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중첨선 수리호 (2)
“그럼 서둘러 출항 준비합시다.”
태미가 서두르기 시작했다. 중첨선을 몰고 나갈 생각에 마음이 바빠진 것이다.
“화물은 미리 실어 두었습니다. 이제 청수만 실으면 바로 떠날 수 있습니다.”
김덕신이 태미의 조바심을 이해하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 김덕신도 지금 몹시 설렌 상태였다. 고려상단이 보유하게 된 첫 화물선이기 때문이다.
“잘 다녀오십시오. 난 이제 조선장들을 이끌고 슬해항 조선소로 가서 대선 건조 준비 작업에 들어갈 생각입니다. 이제 목재를 모으기 시작했고, 조만간 증기기관 하나가 그곳에서 조립될 예정이지요.”
현재 개발된 증기기관은 수레에 통째로 싣고 갈 수는 없을 정도로 부피가 크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그래서 덕산동 공단에 설치된 증기기관의 경우, 조산만 공단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시험해 본 다음, 다시 분해해 싣고 가서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그렇게 몇 개 제작하다 보니 어느 정도 정밀한 규격화가 이뤄져, 굳이 조립과 분해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현지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설치하고 있었다.
더구나 지금 한창 공사 중인 슬해항은 해로로 연결되어 있어 부품 수송에 더욱 유리한 편이었다.
“벌써 조선소가 돌아간다고요?”
“예. 일손이 갑자기 늘어나니 일이 빨리 진행되네요. 허허허!”
손원표는 믿기지 않는 속도를 생각하자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계속되는 태건 군의 정벌로 인해 포로의 수가 급격히 늘어난 덕분에, 모든 분야의 공사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국화동에서 슬해항까지, 또 국화당에서 이곳 조산만까지 모든 도로 공사가 완료된 바 있다.
아울러 슬해항 조성 공사 역시 빠르게 진척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 손원표도 이곳 조산만 조선소에 소첨선과 중첨선 건조 부서만 남겨둔 채, 몇몇 조선장들을 데리고 슬해항 조선소로 이주하게 된 것이다.
“곧 대선 건조가 시작된다니… 꿈만 같아요.”
“예. 중첨선을 만들고 나니, 조금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저 중첨선에서 돛대 하나를 더 달고, 크기를 더 키우면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선창과 선실 구성이 많이 다르긴 하나, 설계를 마쳤으니 어떻게든 되겠지요.”
“와, 벌써 설레네요.”
“그러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문제가 생기면 슬해항으로 오시고. 바로 고쳐드리지.”
손원표가 웃으며 말했다. 이윽고 수리호가 돛을 활짝 편 채, 조산만 선착장을 떠났다.
“호호! 운 좋게도 순풍이네요.”
태미는 기분 좋은 미소를 흘렸다. 꽁지머리가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태미는 언제부턴가 길게 땋은 머리가 업무에 방해된다며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더니, 한 갈래로 질끈 묶은 채 지내기 시작했다. 경흥부 분위기가 상대적으로 자유분방해 가능한 일이었다.
반면 동해인들의 경우, 조선인과 어울리다 보니 취향이 조금씩 변해, 변발 풍습을 지양하고 말끔하게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순풍을 받자 네 척으로 구성된 선단 전체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첨저선인데다 사각돛까지 달린 수리호의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 중첨선 뒤를 삼각돛만 있는 소첨선 2호와 판옥선 두 척이 나란히 따라갔다.
조산만을 빠져나간 다음, 선수를 남쪽으로 돌리자 자연스레 바람의 방향이 바뀜에 따라 태미와 승조원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출발할 때와 달리 손발이 맞지 않고, 한 박자씩 늦어 태미의 불호령이 떨어지기도 했다. 첫 항해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혼란은 오래 가지 않았다.
“휴! 이제 조금 죽이 맞는군.”
“놀랍군요. 벌써 이 배에 익숙해졌다니.”
고려상단주 김덕신이 놀란 눈으로 승조원들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그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고려상단에서 배를 몰게 될 선원 후보들도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들 모두가 한선을 몰아 본 경험자였지만, 이런 배는 처음이라 모든 면이 신기하기만 했다.
태미는 횡범을 접으라 지시하고, 종범만 펼친 채 항해하기 시작했다. 배의 속도는 느려졌지만, 좌현 전방 45도 방향에서 역풍이 맞고 있음에도, 수리호는 여유롭게 전진했다. 태미는 키잡이에게 계속 방향을 지시하며 지그재그 형태로 전진했다.
“오!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역풍에도 항해할 수 있다더니……. 이렇게 하는 거군요.”
“네. 맞아요. 그래서 선장과 선원 간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리단이란 반도 지형이 나타났고, 이제 그곳을 돌아 안화만으로 진입했다.
수리단은 안화만의 동쪽에 자리한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는 반도였다. 포구는 만의 안쪽 독곶이란 곳에 세워졌는데 태건은 이 독곶을 수리항이라 개명했다. 즉 미래의 라진항이 당대의 지명에 따라 수리항이 된 것이다.
안화사 사소 ― 미래의 면사무소에 해당 ― 가 서북쪽 내륙에 치우쳐 있어, 항구 도시이자 공업 도시로 성장할 이곳을 수리사로 분리할 계획이었다.
“오호! 조선소도 이제 형태를 갖춰 가네요?”
태미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럼요. 포로가 꽤 많이 붙었습니다. 벌써 굴포랑 연결되는 길도 다 닦아 놓았답니다.”
김덕신이 웃으며 말했다.
수리호가 선착장 부근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이, 뒤늦게 들어온 판옥선이 선착장에 정박한 뒤, 부지런히 화물을 바꿔 실었다. 조산만에서 만들어진 증기기관 부품들이 하역되고, 주변에서 모은 곡물이 배에 적재되었다.
선적 작업이 마무리되자, 선단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그렇게 한참을 항해해, 선단은 드디어 단천 해안에 이르렀다.
단천에 마련된 선착장은 읍성 앞의 회산진에 있다. 남대천과 복대천이 합류하는 하구 부근에 회산보가 있어, 다들 이 포구를 회산진이라 부르게 되었다.
가장 앞선 수리호가 회산진을 향해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렸을 때였다. 꽤 커 보이는 배 두 척이 시야에 들어왔다.
태미는 배의 모양이 범상치 않음을 깨닫고 김덕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정체를 알 수가 없어 고개를 저었다.
태미는 급히 뒤를 돌아보았다. 마침 소첨선 2호가 바짝 뒤따르고 있었다. 태미의 수신호를 본 소첨선 2호는 재빨리 배 두 척에 접근해 살피더니 곧바로 적이 나타났다는 신호기를 올렸다.
“적이라고? 총원 전투 배치!”
뒤따라오는 판옥선도 깃발 신호를 보고 전투 준비에 들어갔다.
“왜, 왜구입니까?”
“예. 왜구입니다.”
왜구들은 함경도 해안에도 곧잘 나타나곤 했는데, 오늘 그 왜구를 만난 것이다.
왜선들도 선단에서 판옥선을 알아보고 즉시 달아나려 했다. 소첨선 2호와 수리호는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은 데다 화포로 무장하지 않아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뒤따라오는 판옥선 두 척은 왜구들이 상대할 배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다른 때 같으면 왜선들은 판옥선의 추적을 손쉽게 뿌리쳤을 것이다. 첨저선이라 속도가 판옥선에 비해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록 크기가 작지만 같은 첨저선이 두 척이나 선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태미는 소첨선과 중첨선을 지휘해 왜선의 퇴로를 막아서더니, 화살로 공격하게 했다. 그로 인해 왜선의 속도가 느려지자, 판옥선이 보유한 불랑기포의 유효사거리 안에 왜구의 배들이 들어오게 되었다. 태미는 이 점을 깨닫고 재빨리 소첨선과 중첨선을 전장에서 뺐다.
길이 열리자 왜선들은 재빨리 외해로 나가려 했다. 하지만 판옥선은 이미 공격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퍼퍼퍼펑!
판옥선 두 척에서 쏟아 낸 수많은 포탄이 왜선 두 척을 향해 날아갔다. 초탄이라 상당수가 바다에 떨어져 물보라를 일으켰지만 적지 않은 수의 포탄이 적중해 왜구의 배에 큰 손상을 입혔다. 확실히 기존 총통보다 명중률이 높다는 사실이 해전에서도 증명된 셈이었다.
화포에 맞아 속도가 느려지자 이제 왜선들은 사격 훈련의 표적으로 전락했다. 결국,얼마 지나지 않아 왜선에서 백기가 올랐다.
태미는 얼떨결에 바다에서 왜구 포로를 잡게 되었다.
* * *
태건은 제1군 소속 2개 연대 병력을 이끌고 이세산의 달리령에 도착했다.
이세산은 능선부가 산지의 남쪽 끝에 몰려 있어, 달리령 고개에 오르자 동해란평과 함께 해란강이 한눈에 들어왔다.
달리령을 완전히 넘어 해란강 강변에 도착하자, 태건은 숙영을 지시했다. 광명진에서 달리령까지 그 거리가 고작 10㎞밖에 되지 않으나, 부루강을 건넌데다 산길을 헤치고 오다 보니 병사들이 꽤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동쪽에서 제1연대 병력이 돌아왔다.
“여기부터 저 동쪽 산지까지 그 거리가 대략 10리 정도인데, 이세산 계곡에 자리 잡은 와르카 부락 두 개를 찾아냈습니다. 두 곳 모두 흔쾌히 귀부 의사를 밝혔지요.”
연대장 강대구가 즉시 원정 결과를 보고했다.
“저 평지에는 마을이 없고?”
“예.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강물이 자주 범람해서 그런지 평지 땅을 그냥 놀리고, 이세산 산줄기에 기대 살아가고 있는 모양입니다.”
“후후! 곡창지대를 놀리다니, 조선인 농민들이 보면 다들 답답해 복장이 터지겠어.”
“하하하! 일단 저부터 그랬습니다. 이렇게 농사짓기 좋은 땅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두 부락에서 이라대와 관련된 정보를 얻은 게 있나?”
“이라대가 여러 번 사람을 보내 연합하자고 강권했지만 두 곳 모두 거부했답니다.”
“후후! 그래서 여기가 조용했던 모양이군.”
보고를 듣고 나니, 태건은 동해란평 상황이 어떤지 능히 가늠할 수 있었다. 동해란평의 와르카 부락들은 태건 군의 복수가 두려워 이라대와 거리를 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라대는 저들을 응징할 수 없었다. 태건 군과 치를 전투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대장군! 정찰병들이 돌아왔습니다.”
부장 박민 부령이 군막 안으로 들어오며 태건을 찾았다.
“오! 보고하게.”
“덕신동 관련 내용입니다. 덕신동 중심부는 우리 편에 선 번호 마을이 많으나 그 북쪽의 구룡하 유역에 자리한 몇몇 와르카 부락이 니마차와 부화뇌동했지요. 그런데 마침, 용두산성에서 풀려난 그 지역 출신 장정들이 상황을 전파, 우리 정찰병들에게 귀부 의사를 밝혔답니다. 그리고 종성의 제2군 병력은 아직 도착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긴 하지. 그 정도면 이제 덕신동 쪽으로 보급로가 열린 셈이군. 그럼 고라이동 쪽은?”
“조금 상황이 심각합니다. 니탕가가 부족민과 병력을 모두 이끌고 동량개 부락으로 가서 고라이동이 텅텅 빈 상태입니다.”
“그럼 동량개 부락에 병력이 다 모였단 말이군.”
“그렇습니다. 동량개 부락을 정찰하고 온 자의 보고에 따르면, 적병의 수가 대략 오천에서 육천 사이랍니다.”
“어휴! 왜 이렇게 많아? 전에 우리한테 많이 잃었잖아? 그런데도 그렇게나 많다고?”
진태종이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자 김와일란을 통해 대화 내용을 듣고 있던 아치랑귀 부락의 김캉나이가 나서서 의문점을 풀어주었다.
“로툰 본가와 마을우시배 부락에서 병력 2천을 지원해 준 거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동량개 부락을 내내 살피고 있어 잘 알고 있지요.”
“그럼 동량개 부락 병력이 패퇴한다면 어디로 후퇴할까요?”
태건이 김캉나이에게 물었다.
“동량개 부락 서남쪽을 보면 주변에 비해 꽤 높은 산지가 있습니다. 그곳이 바로 우리 아치랑귀 부락 경계에 해당되지요.”
“그럼 퇴로가 서쪽이 될 수는 없겠군.”
“그렇습니다. 지금쯤 우리 부족도 병력을 모아 저들이 그 산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대비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남쪽 계곡이겠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계곡 길을 잘 골라 타면 로툰 본가로 갈 수 있거든요.”
“알려 줘서 고맙소. 그럼 내일 바로 동량개 부락을 향해 출진하지.”
“예. 대장군.”
태건은 김캉나이가 말한 산지가 어디인지 대략 알고 있었다. 바로 비암산으로, 후세에 그 유명한 일송정이 자리하게 될 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