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34
34화
* * *
영화나 드라마에는 감독이 여럿 나뉘어 있었다.
연출, 편집, 조명, 음향 등…….
그중에 액션 감독 역시 있었다.
스턴트맨들과 배우들과의 동선을 잡아주는 사람.
‘악인들의 전쟁’의 액션 감독은 정재인이었다.
“……여기서 무철이가 성태 명치를 때리는 걸로 끝내는 게 좋을 것 같아.”
그는 한성태와 김무철이 보여야 할 액션의 동선을 짜주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괜찮은 액션이라고 중얼거립니다.]정재인은 18살부터 본격적으로 업계에 뛰어들어 43세의 나이까지 종사한 베테랑이었다.
무려 25년 차의 감독이자 액션스쿨의 사범.
그런 사람이 잡아준 동선은 흠을 잡기 힘들었다.
‘확실히 베테랑은 달라.’
한성태는 정재인이 짜준 액션 동선을 보며 만족하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부족한 부분 없이 완벽했으니까.
[‘절권도의 창시자’는 하지만, 개선할 부분이 보인다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절권도의 창시자’가 하는 말에 동의합니다.]연기의 신들이 보는 눈은 다른 것 같았다.
그들은 정재인이 짜준 액션이 괜찮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조금 더 기교를 섞어 화려한 액션을 보이는 게 좋겠다며 당신을 바라봅니다.]한성태는 메시지를 보고는 멈칫거렸다.
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무시했겠지만.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기의 신이 하는 말인데 무시하면 안 되지.’
상대는 연기의 신이었다.
그것도 액션계에 한 획을 그은 거장 중의 거장.
지금도 그의 작품을 보고 배우는 액션 배우들이 많았다.
“저……. 선배님, 한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어, 말해 봐.”
김무철은 인사를 할 때 한성태에게 말을 놓아도 되는지 물었고.
한성태 역시, 대선배에게 존댓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기에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말을 놓아서 그런지 한성태에게 말하는 김무철의 모습이 조금 더 친근해진 느낌이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당신이 하기에 가장 좋은 액션은 몇 개 있다며, 그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말합니다.]한성태는 ‘절권도의 창시자’가 말해주는 동선들을 입에 담았다.
“음…….”
김무철은 한성태가 액션 연기를 처음 한다고 해서 그의 말을 무시하지 않았다.
진지하게 들으며 고민하는 모습을 보였다.
“저는 단순히 제가 바로 맞고 쓰러지는 것보다, 어느 정도 합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
“제 작은 의견일 뿐이지,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한성태는 고개를 돌려 김무철의 옆에 있는 정재인을 바라보았다.
김무철과 합을 맞추기는 하지만, 결국 액션 동선에 대한 결정권은 액션 감독인 정재인에게 있었다.
한성태가 아무리 의견을 제시해도 정재인이 받아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었다.
“나는 괜찮은 것 같은데. 형은 어때?”
“나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하나. 단역이라고 해서 바로 퇴장할 이유는 없지. 좋은 의견이었어. 성태가 감각이 있네.”
그들은 한성태가 제안한 내용을 듣고 감탄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누가 짠 건데, 좋은 게 당연하다며 어깨를 으쓱입니다.] [‘천의 얼굴’이 딱 필요한 만큼의 액션을 채웠다고 중얼거립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멋있을 것 같다며 바로 액션을 보고 싶다고 말합니다.]두 사람의 반응과 메시지를 살펴보며 한성태는 미소를 지었다.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한성태도 그 모두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럼, 이대로 한번 가보자.”
“네, 선배님.”
연기의 신이 잡아준 액션을 토대로 정재인이 살을 붙였고, 한성태와 김무철은 그렇게 잡힌 동선을 가지고 연습을 시작했다.
탁, 후욱!
한성태와 김무철의 손이 얽히기 시작하고, 조금씩 속도를 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이왕 연습하는 거 실전처럼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합니다.]그 말에 한성태는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문제는 김무철인데.
“성태야, 이 정도 연습이면 충분한 것 같은데. 제대로 각 잡고 해보자. 조금 강하게 해도 괜찮지?”
괜찮냐고?
“괜찮습니다, 선배님!”
괜찮지 않을 리가 있을까.
한성태가 바라는 게 바로 실전 같은 연습인데.
그의 대답에 김무철이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잠시 거리를 두고 떨어진 한성태는 자세를 잡았다.
“이왕 하는 거, 연기도 같이 하자. 대사 외웠어?”
“외웠습니다.”
“대답이 시원해서 좋네.”
김무철이 고개를 끄덕였고 한성태는 박재훈이 되기 위해 집중했다.
“후우…….”
길게 한숨을 내쉰 한성태는 박재훈이 되어 김무철을 노려봤다.
상대는 자신이 운영하는 업장에 멋대로 쳐들어온 불한당이었다.
박재훈은 누구의 밑에도 들어가 있지 않았고, 그렇기에 자신의 위치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김무철의 모습은 몹시도 거슬렸다.
“정석태 형사님. 아무리 형사라고 해도 이렇게 찾아오는 건 너무 무례한 거 아닙니까?”
한성태의 몇 없는 대사 중 하나.
그의 말에 김무철이 코웃음을 쳤다.
“깡패 새끼가 무례를 운운하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만 가시죠. 아무리 형사님이라 해도 참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안 참으면 어떻게 할 건데.”
“하아…….”
정석태가 다가와 머리로 박재훈의 가슴을 툭툭 밀었다.
그의 행동에 박재훈이 한숨을 내셨다.
아무리 형사라고 해도 이 이상의 무례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두 발로 무사히 돌아가고 싶으시면 그만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네가 뭘 어쩔 거냐고, 새끼야!”
퍼억!
정석태의 발이 박재훈의 가슴을 걷어찼다.
구당탕.
바닥을 뒹군 박재훈이 인상을 쓰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깡패 새끼가.”
후웅!
일어나는 박재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이 나왔다.
박재훈은 고개를 틀어 주먹을 피하며 바로 팔꿈치로 정석태의 명치를 쳤다.
“컥!”
옅게 신음을 흘린 정석태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박재훈에게 달려들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안 아프게 맞고 안 아프게 때려야 한다며 당신의 주먹을 건드립니다.]한성태는 메시지를 보는 것과 함께 주먹에 들어가는 힘이 약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후웅!
퍽!
그의 주먹이 김무철의 어깨를 친다.
한성태의 주먹을 받은 김무철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반짝였다.
콰직!
정석태의 발이 박해준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대로 쓰러지는 박해준의 몸.
그 이후로 경찰들이 나타나 박해준과 그의 밑에 있는 조직원들을 끌고 간다는 게 영화의 장면 중 하나였다.
“후우……. 야……. 솔직히 말해 봐. 너 액션 연기 처음 하는 거 아니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성태를 향해 김무철이 따지듯이 말을 걸어왔다.
* * *
16년.
김무철이 액션 배우로서 보내온 시간이다.
그는 매우 긴 시간 연예계를 돌아다녔지만, 한성태와 같은 사람은 처음 봤다.
‘분명 이게 첫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김무철은 한성태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고아와 한국대학교 연극영화과 학생이라는 것.
연극을 통해서 최예찬과 만나게 되었다는 것까지.
주변 사람에게 들은 한성태에 대한 정보의 공통점은 한성태가 작품에 출연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라는 것이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초짜의 연기가 아니잖아.’
지금까지 많은 배우를 만나왔지만, 한성태와 같은 사람은 처음이었다.
분명 이제 막 작품에 출연하기로 한 신인이라고 들었는데, 김무철은 한성태의 모습에서 십 년은 더 된 배우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단순히 연기를 잘하고 말고가 아니었다.
물론 연기를 잘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다.
“좀 어때?”
“음…….”
잠시 쉬던 그의 옆으로 마석동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마석동의 시선은 한성태에게 향해 있었다.
“애매해요.”
“애매해?”
“네, 이게 막 연기를 엄청 잘하는 건 아닌데, 그렇다고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김무철은 한성태의 모습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노력 하나만큼은 알아줄 만한 것 같네요. 액션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그래서 계속 지켜보려고요.”
“그래? 네가 그 정도로 말할 정도면 뭔가 있기는 하네.”
그의 말을 들은 마석동이 ‘흠.’ 하고 한성태를 바라보았다.
한성태는 모두가 쉬는 가운데 혼자서 연습하고 있었다.
계속해서 연습하는 한성태의 모습은 오랫동안 해온 일인 것처럼 애 익숙해 보였다.
‘이상하단 말이지. 저 정도 연습량에 적응하려면 일, 이 주일 한다고 되는 게 아닌데.’
훙, 후웅!
두 사람의 시선 속에서 한성태가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 뻗는 게 시원하기는 하네.”
마석동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김무철이 고개를 돌렸다.
한성태를 보며 묘한 미소를 짓고 있는 마석동의 얼굴이 보였다.
* * *
“좀 쉬면서 해.”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한성태는 500ml 생수 두 병을 들고 있는 김대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김대현은 한성태에게 들고 있던 생수 중 하나를 건네주었다.
“잘 마실게요.”
“안 힘들어?”
생수의 뚜껑을 따 마시던 한성태는 옆에 앉으며 말을 걸어오는 김대현의 모습에 멈칫거렸다.
“할 만해요.”
“너도 참 대단하다. 나도 많이 연습한다고 생각하는데, 너한테는 못 당하겠어.”
그 말에 한성태는 어색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당신의 연습량을 마음에 들어 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지나친 연습은 몸을 상하게 한다며 당신을 걱정합니다.]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그가 하는 노력을 보고 많은 사람이 말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한성태의 고집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즐거워서 할 수 있는 거예요. 즐겁지 않았으면 저도 이렇게까지 하지 못했을걸요.”
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해 보면, 그냥 무작정 연습한 것 같기도 하고.’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예전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연습하는 매 순간이 즐거운 게 사실이었으니까.
“형, 시간 되면 저랑도 연습해줄 수 있어요?”
“……어?”
한성태의 말에 김대현이 당황한 듯 그를 바라보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일어났다는 듯한 표정.
“저희도 연습할 게 있잖아요. 이왕 오신 거 연습하는 게 더 좋잖아요.”
“아니, 나는…….”
“형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했거든요.”
한성태가 손을 뻗어 김대현의 팔을 붙잡았다.
그의 손에 이끌려가는 김대현의 표정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를 보는 것만 같았다.
“형이랑 하고 나면 다른 분들이랑도 호흡을 맞추면 좋을 텐데.”
“그럼 다른 사람들부터…….”
“그래도 형이 직접 와줬는데, 형이랑 먼저 해야죠.”
김대현의 얼굴이 창백해 보이는 건 착각일까.
한성태는 자세를 잡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