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95
95화
정두식에 연락을 받았다.
PAN 엔터테인먼트의 대표가 한성태를 만나고 싶어 한다는 연락이었다.
그 연락을 받은 순간 한성태는 조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대표님이 나를 왜……?’
한성태는 PAN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게 있었다.
장판석 대표 이사.
그는 상당히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하루하루를 매우 바쁘게 보내는 사람이었다.
겨우 배우 한 사람에게 시간을 내어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당신은 ‘겨우 배우 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천의 얼굴’은 당신이 자신을 깎아내리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무도인은 자신감이 생명이라며 광배근을 활짝 펼칩니다.]신들의 반응을 보며 웃음을 흘린 한성태는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
1층 주차장에서 정두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속사 대표를 만나러 가는 길.
‘긴장되네.’
차에 올라타는 와중에도 한성태는 긴장하고 있었다.
애초에 소속사 대표를 만나는 상황부터가 전생을 포함해 이번이 처음이었다.
전생에 그는 재능도 가능성도 없는 배우였다.
이번 생에서야 비로소 노력에 대한 빛을 보는 중이었다.
“형, 대표님이 저 보고 싶어 하는 거 맞는 거죠?”
“어, 맞아.”
“갑자기 저를 왜 보고 싶어 하시는 걸까요?”
한성태의 물음에 정두식이 고개를 돌려 뒷좌석에 앉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를 빤히 바라보던 정두식이 피식 웃음을 흘리고는 자세를 바로 했다.
“왜, 긴장되냐?”
“긴장이 안 되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대표님을 뵙는 건데.”
“그래. 뭐, 긴장할 수는 있지. 그런데 너무 긴장하지는 마. 내 거 그만큼 잘하고 있다는 거라고 생각하면 돼.”
“그런가요.”
정두식의 말에 한성태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무 걱정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기는 했다.
실수나 잘못한 게 있다면 모를까.
한성태는 PAN 엔터테인먼트에 들어와서 매우 부지런한 일상을 보내왔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좋은 성적까지 내고 있는 그에게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팀장님 말 들어보니까, 대표님이 너를 많이 궁금해하셨다네.”
“저를요?”
“어, 신인이면서 좋은 성적은 내고 있었으니까. 심지어 이번에는 넷플렉스와 계약까지 했잖아. 그 정도로 큰 건이면 대표님이 직접 나서도 이상하지 않아.”
“아.”
하긴, 생각해 보면 넷플렉스가 있었다.
엄청난 규모의 시장에서 놀 기회가 생겼는데, 회사 입장에서 나서지 않을 리가 없었다.
‘계약금만 하더라도 기존에 내가 받는 금액의 세 배는 훌쩍 넘었으니까.’
한성태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였다.
“……성태야, 안 내려? 도착했는데.”
“아……. 언제 도착했어요?”
“조금 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길래 무슨 일 있나 했네.”
“아. 그냥 생각이 많아져서요.”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아. 하여튼 이제 움직이자. 먼저 올라가도 되기는 한데, 너만 괜찮으면 같이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아.”
정두식의 말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한성태는 그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괜히 혼자 먼저 올라갔다가 대표라도 만나면 조금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과 함께 움직이는 게 좋았다.
“올라가자. 대표님 위에서 기다리고 계신다고 연락 왔어.”
“네, 형.”
주차하고 돌아오며 말하는 정두식의 모습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배우 2팀 사무실.
평소와는 다르게 그곳은 매우 소란스러운 상태였다.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었고 그 사이로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왔다.
민나정과 그 앞에 있는 한 사람.
‘저분이구나.’
항상 사진으로만 봐오던 사람을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한성태의 시선을 느낀 걸까.
민나정이 이쪽을 바라보더니 그 앞에 있는 대표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의 말에 대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이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오는 대표 이사의 모습.
“만나서 반가워요. 장판석입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 * *
회의실에 네 명의 사람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한성태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민나정과 정두식이 있었고, 그의 앞에는 장판석이 미소를 지은 채 앉아 있었다.
“이야기로만 듣던 한성태 배우를 이렇게 실제로 볼 수 있어 기분이 좋네요.”
장판석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은 채 한성태에게 말을 걸어왔다.
궁금한 게 얼마나 많은지, 10분 동안을 장판석의 질문에 대답하기만 한 것 같았다.
“큼, 대표님.”
“아, 미안해요. 내가 너무 들떴네요. 제가 너무 귀찮게 한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옆에서 민나정이 헛기침하는 소리에 장판석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 모습에 한성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한성태의 말에 장판석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넷플렉스와 계약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네.”
“그쪽이랑 계약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고생 많았네요.”
“좋게 봐주신 덕분이죠.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좋은 마인드예요. 저는 열심히 하는 사람을 싫어하지 않거든요.”
열심히 하면서 성과도 내며 더 좋고.
장판석의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장판석이 호의를 보이는 이유가 자신이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장판석은 사람이 좋아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는 능력이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았다.
“넷플렉스와 함께 하는 건 매우 좋은 기회입니다. 한 배우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거고요.”
“네.”
“잘하면 해외 진출도 노릴 수 있겠죠. 넷플렉스의 본 무대는 한국이 아니니까요.”
그 부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넷플렉스를 잘 모르던 배우들도, 지금은 넷플렉스와 같이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았다.
배우가 해외 진출을 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히 저희 회사에서도 한성태 배우에게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거고요.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주시면 됩니다.”
“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걸 하는 것뿐이에요. 그러니까, 우리 배우님께서는 마음 편하게 계시면 됩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걸 할 뿐이다…….
그 말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 건지 한성태는 잘 알고 있었다.
능력이 없던 전생의 그에게 엔터테인먼트에서는 방치하다시피 했었으니까.
저런 말도 성과를 내는 배우에게나 겨우 적용이 되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지. 그게 현실인걸.’
그 사실을 알고 있지만, 한성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한번 겪은 일이고 다시는 겪지 않을 일이었으니까.
연기의 신들과 함께 하는 그에게는 올라갈 계단만이 놓여 있었다.
“한 배우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연기에만 집중하시면 됩니다.”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언제나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성태의 대답을 들은 장판석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데 CF는 어떻게 되었나요? 광고 섭외 요청이 꽤 많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는데.”
“아…… 그거요.”
장판석의 말에 한성태는 어색하게 웃으며 정두식을 슬쩍 돌아보았다.
* * *
한성태에게 들어온 광고의 종류는 무척이나 다양했다.
건강식품부터 시작해서 운동과 관련된 광고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한성태는 그것 중에서 마음이 가는 걸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건강식품까지는 어떻게 가능하다고 해도 다른 것들은 지금 내 이미지랑 맞지 않아.’
현재 한성태가 가진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 광고를 찍는 게 좋았다.
그리고, 그러한 광고가 딱 하나 있었다.
애견용품 광고.
사료와 장난감 간식 등의 애견인을 위한 광고.
처음 그 광고를 봤을 때 한성태는 수락할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그 광고가 당신의 이미지와 가장 잘 맞는다며 미소를 짓습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당신과 매우 잘 어울릴 것 같다며 장난스럽게 웃습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는 지연우라는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는 광고라며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슬그머니 의견을 제시합니다.]연기의 신들이 이 광고를 붙잡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조금은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지연우라는 캐릭터는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그 본질은 어디까지나 삽살개였다.
산신이자 삽살개, 즉 개라는 거였다.
실제로 드라마상에서 개의 모습으로 출연할 때도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에게 가장 부합한 광고라고 볼 수도 있겠지.
“아, 그리고 이게 계약금이 말이야…….”
진부한 말이지만,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돈이었다.
* * *
“야, 요즘 뭐 하고 지내냐?”
한성태는 김민석과 전화를 하고 있었다.
넷플렉스와 계약을 한 이후로 김민석과 얼굴을 볼 수 있는 날이 줄어들었다.
김민석은 연재훈을 따라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었고 최근에는 시리즈 대본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는 말까지 들었다.
―그냥 이것저것 하면서 지내지. 지금은 대본 수정 중. 너는?
“나도 뭐 비슷해. 백년초도 마지막 촬영이라 그거 준비하고 있어.”
―바쁘겠네. 고생이 많다.
“고생은 네가 더 많지.”
한성태야 대본을 보며 연습하는 게 전부이지만, 김민석은 다르다.
연출, 편집 공부도 해야 하고 대본도 수정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김민석이 하는 일이 한성태보다 더 많다고 볼 수도 있었다.
―아, 맞다. 감독님이 나중에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하시네.
“감독님이?”
―어, 작품과 관련해서 하실 말이 있으시다고 하셔서. 아마 오디션이나 촬영 시기 같은 것 때문에 그럴 거야.
“아, 알았어. 시간 보고 가능한 날 알려줄게.”
그런 거라면 언제든지 환영이었다.
‘백년초’의 촬영도 끝이 보이고 있는 지금.
한성태는 연기의 흐름을 끊고 싶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의 촬영 준비가 끝나야 한다.
기존에 있던 ‘하루’는 배우가 두 명이면 되지만, 시리즈로 바뀔 ‘하루’는 인원부터가 늘어난다.
준비해야 할 게 많았고 배우들도 구해야 한다.
오디션도 그래서 꺼내는 말이겠지.
“대본은 언제쯤 수정 끝날 것 같아?”
―글쎄다. 내가 볼 때는 일주일은 더 걸릴 것 같은데. 일단 1화 완성되는 대로 보내줄게. 너도 미리미리 확인해야지.
“알았어. 수고해.”
―너도 고생해라.
김민석과의 전화를 끊은 한성태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넷플렉스에서 하게 될 ‘하루’의 촬영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