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01
101화
아오지 탄전과 서초광산 (1)
경흥의 동해자치부청.
내부장관 손중일이 또다시 기쁜 소식을 들고 왔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내부 관리가 건네준 쪽지를 읽어 내려갔다.
“회령과 부령의 주민투표 결과가 도착했구려. 두 고을 백성 대부분이 찬성하는 쪽을 선택했네요. 오! 회령은 압도적인데? 동해부 편입에 9할 5푼, 헌법 승인에 9할이 찬성했소.”
앞서 치러졌던 경원도 경흥과 비슷한 표를 얻어 동해부의 일원이 되었다. 그런데 태건의 영향력을 덜 받은 회령이 더 많은 표를 얻는, 의외의 결과가 나와 손중일을 놀라게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주민들이 느끼고 있는 위기의식 때문이었다. 그간 잦은 외침에 시달리다 보니 그만큼 동해부 편입이 간절했던 것.
“그럼 육진에선 온성과 종성이 남았네요. 다음 투표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당연한 결과라, 이하륜은 무덤덤하게 반응했다.
“다음 달에 온성과 종성. 또 경성, 단천에서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그다음은 길주, 명천, 갑산이고요?”
“예. 하지만 그 세 고을은 전혀 준비가 안 돼 언제 실행할지 아직 기약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군이 배치됐고, 관리 또한 빠르게 충원되고 있으니 머지않아 이뤄질 겁니다. 그건 그렇고, 새로 얻은 가야현과 장령현, 광명현은 어떻게, 신경 좀 쓰고 계시나요?”
“어휴! 거긴… 정말 너무하시오.”
손중일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러자 허균과 조경린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졌다.
“가야현이야 온성에서 가까워 조금씩 이주민을 정착시키고 있으나 다른 곳은… 그럼 관리부터 뽑아 주시던가.”
“하하! 알았어요. 일단 군정으로 가면서 차차 바꿔 가기로 합시다.”
태건의 서토 정벌로, 세 고을이 동해부에 추가됨에 따라 벌써 이하륜의 조바심이 발동한 것이다. 그 정도로 이주민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갑시다.”
이 말을 하며 이하륜의 시선이 자연스레 공상부 장관 태원에게 향했다.
“탁지부, 법부와 함께 협력해 궁구해 온 상법 체계가 거의 완성 단계에 들어갔어요. 그에 따라, 피오상단을 비롯해 등록을 신청한 다른 상단의 심사도 즉시 진행하렵니다.”
현재 송화상단과 고려상단에 이어 세 번째 대형 상단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집단이 바로 피오상단이었다.
공직자는 상단에 출자할 수 없다는 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어 훈춘현 최고 부자인 첨터허 현령이 상단을 운영할 수 없자, 방계 혈족들이 출자해 상단을 만들고 등록을 신청한 것.
이들은 심지어 건주여진을 통해 흘러들어 온 명나라 은까지 자본금으로 보유하고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이들은 와르카 인뿐만이 아니라 조선인 군소 상인도 흡수하는 등, 단단히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고려상단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피오상단은 어느 분야를 노릴 생각이래요?”
“일단 운송과 의류 쪽입니다.”
“맞아, 운송 쪽이 유망하지. 국화동과 가까우니 석탄 운송 사업권만 따내도 대박이니까. 더구나 우마차 또한 엄청나게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근데 의류라면 봉제부터 시작하려나?”
“그럴 겁니다. 지금 재봉틀 생산 속도가 빨라지자, 눈독을 들이는 상인 집단이 많습니다.”
여전히 상계 흐름에 밝은 김명신 탁지부 장관이 대신 답변했다.
“게다가 다음 달부터 송화상단이 면포 경매를 시작할 예정이라, 다들 조바심이 난 상태요.”
역직기 숫자가 꾸준히 늘어나며 경흥방직의 면포 생산량도 빠르게 신장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재봉틀을 보유한 업체들은 당연히 면포에 눈독 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어떻게든 면포를 대량 확보한 다음, 아예 기성복을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품고 있었다. 이런 움직임이 촉발된 계기는 동해부의 발표 때문이다.
동해부가 조만간 새로운 군복과 각종 관복 디자인을 발표하고 이를 민간 업체에 위탁 생산하기로 방침을 결정했기에, 다들 이 사업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에 목화 원료 수급을 담당하고 있는 송화상단은 올봄부터 함흥 이남 지역의 농민을 대상으로 여러 혜택을 주는 조건까지 붙여 가며 목화 농사를 장려해 왔다. 현재 조선에 퍼져 있는 목화 종자로 함경북도를 제외한 전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어, 함흥 이남 지역 역시 목화 산지로 충분히 육성할 수 있다.
“또 다른 상단 후보는 없어요?”
“이주민 중에 경강상인 출신들이 있는데, 이들도 자주 회합하고 있으니 곧 신청할 거라 봅니다.”
역시 김명신이 알려 주었다.
“경강상인은 배를 부리는 상행에 능해 해운업에도 진출할 가능성이 있지요. 그런 면에서 우리 동해부에 아주 유용한 집단입니다.”
“그럼 다행이군요. 상단이야 많을수록 좋으니까. 그래야 우리 재정도 튼튼해지지.”
“상법이 발효되면 이제 중소 상인도 세금을 내야 할 겁니다.”
“빨리 그렇게 돼야지. 이거야 원… 농민들은 꼬박꼬박 세금을 내는데, 제도가 미비해 상인에게 세금을 못 걷는다는 게 말이 되나?”
이하륜이 한탄하듯 말하자 김명신이 미소를 지었다. 물론 김명신과 관련 있는 송화상단이나 고려상단은 그간 동해부의 재정을 책임진 곳이라 논외였다.
“석탄 안건은 어떻게 되어 가죠?”
이하륜은 다시 공상부 장관 태원에게 물었다.
“예. 부도독님 지시에 따라 동해광무공사 소속 장인들이 아오지사 경내를 샅샅이 뒤졌는데, 농경동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탄전 노두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
“잠깐! 지금 뭐라고 했죠?”
이하륜은 귀를 의심해 다시 물었다.
“농경동 부근에서 탄전 노두를 찾아냈답니다.”
농경동은 아오지사 내에서 인구가 꽤 많은 동리 중 하나로, 아오지천 북쪽 유역에 자리해 있다.
“진짜요?”
“예. 분명 석탄층이었답니다.”
이하륜은 벌떡 일어났다.
“이만 회의를 마칩시다. 난 탄전 노두가 발견된 곳부터 가봐야 할 것 같군요.”
“탄전 노두?”
조경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 *
이하륜은 동해광무공사 사장인 우극, 허균과 함께 말을 타고 황급히 아오지사로 향했다. 허균이 따라간 이유는 당연히 스스로 주체 못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곳입니다.”
“호오! 벌써 뭔가 작업하고 있네?”
이하륜은 말에서 내린 다음, 잰걸음으로 석탄층 노두가 발견된, 그리 높지 않은 언덕에 올랐다.
동해광무공사 소속 직원과 인부 몇몇이 붙어 벌써 노두 주변을 삽과 곡괭이로 파헤치고 있는데, 시꺼먼 흙이 지표면에 드러나 있어, 한눈에 보아도 석탄층이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하하! 드디어 제대로 찾았군.”
이하륜은 노출된 석탄층을 살펴보더니 언덕 꼭대기로 올라가 보았다.
탄전이 자리한 이 언덕은 아오지천 남쪽 천변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데, 그 길이가 대략 10리에 달했다.
“노두라는 게 저런 거였군.”
뒤따라 올라온 허균이 말했다.
“어, 저게 어떻게 된 거냐면, 지층이라는 게 있거든? 그게 원래 시루떡처럼 반듯하게 켜켜이 쌓이게 되는데, 그러다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 이렇게…….”
이하륜은 수평으로 펼친 손바닥을 세워 손날이 위로 향하게 했다.
“한쪽이 들려 올라오기도 하거든. 이런 원리로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광물 지층이 지표면에 노출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 부분을 노두라고 하지.”
동서양 모두 자원 탐사 기술이 미비한 시절에도 광산을 탐사하고 개발할 수 있던 건, 바로 이러한 노두 덕분이었다.
“아, 지층 얘기군. 도독님이 쓴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네. 지구과학이던가?”
이번에 대폭 늘어난 포로를 이용해 아오지 탄전을 개발하자는 허균의 제안을 들은 이하륜은 즉시 전령을 보내 태건에게 의사를 타진해 보았다. 그러자 태건도 찬성했고, 또 아오지사의 탄광 후보지 중에 노두란 지명을 본 기억이 있다며 노두를 찾아보라고 조언해 줬다. 한자까지 일치하는 그런 지명이 있다면, 아오지사 어딘가에 노두가 있을 것이라 추론한 것이다.
“노두가 발견되었으니 탄광 개발이 쉽지 않겠나?”
허균이 물었다.
“꼭 그렇지도 않아. 지층이 이렇게 곧추섰으니 갈수록 채굴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지. 땅속 깊이 들어가야 하니까. 그러나 그에 반해 훈춘의 탄층은 평평해서 개발이 편하거든.”
“아, 그래서 국화동부터 개발한 거군.”
“그런 면도 있긴 한데, 아무래도 훈춘과 경흥 간의 거리가 꽤 멀잖아? 앞으로 수도 쪽에서 더 많이 사용하게 될 테니 당연히 국화동부터 개발하는 게 맞지.”
“그렇군.”
“그러나 경흥의 석탄 수요도 급격히 늘고 있으니까, 자네 말대로 아오지 탄전을 빨리 개발할수록 이득이지.”
사실 태건과 이하륜은 아오지의 여러 탄전 중 충덕산 탄전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곳이 아오지 탄전을 대표하는 갱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오지천과 아오지천의 지류인 태양천을 따라 비교적 고도가 낮은 지형에 수많은 탄전이 분포해 있기에, 어디든 개발이 쉬운 곳부터 손대면 될 일이었다. 더구나 많은 수의 포로를 얻은 지금이 바로 개발의 적기였다.
* * *
김캉나이와 아하는 입을 쩍 벌린 채, 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포와 화승총이 뿜어내는 굉음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전황이 너무 압도적이란 점이었다. 양측 모두 비슷한 병력을 보유했으나, 전투 초반부터 균형이 급격히 기울었다.
동량개와 노토 부락 연합군은 동해부 군과 동해란평 남쪽 벌판에서 맞섰다. 거주지의 북쪽에 자리한 벌판이었다.
보유 병력도 만만치 않게 많은데다, 동량개와 고라이동 주민도 보호해야 하기에, 이라대와 니탕가는 배후 산지로 숨어들지 않고, 벌판에서 승부를 보기로 결심했다. 동량개 부락에 모인 주민의 수가 워낙 많아, 그렇게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라대와 니탕가는 이미 조선군과 싸워 크게 낭패를 본 경험이 있어 일단 해란평 전장에 미리 조성해 둔 진지에 의지하며 수비 전술로 태건 군의 수를 줄이려 했다. 그러나 태건 군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화포로 진지를 두들겨 계속 피해를 강요했다.
결국 이라대와 니탕가는 견디지 못하고 기병을 내보냈다. 무려 2천여 기에 달하는 기병이었으나, 조란탄과 화살, 화승총 총탄 세례에 큰 손실만 낸 채 후퇴해야 했다.
그 이후 전투 양상은 더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계속된 화포 공격으로 진지가 완전히 무너져 내리자, 이제 동해부 군의 기병과 보병이 나서서 여진 병력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허! 이런… 오천여 대군이 순식간에 녹아내리는군. 그 강성하다는 이라대와 노토 군이 이토록 허약하게 느껴질 줄이야.”
“저 조선군은 정말 두렵네요. 소문보다 더 강하지 않습니까?”
“그러게. 휴! 결국 후퇴하나? 조금 늦은 감이 있군.”
김캉나이는 와르카 연합군의 퇴각이 늦었다고 판단했다.
동량개와 노토 연합군 병사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오로지 살기 위해 뒤쪽으로 뛰었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주민들 거주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나 몸을 감출만한 산지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 보니, 보병은 대부분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그나마 기병만이 안전하게 전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었다.
“저런 조선군을 상대로 정면 대결을 펼치다니, 정말 이라대와 니탕가는 정신이 나갔군.”
김캉나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정말 허무하게 전투가 끝났네요. 대군과 대군이 맞붙어 꽤 치열한 격전이 펼쳐지리라 기대했는데.”
이후 동해부 군이 동량개 부락으로 들어서자, 마을 대표들이 나서서 곧바로 투항했다. 민간인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이곳에도 퍼진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