
선했다가 악해지고, 악해졌다가 슬퍼진다.
의상을 갈아입을 때마다 올리버는 한성태의 새로운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이렇게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게 너무 놀라웠다.
‘한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겠지.’
한성태가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이다.
다양한 모습을 떠나, 사진 한 장 한 장이 이렇게까지 완벽하지 못했겠지.
“어떻습니까?”
올리버가 사진작가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그의 물음에 셔터를 누르던 사진작가가 탄식을 흘리듯이 대답했다.
“완벽합니다. 이보다 좋을 수 없을 정도로요.”
“그 정도입니까?”
“그 이상이죠. 제 사진작가 인생 30년 동안. 이 정도로 완벽한 모델은 처음 봅니다. 이건 제가 아니라 동네 꼬마가 찍어도 완벽해질 수밖에 없는 그림이네요.”
사진작가는 몇 번이고 감탄하며 말했다.
그 말에 올리버의 입가에도 짙은 미소가 지어졌다.
올리버가 데려온 사진작가는 미국 업계에서도 실력으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다.
최고의 모델과도 촬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의 말이다.
최고의 사진작가가 인정할 정도로 한성태의 화보는 완벽하게 나오고 있었다.
“올리버. 어디서 저런 모델을 데려왔는지 모르겠는데. 이건 성공할 겁니다.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계속해서 촬영을 이어가려고 할 때였다.
“잠시만요. 조금만 쉬었다 갈 수 있을까요?”
“많이 힘드신가요?”
“힘들기도 하고, 연락 좀 받아야 할 것 같아서요.”
“아. 그러면 쉬어야죠. 쉽시다.”
한성태의 말에 올리버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의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성태가 전화를 받으러 이동했다.
올리버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무슨 일이세요, 예은 씨?”
한성태가 전화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박예은에게 걸려 온 전화였다.
―촬영도 끝났고. 성태 씨 한국에 있다고 해서 전화했어요. 저희 얼굴 본 지도 오래되었잖아요.
“아. 그렇죠.”
박예은의 말에 한성태가 웃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면, 미국과 러시아에 갔다 왔을 때도 김민석이나 지인들을 만나면 만났지.
박예은과 만난 적이 없었다.
그녀도 바쁜 사람이었고, 한성태도 박예은을 생각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얼굴 한 번 보자고요. 같이 밥도 먹고요.
“아. 제가 지금 촬영 중이라서요.”
―촬영이요? 무슨 촬영하는데요? 또 작품 들어갔어요?
“광고 촬영이요. 이거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 끝나는 대로 연락….”
“한. 누구입니까?”
한성태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올리버가 말을 걸었다.
어째서인지 기대하고 있는 듯한 모습.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박예은 씨라고. 예전에 저와 함께 촬영했던 배우입니다.”
“아. 그러면 부탁 하나 해도 될까요?”
올리버의 말에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성태 씨? 무슨 일인가요.
박예은의 당혹스러운 목소리도 들려왔다.
* * *
딸랑.
촬영장의 문이 열리며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한성태가 고개를 돌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박예은이었다.
“예은 씨. 이쪽이요.”
“아. 오랜만이에요.”
그녀가 웃으며 다가왔다.
한성태는 그녀와 인사를 나누며 말했다.
“와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요. 이런 부탁 해서.”
“아니에요. 촬영이야 한두 번 하는 것도 아니고. 성태 씨한테 빚 한번 만드는 건데, 저는 상관없어요.”
“아.”
“나중에 제가 부탁할 때 한번 들어주시기로 했잖아요.”
그녀의 말에 한성태가 어색하게 웃었다.
박예은과 통화를 하고 있을 때 올리버가 다가와 말했다.
혹시, 화보 촬영에 박예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냐고.
한성태는 그 질문을 바로 박예은에게 전했고.
그 말에 박예은은 나중에 자신의 부탁을 한번 들어준다면 바로 하겠다고 말했다.
한성태가 수락하기 무섭게 그녀가 촬영장으로 온 것이다.
“와줘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화보가 더 좋게 나올 것 같네요.”
“저야말로 불러줘서 감사하죠.”
올리버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바로 촬영 들어갈까요? 혹시 몰라서 다른 배우들의 소품도 준비했는데, 그러길 잘했네요.”
사진작가의 말에 한성태가 눈을 깜빡거렸다.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까지 보고 있던 거야.’
이 정도면 박예은과 자신이 통화하는 것도 예상하였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고개를 저은 한성태가 웃으며 박예은을 돌아봤다.
“그럼. 바로 촬영 들어갈까요.”
“네. 좋아요.”
한성태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박예은이 여우 귀를 달고 포토존에 올라왔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성태가 작게 감탄했다.
그저 복장만 다르게 했을 뿐인데, 박예은의 이미지 자체가 바뀌었다.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
그녀의 분위기가 감탄하던 한성태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박예은을 향해 말했다.
“잘 어울리네요.”
“그래요? 저는 너무 오랜만에 귀 달아서 조금 창피한데.”
“잘 어울려요. 그러고 있으니까. 진짜 구미호 같네요.”
“그거 칭찬이죠?”
“칭찬이에요. 예은 씨처럼 예쁜 사람이 아니면 이런 귀가 어울리기 쉽지 않잖아요.”
“….”
한성태의 말에 그녀는 대답이 없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정적에 한성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당신이 바람을 피우는 건 절대 용서할 수 없다며 화를 냅니다.]바람이라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한성태는 도통 신들의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우리, 촬영 들어가야 하는데 가볍게 자세 맞춰볼까요?”
“네. 좋아요.”
한성태의 말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찰칵!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박예은과 자세를 잡던 한성태가 조금 당황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광고가 찍고 싶었나?’
여러 자세를 잡는 그녀의 행동이 너무 적극적이었다.
순간적으로 한성태도 당황할 정도로 그녀는 구미호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줬다.
당황하는 것도 잠시 한성태도 그녀에게 맞춰 연기를 이어갔고.
―수고하셨습니다!
화보 촬영은 그렇게 무사히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