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 the Smoke Gods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수고하셨습니다.”
스태프의 목소리에 한성태가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쭉 폈다.
세 시간이 넘게 이어진 촬영.
미리, 연습하고 왔는데도 불구하고 촬영은 생각 이상으로 많이 길어졌다.
아직도 절반밖에 촬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얼마나 더 오래 걸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성태 씨, 너무 잘하고 있어요. 이번에는 대각선으로 걸어오면서 찍어볼게요!”
촬영이 길어지는 건 한성태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의 연기가 문제였다면, 촬영 감독의 표정이 저렇게까지 밝지는 않았겠지.
[‘천의 얼굴’이 너무 열정이 과한 것도 좋지 않다며 고개를 젓습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는 자신이 광고를 찍을 때도 열정이 과한 감독을 만나 힘들었던 적이 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그래도 열정만큼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당신을 응원합니다.]광고 촬영은 이후로도 두 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네요.”
감독의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도 긴 촬영 시간으로 인해 많이 지쳐 있었다.
“수고 많으셨어요.”
“감독님도 수고하셨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감독을 향해 한성태는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에 감독이 손을 뻗어 한성태의 손을 잡았다.
“좋은 장면 많이 나와서요. 이번에 제대로 광고 만들 수 있을 것 같네요. 다 성태 씨가 잘해준 덕분이에요.”
“아니에요. 감독님께서 잘해주신 거죠. 저는 감독님께서 시키신 대로 한 게 전부인걸요.”
“크……. 겸손하기까지 하지.”
한성태의 말에 감독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촬영장의 분위기는 좋았다.
사방에서 다가온 스태프들이 한성태에게 칭찬을 토해내고 있었고 감독은 좋은 광고를 만들어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고 있었다.
‘열심히 한 보람이 있네.’
그 모습을 보며 한성태는 슬쩍, 입꼬리를 올렸다.
처음 하는 광고 촬영이라 어색한 부분이 많았지만, 몇 번 하고 나니 금방 익숙해질 수 있었다.
덕분에 제대로 집중할 수도 있었고.
“이제부터 편집 시작하면 최소 두세 달은 걸릴 것 같네요. 완성본이 나오는 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성태의 첫 광고 촬영은 끝이 났다.
오랜 시간 촬영을 해서 그런지 상당히 지친다.
“성태야, 바로 집에 갈 거지?”
“아니요. 학교 가려고요.”
“학교에는 왜?”
“과방에서 민석이랑 만나기로 했거든요.”
한성태의 말에 정두식이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두식은 그가 김민석과 만나 무엇을 할지 묻지 않았다.
“오늘 광고 찍느라 수고했고, 너무 오래 놀지 말고 집에 들어가서 푹 쉬어.”
“네, 형. 형도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네가 더 고생 많았지. 결과 나오면 나한테 연락이 올 텐데. 그때 내가 알려줄게.”
“네, 형 감사해요.”
“아, 그리고 넷플렉스에서 슬슬 오디션 준비한다고 하더라. 나중에 미팅 갔다 와서 그것도 알려줄게.”
정두식의 말에 한성태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태가 아는 정두식은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가 신경을 쓰지 않아도 완벽하게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사람.
그렇기에 한성태는 다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능력 있는 매니저가 있으면 엄청 편하네.’
예전에도 매니저를 몇 번 만나기는 했지만, 그들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마치, 수습이라도 되는 것처럼 어리숙한 모습을 많이 보였었고.
덕분에 매니저가 움직이는 것보다 한성태가 움직이는 일이 더 많았었다.
“도착했어. 조심히 들어가.”
“형도 안전 운전하세요!”
한성태의 말에 정두식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차를 몰고 사라지는 정두식의 모습을 바라보던 한성태는 차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걸음을 옮겼다.
“어? 야, 쟤 한성태 아니야?”
“맞는 거 같은데? 오늘 한성태 수업 없다고 했잖아.”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뭔 사람이 저렇게 잘생겼냐?”
과방으로 향하던 한성태는 주위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그들의 시선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만 같았다.
“민석아, 형님 왔다.”
힘차게 과방의 문을 열고 들어간 한성태는 수 쌍의 눈이 자신에게 향하는 걸 보고 멈칫거릴 수밖에 없었다.
‘김민석만 있는 게 아니었나?’
광고가 끝나고 김민석에게 전화를 했었다.
그때 김민석은 자신 혼자 과방에 있다고 말했다.
과방에서 저녁을 같이 먹자고 해서 온 건데.
어째서인지 과방에는 김민석 말고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
김리나부터 시작해서 익숙한 얼굴.
그중에는 안재우도 함께하고 있었다.
“다들 여기서 뭐 해?”
“뭐 하긴, 1학년 뮤지컬 진행을 어떻게 할지 회의하고 있었지.”
안재우의 말에 한성태는 김리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김리나와 마찬가지로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중책을 맡은 사람들.
1학년을 대표해서 그들만 과방에 온 것이었다.
‘애초에 과방 자체가 모든 학년에게 열려 있는 곳이기는 한데.’
3, 4학년들은 취업을 한다며 학교에 잘 오지 않았고.
1학년들도 선배들과 같이 있는 걸 부담스러워해 과방에 잘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그들의 모습을 보고 당황한 것이었다.
“그런데 너는 왜 왔어? 바쁘다고 들었는데.”
“아, 방금 일 끝내고 온 거야. 민석이랑 저녁 같이 먹기로 했거든. 그런데…… 자네?”
구석진 곳에 책상에 엎드려 자는 김민석이 보였다.
코까지 골며 자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헛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야, 민석아, 성태 왔어.”
“으음……. 성태 왔다고?”
“어.”
안재우의 말에 잠에서 깬 김민석이 눈을 끔뻑거리며 한성태를 바라보았다.
“왔어?”
“……그래. 왔다.”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한성태는 속에 있는 말들을 차마 입에 담을 수가 없었다.
김민석의 앞에 놓인 노트북과 노트.
공부를 열심히 한 흔적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밥 먹으러 온 거지? 잘 됐네. 안 그래도 우리도 슬슬 시키려고 했는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딱히 생각한 건 없는데. 아무거나 좋아.”
안재우의 말에 한성태는 고개를 저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선배, 여기 앉으세요.”
김리나가 자신의 옆자리를 내주었다.
그 자리에 앉은 한성태는 슬쩍 김리나의 앞을 살펴보았다.
뮤지컬 대본이 보였고 메모를 한 흔적이 보였다.
‘알아서 잘하고 있나 보네.’
한성태라고 해서 모든 시간을 그녀에게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에게도 일정이 있었기에 김리나 혼자서 연습해야 할 날도 많았다.
대본을 보니, 김리나는 혼자서 잘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성태야, 너 연락 온 거 같은데?”
“아, 고마워.”
안재우의 말에 한성태는 바로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했다.
―정두식: 감독님이 이거 선물이라고 보내줬네. 확인해 봐.
정두식에게 온 문자와 첨부파일.
그것은 한성태가 광고 촬영을 할 때 찍었던 사진이었다.
[‘천의 얼굴’이 사진을 보며 묘한 표정을 짓습니다.] [‘자신의 시대를 정의한 존재’가 상당히 잘 나온 사진이라며 감탄합니다.] [‘영원한 젊음의 배우’가 이 정도면 수요층도 확실하게 생길 것이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강아지 귀와 간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지연우의 모습.
“뭘 보는데 그래?”
김민석이 슬쩍 다가와 스마트폰 화면을 보고는 멈칫거리는 게 보였다.
한성태가 강아지 귀를 달고 있는 모습은 드라마에서도 많이 나오지 않았다.
10화 중 두 번 등장하는 게 전부.
“야. 너, 이거 온스터 올리는 거 어때?”
“뭔데 그래요? 와, 이거 진짜 온스타 올리면 난리 나겠는데요?”
“그러니까요. 진짜 한번 올려봐요.”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에 한성태는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 사진이 뭐라고 다들 그렇게 열을 내는 걸까.
한성태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올릴 거지?”
“올려요. 팬들도 좋아하겠네.”
그들의 말에 한성태는 결국,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 * *
“오늘도 아무것도 안 올리는 건가.”
한 사람이 있었다.
온스타를 살펴보고 있는 그녀의 시야에 ‘Sungtae Han’이라는 이름이 들어왔다.
한성태의 온스타.
‘백년초’를 통해 한성태의 팬이 된 그녀는 매일 그의 온스타를 들어가 살펴보았다.
한성태의 온스타에는 그리 많은 사진이 있지는 않았다.
운동하는 사진 몇 장과 밥을 먹었다는 게시글 몇 개.
그렇다 보니 한성태를 사랑하는 팬들은 자신들의 배우를 더 보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그러다 울린 알림 하나.
―‘Sungtae Han’ 님이 게시글을 업로드하셨습니다.
알림이 뜨기 무섭게 그녀는 바로 온스타를 들어가 확인했다.
“아!”
그곳에 강아지 귀를 한 ‘백년초’ 속 지연우가 담겨 있었다.
‘미쳤다……!’
그간의 노고가 이 사진 한 장으로 한순간에 풀어진 기분이었다.
“저장. 저장해야 해.”
그녀의 손가락이 사진 저장을 향해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 * *
「[오늘이 ‘백년초’ 마지막 방영이네.]
진짜 너무 슬픈 거 있지?
내가 백년초 한 편, 한 편을 볼 때마다 얼마나 마음 떨려 했는데.
벌써 마지막 화라니.
솔직히 ‘백년초’ 16부작은 너무 짧은 거 아니야?
못해도 50부작은 가야지.
어휴. 이제 우리 지연우 못 봐서 인생 어떻게 사냐.」
백년초의 마지막 화 방영 날이 다가왔다.
그에 맞춰 하나둘씩 올라오기 시작한 커뮤니티의 반응들.
그렇게 ‘백년초’의 16화이자 마지막 화가 방영되었다.
「[그냥…… 찢었다.]
솔직히 지연우랑 유예나랑 연결되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한데.
이것도 이거 나름대로 의미 있는 마무리라고 생각함.
1화에서부터 백연이랑 유예나랑 연결될 거라는 빌드업이 있었잖아.
나는 오히려 지연우가 만인의 것이 된 것 같다 더 기쁜걸?
지연우가 한 사람의 것이 되었으면 더 슬펐을 거야.」
―신은죽었다: 나도 이 말에는 인정함. 지연우가 후련하게 털어버리는 걸 보고 나도 만족했음. 지연우가 행복하면 그걸로 된 거지.
―0o3o0: 진짜 마지막까지 아련하게 만드는 드라마였다.
―이웃집토사장: 연우 같은 애 어디 없나. 진짜 키우고 싶다.
―일산도야지: 지연우 진짜…… 사랑했다.
―신대장: 아 왜! 왜 지연우랑 안 이어주냐고! 왜!
―문래동중대장: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마무리였어.
사람들은 ‘백년초’의 마무리를 마음에 들어 하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들은 마무리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이제는 지연우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서초동대대장: 한성태 연기 진짜 잘하네. 도대체 얘는 가지지 못한 게 뭐야? 연기도 잘해, 얼굴도 잘생겨. 하, 진짜 부럽다.
―뒤통수한대만: 나 솔직히 한성태 그럭저럭 잘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온스타 올라온 사진 보고 생각이 확 바뀌었잖아. 한성태, 그는 신이야!
‘백년초’가 언급되면서 자연스럽게 온스타도 거론되었다.
사람들의 좋은 반응 속에서, ‘동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뮤지컬 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