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
https://novel.munpia.com/357850 조선 무관, 발해를 세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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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지도 첨부)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범선 여섯 척이 파도를 가르며 동해 바다를 달리고 있다. 풍향이 역풍에 가까워, 벌써 몇 시간 째 삼각돛만 사용해 항해하고 있었다.
선수루 갑판에 오른 태건은 한껏 가슴을 펴고 가을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했다. 두만강 하구 근처에 자리한, 수도 서울의 관문항이나 다름없는 슬해항을 떠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고, 항해 또한 순조로웠다. 그 덕분에 출항할 때의 긴장감은 이제 많이 풀어져 있었다.
발해국 해군 함대의 첫 원양 항해이자 해외 원정이었다. 그 때문에 측근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왕인 그는 직접 배에 올랐다. 그간 토벌전이든 정복 전쟁이든, 꼬박꼬박 친정을 나갔기에, 측근들도 끝까지 말릴 수가 없었다.
발해 해군 역시 주로 근해를 항해하며 훈련해 온 터라, 이제 동해 바다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항로를 개척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다. 지금 육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만큼이나, 그가 항해 중인 이 해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더 엄중하고 시급했으니까.
태건은 자신이 승선해 있는 경흥함의 오른쪽에 바짝 붙어 운항하고 있는 악양함으로 시선을 옮겼다. 우선 좌현에 붙어 있는 수많은 포문이 눈에 들어왔다. 포문들은 두 개 층 2열로 배치되어 있는데, 무게 중심을 고려해 아래층에 구경이 큰 편에 속하는 2호와 3호 불랑기포가, 위층엔 4호 불랑기포가 장착되어 있었다.
돛대는 모두 세 개인데 선수에 보우 스피릿이 붙어 있어 마치 뾰족한 뿔을 단 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배의 전장은 대략 60미터로, 현재 동아시아 바다를 횡행하고 있는 서양 범선과 비슷한 크기였다.
태건은 악양함을 살피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조선장들을 이끌고 있는 손원표가 이 배를 설계했는데, 우연의 일치로 그 모습이 꼭 서양 범선인 갤리온을 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루나 선미루 부분의 경우, 조선 배의 형상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물론 이들 여섯 척의 경흥급 전투함이 탄생하기 전, 그 중간에 해당되는 모델도 건조됐는데, 그 형태가 서양의 카락선과 비슷했다. 현재 북쪽에 남아 있는 제2함대가 이 배들을 운용하고 있었다.
“위도 상으로 지금쯤 뭐가 나와야 하는데······.”
태건은 안력을 높여 전방을 휘둘러보았다.
그가 육분의를 만들어 보급한 덕분에, 발해 해군은 원양 항해가 가능하게 되었다. 하지만 육분의라고 만능은 아니다. 위도 파악은 가능하나 경도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태건은 항만을 빠져나오자마자 나침반을 이용, 정남 방향으로 계속 항해해 울릉도를 찾았다. 슬해항과 울릉도가 비슷한 경도상에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태건은 조선이 방치하고 있는 이 울릉도를 중간 기착지로 삼을 심산이었다.
“백이십도 방향, 적 함대 출현! 적 함대 출현!”
나침반과 천리경을 들고 돛대에 올라가 있던 견시수가 소리쳤다.
그러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제3함대 사령관 태미가 바로 반응했다.
“총원 전투 배치!”
명령이 떨어지자 깃발 신호가 올라갔고, 경흥함을 포함한 모든 전투함들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아울러 날개를 펼치듯 선박 간의 간격을 벌리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태건의 시야에도 왜 함대의 모습이 들어오자 막대 모양의 천리경을 들고 왜 함대 쪽을 살폈다.
“모두 세키부네군. 열다섯, 아니 열여섯 척인가?”
세키부네는 왜군의 주력선으로 약 80명 정도가 승선하는 배였다. 조선의 판옥선이나 왜의 대형선인 안택선(아타케부네)에 비하면 작은 크기의 배였다.
왜선들도 발해 함대를 발견했지만 별다른 동요 없이 그대로 움직였다.
“남만선인 줄 아는 모양이다.”
“그러네요. 저렇게 태평하게 움직이는 걸 보니.”
일본에 포르투갈 상선들이 자주 드나들고 있다 보니 그렇게 착각할 만했다. 일본은 서양 범선을 ‘남만선’이라 호칭했다.
“내 감이 틀리지 않다면 저놈들은 이키 섬이나 낭고야에서 나왔을 거다. 그러니 빨리 처리하고 북서 방향으로 항로를 수정해야 할 것 같다.”
태건은 그간 수평선에 육지가 나타나지 않았기에 대한해협의 서수로가 아닌, 더 넓은 동수로로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즉 대마도와 일본 본토 사이의 해역으로 들어온 것이다.
“예, 오라버니.”
제3함대 사령관 태미는 그의 여동생이다. 태미는 공주가 되기 전부터 오빠의 지원에 힘입어 조선 사회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여성 무관의 길을 걸었기에, 더욱 격식을 차려 태건을 대하려 했다. 하지만 태건은 이를 몹시 싫어해, 둘이 대화할 때는 그냥 ‘오라버니’라 호칭하게 되었다.
왜선들이 유효사거리에 들어오자 태미는 선회하라는 지시와 공격 개시를 명하는 깃발을 차례로 내걸게 했다. 그러자 함선들이 일제히 선회해 좌현을 적선들의 진행 방향에 노출시켰다.
펑! 퍼퍼펑! 펑!
발해 함대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왜선들은 화들짝 놀라 급히 선수를 돌렸지만 이미 첫 포탄이 발사된 직후였다.
그간 열심히 훈련한 덕분에 함포 사격은 꽤나 정확했다. 불랑기포에는 가늠자와 가늠쇠가 달려 있어 조선의 일반 화포보다 훨씬 명중률이 뛰어났다.
왜선들은 포탄에 적중되어 갈가리 찢겨 나가기 시작했다. 겨우 여섯 척이라 해도 한 척이 보유한 함포의 수가 무려 48문이라, 함대 전체가 보유한 화력은 무시무시했다. 더구나 불랑기포 특유의, 자포를 교환해 발사하는 특성 때문에 차탄 발사 속도가 너무나 빨라, 동일한 시간에 몇 배나 많은 포탄을 날릴 수 있다.
발해 함대가 치른 이 첫 해전의 전세는 너무나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기울었다. 왜선들의 절반은 이미 침몰 중이고, 나머지는 심하게 기울어 항행 불능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발해 함대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정유재란이 발발한 이후, 왜군은 임진란에 비해 더욱 잔인하고 포악해졌다. 발해 사람들도 조선인이 겪고 있는 비극에 대해 듣고 이를 갈고 있었다.
결국 모든 왜선들을 수장시킨 태미는 4번함인 하다함에 수면에 떠 있는 왜병들을 건져 포로로 잡고 뒤따라오라 명령한 다음, 나머지 배들을 이끌고 북서 방향으로 나아갔다.
대마도 북단이 어렴풋이 보일 무렵, 또다른 왜선들이 나타났는데, 고작 다섯 척이었다.
태건은 천리경으로 왜선을 살폈다.
“상선이군.”
“어디······.”
태미도 재빨리 천리경을 넘겨받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요.”
태미는 바로 경흥함 함장에게 명령했다.
“배에 탄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무조건 나포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
이번에도 왜선들은 전혀 회피하지 않았다. 이들 역시 발해 함대를 남만선이라 착각한 것이다.
뻥! 뻐벙!
함장의 지시에 따라 위협사격이 시작되자 왜선들은 몹시 당황해했다. 하지만 다섯 척의 발해 함대는 이미 포위 대형으로 포진을 마친 상태였다.
항왜 출신 승조원 중의 하나가 종이로 만든 메가폰을 들고 일본어로 크게 소리쳤다. 그러자 상선들은 이에 응해 곧바로 백기를 올렸다.
경흥함은 왜상선에 바짝 붙인 뒤, 해병대 병력을 내려보내 검문하게 했다.
이윽고 검문을 마치고 돌아온 정위 계급의 해병대 중대장이 태건에게 보고했다.
“이 배들의 정체는 예상대로 노예선이었습니다. 조선인 포로가 모두 수백에 달할 정도입니다.”
“이런 쳐 죽일 놈들 같으니!”
곁에서 같이 보고를 듣던 경흥함 함장이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제3함대가 원양 항해도 가능할 정도로 훈련이 되었다는 보고를 듣자마자, 서둘러 출항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정유재란 시기 왜상들은 조선인 피로인 ― 전쟁 중 피랍된 민간을 일컫는 말 ― 을 모으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때문에 한반도 남부에서 활동 중인 왜군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인간 사냥에 나섰다. 이렇게 모인 피로인을 포르투갈 상인이 많이 샀는데, 가격이 꽤 높은 편이라 왜상들이 날뛰게 된 것이다. 물론 피로인을 원하는 건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일본의 지방 영주들 역시 선호해 판로는 너무나 많았다.
“배째 끌고 가기로 하자.”
“네. 그게 좋겠어요. 그럼··· 부산포로 갈까요?”
태미는 다시 함대를 출발시켰다. 대마도가 코앞이나, 왜란에 참전한 대마도주에 대한 응징은 일단 뒤로 미루기로 했다.
발해 함대는 대마도 북쪽 끄트머리를 지나쳐 북서 방향으로 나아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부산포가 보였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다에 떠 있던 삼십여 척의 배들이 황급히 포구를 나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아울러 정박 중인 군선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저들은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나 보네. 남만선이 부산으로 올 리가 없으니, 검문하러 나오는 모양이다.”
“호호! 그러게요.”
태미는 첫 해전에서 어렵지 않게 승리한 덕분에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세키부네 정도는 그저 함포의 훈련 표적처럼 느껴졌다.
“역시 생각보다 배들 수효가 많지 않군.”
태건은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지자 내심 기뻐했다. 부산포에 주둔 중인 왜선이 적은 이유는 바로 명량 해전 때문이었다. 많은 수의 왜 군선들이 다시 복귀한 이순신의 조선 함대를 잡으려고 자리를 비운 것이다.
태건의 등장으로 시대의 흐름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조선 국왕의 성격은 변함이 없었다. 결국 구국의 영웅인 이순신 장군은 모함을 받아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조선 수군은 원균이 지휘한 칠천량 해전에서 대패해, 거의 궤멸 지경에 이른 점도 변함이 없었다.
그래서 조선인 피로인을 구출하고, 왜군의 숨통을 조이기 위해 발해 함대가 출정한 것이다.
왜군 선단에 안택선 한 척도 포함되어 있었다.
태미는 다섯 척의 함선들로 일자진을 형성케 한 뒤, 크게 선회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반원을 그리며 돈 다음, 왜선단을 향해 모든 함선이 우현을 드러내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왜선단이 함포의 유효사거리에 다다르자, 발해 함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퍼퍼펑! 펑!
이번 공격은 지난번보다 더욱 무시무시했다. 적선의 숫자가 훨씬 많은 데다, 안택선까지 포함되어 있자, 아껴두었던 2호 불랑기포까지 불을 뿜었기 때문이다. 2호 불랑기포의 구경은 지자총통과 비슷한, 105㎜였다.
발해 함대의 기습 공격을 받은 왜선단은 이내 지리멸렬해졌다. 지휘선인 안택선도 많은 손상을 입었고, 벌써 열 척의 배들이 분멸되거나 침몰했다.
살아남은 왜선들은 거대한 발해 함선들에 대항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곧바로 뱃머리를 돌려 부산포로 도주하려 했다. 하지만 왜선도 첨저선이라 선회하는데 많은 거리가 필요했고, 발해 함대는 이런 허점을 놓치지 않았다. 집요하게 따라붙으며 계속 포탄을 퍼부었다.
태건은 이미 기운 전세라 판단하고, 천리경을 들어 포구 쪽 상황을 살폈다.
포구에 정박 중인 왜선은 모두 60여 척이었는데, 이들 중 절반은 벌써 바다에 떠 있었다. 하지만 이쪽 해전이 일방적으로 진행되자 절반 정도는 다시 뱃머리를 돌렸고, 나머지 절반은 서쪽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때, 부산포 입구로 빠르게 접근하는 하다함이 태건의 시야에 들어왔다. 바다에 떠 있던 왜병을 건지고 바로 따라나섰던 하다함이 전장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곧바로 부산포로 향한 것이다. 하다함은 부산포 포구를 지나쳐 곧바로 서쪽으로 도주하던 배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훌륭한 판단이군. 우리도 움직이자.”
“예. 그게 좋겠어요.”
태미는 전장에 남은 왜선들의 처리를 다른 세 척에 맡기고, 경흥함과 바로 옆에 있던 악양함을 부산포로 이동시켰다.
부산포 포구 안은 그야말로 잔칫상이나 다름없었다.
경흥함과 악양함은 수심을 고려해 너무 깊이 들어가지 않고, 다소 거리를 둔 채 포탄을 퍼붓기 시작했다. 포구 내에 있던 약 50척의 왜선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은 정박한 채 그냥 수장당했고, 아직 물에 떠 있던 배들은 포탄을 피하려 발악하다 서로 부딪치는 등 아수라장이 되었다. 왜병들은 살겠다고 물로 뛰어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마중 나왔던 왜선들을 처리한 다른 함선들도 합류해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으로 인해 조선인 피로인을 태워 가기위해 정박해 있던 왜 상선까지 모조리 파괴되었다.
공격을 마친 발해 함대 함선들은 일제히 중앙 돛대에 발해 국기인 삼족오기를 게양했다. 이제 왜군 진영은 오늘 부산포를 공격한 함대의 정체에 대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이제야 분이 좀 풀리는군. 대마도로 가자.”
“예, 오라버니.”
태미가 경쾌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첫 출전임에도 발해 함대는 엄청난 전과를 올렸다. 거의 백 여척에 달하는 왜선을 파괴했고, 상선 다섯 척을 나포했다.
그가 탄 경흥함은 이제 순풍을 타고 빠르게 대마도로 향했다. 태건은 여전히 선수 갑판에 우뚝 서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끽하고 있었다. 대마도가 어렴풋이 시야에 들어오자 태건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문득 그가 조선통신사 호위 무관의 신분으로 일본 땅을 돌던 때의 일이 떠올랐다.
“벌써 몇 년 전의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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