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93
93화
“수고하셨습니다.”
‘백년초’의 촬영이 끝나고 한성태는 바로 차에 올라탔다.
10시간이 넘게 이어진 촬영.
차에 올라탄 한성태의 모습은 상당히 지쳐 있었다.
“성태야, 수고 많았다.”
“형도 수고 많으셨어요. 이제 바로 회사 가는 거죠?”
“어, 그러려고. 그런데 너 많이 힘든 것 같은데. 무리하지 않아도 돼.”
“아니에요, 형. 갈 수 있어요.”
정두식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한성태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액션과 감정 신이 많아서 조금 지쳤을 뿐.
가는 동안 조금만 쉬어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었다.
[‘천의 얼굴’이 오늘 연기가 괜찮았지만, 마지막 신을 찍을 때 감정이 살짝 흔들렸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짝사랑이라는 감정은 일반적인 사랑과 다르다며 그 차이를 설명합니다.]대본을 펼치기 무섭게 연기의 신들이 조언을 해오는 게 보였다.
오늘 한성태가 한 연기에 대한 평가들.
부족한 부분을 말하는 그들의 메시지를 살펴보며 한성태는 바로바로 메모하고 있었다.
그들의 조언은 한성태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어주었다.
아주 사소한 말이라도 결코 흘려넘겨서는 안 된다.
그렇게 적은 조언들은 책 한 권을 가득 채울 정도였다.
“오늘 연기 좋더라. 성태, 너 날이 갈수록 연기가 더 느는 것 같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요. 저희 도착하려면 얼마나 걸려요?”
“30분이라고 뜨기는 하는데. 차 밀리는 거 보니까 40분은 걸릴 것 같네. 그동안 좀 쉬고 있어.”
“네, 형. 고마워요.”
“고맙기는.”
웃음을 흘리는 정두식의 목소리에 한성태는 미소를 지은 채 대본을 살펴보았다.
40분.
그 시간은 한성태가 대본을 전체적으로 훑어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도착한 것 같다며 주위를 둘러봅니다.]한참을 대본을 살펴보던 한성태는 불쑥 나타나 시야를 가리는 메시지를 볼 수 있었다.
“성태야, 도착했다.”
“네, 형.”
그와 동시에 정두식이 말을 걸어왔다.
정두식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한성태는 가방에 대본을 챙기고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
“사무실 위치 알지? 먼저 올라가 있을래?”
“네, 형. 올라가 있을게요.”
“어, 나는 주차하고 바로 올라갈게.”
“네, 형.”
차를 몰고 지하로 사라지는 정두식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성태는 차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길.
“…….”
힐끔힐끔 이쪽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PAN 엔터테인먼트의 직원들.
그들은 한성태를 바라보면서 직접적으로 말을 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한성태 맞지?”
“네, 맞는 거 같아요. 와, 진짜 잘생겼네요.”
“그러니까요.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라 연기도 잘하잖아요.”
그들이 숙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성태는 그들의 목소리에 괜스레 얼굴이 붉어지는 것만 같았다.
누군가에 칭찬을 받는 건 감사한 일이지만, 때로는 부끄러움을 동반하고는 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당하게 어깨를 딱 펴라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이 자신은 저런 시선들을 매일 같이 느꼈었다며, 당신도 연기하면 할수록 시선을 더 많이 얻게 될 거라고 말합니다.]연기의 신들의 말에 한성태는 크게 동의하고 있었다.
10년이 넘는 배우로서의 생활이 있다.
그 생활에서 한성태는 많은 일을 겪었고 지금과 같은 상황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경험이 있었다.
다만, 아직까지도 그 시선들이 익숙해지지 않을 뿐이었다.
어쩌면, 한성태에게 주어진 최고의 과제는 사람들의 시선에 익숙해지는 게 아닐까.
“한 배우, 어서 와요. 두식 씨는 같이 안 왔나요?”
배우 2팀 사무실에 들어가기 무섭게 민나정이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처음에는 못 미더워하던 그녀였지만, 성과를 내고 있는 지금 그녀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아져 있었다.
“두식이 형은 주차하고 온다고 하셔서요. 저 먼저 올라왔습니다.”
“잘했어요. 여기 와서 앉아요.”
“네, 감사합니다.”
정두식과는 익숙해졌지만, 민나정과는 아직 어색한 게 많았다.
그녀의 앞에 앉은 한성태는 정두식이 오기를 기다리며 옅게 숨을 내쉬었다.
“성태 씨, 1화 시청률 봤나요?”
“네, 8%인 거 봤습니다.”
“봤다니 다행이네요. 한 배우, 연기 잘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지금 다들 한 배우 이야기만 하는 거 아시나요? 시청률도 시청률인데 한 배우 연기에 대한 칭찬이 자자해요.”
“좋게 봐주시니 다행이죠.”
“다행인 수준이 아니죠. 1년 차 배우가, 그것도 조연으로서 출연한 드라마가 8%라는 기록을 세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에요.”
더군다나 그 조연 배우가 시청률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경우는 더더욱 없었다.
민나정의 말에 한성태는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그 자신 역시, 시청률을 보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놀라기도 하고 당황하지 않았던가.
“다음 화나 그 다음 화에서 10%를 찍을 수 있을 거란 예상도 있는데, 한 배우는 어떻게 생각해요?”
“좋게 나와주면 좋겠죠.”
1화의 시청률은 전생의 기억으로 어떻게든 맞췄다고 하지만.
앞으로의 시청률까지 맞추는 건 힘든 일이었다.
변화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이제부터는 온전히 대중들의 손에 달려 있었다.
“좋게 봐주시는 만큼 나올 거라 생각해요.”
한성태가 웃으면서 말을 할 때였다.
“이야기 중이셨나 보네요.”
주차하고 온 정두식이 한성태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의 모습에 한성태는 매우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두식 씨도 왔으니까. 본론으로 들어갈까요. 한 배우, 광고 찍을 생각 없으신가요?”
“광고요?”
“네, 지금 백년초 반응이 워낙 좋기도 하고 악전과 같은 영화도 그렇고. 무엇보다 지연우라는 캐릭터 자체가 수요가 높아서. 한 배우를 원하는 광고주들이 꽤 있어요. 이게 그 목록이고요.”
민나정이 내민 서류를 받아든 한성태는 내용을 빠르게 훑어보고는 눈을 깜빡거렸다.
생각보다 많은 광고가 있었다.
그것들을 살펴보던 한성태는 고개를 들어 민나정과 눈을 마주쳤다.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그럼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바로바로 해주세요.”
“저는 광고를 찍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어요. 광고 자체가 이미지를 소모하는 일이기도 하고, 저부터가 연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거든요.”
“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해할 수 있죠.”
한성태의 말에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하나 정도는 찍으시는 게 좋을 거예요. 때로는 광고가 이미지를 쌓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요.”
“음…….”
“무엇보다 광고를 찍으면 한 배우가 할 수 있는 게 늘어날 거예요.”
웃으며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를 찍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다는 말이 무엇인지 한성태는 잘 알고 있었다.
‘광고를 찍으면 그만큼 많은 돈을 벌 수 있지.’
한성태에게도 나쁜 제안이 아니었다.
전생과 현생을 전부 살펴봐도 그의 인생은 가난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뛰고 있으니까.
영화, 드라마 등을 찍고 나서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풍족할 정도는 아니었다.
“제 이미지와 맞는 광고를 찍고 싶네요.”
“그건 당연한 거죠. 저희도 한 배우에게 이래라저래라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녀의 말에 한성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사실인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민나정에게서 시선을 뗀 한성태는 다시 광고 목록을 살펴보았다.
수많은 광고.
“……어?”
그중에서 한성태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천의 얼굴’이 당신이 보는 광고를 보며 묘한 얼굴을 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립니다.]그건, 애견용품 CF였다.
* * *
“하……. 한성태 오빠는 왜 이렇게 잘생긴 거지?”
‘백년초’를 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과거 ‘레이스 스타트’ 때부터 한성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 이후로 악인들의 전쟁에서 팬이 되었고 ‘백년초’에서는 푹 빠지게 되었다.
“나도 지연우 같은 사람 있으면 좋겠다.”
벌써 다섯 번째 같은 화를 돌려보고 있는 그녀의 표정에 행복함이 깃들어 있었다.
한성태의 연기를 보는 데에서 느껴지는 행복함.
“아, 다음 화 언제 나오려나.”
그녀는 벌써 끝나버린 드라마를 보며 아쉬운 마음에 작게 중얼거렸다.
잠시 검은색으로 물든 화면을 바라보던 그녀가 옆으로 손을 뻗어 스마트폰을 들었다.
악인들의 전쟁 때부터 만들어진 한성태의 팬카페.
―안녕하세요.
―성태포에버: 아! 어서 오세요, 한의 침공 님!
―연우너무좋아: 한의 침공 님. 이번에 나온 화 보셨어요? 너무 좋아요!
―네, 방금 다섯 번은 돌려본 것 같네요. 너무 좋더라고요.
―성태포에버: 그러니까요. 우리 성태 오빠 연기 너무 잘하는 거 있죠?
…….
…….
그곳에서 그녀는 한의 침공이라는 닉네임을 쓰고 있었다.
‘한성태의 매력이 침공한다’라는 의미를 가진 닉네임.
그녀는 다른 팬들과 대화를 나누며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한성태에 대한 정보를 나누었다.
사진부터 시작해서 동영상까지.
그렇게 모인 양은 상당히 많았다.
“오늘도 즐거웠다.”
그렇게 밤이 되고 나서야 수다는 끝이 났고.
“너무 잘생겼어.”
천장에 붙은 한성태의 사진을 바라보며 그녀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눈을 감았다.
* * *
촬영이 없는 하루.
한성태는 일찍 학교를 찾았다.
“음…….”
과방에 들어오기까지.
한성태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에 묘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한성태를 연예인 바라보듯이 신기하다는 얼굴로 보고 있었다.
‘말을 걸 줄은 몰랐는데.’
어떤 사람은 사인까지 요청하던터라 조금은 당혹스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도착한 과방.
“어, 왔어.”
김민석이 노트북 키보드를 두드리며 한성태를 반겨주었다.
“야, 너 이거 봤냐? 학교 커뮤니티인데. 애들 반응이 장난 아니야.”
“알아. 안 그래도 오는 길에 말을 걸어오는 사람 있었거든.”
한성태의 말에 김민석이 이해할 수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유명해지기는 했네. 다들 네 이야기야.”
김민석이 직접, 보라며 자신이 보고 있던 노트북 화면을 돌렸다.
―익명3: 야 한성태 떴다.
―익명7: ㄹㅇ?
―익명3: ㅇㅇ. 방금 말까지 걸었음.
―익명4: 와, 지리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빨리 등교할걸. 연우가 우리 학교라니!
―익명2: 지리는 거지. 타 학교에서도 한성태 소개시켜 달라고 난리도 아닌걸?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커뮤니티 메시지에 한성태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변화는 인터넷만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