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증기자동차 (1)
조산공단에 자리한 동해기계공사.
이하륜은 요즘 들어 내정 대부분을 태건에게 맡기고 이곳을 자주 오가고 있었다. 오늘도 일을 일찌감치 마치고, 이곳으로 향했다. 그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 때문이다. 게다가 오늘은 보여 줄 게 있다고 홍은을 꼬드겨, 같이 길을 나섰다.
“맞춤형 증기기관은 일찌감치 완성했는데, 다른 장치가 문제였지.”
“그래서?”
“크크! 성공했지~”
“오호! 그럼 오늘 그걸 보여 주는 거야?”
“어, 오늘 마지막으로 시험 한 번 더 해 보려고. 성공하면 정식으로 외부에 선보일 생각이다.”
“대단하네. 오빠도 보면 은근 능력자야.”
“나도 원래 잘나갔거든? 나 참! 무시무시한 괴물 옆에 있다 보니 평범해 보일 뿐이지. 더구나 난 기계 전공자라고.”
“그렇긴 하네.”
“이야! 저 영혼 없는 리액션 봐라. 어? 형님이 무슨 말만 하면 눈을 반짝이며, 빛의 속도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 사람은 어디 갔나~ 재미없는 농담에 까르르 웃음 터트리던, 어? 그런…….”
이하륜의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홍은의 호위를 맡은 소동구가 곁에서 키득거렸다.
“어머! 벌써 도착했네?”
마침 홍은의 바람대로 동해기계공사 정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와, 다 나와 계셨군.”
오늘은 특별히 기계장들이 모두 나와 이하륜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역시 조바심이 난 탓이다. 이하륜도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인사조차 생략했다.
“자! 바로 시험해 봅시다.”
이하륜이 기계장들에게 지시하자, 그들 중 하나가 덮어 놓았던 천을 벗겼다.
“와아아! 멋진데?”
“그치?”
“오빠, 정말 대단하다. 증기자동차라고 해서 꽤 조악한 형태로 나온 줄 알았는데, 좀 세련돼 보이는데?”
“머릿속에 든 게 있는데 어떻게 우악스럽게 만들겠니? 하지만 액체 연료를 쓰지 못하니, 기관부가 무거워 여전히 투박하긴 해.”
증기기관차를 만들 수 있는 지식도 보유하고 있으나, 레일을 놓을 강철이 부족해 이하륜과 태건은 상의 끝에 증기자동차를 먼저 개발하기로 했다. 마침 고무 제품이 대거 출시되기 시작한 점도 이 결정에 한몫했다. 고무로 바퀴의 진동을 완화해 수명을 늘리고, 여러 고무 재질의 부품도 만들 수 있게 되자, 추진을 결정한 것이다.
“근데 이거 제대로 달릴 수나 있나? 포장된 도로라 해도 잔돌이나 깔아 놓은 수준인데요?”
홍은이 의문을 제기했다.
“시내나 살살 다녀야지. 그 정도는 충분하거든. 사실 전시효과 차원에서 개발한 측면도 있어. 기계문명 시대가 열렸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게 말이야.”
“우와! 그러네. 전시효과로 자동차만큼 좋은 게 있겠어요?”
“또 이걸 통해 노하우도 얻어야 하고. 형이 맨날 증기기관 트랙터 타령하는 거 알지?”
“알죠. 일손은 부족하고, 개간해야 할 땅은 너무나 광활하고. 그래서 우린 일찌감치 기계화 농업으로 가야 한다고 입이 닳도록 얘기했잖아?”
증기기관 트랙터는 서양에서 일찌감치 개발 ― 1768년에 최초로 등장 ― 되어 유용하게 쓰였다. 특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처럼 농토가 넓은 미국에서 트랙터의 수요가 폭발, 농업기계의 개발이나 개량 속도가 더욱 촉진되었다.
“그러자면 이 첫 모델부터 잘 만들어야지.”
“그렇구나. 정말 수고했어요.”
“다들 수고했지, 뭐.”
이하륜은 증기자동차로 시선을 옮긴 다음, 한탄조로 말했다.
“대형 제철소가 빨리 세워져야 철도도 놓고 하는데 말이다.”
“오빠, 지금 눈앞에 있는 저거부터 굴릴 생각을 해야지, 무슨 철도야.”
“저거야 뭐 성공한 거나 마찬가지니까, 다음 과제가 벌써 눈앞에 어른거리네.”
“그럼, 내가 타 봐도 돼?”
“어. 나랑 같이 타자.”
기계장이 차량에 부수된 소형 보일러에 불을 붙이고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관 회전축의 속도가 오르자, 이하륜과 홍은이 자동차에 올랐다.
자동차는 6인승 승용차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아직 지붕까지 올리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증기기관은 앞부분에 장착되어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여전히 시험 단계인데요.”
기계장 원대장 장봉수가 홍은을 보고 물었다. 이하륜이야 늘 하던 일이니 홍은을 걱정해준 것이다.
“호호! 괜찮아요. 잘 만드셨겠죠.”
“그럼 바로 시운전에 들어가겠습니다.”
장봉수가 기관부에 올라타더니 구동축과 기관의 동력을 연결하는 레버를 당겼다. 일종의 클러치 장치였다. 그러자 증기자동차가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와아아! 간다! 움직이네.”
홍은이 흥분해서 소리쳤다. 오랜만에 타 보는 자동차였다. 자동차는 공장을 빠져나와 공장 앞 공터로 나왔다. 지켜보던 기계장들도 홀린 듯한 표정으로 자동차를 따라 나왔다.
“속도를 조금 올려 보겠습니다.”
장봉수가 화력을 더 높이자 자동차의 속도가 더욱 빨라졌다. 그렇게 자동차는 공터를 몇 바퀴나 돌았다.
“하하하! 생각보다 잘 만들었다. 괜찮은데?”
홍은의 평가에 이하륜의 어깨가 으쓱 올라갔다.
“이제 세워 봐야지. 원대장님, 부탁합니다!”
“예.”
이하륜은 제동장치의 개발에 많은 시간을 쏟았다. 달리려면 먼저 멈출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데, 워낙 타당한 말이라 기계장들도 묵묵히 따랐다.
끼익!
자동차는 약간의 마찰음을 내더니 멈췄다.
“하하하! 어때? 완벽하지”
“와아! 오빠, 정말 큰일 했다.”
“그치? 나 스스로 그건 인정!”
이하륜은 기계장들에게 말했다.
“여러분, 성공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가면 되겠네요. 그러나 오늘은 그저 술이나 진탕 마십시다!”
이하륜이 정식으로 성공했다고 말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기계장들이 환호성을 터트렸다.
* * *
경흥현 수리사 수리단 해변에 자리한 고려조선소.
이 조선소의 운영 주체는 ‘고려해양’으로 고려상단과 조선장들이 합작해 만든 첫 민영 조선회사였다.
고려상단은 해운 사업과 관련해 이곳에서 벌써 두 개의 회사를 출범시켰다. 그 하나가 바로 이 조선소이고, 다른 하나가 ‘고려해운’이었다.
고려조선소는 그간 상선으로 쓸 중첨선을 주로 건조했는데, 만드는 즉시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 덕분에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이들의 주요 고객은 당연히 대형 상단이다. 송화상단 계열사인 고려해운은 물론이고, 함강상단과 피오상단도 해운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깨닫고 고려조선소에 중첨선 건조를 의뢰했다.
현재 상인들이 쓰고 있는 중첨선은 화물을 싣기 좋도록 실내 공간이 개량되었는데, 상인들은 이를 소선이라 이름했다. 수군은 중첨선이라 불렀지만, 전투보다 화물 적재가 목적인 상선으로 보면, 중첨선은 여전히 작은 배였기 때문이다.
태건과 측근들은 드디어 고려조선소에 도착했다. 이곳 선거에서 첫 민간용 대선이 건조될 예정이라, 이 배의 착공식 행사에 초대되었는데, 태건은 이번 기회에 고려조선소를 살필 겸, 흔쾌히 초대에 응한 것이다.
“오오! 그새 이렇게 커졌다니.”
동행한 허균은 조선소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깜짝 놀라 감탄사를 터트렸다. 태건 역시 걸음을 멈추고 조선소 풍경을 눈에 담고 있었다.
비록 슬기항 조선소에 비해 선거의 크기가 훨씬 작으나, 수가 훨씬 많은데다, 모든 선거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작업량이 많다 보니, 그 배후에 목재를 가공하는 목공소를 비롯해 배 겉면에 바를 도료를 제조하는 업체, 각종 가죽 부품과 돛을 만드는 업체들이 즐비하게 들어서서 성업 중이었다. 이들 모두가 해당 업종의 장인들이 출자해 설립된 업체였다.
민간 조선소이다 보니 포로를 부릴 수가 없어 일반 노동자를 뽑아 썼는데, 이들의 상당수는 이주민 출신이었다. 이주민의 대부분은 북방으로 가서 농토와 집터를 배정받고 정착했지만, 이곳의 임금이 높다 보니 가족 구성원 중 한두 명이 이곳에 남아 일하게 된 경우가 많았다. 혹은 기아와 역병으로 많은 가족을 잃은 이들은 농토 배정받기를 포기하고 단천이나 이곳 조선소에서 일자리를 찾기도 했다. 이들에겐 특별히 주택이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아울러 각 상단이 상행 중에 모집해 온 동해인 노동자도 꽤 많은 편이었다.
착공식은 간단히 끝났고, 태건은 고려조선소 사무소로 가서 그간의 성과와 향후 선박 건조 계획에 관해 듣게 되었다.
발표자로 나선 이는 손원표 밑에서 일을 배운 조선장 출신인 염지선 조선소장이다. 그는 중첨선뿐만 아니라 1호 대선인 북청함의 건조에도 참여한 바가 있어, 조선소장으로 발탁된 인물이다.
“중첨선, 그러니까 소선은 지금까지 열다섯 척이 진수되었는데, 고려해운이 일곱 척, 함강상단이 다섯 척, 피오상단이 세 척을 가져갔습니다.”
“피오상단이 좀 적군.”
“예, 아무래도 육상 상행이 우선이라 그렇답니다. 그러나 그들도 세 척의 건조를 더 의뢰했습니다. 해운이 더 편리하다고 여긴 듯합니다. 그에 반해 함강상단은 원래부터 해운업에 집중해, 상단 규모에 비해 보유 중인 배가 많은 편입니다.”
“이번에 화폐의 유통을 원활하게 하려고, 대출을 대폭 늘려 주니, 그거 믿고 씀씀이가 커진 것 같지 않습니까?”
허균이 태건에게 물었다.
“좋은 일이지. 그러라고 자금을 푼 거니까.”
현재 은 생산량이 급격히 늘어났고, 금과 구리 생산량 또한 점차 늘고 있어 동해부 정부는 시중에 돈을 충분히 풀고 있었다. 세수가 대폭 늘어난 점도 통화량을 늘리는데 한몫했다.
이제 새로 생겨난 고을을 제외한 기존 고을마다 동해은행 지점이 개설되어, 화폐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래서 일반 백성도 원하는 만큼 화폐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리고 해운업에 뛰어든 세 개 상단 모두, 거선 한 척씩 건조를 의뢰했습니다.”
고려조선소는 해군 함선인 대선과 구분 짓기 위해 같은 선종인데도 이를 ‘거선’이라 명명했다. 염지선 소장은 거선 설계도를 걸어 놓더니 선체 구조에 관해 설명했다.
“상선답게 군선에서 화포 운용하는 갑판 층을 없애 화물을 더 많이 실을 수 있게 한 점이 변화를 준 부분입니다. 아울러 기중기가 없는 부두에서도 화물을 내릴 수 있도록 상갑판에 소형 기중기를 설치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태건은 마치 자기의 일인 것처럼 염지선의 설명을 집중해서 들었다. 발표가 끝나자 태건이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기 시작했다.
“해적에 대한 대비책이 아예 없군.”
“예? 해적이요?”
“이 배는 남쪽으로 항행을 자주 떠나게 될 텐데, 그럼 바다에서 어떤 해적을 만날까?”
“아, 이런… 왜구가 있었군.”
“왜구뿐만이 아니오. 지금 남쪽 먼바다에서 남만인들이 이런 거선을 타고 다니는데, 망망대해에서 조우할 경우 저들이 해적으로 돌변하지 않겠소? 그뿐만이 아니오. 왜구와 손잡은 중국 해적도 있소. 왜구와 구분이 안 될 정도이지. 또한 우리가 작년에 정벌한 야란도 걱정해야지. 우리가 그들을 모두 토벌한 건 아니니까. 북쪽으로 도주한 자가 많으니, 배를 타고 와서 노략질할 가능성도 크지.”
“어휴! 그럼 사방 모든 바다에 해적이 있단 말입니까?”
“그렇다고 봐야 하오. 그러니 해적과 만날 걸 대비해 배를 설계해야 합니다. 포 갑판을 한 층 정도는 넣어야 할 겁니다. 군선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단독으로 항행하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르니, 더욱 그래야지.”
“그럼 우리 민간 상단에도 화포를 보급하실 겁니까?”
고려상단주 김덕신이 나서서 물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오. 법적 토대도 만들어 주겠소. 이런 거선에 한해 사병을 고용해 쓸 수 있도록.”
“아, 고맙습니다. 대도독님.”
“그리고… 여객 사업도 한번 시도해 보지 않겠소?”
태건은 고려해운의 김예신 사장에게 물었다. 김예신은 탁지부 장관 김명신의 사촌 동생이다.
“여객 사업이요? 그게 뭡니까?”
“사람을 태우고 운임을 받는 사업이오. 물론 약간의 화물도 같이 싣겠지만.”
김예신은 태건의 말을 잠시 곱씹었다. 그러더니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한번 고려해 보겠습니다. 남쪽 원산포에서 북쪽의 아란포에 이르기까지, 동해 항로를 따라 사람을 태워 주는 사업이라면 전망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용할 이들이 꽤 많겠지요. 육로로 움직이자면 몇 달씩 소모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배로 가면 열흘이면 충분하니까요.”
“원산포에서 아란항까지 중간 기항지를 거치지 않을 경우, 오륙일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되오.”
“허허! 정말 빠르군요.”
“그리고 그런 배가 군에서도 꼭 필요하오. 때에 따라서 군에서 비용을 지불하고 빌려 쓰게 될지도 모르니, 되도록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시오.”
태건은 대선 건조만큼이나 민간 해운의 활성화 과제를 중시했다. 큰 배를 갖게 되면 당연히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게 되어 있지만, 태건은 동쪽과 북쪽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므로 화물과 사람을 싣는 배가 많이 필요하리라 내다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