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50
50화
* * *
촬영장에 들어선 한성태는 촬영장의 분위기가 평소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군가 온 건지 상당히 어수선한 분위기에 한성태는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저 사람들 때문이구나.’
평소에 본 적이 없던 사람들의 모습.
거기에 조석정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민성과 공진효가 보였다.
그들 모두 ‘레이스 스타트’의 주연들.
특히 이민성은 대배우 반열에 올랐다가 불리는 사람이었다.
“아, 협찬사에서 사람이 왔나 보네요.”
한성태가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옆에서 함께 움직이던 정두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레이스 스타트에 협찬을 해준 대현 기업의 직원들.
그들이 촬영 현장을 보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촬영에 사용되는 차량 대부분을 협찬해준 회사의 사람들이었기에 어수선해진 거겠지.
“성태 씨, 이쪽입니다!”
그들을 향해 걸음을 옮기던 한성태를 발견한 남석대가 말을 걸어왔다.
“어서 와요. 지성 씨, 여기는 한성태 배우입니다. 이쪽은 대현에서 나온 유지성 팀장님.”
“안녕하세요.”
“네, 반갑습니다.”
남석대의 소개에 한성태와 유지성이 인사를 나눴다.
유지성의 옆으로 있던 직원도 한성태에게 손을 내밀었고, 그걸로 그 사람들과의 대화는 끝이었다.
대현에서 나온 두 사람은 단역인 한성태보다, 주연인 조석정과 이민성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지.’
그들의 반응은 한성태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었다.
한성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자리를 옮겼다.
대본을 들어 촬영이 시작하기를 기다리기를 잠시.
“촬영 들어가겠습니다.”
스태프의 말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마지막까지 힘내보자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입니다.] [‘천의 얼굴’이 당신에게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며 집중하라고 말합니다.]연기의 신들의 시선 속에서 한성태는 자신의 마지막 연기를 하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분장을 마치고 올라간 세트장 위.
‘이 차도 이제 마지막이네.’
한성태는 자신의 앞에 놓인 스팅어를 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차를 좋아하게 될 줄 예상하지 못했었다.
차를 타고 직접 운전해 보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차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게는 느껴지는 것이겠지.
‘마지막까지 잘 부탁한다.’
자동차의 천장을 두드리며 웃음을 흘린 한성태는 운전석에 올라탔다.
“레디…….”
남석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고 슬레이터가 다가와 슬레이트를 친다.
탁!
그 소리와 함께 한성태는 마약 운반책이 되었다.
부릉, 부르르릉!
가속 페달을 밟으며 거친 소리를 낸 한성태가 슬쩍 뒤를 돌아봤다.
위용위용!
뒤에서 경찰을 맡은 배우들이 경찰차를 탄 채 사이렌을 울리고 있었다.
그 모습에 한성태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부아아앙!
거대한 엔진 소리와 함께 한성태가 탄 스팅어가 쏜살같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뒤를 경찰차가 뒤쫓았다.
경찰차를 피해 이리저리 도망치던 한성태.
마지막 연기가 끝에 다다르고 있을 때.
“컷!”
남석대의 목소리와 함께 차 내부에 달려 있던 무전기로 멈추라는 지시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차의 속도를 줄이며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온 한성태는 묘한 표정의 남석대의 얼굴을 발견할 수 있었다.
“성태 씨 운전이 좋기는 한데……. 뭔가 밋밋한 것 같지 않아요?”
“그러니까요. 분명 좋은데, 이상하게 뭔가 아쉽네.”
“조금 더 뭔가 팍! 하고 임팩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남석대와 조연출들이 모여 의논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의 말에 한성태는 모니터를 확인했다.
좋은 운전이었고 경찰을 피해 도망치는 그 모습은 긴박해 보였다.
‘말을 듣고 보니까. 확실히 조금 아쉽기는 하네.’
그들의 말을 들어서인가, 한성태도 자신의 연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남석대와 다른 감독들도 마찬가지.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을 나누고 있던 한성태는 눈앞에 보이는 메시지에 멈칫거렸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당신의 운전이 한결같다며 변화를 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해답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었다.
* * *
남석대는 모니터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처음 봤을 때 감탄을 내뱉게 만든 한성태의 운전하는 모습이 화면에 담겨 있었다.
분명, 여전히 감탄이 나오는 모습이었지만.
‘처음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느낌이 잘 안 사네.’
한성태의 운전은 처음이랑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쉬운 기분이 드는 것이기도 했다.
‘조금 더 강하게 다가오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을 텐데, 그게 없네.’
툭툭.
남석대가 팔뚝을 두드리고 있을 때, 한성태가 입을 열었다.
“저, 한 가지 의견이 있는데.”
“네, 말하세요.”
“가능하다면 차를 조금 험하게 다뤄도 될까요?”
“험하게요?”
되묻는 남석대의 목소리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하게 말해서 지금까지 운전하면서 한성태는 자신을 억누르고 있었다.
협찬을 받은 차이기 때문에 조심해서 운전했다.
“……그건 조금 힘들 것 같네요. 이게 저희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차는 아니라서요.”
남석대는 한성태의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고는 있지만, 정작 그의 입에서는 거절의 의사가 나왔다.
협찬을 받은 차를 그의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아……. 힘든 것 같군요.”
“네, 안 될 것 같아요. 협찬을 받은 차라서요.”
그의 말에 한성태가 아쉬워하고 있을 때였다.
“그거라면 원하는 대로 해보세요.”
“…….네?”
“지금 뭐라고…….”
언제 다가왔는지 유지성이 웃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대현에서 나온 팀장, 유지성.
그는 남석대와 한성태의 가운데 서며 당황하는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협찬받은 차라 원하시는 대로 못 하는 거라면, 걱정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세요.”
“그래도 되나요?”
한성태의 물음에 유지성은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당연하죠. 저희는 좋은 작품에 저희 브랜드를 광고하려는 거지. 작품의 퀄리티를 깎아내리려고 협찬한 게 아니거든요. 이왕 하는 거 제대로 찍어서 좋은 광고 효과를 노리는 게 낫잖아요.”
“아…….”
“성태…… 씨라고 하셨죠?”
한성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보니까 운전 잘하시던데. 걱정할 이유는 없을 것 같네요. 차를 부수겠다는 것도 아니고. 속도만 내겠다는 건데. 흠집같은 건 내도 상관없으니까. 배우님 하고 싶은대로 해보세요.”
유지성의 결정은 매우 시원했다.
남석대와 한성태가 고민하던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해주었다.
“그럼 다 된 거죠?”
“네…….”
유지성의 말에 남석대가 얼떨떨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뒤로한 채 유지성이 한성태에게 다가왔다.
“좋은 장면 기대하고 있습니다.”
“……네,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유지성의 말에 한성태가 자신 있게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이 슬쩍 허공을 향했다가 돌아오고.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한성태는 스팅어에 다가갔다.
부르릉.
호랑이가 으르렁거리듯 엔진 소리가 들려오고 한성태가 운전을 시작했다.
* * *
“팀장님, 이래도 되는 거예요?”
옆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유지성은 고개를 돌렸다.
그와 함께 따라온 부하직원인 최은찬의 모습이 보였다.
여유로운 유지성과 다르게 최은찬은 불안한 모습이었다.
“어떤 걸 말인가요?”
“저희 마음대로 결정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망가지기라도 하면.”
“너무 걱정하지 마요. 아까 보니까, 운전도 잘하던데.”
“하지만…….”
최은찬이 불안한 듯 중얼거리는 모습에 유지성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일이 생겨도 은찬 씨한테까지 영향 안 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
유지성이 책임을 진다고 말했기 때문일까.
최은찬의 걱정이 조금 줄어든 느낌이었다.
“그리고 봐요. 이왕 광고하는 거 제대로 하는 게 좋잖아. 나는 우리 한성태 배우님이 잘해줄 거라 믿는데.”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모를 건데, 나중에 경험 더 쌓이면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겁니다. 아, 촬영 시작하네요.”
유지성의 말에 최은찬이 고개를 돌려 촬영장을 바라보았다.
남석대의 신호와 함께 스팅어가 매우 빠른 속도로 달려갔다.
험하게 다룬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달려가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았다.
순식간에 코너까지 도착한 스팅어의 속도는 줄어들지 않았다.
끼이익!
도로에 타이어가 갈려 나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스팅어가 큰 원을 그리며 코너를 돌았다.
“이야, 관성 드리프트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는데.”
테크닉이 매우 중요한 기술인데.
유지성은 헛웃음을 흘리며 스팅어를 바라보았다.
일개 배우가 이 정도의 운전 실력을 보여줄 줄은 몰랐다.
“시원하네요.”
“…….”
유지성의 감탄에 최은찬은 멍하니 스팅어를 바라보았다.
“한성태…….”
부아아앙!
최은찬의 침묵과 유지성의 작은 중얼거림 속에서 스팅어의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 * *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이제야 좀 차를 탄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합니다.]강하게 페달을 밟으며 한성태는 연기를 이어갔다.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하는 연기였지만, 한성태는 그 속에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연기가 끝나기 10초 전.
그 10초의 시간에 한성태는 중될 것만 같았다.
운전, 속도, 연기 등 그 모든 게 합쳐진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부르릉.
하지만, 세상일은 그의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았고.
영원하기를 바랐던 10초의 시간은 금방 끝이 났다.
“성태 씨, 정말 대단하네요. 운전도 잘해. 연기도 잘해. 이 정도면 그냥 만능 배우야, 만능 배우.”
“하하하.”
모니터를 확인하던 한성태는 남석대의 말에 웃음을 흘렸다.
만능 배우라…….
예전에는 하나만 잘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액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장르의 연기를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차를 모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한성태는 깨달음을 얻은 것만 같았다.
단순히 한 가지 장르의 연기만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하고 싶다고.
모든 영역에 도달해 보자는 한 가지 목표가 생겨났다.
아득히 멀고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였지만.
[‘천의 얼굴’이 좋은 장면이 나왔다며 박수를 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운전하는 당신의 모습이 매력적이라며, 더 많은 매력을 보일 수 있는 옷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합니다.]그 목표가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