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제2함대 출범 (1)
다시 해가 바뀌어 서기 1595년, 을미년(선조28년) 여름.
드디어 손중일 내부 장관이 동해부의 숙원이던 인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물론 여전히 미비한 행정 여건상 추정치일 수밖에 없으나, 지난 수년간 정착한 이주 조선인과 현지 동해인의 인구를 나름 일일이 조사해서 합계를 낸 수치였다.
또 정확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인구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했다. 호구 조사를 시행할 수 있을 정도로 지방행정이 나름 자리 잡았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남쪽의 함남 여민자치부를 포함, 모두 246만 명입니다. 물론 추정한 수치라 5만 명 정도의 오차가 있을 수 있으나, 그 이상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손중일은 꽤 자신감 있는 어조로 얘기했다. 그 정도로 내부 조직이 열심히 발품을 팔아 조사했다는 의미였다.
함경도 이성현 이남 지역을 다스리고 있는 여민단 조직도 곧 동해부에 흡수 통합될 예정인데, 다들 그 시점을 내년 정도로 가늠하고 있었다.
“대략 250만이란 얘긴데… 아직 멀었군.”
태건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임진왜란 직전의 조선 인구를 1,000만에서 1,400만 사이일 것이라 추론했다. 그가 읽었던 여러 자료를 종합해서 얻은 수치였다. 그러므로 전체 조선 인구에 비한다면, 동해부의 인구는 여전히 초라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계속하시오.”
“예. 이중 동해인은 약 18만 명이니, 함경도를 제외한 타지에서 대략 128만 명이 이주해온 셈입니다.”
“그렇다면 백만의 목숨을 살린 셈이지 않습니까? 우리 동해부로 이주하지 않았다면 아사했거나, 왜적에게 위해를 당했을 수도 있으니까요.”
이하륜이 미소를 지으며 태건의 실망감을 덜어 주었다.
조선 백성을 몹시 괴롭혔던 ‘계갑대기근’의 재앙은 이제 한고비 넘긴 상황이다. 명나라에서 구휼 식량이 대거 들어왔고, 전란이 소강상태로 접어든 덕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올해 들어 이주민 유입 증가 추세가 전해에 비해 다소 꺾인 상황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예전의 폐사군, 즉 평안도 4군을 통해 들어오는 길이 열린 이후, 평안도와 황해도 주민의 유입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번호를 포함한 동해인의 인구 또한 빠르게 늘어나고 있었다. 전에 비해 삶의 환경이 안정적으로 바뀌다 보니 사망률이 줄고, 출생률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손중일의 보고가 마무리되자 태건이 나섰다.
“이제 행정구역을 다시 손보려고 하오. 우리 동해부가 곧 국가 체제로 돌입해야 할 것 같아서.”
“예? 국가 체제요?”
허균이 깜짝 놀라 물었다.
“아, 지금 당장은 아니고. 건국을 준비하자는 말이지.”
“하하하! 당연히 건국해야죠. 지금까지 내내 해 온 게 건국 준비인데요?”
허균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태건의 말속에 깃든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당연한 말만 되뇌었다.
“당장 건국을 선포하기에 우리 영토가 아직 작지.”
“음, 그건 그렇습니다.”
최철주 군부 장관이 침중한 어조로 대답했다. 그는 태건의 속내를 바로 읽은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영토를 대폭 확장할 생각이오. 그에 따라 새로운 행정체계도 도입해야 할 것 같아서.”
태건이 이하륜을 바라보자, 그가 나서서 서류를 내각 구성원들에게 나눠 주었다.
“오! 이건…….”
읽는 속도가 가장 빠른 허균이 먼저 탄성을 터트렸다. 이하륜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우린 동해부 체제를 벗어나 국가 체제로 들어갑니다. 그에 따라 기존 동해부의 행정구역을 조정하고, 여민부와 현덕부, 정리부를 신설, 네 개 부 체제로 재편될 예정입니다.”
“부가 네 개나?”
조경린은 몹시 놀랐다. 그간 동해부 하나로 행정을 해 왔는데, 갑자기 네 개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는 계획안을 빠르게 넘겨보다, 한 부분에서 멈췄다. 바로 향후 행정구역 개편 계획이 반영된 지도였다.
“동해부는 육진을 포함해 경성, 길주, 명천, 삼수, 갑산, 단천 등의 함경도 고을과 훈춘, 하다, 마진, 안춘, 악양, 연추, 여산현 등을 아우르게 됩니다. 그다음은 여민부인데, 당연히 함남 여민자치부 영역 전체가 여민부를 구성하게 됩니다. 그에 따라 동해부의 부도는 경흥으로 정했고, 여민부는 북청입니다. 그 다음으로 현덕부인데…….”
또한 태건은 광명과 가야, 장령, 용정, 아랑, 마을, 주서리, 너연, 허시현 등을 묶어 현덕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아, 그리고 오모호 수루와 퍼너허 톡소 부족의 항복을 받아 내거나 복속시킨 다음, 그곳에 인안현을 두기로 했습니다. 아직 우리 땅이 아니나, 미리 계획에 포함해 두었습니다.”
이 두 부족의 영역마저 차지하면 엄청나게 넓은 영토가 동해부로 들어오게 된다. 그 땅에 설치될 인안현의 ‘인안’은 제2대 발해왕 무왕의 연호이다.
“그럼 부도는 어디요?”
허균이 물었다.
“광명이 그 역할을 맡기로 했어요.”
“그럼 너무 동쪽에 치우친 거 같은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요. 훗날 증봉령 이서 지역과 인안 지방의 인구가 늘어나면, 인안과 주서리, 너연, 허시현 지방을 묶어 인안부로 분리될 겁니다. 사실 인안현이 될 땅은 조선의 1개 도에 해당할 만큼 넓지 않습니까?”
“아, 그런 면이 있네요.”
지도를 보던 조경린이 바로 이해했다.
“아직 우리 땅이 된 건 아니니, 나중에 또 얘길 나눕시다.”
태건이 웃으며 말했다. 현덕부와 관련한 질의응답이 마무리되자 이하륜이 발표를 이어 갔다.
“정리부는 일단 네 개 현으로 출발합니다.”
정리부는 작년에 새로 얻은 영토로 구성된다. 수이푼 부족의 영역을 하마현이라 이름했고, 청량단과 그 북부의 평원을 진주현으로 묶기로 했다. 그리고 진주현 동쪽에 있는 해안지대를 실리현, 또 그 동쪽의 야란 부족 본향을 수청현이라 부르기로 했다. 수청은 수찬과 함께 혼용되던 지명이라, 태건은 현의 이름으로 수청을 선택한 것이다.
“정리부의 부도는 이곳, 진주입니다.”
진주는 미래 러시아의 아르튬에 해당하는 곳이다.
“그럼 평안도 4군은 어디에 소속되지요?”
공상부 장관 홍진이 물었다.
“멀리 보면 또 다른 부가 신설되어 거기에 속해야 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은 군정이 실시되고 있으니, 일단 동해부가 뒷받침하는 게 맞겠지요.”
“또 다른 부?”
홍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럼 우린 여전히 동해부입니까?”
허균이 물었다.
“일단 정식으로 건국할 때까지 그대로 씁시다.”
이하륜의 발표가 끝나자 태건이 다시 나섰다.
“올해가 가기 전에 2개 부에 해당하는 땅을 더 공략할 생각이오.”
“예? 2개 부를요? 그것도 올해가 가기 전에 공략한다고요?”
조경린이 깜짝 놀라 되물었다.
“예. 올해가 가기 전에.”
태건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내각 구성원들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한양의 정릉동 행궁 ― 후세의 덕수궁 ―.
국왕은 도원수 종사관 최상중이 올린 서계(보고서)를 통해 남부 해안 지대에서 웅크리고 있는 왜군 진영에 관한 정보를 접하고 있었다.
“별다른 게 없군.”
국왕은 입맛을 다셨다.
“전하! 도원수 권율이 사직을 청했사옵니다.”
동부승지 윤담무가 새로운 사안을 보고하자 국왕은 깜짝 놀랐다.
“어허! 이런… 전란이 한창인데, 어쩌자고 사직을 청한단 말인가?”
“병이 깊다고 합니다.”
“병이 깊다니… 이를 어쩌나, 참으로 큰일이로고.”
오랜만에 들어온 좋은 소식이었다. 그 때문에 국왕의 표정은 기괴하게 변했다.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주느라 표정은 일그러졌으나, 눈빛에 웃음기가 묻어 나왔다.
요즘 국왕의 걱정거리는 태건의 동해부나 함남의 여민부, 또 남부의 왜군이 아니었다. 백성의 신망이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아만 가고 있는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과, 도원수 권율이었다.
태건 세력은 이미 건드리기 어려울 정도로 강성해졌고, 당장 응징할 방법도 없다. 그래서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고 지낼 정도였다. 그러나 구국의 영웅으로 떠오른 이들 육군과 수군의 수장은 그에게 현존하는 위협이었다. 그래서 두 사람의 약점을 잡고, 허물을 캐내느라 국왕의 눈이 벌게져 있던 참이었다.
국왕의 심리를 환하게 읽고 있는 영의정 류성룡이 먼저 나서서 간했다.
“병이 깊은지 아직 알 수가 없으니 행대를 보내 살피심이 마땅합니다. 오랫동안 전장을 횡행하며 쌓인 피로 때문에 사직을 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렇습니다. 전하. 살핀 후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당장 사직을 윤허하지 마옵소서.”
병조판서 이덕형과 병조참판 한효순도 류성룡과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신하들도 국왕의 의심병이 도졌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
신하들 여럿이 나서서 간하자, 국왕은 결국 권율이 던진 사직 패를 덥석 물을 수가 없었다.
“알겠소. 행대를 보내 파악한 다음 결정하겠소.”
“전하! 평안도 관찰사의 서계입니다.”
며칠 전 전임 감사 이원익이 우의정으로 승진함에 따라, 현재 평안도 관찰사는 윤승길이었다. 윤승길의 보고를 들은 국왕은 이맛살을 찌푸렸다.
“평안도 백성들이 계속 폐사군으로 빠져나간다?”
안변 쪽의 통행이 뜸해진 건 식량 사정이 좋아진 탓도 있지만, 조정에서 관도를 막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통행이 아주 끊긴 건 아니었다. 관도가 아니라도 길은 많았기에, 그 수가 비록 줄었어도 이주민은 계속 동해부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평안도 4군 방향은 속수무책이었다. 길을 막을 만큼 병력이 충분하지 못한데다, 통로도 많기 때문이다.
“폐사군을 찾아올 방법은 정녕 없는 것인가?”
조선 조정의 입장에서 평안도 4군은 여전히 폐사군이다.
“역도 세력이 무려 오천이나 되는 병력을 폐사군 경계에 배치한 탓에 언감생심이옵니다.”
전임 평안감사였던 우의정 이원익이 그간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국왕의 질문에 답했다.
현재 동해부 육군은 그 수가 3만에 달할 정도로 부쩍 늘어났다. 그래서 1, 2, 3군 모두 만 명씩, 4개 연대 체제로 재편되었다. 그에 따라 우예군과 자성군 주둔 병력도 덩달아 늘어났다. 그래서 경계 지역에만 5천 병력을 배치, 조선 측이 감히 어떤 시도도 못 하게 만들었다. 일종의 예방책인데, 이원익이 그 점을 상기시켜 준 것이다.
“노을가적의 건주여진과 역도 태건의 세력이 활발하게 교역한다는 보고도 있군.”
“작년부터 그랬습니다. 동해 역도들과 대국 사이에서, 중개무역으로 재정을 부쩍 늘린 덕분에 건주여진의 세력이 나날이 강성해지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큰일 아닌가? 역도와 오랑캐가 북쪽에서 손을 잡은 상태니.”
“그렇다고 그 둘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닐 겁니다. 언제건 반드시 만주의 패권을 놓고 싸우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서로 싸워 봐야 이로울 게 없으니 그런 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입니다.”
좌의정 김응남이 나서서 임금의 우려를 덜어 주었다.
“안변 쪽은 어떤가?”
“역도 병력 이천오백여 명이 덕원 경계에 배치되어 있어, 병력이 부족한 안변의 남병영 군은 경계만 굳게 지키고 있을 뿐입니다.”
병조참판 한효순이 대답했다.
여민단의 병력 증가 추세는 완만해져, 작년과 다르지 않았다. 인구 유입 추세가 감해졌고, 또 들어온 수만큼 북쪽 동해부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폐사군을 지키는 역도 병력과 비교하면 어떤가?”
“아무래도 덕원 쪽은 민병이 기반이니, 훨씬 전력이 약할 것이옵니다. 그에 반해 폐사군 쪽은 정예병이고 화포 무기도 튼실히 갖추고 있어 두고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왜란이 끝난 후에…….”
“언제까지 저 북쪽의 역도들을 방치해야 한단 말인가? 다들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보라!”
국왕은 갑자기 역정을 냈다. 생각할수록 짜증이 난 것이다. 그 때문에 병조참판은 도중에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송구하나이다, 전하.”
“빨리 방도를 마련해 보라. 단 하나의 고을이라도 역도들로부터 되찾아 와야 하지 않겠나?”
국왕의 채근에 신하들은 진땀을 흘렸다.
국왕이 갑자기 화를 낸 이유는 사실 권율 때문이었다. 공연히 동해부 일을 들먹이며 화풀이했는데, 늘 그렇듯 국왕의 이런 돌출 행동은 다른 사달을 불러일으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