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 * *
“하아.”
정두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툭툭, 하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리는 그의 눈이 스마트폰 화면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애타는 마음을 알지 못하는지 스마트폰은 여전히 깜깜무소식이었다.
따르릉!
그와는 별개로 사무실 전화기는 연신 울려대고 있었다.
정두식이 눈매를 좁히며 전화기를 노려봤다.
어떻게 잠깐이라도 감상에 젖을 시간을 주지 않을 수가 있는 건지.
그는 한숨을 푹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예. 그렇게 진행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강 팀장 좀 위로 올라오라고 해요.”
―네. 전무님.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자신을 전무라고 부르는 소리에도 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인 채 마우스를 움직였다.
“뭐 하고 있냐, 성태야.”
전원이 들어온 모니터에 화면에는 한성태의 온스타가 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한성태가 여행을 다니면서 사진들을 올렸다.
그마저도 지금은 반년 동안이나 올라오지 않았다.
―성태포에보: 요즘 우리 오빠 뭐 하고 있는지 아는 분 있나요?
―성태LOVE: 소식 없는지 벌써 3년이에요. 여행 다니는 건 아는데. 반년 동안 아무런 게시글도 올라오지 않아서 너무 걱정되네요.
―온준서: 진짜 무슨 일 있는 거 아닐까요? 회사에서도 개인적인 일 때문이라고만 하지, 별다른 말도 없잖아요!
한성태의 온스타나 커뮤니티에 그를 걱정하는 글이 많았다.
그가 사라진 지 3년이 지났다고는 하나.
한성태라는 배우가 남긴 작품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우리도 알고 싶다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던 정두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성태와 연락이 되지 않고 나서 가장 답답한 건 정두식이었다.
그래도 반년 전까지만 해도 연락이 잘 됐으니까.
그것도 그리 오래 가지 않아서 문제지.
툭툭.
정두식이 책상을 두드렸다.
그러면서 그의 두 눈은 여전히 한성태의 온스타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잠시.
“…이거 뭐야?”
기사 하나를 발견한 정두식의 눈매가 좁혀졌다.
[결국,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한성태를 겨냥하고 쓴 기사였다.
다시는 한성태가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스크롤을 내리는 정두식의 이마에 혈관이 도드라졌다.
“이래서 기레기 새끼들은…!”
정두식이 책상을 쾅, 내리치며 스마트폰을 들었다.
그가 어디론가로 전화했고.
“당장 기사 내려요. 법정 싸움 가고 싶지 않으면 내리는 게 좋을 겁니다!”
정두식의 목소리가 전무실을 가득 채웠다.
한성태가 여행을 떠난 1년 동안은 잠잠하던 기자들이 슬금슬금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한성태를 물어뜯기 시작했다.
정두식이 그들에게 전화를 건 횟수만 일 년에 삼백 회가 넘었다.
말하고 또 말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인간들로 인해, 짜증이 치솟을 대로 치솟아 탈모가 생길 지경이었다.
“어차피 내릴 거면, 좀 올리지를 말던가.”
한순간에 사라진 기사를 보며 정두식이 짧게 혀를 찼다.
짜증을 나던 것도 잠시, 모니터를 바라본 그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회사는 커지고 있는데, 도대체 너는 어디 있는 거냐.”
정두식이 작게 중얼거렸다.
회사도 안정화되고 이제는 몸집을 키우고 있는 지금, 있어야 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 그를 슬프게 했다.
우웅.
그의 개인 스마트폰이 울렸다.
―민나정: 아직 연락 없죠?
―네. 없네요.
―민나정: 조금 걱정이 되네요. 한 배우님이야 뭐, 사고 칠 사람이 아니지만. 그래도 반년이나 연락이 안 되는 거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일 수도 있잖아요.
―괜찮을 겁니다. 성태는 문제 생기면 바로 연락할 애 거든요.
―민나정: 저보다는 정 전무의 눈이 더 정확하겠죠. 나중에 연락이 오는 대로 바로 알려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정두식이 답장을 보내놓고 천장을 올려다봤다.
평소에도 아주 힘들었지만, 오늘따라 더 힘든 것 같다.
그가 시선을 돌렸다.
모니터 옆, 상을 든 한성태와 찍은 사진이 담긴 액자가 보인다.
“보고 싶다. 야. 나도 이제 힘들다.”
환하게 웃고 있는 한성태를 보며 그가 작게 중얼거렸다.
우우웅.
“…이번에 또 뭐가 궁금하셔서.”
진동하는 스마트폰을 들며 정두식이 눈매를 좁힐 때였다.
[한성태.]이름이 보인다.
“…어?”
너무 익숙한 이름이라서, 정두식의 표정이 멍해졌다.
이게 왜, 여기서 나오는 거지?
[한성태.]눈을 비벼봤지만, 여전히 같은 이름이다.
눈앞에 보이는 게 착각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알게 된 순간.
정두식은 전화가 꺼질까 봐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전화를 받는 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형. 오랜만이에요.
그리운 목소리에 정두식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그려졌다.
* * *
“연락이 늦어서 미안해요.”
그가 말했다.
반년이나 연락을 안 된 것에 대한 미안함을 입에 담으며, 그가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손님이 없는 카페의 안, 카운터 뒤에서 사장이 느긋하게 앉아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사장은 스마트폰을 통해 영상을 하나 보고 있었는데, 어렴풋이 들려오는 소리는 그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사내의 시선을 느낀 걸까.
사장이 그를 보고는 ‘커피 한 잔 더 줘?’라고 묻는다.
웃으며 고개를 저은 그가 이번에는 자신의 앞에 있는 노트북의 화면을 바라보았다.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삼 년 전, 아카데미에서 전설을 쓴 배우가 있었다.
그 배우는 세상 전체를 들썩이게 만든 명작 두 개에 주연으로 출연했고.
알 루에노의 유작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연기가 어떠한 연기인지 보여준 배우다.
두 작품 모두 엄청난 연기를 선보였기에.
그 배우를 향한 대중들의 관심과 기대도 커질 수밖에 없었다.
세상 전체가 그를 주목했다.
다음에는 어떤 작품을 보여줄 것이며, 어떤 연기로 자신들을 감동하게 할 것인지 기대했다.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연기자라고 하더라도, 그는 한 명의 인간이었다.
‘여행’이라는 핑계를 둔 도망을 친 것이다.
더 좋은 작품을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이 그에게 짐이 되었고.
그는 사람들의 기대가 무거워져 그 짐을 던져버리고 도망을 쳤다.
모두가 실망했다.
하지만, 실망하는 한편, 그를 그리워한다.
그의 압도적인 연기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 하고 있다.
대중들을 대신해 본 필자가 말한다.
“한. 우리는 여전히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가 보였다.
배우 하나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사다.
내용을 살펴보는 사내의 표정이 묘해졌다.
기사를 보는 동안에도 전화를 건 상대방은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야. 어떻게 반년이나 연락을 안 하냐. 지금 다들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아?
“주변 정리한다고 정신이 없었어요. 미안해요.”
―네가 정리할 게 뭐가 있다고… 돌아오게?
기대에 찬 상대의 목소리에 사내가 웃음을 흘렸다.
“미국에 너무 오래 있던 것 같아서요. 브로드웨이도 너무 오래 보니까, 조금 질리는 것 같아요.”
―누구는 해외여행 못해서 안달이 났는데. 돈 많이 벌었다 이거지?
“하하하.”
―그래서, 아직 복귀할 생각은 없고?
“문제는 따로 없죠?”
사내는 대답을 회피하며, 다른 걸 물었다.
그 물음에 상대방이 한숨을 내쉰다.
―없어. 대표님이 하루에 한 번 찾아와서 네 안부 묻는 거 빼고는.
그 말에 사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몇 가지 대화를 추가로 더 하고, 사내가 전화를 끊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컵을 들고 카운터로 갔다.
“…가게?”
“네. 커피 잘 마셨어요.”
사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슬쩍, 사장이 보고 있던 영상을 봤다.
‘Underground King’의 한 장면이다.
사내의 표정이 묘해지는 걸 사장이 커피잔을 받아 앉으며 말했다.
“연기 참 잘해. 그렇지? 슬슬 다른 작품 찍어주면 좋을 텐데. 이것도 열 번 넘게 봤거든.”
“가볼게요.”
사내의 말에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떠나가고, 카페에 홀로 남은 사장이 방금까지 사내가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결정했나 보네.”
작게 중얼거리듯이 말한 사장이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안에서 데릭이 델 하만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 *
“으. 추워.”
한 소년이 두 손을 슥슥 문지르며 중얼거렸다.
손을 녹이려 내뿜은 숨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빨리 가야지. 안 그러면 또 혼날지 몰라.’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나온 그였다.
일찍 돌아가지 않으면 아버지가 딴 길로 샜다며 추궁할지도 몰랐다.
혼나기 싫다는 생각에 소년이 횡단보도 앞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횡단보도 불이 켜지기 무섭게 소년이 뛰어갔다.
그러다가, 한 카페 앞에 붙은 포스터에 멈칫거렸다.
“아. 폭주다. ‘Underground King’도 있네.”
카페의 유리창에 붙은 포스터는 삼 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을 받는 ‘Underground King’과 ‘폭주’의 것이었다.
소년이 멍하니 포스터를 바라본다.
폭주에서 차를 몰고 있는 유의 모습이, ‘Underground King’에서는 시가를 물고 있는 데릭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두 배역 모두 너무 매력적인 캐릭터이고.
영화로 보고 나서 소년이 푹 빠진 배우의 배역이기도 했다.
“다시 돌아와 줬으면 좋겠는데.”
멍하니 포스터를 보던 소년이 작게 중얼거렸다.
한 사람의 팬이기에, 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안 돌아와.”
“맞아. 연기자가 지녀야 할 마음도 없는 놈이 어떻게 돌아오겠어.”
옆에서 사람들이 말했다.
그 말에 소년이 주먹을 꽉 쥐며 그들을 노려봤다.
“돌아올 거거든요!”
소년의 말에 사람들이 낄낄거리며 웃었다.
“돌아올 놈이었으면 진작에 돌아왔겠지. 삼 년이나 잠적한 놈인데, 돌아오기는 무슨.”
“꼬마야, 괜한 곳에 마음 쓰지 마. 그러다 더 실망한다?”
사람들이 사라진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소년이 할 수 있는 건 작게 구시렁거리는 것밖에 없었다.
어쩔 수가 없었다.
다시 돌아올 거라고 말을 하던 그였지만.
내심, 정말로 돌아올까 하는 의문도 들었으니까.
소년이 울먹이며 포스터를 바라보았다.
“…돌아올 거죠?”
포스터에게 말한다고 대답이 돌아오기는 할까.
소년이 고개를 푹 숙일 때였다.
“돌아올 거야.”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척이나 따뜻한 목소리다.
소년이 몸을 돌렸고,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는 한 사내를 발견했다.
잘생겼고, 익숙한 느낌이 드는 남자다.
“돌아온다고요?”
“응.”
“그걸 아저씨가 어떻게 알아요.”
“연기를 사랑하거든.”
사내의 말에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연기를 사랑한다는 사내의 말이 마치 자신이 그렇다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아저씨는….”
소년이 그를 향해 물으려고 할 때였다.
“아. 네. 돌아갈 거에요. 너무 오래 방황했잖아요.”
“…?”
“저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있고요. 정말로 돌아갈 거에요.”
혼잣말하는 사내의 모습에 소년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미친 사람이구나.’
처음에는 자신의 편이 나타난 줄 알았는데.
인제 보니 혼잣말하는 미친 사람이었다.
“많이 추워 보이네. 얼른 돌아가렴. 밤도 늦었는데, 부모님이 걱정하시겠다.”
뒤로 물러나던 소년이 사내의 말에 아, 하고 탄식을 흘렸다.
아빠, 심부름!
소년이 사내에게 꾸벅 고개를 숙이고는 우다다, 자리를 피해 달려갔다.
그러다가 멈칫거리며 뒤를 돌아봤다.
사내는 허공을 향해 대화를 나누며 걷고 있었다.
분명 미친 사람인데.
‘왜 이렇게 익숙하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소년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익숙함을 파고들기에 소년의 나이는 너무 어렸고, 아버지에게 혼날 게 두려운 나이였다.
소년이 떠난 자리에는 옅은 미련만이 남았다.
* * *
사내가 저 멀리 달려가는 소년의 뒷모습을 힐끔 보고는 웃음을 흘렸다.
걸음을 옮기던 그가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성좌들의 메시지를 보며 그가 입꼬리를 올렸다.
집에 돌아가서 뭘 할 거냐고?
“알려줘야죠.”
한성태라는 배우가 돌아왔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