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97
97화
하늘이 파랗다.
한성태의 마음을 대변해주듯이, 그가 바라보는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
하늘을 바라보는 한성태의 표정이 어딘가 멍해 보였다.
그의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매일 가지고 다니던 대본조차 지금은 없었다.
‘이렇게 여유를 부린 게 얼마 만이지?’
‘백년초’ 촬영이 끝나고 한성태는 바로 ‘하루’를 연습하려고 했었다.
그에게는 휴식이란 사치에 불과했으니까.
쉬지 않고 달리려고 했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성태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하루라도 좀 쉬자. 네 몸이 기계는 아니잖아.
정두식의 부탁.
―사람이 어떻게 계속해서 달릴 수 있겠어. 내일은 나오지 마. 넌 좀 쉬어야겠다.
정재인이 액션스쿨에 오지 못하게 막았고.
―바람 좀 쐬는 게 어때요? 드라마 찍느라 고생했는데, 하루 정도는 쉬어도 되잖아요.
황결이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한성태와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그가 너무 일만 한다며 걱정을 표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때로는 휴식을 통해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근육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휴식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하루 정도는 자신을 위해 사는 것도 좋다며 미소를 짓습니다.]신들조차 말리는 상황에 한성태는 연습하겠다 우길 수가 없었다.
‘그래, 때로는 이런 날도 있는 거지, 뭐.’
이왕 쉬기로 한 거 한성태는 마음을 편안하게 먹기로 했다.
쉴 때 제대로 쉬지 못하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서운할 거 같으니까.
“생각해 보면 지난 1년 동안 계속 달리기만 하기는 했어.”
회귀를 하고 1년.
한성태는 쉬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처럼 일상을 보내왔다.
하루에 두 시간만 자는 날이 허다했고 아무리 오래 자도 5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이미, 몸이 길들어져 있어서 마음대로 잠을 잘 수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그의 몸은 차곡차곡 알게 모르게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운동을 하면 체력이 느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피로를 없애줄 수 있는 건 아니라며 단호하게 말합니다.]신들의 메시지를 보며 헛웃음을 흘린 그는 고개를 내려 걸음을 옮겼다.
처음으로 가진 휴식 시간.
‘뭘 해야 할까?’
주변을 두리번거린 한성태는 무작정 걷고만 있었다.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서 지금 어떤 걸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도 않았다.
잠을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아 밖으로 나오기는 했는데.
할 게 없어서 그런가, 시간이 안 가는 기분이었다.
―민석아, 나 지금 거리 나왔는데. 여기서 뭘 해야 할까?
―김민석: 지금 어디인데?
―여기 그냥 동네 거리.
―김민석: 동네 거리라는 게 그냥 집 근처 말하는 거야?
―어.
김민석의 답장이 늦었다.
마치 무엇인가를 고민하는 듯한 느낌.
―김민석: 그럴 거면 그냥 홍대를 가보는 거 어때?
―홍대?
―김민석: 어, 거기 벽화 거리도 있고 홍대 놀이터에서 버스킹도 하고. 볼 거 많아.
―그래? 음……. 한번 가보지, 뭐.
스마트폰을 끄며 한성태는 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도착한 홍대 벽화 거리.
“…….”
홍대거리 벽을 바라보는 한성태의 표정이 멍해졌다.
[‘천의 얼굴’이 상당히 인상적인 거리라며 작게 감탄을 흘립니다.] [‘비극 속에서 웃음을 만든 이’가 자유로움이 느껴진다며 영감이 느껴지는 거리라고 중얼거립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이런 곳이 있다면 진작에 오지 그랬냐며 주변을 두리번거립니다.]그러게.
이런 곳이 있었다면 한 번쯤은 와서 구경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를 가지는 게 나쁜 건 아니구나.’
전생과 현생, 모두 바쁘게 지내왔던 한성태였다.
쉬는 일도 없었고 무작정 연기만을 연습하는 일상의 반복.
그런 그의 일상에는 여유를 조금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나쁘지 않네요.”
그림이 그려진 벽을 따라 걷는 한성태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걸렸다.
영감을 많이 느끼게 하는 거리의 풍경.
연기의 신들과 함께 거리를 거닐던 한성태는 놀이터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지이잉!
둥, 두둥!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조금씩 어두워지는 홍대 놀이터.
그곳에서 버스킹을 나온 사람들이 보였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한번 들어보는 게 어떻냐며 슬쩍 제안합니다.]메시지를 본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도 많은데 곡 몇 개 듣고 가는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를 잡은 보컬이 보인다.
매우 젊어 보이는 얼굴.
그는 조금 떨리는지 옅게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마이크를 잡은 손이 떨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내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오늘 제가 부를 노래는 ‘정체’입니다. 부족하지만,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내가 드럼 뒤에 앉은 동료에게 손짓을 보냈다.
둥, 두두둥!
그의 신호에 드럼을 잡은 사람이 연주를 시작했다.
드럼에 맞춰 전자피아노가 기타가 함께 호흡을 맞췄다.
그 가운데 사내가 심호흡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당신의 하루는 어땠나요.
어제와도 똑같았나요.
매일이 반복되고 있나요.
사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고 힘이 있었다.
매일이 반복되는 같은 일상의 하루.
이제는 변화할 때가 되었죠.
그 노래는 마치, 한성태에게 말을 거는 것만 같았다.
정체되어 있었던 그의 시간에 변화가 생겼다고.
이제는 새롭게 변화한 삶을 살아가라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뜬 한성태는 고개를 들어 한쪽을 바라보았다.
[‘속도에 살고 속도에 죽는 자’가 좋은 노래라며 미소를 짓습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음색이 괜찮아 듣기 좋다고 말합니다.]신들의 메시지를 바라보던 한성태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감사했어요.”
한성태의 인생은 연기의 신들로 인해 큰 변화를 일으켰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절권도의 창시자’는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그들이 없었다면, 한성태도 여기까지 올 수 없었으리라.
그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감사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담담하게 전하는 속마음.
[‘천의 얼굴’이 당신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입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당신을 바라봅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자신들도 잘 부탁한다며 당신의 어깨를 두드립니다.]신들의 메시지 너머로 하늘이 보였다.
밤이 되어가는 시간.
하늘은 주황색으로 물들어 하루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 * *
―성태야, 지금 가야 해.
정두식의 연락을 받은 한성태는 바로 집에서 나왔다.
“준비 다 했어?”
“네, 형, 늦어서 죄송해요.”
“아니야. 이런 거 가지고, 뭘. 너무 늦은 것도 아니고.”
한성태의 말에 정두식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오늘이구나, 유퀴즈가.’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누운 한성태는 옅게 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에게 정두식이 대본을 하나 건네주었다.
“형, 이건?”
“그거 오늘 대본이래. 일단 적당히 살펴봐 봐. 그쪽 말로는 중간에 진행하다가 내용이 바뀔 수도 있다고 해서.”
“아, 고마워요.”
정두식이 건네준 대본을 받으며 한성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본에는 인사부터 시작해서 MC의 질문들이 담겨 있었다.
대본을 살피기를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리자.”
“네!”
유퀴즈의 장소는 한 곳에 고정되는 거 없이 매번 바뀐다.
이번에 도착한 곳은 카페였다.
미리 전체를 빌려서 찍었고 건물 밖으로 사람들이 구경을 온 게 보였다.
‘국민 MC는 국민 MC구나.’
저들 모두 유퀴즈의 MC, 유재혁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겸사겸사 게스트로 올 연예인도 보고.
한성태는 그들을 훑어보고는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어?”
“저 사람…… 걔 아니야?”
“지연우……. 지연우 맞는 것 같아!”
한성태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목소리에 한성태는 옅게 웃음을 보였다.
“어서 와요.”
“이야, 여기서 한성태 배우를 다 보네요!”
카페 안에 들어가는 것과 동시에 유퀴즈의 촬영이 시작되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라고 하더니.
심지어 마이크조차 촬영하면서 달았다.
“우리 성태 씨가 많이 당황한 것 같네요.”
“그러니까요. 예능이 처음이신가?”
그들은 한성태를 바라보며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네, 유퀴즈가 제 첫 예능입니다.”
“아, 그래요?”
“우와! 그럼 저희가 첫 경험인 거네요?”
“조셉, 첫 경험이 뭡니까, 첫 경험이. 언어에 조심해 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유재혁의 말에 황급히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하는 조세훈의 모습이 보였다.
저 모습은 대본에 나온 모습이었다.
자연스럽게 나온 행동.
그들은 한성태의 긴장을 풀어주려는지 장난스럽게 말을 걸어왔다.
‘이게 연륜인가.’
한성태는 유재혁의 재치 있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유재혁과 대화를 하고 있다 보니 어느샌가 긴장이 풀려 있는 자신의 모습이 보였다.
“성태 씨, 이번에 넷플렉스에 ‘레이스 스타트’ 풀린 거 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그게 지금 해외에서 반응이 매우 좋은 것도 아시나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재혁의 물음에 한성태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레이스 스타트는 현재 넷플렉스에 유통이 된 상태였다.
덕분에 해외 사람들도 넷플렉스를 통해 레이스 스타트를 볼 수 있었다.
나쁘지 않은 반응이라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다.
“성태 씨는 참 겸손한 것 같네요.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겠어요.”
그 말에 한성태는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들 성태 씨 연기 잘한다고 말이 자자해요. 그래서, 그런데 존경하는 인물이 있습니까? 연기할 때 이런 사람들이 도움이 되었다 이런 거요.”
“아…….”
유재혁의 질문에 한성태의 시선이 허공으로 향했다.
[‘천의 얼굴’이 당신의 말에 귀를 기울입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당신을 빤히 바라봅니다.] [‘절권도의 창시자’가 가슴을 활짝 펼치며 당신을 바라봅니다.]부담스러울 정도로 연기의 신들이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저는 과거 활동하셨던 모든 배우를 존경하고 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도요. 그들 모두의 연기가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특별히 한 사람만 뽑는다면?”
“모두가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어서 한 사람을 특정하기가 힘드네요.”
한성태의 말에 연기의 신들이 애매한 반응을 보였다.
아쉬워하면서도 나쁘지 않다는 듯한 느낌.
그들의 반응에 한성태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유퀴즈의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