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27
27화
* * *
12월의 새벽 공기는 차가웠다.
눈만 내리지 않았지, 겉옷을 입지 않으면 바깥에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
“허억! 허억!”
사람이 돌아다니지 않는 거리 위로 한성태는 달리고 있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조금 더 깊게 숨을 내쉬라고 말합니다.]멈출 수가 없었다.
옆에서 연기의 신이 계속해서 달리게 재촉하고 있었으니까.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이렇게까지 과하게 운동할 필요가 있는지 묻습니다.] [‘천의 얼굴’이 그 시간에 연습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보입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건강한 육체에서 건강한 연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한성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는데, 연기의 신들끼리 난리였다.
그들은 한성태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며 효율성의 문제를 따졌다.
‘엄청 힘드네.’
공원에 도착한 그는 숨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둘러봤다.
처음 와보는 공원.
6시가 조금 넘어가는 이른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공원에는 운동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몇 보였다.
‘다들 부지런하시네.’
건강을 위해 어르신들이 운동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천천히 몸을 풀었다.
움직이기도 힘든 분들이 저렇게 운동하고 있는데, 젊은 자신이 편하게 있을 이유는 없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이 정도면 충분히 몸을 풀었다며 이제 액션을 배워보자고 말합니다.]1시간을 달리고 ‘절권도의 창시자’가 알려준 전신 운동을 하고 나서야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할 수 있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벌써부터 그렇게 힘들어하면, 본격적인 수업은 어떻게 따라올 건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쉽니다.]“……따라, 갈 수 있어요.”
숨을 가다듬으며 한성태는 자신이 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몸이 힘들다고 해서 포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할 수 있습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그래도 조금의 끈기는 있어 다행이라며 입꼬리를 올립니다.]한성태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는 메시지.
그 메시지를 보며 한성태는 고개를 들었다.
회귀하고 ‘절권도의 창시자’의 코치를 받으며 운동했다.
그 덕분에 체력도 좋아질 수 있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당신이 어떤 액션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해합니다.]“제가 어떻게 하면 될까요?”
[‘절권도의 창시자’는 가장 좋은 건 실전을 보는 거지만, 그럴 수 없으니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해보라고 말합니다.]결론은 아무도 없는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라는 것이었다.
남들이라면 조금 부끄러워했을지 몰라도, 한성태는 아니었다.
‘이런 거로 부끄러워할 거였으면, 배우 자체를 시작하지 않았지.’
그의 인생은 언제나 허공에 대고 연기하는 게 전부였다.
익숙한 일이었기에, ‘절권도의 창시자’가 하는 말에도 조금의 망설임 없이 바로 움직일 수 있었다.
‘어떤 걸 보여주는 게 좋을까.’
한성태는 잠시 고민하고는 자세를 잡았다.
전생에서 그는 주짓수를 배운 적이 있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액션 연기를 해야 하는 배역을 얻을 수도 있으니, 미리 준비하자는 생각으로 운동을 배운 것이었다.
삼 년 정도 배우고 관두기는 했지만, 그때 배웠던 감각은 여전히 몸에 남아 있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제법 자세가 나온다며 눈을 반짝입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을 지켜봅니다.] [‘천의 얼굴’이 당신이 잘할 수 있을지 의문을 보입니다.]메시지를 잠시 옆으로 밀어놓은 채 그는 자신의 앞에 상대가 있다고 상상하기 시작했다.
결국, 지금 그가 하는 것도 연기였다.
연기의 신들에게 보여주는 독백 연기.
연극영화과의 단상에서 그랬듯 그는 연기를 시작했다.
‘나는 격투 선수다. 그것도 챔피언전을 치르는 격투 선수.’
한성태의 연기.
그는 자신의 손에 끼워진 글러브를 볼 수 있었다.
앞에는 방어전을 치르는 챔피언이 주먹을 뻗고 있었다.
훙, 후웅!
한성태는 챔피언의 주먹을 피해내며 공방을 이어갔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침묵합니다.] [‘천의 얼굴’이 묘한 느낌이라며 눈매를 좁힙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당신의 연기를 보며 한숨을 내쉽니다.]한참 집중하고 있던 그의 시야에 메시지가 담겼다.
연기의 신들이 그의 연기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뭐지?’
메시지에 집중이 흔들리고 한성태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두 팔을 내렸다.
뚜욱.
그의 턱에서부터 흘러내린 땀방울이 땅으로 떨어졌다.
얼마나 움직였던 걸까.
그의 몸은 어느샌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
[‘절권도의 창시자’는 집중력 하나는 봐줄 만하지만, 나머지는 형편없다며 한숨을 내쉽니다.] [‘천의 얼굴’이 그래도 가능성은 보이는 것 같다고 중얼거립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역시 합을 받아줄 상대가 필요할 것 같다며 고민합니다.]연기의 신들이 하는 대화를 지켜보던 한성태는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아까부터 울리던 스마트폰.
“감독님?”
익숙한 이름에 한성태는 눈을 깜빡거렸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방법이 생긴 것 같다며 눈을 반짝입니다.]묘한 기대감을 품고 있는 메시지에서 시선을 떼며 한성태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한성태 씨 맞나요?
“네, 감독님.”
―아, 다행이네요. 잘 지냈습니까?
반갑게 말을 걸어오는 최예찬의 목소리에 한성태는 웃으며 응답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시간에 전화를 받네요?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건 거긴 한데, 정말로 받을 줄은 몰랐습니다.
“요즘에 새벽 운동을 하고 있거든요.”
―이 새벽에 운동을 한다고요?
“네, 미리 몸을 만들어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한성태의 대답에 최예찬의 놀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새벽 7시가 되어가는 시간.
이렇게 이른 시간에 운동을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말 부지런하군요. 아. 혹시 같이 운동하는 사람이라도 있나요?
“……아니요. 저 혼자입니다.”
순간적으로 연기의 신들을 떠올렸지만, 그들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이들이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자신들은 왜 취급해주지 않는 거냐며 흑흑 소리를 냅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이렇게 버림받는구나 하고 당신을 애틋하게 바라봅니다.]연기의 신들이 장난을 치는 모습에 한성태는 헛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럼, 제가 체육관을 하나 소개해줘도 될까요? 아는 지인이 하는 곳이라 몸만 가면 됩니다.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되는데.”
―어차피 사시사철 24시 운영하는 곳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성태 씨만 괜찮으면, 바로 연결해 드릴게요.
최예찬의 말에 한성태는 멈칫거렸다.
무료로 체육관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제안.
[‘절권도의 창시자’는 당신이 이 기회를 붙잡지 않으면 멍청한 인간이 되는 거라고 말합니다.]한성태는 그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 * *
달달달.
의자에 앉은 정두식의 다리가 불안하듯 떨고 있었다.
PAN 엔터테인먼트의 배우 2팀, 사무실.
그는 자신의 자리에 앉아 스마트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진짜 연락이 없네.”
한성태에게 명함을 주고 벌써 이주 가까이 시간이 지났다.
긴 시간 동안 한성태의 연락을 기다렸지만, 아직 그에게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설마 내 명함을 잃어버렸나?’
명함을 잃어버리거나, 자신이 제안한 걸 까먹은 건 아닌지 걱정까지 하게 되었다.
“어렵네, 진짜…….”
이렇게 고민을 한다고 해서 연락이 오는 건 아니었다.
답답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사무실을 나갔다.
시원한 커피라도 마셔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두식 씨, 이따가 촬영장에 가셔야 해요!”
“알고 있습니다.”
그가 나가는 모습을 본 팀원 중 하나가 황급히 말을 걸어왔다.
그녀에게 대답하며 정두식은 휴게실로 향했다.
‘와야 할 연락은 오지 않고, 일은 일대로 쌓이고.’
한성태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시간 동안 정두식은 바쁘게 지냈다.
그가 맡은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오늘도 배우를 데리고 촬영장을 가야 한다.
“슬슬 연락할 때가 되기는 했는데.”
커피를 마시며 정두식은 스마트폰을 바라보았다.
연극에서 한성태가 보여줬던 연기를 생각할 때마다 더욱더 그의 연락이 기다려졌다.
“어, 매니저님?”
“……?”
서하린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PAN 엔터테인먼트의 아이돌 연습생인 그녀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기로 유명했다.
보통 오랫동안 연습생으로 지내다 보면 많이 예민해지기 마련이었지만, 서하린은 그러지 않았다.
언제나 웃는 미소로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정두식도 응원하는 입장이었다.
“누구 연락 기다려요? 아까부터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던데.”
“아, 그냥.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아직 연락이 안 오네요.”
“여자친구인가요?”
“아니요.”
여자친구일 리가 없지.
정두식은 PAN 엔터테인먼트에 자신의 인생을 쏟아붓기로 했다.
다른 곳에 시선을 돌릴 시간도 없는 그에게 여자친구가 어떻게 있겠는가.
“그러면 혹시 썸…….”
그녀의 물음에 정두식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서하린이 한마디 할 때마다 괜스레 가슴이 아팠다.
“이번에 관심이 생긴 배우가 있거든요. 명함을 주고 왔는데 연락이 안 오고 있거든요.”
“아…….”
그의 말에 서하린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두식은 커피잔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기분이 좋아 보이네요.”
“아, 저번에 피팅 알바를 했는데. 그 쇼핑몰에서 오늘 제품을 출시했거든요. 반응이 좋아서…….”
“그래요? 저도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서하린은 당연하다며 자신의 스마트폰을 정두식에게 건네주었다.
그녀의 스마트폰 화면에는 ‘Smile’ 쇼핑몰이 접속되어 있었다.
“……어?”
쇼핑몰을 뒤적이던 정두식은 그녀와 함께 찍은 남자를 보며 눈을 둥그렇게 떴다.
‘한성태잖아!’
그가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사람의 모습이 예상치 못한 곳에서 보였다.
* * *
“거의 다 왔네.”
스마트폰을 통해 지도를 보며 한성태는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최예찬이 직접 추천해준 체육관으로 향하는 길.
솔직히 조금 기대가 되었다.
감독이 추천해준 곳이니,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어?”
그렇게 도착한 목적지에서 한성태는 멍한 얼굴이 되었다.
최예찬이 보내온 주소를 따라 이동했다.
스마트폰을 통해 주소를 찾았기에 잘못 찾아왔을 리가 없다.
‘……뭐지?’
그런데 어째서 체육관이 아닌 다른 게 보이는 거지.
[‘절권도의 창시자’가 최예찬이란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말합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의 표정을 보고 웃음을 터뜨립니다.]최예찬이 보낸 주소는 체육관이 아니었다.
액션스쿨.
한성태는 스턴트맨을 육성하는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