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제2함대 출범 (2)
태건은 슬해항에서 북청함에 올라 비취도로 향했다.
북청함에는 제2함대 초대 사령관으로 내정된 고경봉 참장을 비롯해 수군통제사 이천호, 그리고 함흥함 함장 태미도 승선했는데, 함흥함은 현재 비취도에 정박해 있었다.
선수루 윗갑판에 서서 주변을 살피던 태미는 우현 갑판에 몰려 있는 장교들을 보고 시선을 고정했다. 마침 같은 장면을 보고 있던 태건이 태미에게 물었다.
“다들 열심히 하네? 누이도 육분의 사용할 줄 알지?”
이제 태미는 수군의 중추적인 장수로 성장했다. 그래서 예전처럼 ‘미야’라는, 이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호칭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태건은 점잖게 ‘누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럼요. 얼마나 열심히 익혔다고요.”
태건은 이번에 육분의를 개발해 수군사령부에 건네주고 사용법도 알려 주었다. 그러자 이천호 등의 최고위급 장수부터 시작해 중간 간부까지 모두 부지런히 육분의 사용법을 익혔다. 원양 항해에 필수적인 기술이라, 지휘관이라면 누구든 반드시 배워야 했다.
간부들은 해시계가 정오를 가리키면 육분의로 태양의 위치를 측정해 위도를 산출했다. 정오는 태양이 가장 높은 고도에 떠 있는 시각이었다.
“해도는 많이 그렸나?”
“비취도 이북 쪽은 아직 멀었죠. 그래도 아란포까지 자주 왕래하다 보니, 물길은 어느 정도 파악했어요.”
“그 너머도 가 봐야지?”
“오늘 행사 끝나면 바로 착수해야죠.”
태건은 후세의 연해주 해안을 따라 정착촌을 하나씩 만들어 갈 생각이었다. 연해주의 해안 지형이 험한 편이라, 해안을 육로로 연결하자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므로 뱃길부터 여는 게 순리였다.
문제는 바다가 어는 겨울철의 보급 대책이었다. 아란포(나홋카)는 확실한 부동항이나, 부동항으로 알려진 청량진(블라디보스토크)과 비취도 앞바다마저 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므로 가을철에 식량을 충분히 비축해 놓는 수밖에 없었다.
“승조원들도 제법 능숙해졌군.”
“뱃일을 빨리 배우더라고요. 아무래도 다들 지원한 갑사인데다 녹봉을 많이 주니, 어떻게든 붙어 있으려고 더욱 열심히 임할 수밖에 없죠.”
수군 갑사의 월급이 육군의 두 배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예상대로 지원자가 쇄도했다. 그러자 사령부 측은 선상 생활에 적응 못하거나 뱃일을 빨리 익히지 못하면 과감히 육군으로 전근을 보내거나 월급이 적은 지원 부서로 보직을 바꾸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수군 갑사 간에 경쟁이 붙어, 실력이 일취월장했다는 얘기였다.
“의무병은?”
태건은 정병이나 정군이란 말 대신, 의무병으로 호칭하게 했다.
갑사에 비해 의무병 지원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수군 일이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족한 인원을 육군 훈련소에서 강제로 차출해 오고 있었다.
“갑사들이 워낙 적극적이니 잘 따를 수밖에 없죠. 또 월급이 육군보다 많으니까 점차 수군 일에 재미를 붙이더라고요.”
태건은 의무병에게도 소정의 월급을 지급하게 했다. 육군 신병의 경우 50전인데 비해, 수군은 1원이었다. 이처럼 두 배를 지급해 강제로 배정한 데에 따른 불만을 잠재우고자 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북청함은 비취도 서북쪽 해안에 자리한 비취항에 도착했다.
청량진항이 마주 보이는 이곳에 제2함대 수군 기지를 건설한 이유는 당연히 청량진을 같이 개발하기 위함이었다. 청량진은 정리부는 물론이고, 그 이북 지방의 해양 관문이 될 곳이기 때문에 후세의 블라디보스토크처럼 대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이 컸다.
“허허! 멋지군.”
태건은 비취섬에 건설된 군항, 비취항 풍경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트렸다.
현재 이 항구에는 북청급 대선 두 척과 북청급의 절반 정도 되는 아오지급 전투함 두 척, 그리고 여덟 척의 중첨선이 정박해 있었다.
물론 여기에 아오지급 전투함 한 척과 중첨선 네 척이 더 추가되어야 태건이 설정한 제2함대 체제가 완성된다. 나머지 배들은 현재 슬해와 조산만 조선소에서 건조되고 있었다.
태건이 도착하자 곧바로 제2함대 출범식 행사가 시작되었다.
태건은 이 자리에서 수군을 해군으로 고쳐 부르라고 지시했다. 원양 항해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마당이라, 이제 기존 수군의 정체성을 해군으로 정정해 준 것이다.
태건은 행사가 끝나자, 비취항에서 하루 묵은 다음, 다시 벽해도로 돌아왔다. 벽해도 해군기지가 시야에 들어오자, 이천호를 호출했다.
“통제사. 이제 해군이 되었으니, 수군총사령부를 해군본부로 이름을 바꾸시오.”
“예, 알겠습니다. 대도독님.”
이제 네 개 부 체제가 출범함에 따라 태건의 호칭도 대도독으로 바뀌었다. 아울러 태건은 해군의 최고 지휘관을 통제사라 명명하고, 계급도 중장으로 올렸다.
벽해도 해군기지는 이제 시설의 대부분이 들어서서 제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군항은 섬의 서남쪽에 자리해 있고, 여타 시설들은 항구를 중심으로 섬의 남부에 집중 배치되어 있었다. 심지어 백사장이 있는 남쪽 해변에 휴양시설까지 자리를 잡았다.
이는 태건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섬에서 생활해야 하는 해군 장병들을 위해 이 시설을 조성해, 번갈아 드나들며 휴식할 수 있게 했다. 해군 구성원들은 그곳에서 낚시하거나 해수욕하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리고 이 섬의 동남쪽에 또 다른 시설이 들어서고 있으니, 바로 해병대 본부였다.
태건은 전투함에서 배를 운용하고 화포를 쏘는 임무를 맡은 해군과 별개로, 적선으로 건너가 전투를 벌이거나 상륙해서 육지를 점령하는 임무를 맡는 부대를 새로 창설하기로 했다.
태건과 해군 간부들은 벽해도 시설을 둘러본 다음, 섬의 등줄기 역할을 하는 언덕을 넘어 동쪽 해변으로 나아갔다.
“음, 아직 시설이 별로 없군.”
태건은 해병대 본부가 보이자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 처음 벽해도 해군기지가 들어설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본부와 장병들 숙소 건물은 벽돌과 석재로 짓고 있어 규모만 갖춰지면 꽤 훌륭한 시설이 될 것 같았다.
태건이 본부 건물로 다가가자, 해병대 사령관으로 내정된 전지로 참장이 환하게 웃으며 그를 맞아 주었다.
해병대의 전투 방식을 고려하면, 해병대에 어울리는 이들의 상당수는 항왜 출신 장병들이었다. 그래서 전지로를 해병대 사령관으로 임명한 것이다.
물론 태건의 제안에 전지로는 흔쾌히 응했다. 그는 임명되자마자 육군 부대에서 복무 중인 항왜 출신 장교를 차출하거나, 기존 수군 부대의 장교 중에서 지원자를 받아 해병대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할 만한가?”
“그다지 바쁘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간부들과 함께 전투 교리를 만들고 있지요.”
“다음 달부터 지원병을 뽑을 거네. 그런데 많지는 않을 거야.”
“저도 처음부터 많이 오면 오히려 부담됩니다. 차근차근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 시기라서요.”
“그렇지. 새로 창설되는 부대니까, 뭐든 다 새로 만들어야지.”
“해군의 도움을 받으면 좀 나아질 겁니다.”
“그래야지. 항상 같이 움직일 테니까. 그리고 말이야. 어쩌면 훗날 해병대가 상륙할 땅이…….”
“하하! 알고 있습니다. 일본이란 말이죠?”
“그렇네.”
“상관없습니다. 이제 저는 이곳 사람이니까요. 그래도 기회가 된다면 가족 정도는 데려오고 싶네요.”
전지로는 일본을 떠나온 이후 처음으로 가족을 언급했다. 태건도 그 사실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자고. 다른 항왜 장병들도.”
“그러면 다들 감읍할 겁니다.”
전지로는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은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 *
태건이 경흥으로 돌아왔을 때, 놀라운 소식이 들어와 있었다. 익문사 독리 권형이 즉시 그의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들어오시오.”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괜찮소. 뭔가 급한 일인가 보네요.”
“예, 그래서 송구함을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익문사는 작년 가을에 출범한 대외 정보기관이었다. 태건을 보필하는 도독부 산하로, 태건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친위 조직이다. 태건은 이 조직의 명칭을 ‘익문사’로 정하고, 수장을 독리라 이름했다.
권형은 태건이 장령현 방면으로 친정 나갔을 때, 회파동에서 만난 대대장이다. 매우 총명한데다 입이 무거워 태건이 직접 발탁한 인물이었다.
현재 익문사 조직은 정보 대부분을 직접 조직원을 파견해 얻는 방식이 아닌, 멀리 상행을 다녀오는 상인이나 새로 들어오는 이주민을 통해 수집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었다. 아직 조직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변과 평안도 4군, 두 지역만은 예외로 상주하는 인원이 있고, 이들을 연결하는 연락망도 보유했다. 특히 평안도 4군의 경우, 평안도 조선군은 물론 누르하치 건주부의 움직임까지 파악해야 하므로, 동해인을 첩보원으로 뽑아 정보를 수집해 왔다.
이들은 중계무역 시장이 선 여연 대안 지역인 주서리현의 태평사와 탕하진은 물론이고, 그 북쪽 호이파부 대상 교역소인 너연현의 부흥진을 드나들며 정보를 수집해 왔다. 이들의 활동 덕분에 태건은 건주부와 호이파부의 움직임을 면밀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 무슨 일이오?”
“건주부가 결국 하다를 침공했답니다.”
“뭐, 벌써 하다를?”
태건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권형을 바라보았다. 누르하치 군이 하다를 침공한 해는 1599년이다. 즉 4년 뒤에나 벌어질 일이었다.
“어쩌다 그렇게 됐지?”
“별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국경 부근에서 일어난 하찮은 충돌을 핑계 삼아 바로 침공을 감행했습니다.”
“그래서?”
“하다의 국주 멍거불루가 여허의 국주 나림불루에게 구원병을 요청했다는 소식까지 들어왔습니다.”
“누르하치가 아주 자신감이 붙었군.”
“은 보유량이 엄청나답니다. 우리 동해부와 명나라, 또 여진 각부와 활발하게 교역하며 부를 축적했고, 이를 통해 군사력을 빠르게 신장시켰습니다. 또 그 은으로 서부의 몽골 부족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였답니다.”
“음, 그게 크게 작용했군. 호르친 부족과 손잡았으니 여허를 우습게 볼 정도가 되었어.”
“예. 호르친 부족뿐만이 아니라 그들의 세력권에 있는 시버 부족과 구왈차부 또한 누르하치 편에 선 것 같습니다.”
호르친과 시버, 구왈차부 모두 지난 구러산 전투 때 누르하치의 반대편에 선 몽골계 부족들인데, 이제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누르하치가 큰 결단을 내렸군. 하기야 하다부터 잡아먹어야 국력을 더 빠르게 키울 수 있긴 하지.”
여진족의 힘은 명을 상대로 한 교역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런데 하다를 손에 넣으면 이제 여진족 부족국가 중에서 명과 국경을 접한 나라는 오로지 건주부만 남게 된다.
아울러 명나라가 발행한 무역 허가장인 칙서도 더 많이 얻게 된다. 이 허가장이 있어야만 교역을 할 수 있는데, 명이 해서여진 각국에 발행한 허가장은 모두 1,000개였다. 이들 중 하다가 700개, 여허가 300개를 갖고 있으므로, 하다를 병합하는 데 성공하면 무려 700개가 누르하치의 손에 들어오게 된다. 건주부가 갖고 있는 기존의 500개를 더하면 모두 1,200개가 되므로 사실상 명의 무역을 독점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누르하치 입장에서 세력을 키우려면 먼저 하다를 칠 수밖에 없으나 구러산 전투의 후유증도 있고 해서, 누르하치는 당장 그런 야욕을 드러내진 못했다. 그런데 역사에 없던 동해부가 만주 세력 판도에 개입함으로 인해, 그 일이 더 빨리 일어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