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43
43화
* * *
‘처음 보는 이름이었어.’
한성태는 여러 메시지들 사이에 보이는 하나의 메시지에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이름의 연기의 신이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라…….”
이전에 본 적이 없었던 이름.
새로운 연기의 신의 등장이었고 한성태에게 강한 충격을 안겨주는 순간이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반갑게 인사합니다.] [‘천의 얼굴’이 슬쩍 고개를 돌려 바라봅니다.]새로운 신의 등장에 다른 연기의 신들이 여러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신은 처음 메시지를 보이고 난 이후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마치, 잠깐 오고 간 사람처럼 조용했다.
그 모습에 한성태는 실망하지 않았다.
‘앞으로도 새로운 연기의 신들이 등장할 수 있다는 건가.’
딱 한 번의 메시지에 불과했지만, 그로 인해 한성태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연기의 신들이 더 있다는 것과 그들이 한성태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있다는 것.
기존에 있는 연기의 신들만이 끝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새로운…….”
한성태는 작게 중얼거리며 연기의 신들의 메시지를 살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당신이 집안에만 있을 건지 궁금해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당신에게 나가서 운동하자고 재촉합니다.]그는 연기의 신들과 함께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전생의 한성태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로 인해 할 수 있는 일도 적었다.
하지만, 연기의 신들과 함께하는 지금은 달랐다.
‘시작부터 달랐지.’
연기가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고 최예찬과 정두식의 명함을 받았다.
김무철과 마석동과 안면을 텄고, 정재인의 액션스쿨을 이용할 기회를 얻었다.
심지어 제대로 된 이력도 없이 PAN 엔터테인먼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회귀하고 나서 많은 게 달라졌다.
지금만 해도 이 정도로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여기서 더 연기의 신이 늘어난다면…….’
한성태는 지금 자신과 함께하는 연기의 신들만 하더라도 분에 겨운 기회와 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여기서 추가로 연기의 신이 늘어난다면 얼마나 많은 게 달라질까.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순간적으로 걱정도 들었지만, 이내 그 걱정은 기대로 바뀌었다.
연기의 신이 늘어난다는 건,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어떤 위인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한성태는 앞으로 자신이 보일 수 있게 된 연기가 어떤 게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일단 연기부터 할까.’
기대도 잠시, 한성태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작품도 선택했기에, 더 이상 머뭇거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스마트폰을 든 한성태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예, 성태 씨.
익숙한 목소리에 한성태는 미소를 지었다.
* * *
―‘레이스 스타트’의 오디션을 보고 싶으시다고요?
정두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한성태는 바로 응답했다.
“네.”
―음……. 제가 배우님께서 작품을 선택하시는 부분에 있어서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정두식의 물음에 한성태는 슬쩍 대본을 내려다봤다.
‘레이스 스타트’라는 이름의 작품.
조폭과 경찰의 전쟁.
이야기의 흐름 자체가 매우 재미있었고 차를 주로 다룬다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제가 지금 가장 잘 소화할 수 있는 장르라서요.”
―아…….
한성태의 말에 정두식이 이해했다는 듯이 탄식을 터뜨렸다.
작품을 선택하는 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건, 결국 배우가 배역을 얼마나 잘 소화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로맨스만 찍어오던 배우가 갑자기 공포물을 찍으면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배우들에게도 각자 자신만의 장르가 있었다.
―하긴, 최예찬 감독님과 작품도 찍으셨으니까.
한성태는 비록 개봉도 안 한 작품이지만, 최예찬 감독의 밑에서 연기한 전적이 있었다.
최예찬은 범죄, 액션 장르로 유명해진 감독.
그런 사람이 직접 데려가 쓴 인물이 바로 한성태였다.
―서울액션스쿨에도 다니시고.
서울액션스쿨.
정홍두가 세우고 그의 아들, 정재인이 운영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액션스쿨.
한성태는 그런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이었다.
처음 그 사실을 알고 팀장과 정두식이 얼마나 놀랐던가.
서울액션스쿨은 자신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제가 받은 대본 중에서 가장 재미있기도 하고요.”
한성태는 가져온 대본 전부를 살펴봤고 그중에서도 ‘레이스 스타트’가 가장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시청률도 나쁘지 않았고.’
미래를 알고 있다는 건 이럴 때 좋은 것 같다.
적어도 시청률이나 관객 수를 알고 성공과 실패를 미리 예상할 수 있으니까.
‘레이스 스타트’는 출연해서 손해볼 게 전혀 없는 작품이었다.
‘그리고 연기의 신이 관심을 가졌다는 게 가장 중요하지.’
새롭게 등장한 연기의 신이 관심을 보이는 작품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이 작품을 해야 할 이유로 충분한데.
‘레이스 스타트’는 그 작품성까지 좋은 작품.
한성태가 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이건 안 하면 손해지.’
어느 정도 결정을 내린 상태에서 연기의 신이 확신을 안겨주었다.
“저는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배우님이 그렇게까지 이야기하시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죠. 방송국과 날을 한번 잡아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정두식의 말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렸다.
―감사는요. 매니저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건데요. 날이 잡히면 제가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저는 일이 있어 먼저 가보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정두식과의 전화를 끊은 한성태는 짙게 숨을 내쉬며 스마트폰을 내려놓았다.
“역시 매니저가 있는 게 편해.”
엔터테인먼트가 없었다면, 한성태는 혼자서 오디션을 신청하고 준비하면서 시간을 소모했겠지.
매니저가 있으면 불필요하게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천의 얼굴’은 매니저가 있으면 연기에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합니다.]신들의 메시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인 한성태는 대본을 내려다보며 눈을 깜빡였다.
오디션에 대한 문제도 해결했으니, 이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면 된다.
“지금 뭐 하고 있으려나.”
한성태는 스마트폰을 들어 한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차례 신호음이 이어지고.
달칵.
―……무슨 일이야?
잔뜩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나는 가끔 네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어.”
한성태와 만나자마자 김민석이 꺼낸 말이었다.
그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다며 김민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김민석의 모습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래서, 갑자기 운전은 왜 하겠다는 거야?”
“이번에 작품 하나 들어가려고 준비하는 중인데. 거기서 운전하는 장면이 나오거든.”
“신작 들어가려고?”
“응.”
“오디션은 본 거야?”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의 모습에 김민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디션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하려고. 일단 합격하고 연습하는 게 낫지 않아?”
그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김민석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맞는 말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날이 참 맑다며 웃음 짓습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밖에 나온 김에 동묘시장에 들르는 게 어떤지 묻습니다.]연기의 신들이 함께하는 이상, 한성태는 오디션에서 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확신을 할 수 없는 일이었고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디션에 붙을 자신이 있었다.
“굳이 연기 때문이 아니더라도 운전 연습은 미리미리 하는 게 좋지. 언제 운전할지 모르잖아.”
“하긴…….”
한성태의 말에 김민석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응.”
김민석이 한성태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한성태는 자신의 어깨를 감싸는 손을 힐끔 바라보고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런데 어떻게 영화 준비는 잘돼 가고 있어?”
“영화? 뭐, 적당히 잘 되고 있지. 지금 시나리오 짜는 중인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천천히 해. 시나리오가 눈 한 번 깜빡인다고 나오는 것도 아니고.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하고, 언제든지 도와줄게.”
“그래. 고맙다. 아. 그렇지. 곧 개학하는데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겠냐?”
김민석의 물음에 한성태가 멈칫거렸다.
‘아, 맞다. 나 대학생이었지.’
최근에 연기만 하고 집에 있어서 자신이 대학생이라는 사실을 잠시 잊고 있었다.
학교와 연기를 병행할 수 있을지 순간적으로 의문이 들었지만.
“상관없지 않나? 정 안되면 휴학을 해도 되는 거고.”
의무적으로 다녀야 하는 중, 고등학생 때와는 다르게 그에게는 자유가 있었다.
“그렇긴 하지.”
“난 별로 신경 안 써.”
“너라면 그럴 것 같기는 했어.”
김민석의 말에 한성태는 웃음을 흘렸다.
한성태는 김민석과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다.
“그래도 1학년 들어오면 편하겠네. 2, 3학년들 연극 할 때마다 도와주는 거 힘들었는데.”
연극영화과의 1학년들은 2학년 이상의 선배들이 연극 할 때마다 무대를 도와주고는 했다.
그들을 도우면서 연기를 배우고 무대를 정비하는 법을 배웠다.
“아, 도착했다.”
한성태의 말에 김민석이 고개를 들었다.
운전면허시험을 보는 곳에 운전 연습을 할 수 있는 시뮬레이터 기계가 있었다.
싸게 이용할 수 있었고 가상으로 연습하는 것이기에 위험성도 적었다.
“내가 여기에 또 올 줄은 몰랐네.”
“나라고 알았겠냐. 들어가자.”
한성태와 김민석은 나란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험을 보러 온 사람들이 보였고 밖으로 트럭과 노란색 승용차가 돌아다니는 게 보였다.
“시험 볼 때 심장 엄청 떨렸는데. 아. 저기 자리 있다.”
건물의 2층에 시뮬레이터 기계 두 대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두 자리 다 꽉 차 있었는데, 방금 막 한 자리가 빈 상태.
한성태는 그곳으로 가 천원 지폐를 꺼내 기계에 집어넣었다.
“얼마나 잘하나 보자. 너 그때, 점수 몇 점 나왔지?”
“84점.”
“나쁘지 않은데? 내가 몇 점 나왔더라. 나도 비슷하게 나온 것 같은데.”
김민석이 뒤에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성태는 그 목소리를 뒤로한 채 자리에 앉아 핸들을 잡았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고개를 빼꼼 내밉니다.]기계에서 소리가 들려오고.
부릉, 부르릉!
한성태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