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83
83화
이른 아침.
6시도 되지 않았을 무렵.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한성태는 신발 끈을 동여매며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체육관에 도착하면 바로 운동 시작할 수 있게, 가는 동안 몸을 풀어놓자고 말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당신에게 허리를 살짝 더 숙여야 한다고 호통칩니다.]그의 뒤를 연기의 신이 따라오며 달리는 동안 자세를 교정시켜 주었다.
“허억…… 허억……!”
1시간이 넘는 거리여서 그런지, 액션스쿨 앞에 도착한 한성태의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아무리 새벽이라고는 하지만, 여름이 되어서 그런지 바람마저 시원하지가 않았다.
‘오히려 좋아.’
계속해서 몸을 달궈진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하며 한성태는 바로 체육관으로 향했다.
탓, 타악!
퍽, 퍼퍼퍽!
체육관의 입구에서부터 살벌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액션스쿨의 액션 배우들이 연습하며 호흡을 맞추는 소리들.
문을 열고 들어간 한성태는 바깥보다 더 후끈한 체육관의 열기에 입꼬리를 올렸다.
“성태 왔구나.”
“무철이 형 저거 있어. 너 왔는지 물어보더라.”
한성태를 발견한 사람들이 친근하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고마워요, 형. 운동 파이팅입니다!”
“그래. 너도 파이팅이다!”
그들과 인사를 주고받으며 한성태는 바로 김무철이 있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스턴트맨들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애가 처음보다 더 밝아진 것 같지 않아?”
“그러니까. 처음 왔을 때는 걱정이 많아 보였는데. 지금은 그런 게 없는 것 같다.”
“좋아진 것 같아서 더 보기 좋네.”
그들의 목소리는 결코 작지 않아 한성태의 귀에도 들려왔다.
‘내가 그렇게 달라졌나?’
순간적으로 그런 의문도 들었지만, 이내 충분히 그럴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액션스쿨에 왔을 때는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과 자신이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걱정을 벗어던지고 오직 연기에서 즐거움과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차이가 겉으로까지 드러나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무철이 형, 여기 계셨네요.”
“어, 성태 왔구나. 일찍 왔네?”
“네, 형도 엄청 일찍 오셨네요.”
“좀 연습하고 싶은 게 있어서. 아. 마침 잘 왔다. 나 내일 찍는 것 중에 얻어맞는 장면 있거든. 이거 어떻게 맞아야 더 맛있을까?”
김무철의 물음에 한성태는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하면 멋있는 액션을 보여줄 수 있는지 묻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맞을 수 있냐니.
전혀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기에 한성태는 사고가 순간적으로 정지한 기분이었다.
“음, 그거라면 직접 몸으로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뭐?”
“말로 하는 것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것 같아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아니, 성태야? 나는 그냥…….”
“다른 분들도 좀 불러요. 다들 형 도와준다고 하면 기꺼이 올 거예요.”
김무철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는 게 보였지만, 한성태는 신경 쓰지 않았다.
주변에 있는 스턴트맨들을 향해 바로 도움을 청했다.
“뭐? 무철이 형을 때릴 수 있다고?”
“합법적으로 때리는 게 가능?”
김무철을 향해 달려드는 스턴트맨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김무철이 한성태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 * *
“어후. 삭신이야.”
하루가 지나 찾은 촬영장.
김무철이 어깨를 빙빙 돌리며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를 힐끔 바라보았다.
“괜찮아요?”
“너 같으면 괜찮겠냐? 그렇게 맞았는데?”
“하하하.”
투덜거리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흘린 한성태는 황결이 있는 방향으로 향해 걸어갔다.
황결은 다른 스턴트맨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의 말에 조명팀이 분주하게 움직였고 그 옆으로 음향팀과 소품팀이 바쁘게 돌아다녔다.
“안녕하세요, 감독님.”
“아. 무철 씨, 성태 씨.”
황결이 김무철과 한성태를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
“악인들의 전쟁 봤습니다. 이야, 액션이 상당히 인상적이더라고요.”
“감사합니다.”
“무철 씨가 괜히 데려오려고 한 게 아니었네요. 이미 한번 같이 찍어봤으니까, 잘 아는 거였네요.”
황결의 말에 김무철이 부정하지 않고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음……. 악전 보니까. 액션도 깔끔한 게 좋던데. 이 정도면 액션을 더 넣어도 될 것 같네요. 어떻게 생각해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황결의 시선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액션을 추가한다는 건, 그만큼 한성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는 것.
잘하면 비중도 늘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한성태가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저는 좋습니다.”
“무철 씨는요?”
“제 대답이 알고 계시잖아요.”
“하긴…….”
김무철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황결이 흐음, 하고 턱을 두드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누군가를 찾았다.
“아, 저기 계시네요. 액션 동선 한번 새로 맞춰봅시다. 이왕 찍는 거 제대로 찍어야죠.”
황결이 찾는 사람은 액션 감독이었다.
한성태와 김무철의 액션을 추가하기 위해서 황결은 액션 감독을 불렀고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어렵지 않을 것 같네요. 성태 씨도 액션 배운 사람이고. 무철 씨야…… 원래 잘하는 사람이니까. 좋을 것 같습니다.”
액션 감독도 황결의 의견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럼 무철 씨하고 성태 씨는 의견 있으신가요? 원하는 액션이라거나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지. 그런 것들을 편하게 말해주시면 됩니다.”
“아, 저랑 성태가 힘을 합쳐 싸우는 부분을 조금 수정하고 싶네요. 전에는 너무 조심해서 싸우는 느낌이 들어서요. 조금 더 과격하게 나가도 좋을 것 같습니다.”
“괜찮네요.”
김무철의 말에 액션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존에 있던 액션 동선에 새로운 액션을 더하면서 더 화려하고 멋있는 느낌을 주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너무 좋습니다. 확실히 액션이 시원시원해진 느낌이에요.”
그렇게 완성된 액션신은 생각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화면에서도 좋게 나올 거란 확신이 들었다.
“촬영 시작합시다!”
스태프의 목소리와 함께 김무철과 한성태는 함께 걸음을 옮겼다.
* * *
‘꼬리를 단 건 처음인데.’
세트장 위, 한성태는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촬영을 위해 분장을 했는데, 그 분장 중 하나가 개의 꼬리를 다는 것이었다.
“그게 이번에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건데. 잘 움직이죠?”
“성태 씨. 꼬리도 잘 어울리는데? 얼굴이 강아지상이라 그런가.”
한성태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감탄하고 있었다.
그들의 반응에 한성태는 이게 정말로 괜찮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코스프레라는 것이 있다는데, 나중에 그런 것도 한번 해보는 게 어떤지 넌지시 제안합니다.]‘그럴 생각 없어요.’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젓고는 앞을 바라보았다.
그의 앞에 있던 천예지가 힐끔힐끔 한성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잘…… 어울리세요.”
“아…… 감사합니다.”
그녀의 말에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바로 촬영 들어가 봅시다! 레디!”
잠깐의 소동이 가시고.
황결의 신호와 함께 한성태도 연기에 집중했다.
심호흡하며 지연우가 되기 위해 자신의 배역에 몰입했다.
“……액션!”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한성태는 지연우가 되었다.
“백연.”
“흰둥이 왔어?”
“네놈은 그 주둥이가 문제다. 꼭 그렇게 매를 벌지.”
빠악!
흰둥이라는 말이 나오기 무섭게 지연우의 손이 백연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악!”
백연이 비명을 지르며 땅을 뒹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백연의 뒤통수를 때린 지연우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너…….”
백연도 지연우의 손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손이 투명해지고 있었던 것이다.
“음…….”
놀라 굳어진 백연과 다르게 지연우의 반응은 쓴웃음을 짓는 게 전부였다.
주먹을 쥐었다 펴기를 반복하며 자신의 손을 살피던 지연우가 한숨을 내쉬며 백연을 돌아보았다.
“너무 오래 산에서 떨어져 있었으니까. 이렇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도 신기한 거지.”
“그럼…….”
“뭐야. 지금 나를 걱정하는 거야? 나를 옆에서 치우지 못해 안달이 난 구미호가?”
“그래도 이건.”
“걱정하지 말라는 게 우습기는 한데. 신경 쓰지 마. 산에 돌아가서 잠시 쉬면 원래대로 돌아오니까.”
다만, 그렇게 되면.
지연우가 고개를 돌려 한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유예나가 백연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만지고 있는 그 모습을 보니 백연에게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내가 떠난다면, 그녀는 위험에 빠지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네가 소멸하려는 생각은 아닌 거잖아.”
“음…….”
“그러지 말고 그냥 네 영역으로 꺼져. 예나 옆에는 내가 있으니까.”
백연의 말에 지연우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평소 같았으면 저 말에 화를 내거나 짜증을 냈겠지만.
“그래. 예나 옆에는 네가 있지.”
작게 중얼거리는 지연우의 모습에 백연이 입을 다물었다.
지연우의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요물, 네놈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오다니.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야.”
“…….”
“아니, 세상을 너무 오래 산 건가. 하긴 벌써 오천 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으니. 이런 일도 있는 거겠지.”
작게 읊조리는 그의 모습을 보는 백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돌아오지 않을 사람처럼 왜 그러는 거야? 자꾸 그러면 내가 예나 확 잡아먹는다.”
“돌아올 거다. 어떻게 해서든. 그러니, 허튼수작 부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가 힘을 회복하고 돌아오면 너 같은 건, 단 번에 목을 비틀 수 있으니까.”
“예예. 제발 그래 주세요. 비실비실대는 주제에 누구를 죽이겠다는 거야.”
“하!”
놀리듯이 말하는 백연의 모습을 보며 지연우는 그만 웃음을 흘렸다.
설마 신령한 산신인 자신이 악의 구렁텅이나 다름없는 구미호와 이렇게까지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는 날이 올 줄이야.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나쁘지만.
반대로 그가 예나의 옆에 있어 주기에 든든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 예나를 잘 부탁한다.”
“부탁은 무슨. 아주 그냥 사라져 버려. 예나랑 알콩달콩하게 살게.”
“끝까지 지랄은.”
지연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의 모습이 점점 흐릿해지기 시작했고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커엇!”
그와 동시에 황결의 목소리가 집중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