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증기자동차 (2)
며칠 후. 경흥현 조산사 노구동의 주택단지.
2년여 간의 공사 끝에, 노구동 주택단지 대부분이 완공되었다. 그 결과 이곳은 이제 주택단지가 아닌 관광지가 되었다.
3층 높이의 주택이 성벽처럼 줄줄이 들어섰는데, 그 모습이 매우 이국적이라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기 시작하더니 이제 곳곳에서 구경꾼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심지어 안에 입주해 사는 이들조차 틈만 나면 밖을 거닐며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을 감상할 정도였다.
이 주택들은 근대 영국의 테라스 하우스 양식을 모델로 삼았으나, 그보다 오히려 진일보한 면이 있었다.
태건은 겨울철 난방시설 문제로 고심하던 설계자 홍은에게 과감히 동파이프를 사용하자고 제안, 난방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화폐로 쓸 정도로 귀한 구리이나, 어차피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구리 생산량을 대폭 늘려야 하므로 과감히 동파이프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사상 최초로 온수 보일러가 선을 보이게 되었다.
또 당분간 석탄을 활용해야 할 형편이라, 일산화탄소 가스 중독을 우려해 보일러실을 집 뒤로 뺐다. 아울러 석탄은 물론 장작도 땔 수 있게 배려했다.
하수 시설도 갖춰졌다. 오폐수 관을 땅에 묻었고, 이 물을 정화하는 시설도 바닷가에 만들었다. 그러나 문제는 상수도 시설이었다. 상수도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아, 상수도 시설 공사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 대신 공동 우물을 여러 개 조성해 입주자들이 물을 길어 사용하게 했다.
이 주택단지의 주인은 당연히 정부였고, 세입자는 조산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장인 가족이었다. 노동자들은 한 채에 여럿이 공동으로 기거했고, 장인 가족의 경우 한 채씩 배정받았다. 훗날 주택 시세가 형성되면, 정부는 이 주택을 시중에 내놓을 계획이었다.
남쪽 언덕에 올라 조산 공단과 노구동 주택단지를 일별해 보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주택단지와 공업단지를 구분하는 도로가 남북으로 시원하게 뚫려 있는데, 길도 넓은데다 포석까지 깔려 있어 길조차 멋있어 보였다. 그러다 보니 이 남쪽 언덕은 늘 구경꾼들로 붐볐다.
그런데 오늘은 붐비는 정도가 아니라,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언덕을 뒤덮었다. 언덕뿐만이 아니라 언덕 아래 길가는 물론, 주택단지 뒤편의 노구산 기슭도 사람들로 잔뜩 들어찼다. 여전히 흰색 옷을 선호하는 조선인이 많다 보니, 마치 거리와 산에 흰 꽃이 핀 것처럼 보였다.
이들은 오로지 증기자동차가 달리는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도로 옆, 조산공단 입구 부근에 며칠 전 시험 운전을 끝낸 그 증기자동차가 서 있었다.
연단에 앉아 있는 태건은 자동차보다 이 노구동에 모여든 주민에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어쩌다 사람이 이렇게 많이 모였지? 관보의 힘인가?”
“그렇습니다. 화원이 그린 자동차 그림까지 곁들여서, 오늘 시험 행사를 개최한다고 여러 번 알렸지요.”
학부장관 허균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 관보 좀 볼 수 있소?”
태건은 너무나 바빠 관보조차 볼 틈이 없었다. 허균이 학부 관리를 향해 손짓하자, 한 명이 관보를 가져다주었다.
“증기의 힘을 이용해, 저절로 가는 수레가 개발되어 세상에 첫선을 보이게 되었소. 물과 석탄만 있으면 된답니다. 이걸 개발한 이하륜 부도독과 기계장들은 이 수레를 ‘자동차’라 명명했소. 그러니 이 수레가 스스로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은 주민 제위들은 경흥현 조산사 노산동으로 오시오… 허허!”
기사를 읽자, 저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잘 썼군. 그림도 멋지고.”
지금도 화원들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주민들이 잔뜩 모인 이 풍경 자체가 장관이라, 한눈을 팔 틈도 없었다.
“그럼 시작할까?”
태건이 이하륜에게 신호를 보내자, 이하륜과 장봉수 기계장 원대장이 곧바로 보일러를 점화한 다음, 레버를 당겨 자동차를 움직이게 했다.
“오오! 움직인다!”
“허허허! 진짜 저절로 가네?”
자동차의 속도가 빨라지자 주민들은 일제히 탄성을 터트렸다.
“뭐, 뭐야? 왜 이리 빨라?”
“헉! 저러면 말과 소가 왜 필요하겠어? 물과 석탄만 있으면 된다고 하지 않았나?”
이윽고 주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와아아! 멋지다.”
“하하하! 천지개벽이 일어났구먼.”
“정말 오래 살고 볼 일 아닌가? 이게 무슨 조화람?”
이하륜은 노구동 주택단지 끝까지 달린 다음, 차를 돌려 다시 돌아왔다. 자동차는 그렇게 두 바퀴를 더 돌다가 태건 앞에 멈췄다.
“수고 많았네. 큰일을 해냈어.”
태건은 차에서 내린 두 사람에게 다가가 차례로 손을 잡았다.
시험 행사가 다시 이어졌다. 구경꾼들이 더 오랫동안 볼 수 있도록 다른 기계장이 번갈아 차에 올라 달리며, 중간에 물과 석탄을 보충해 주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내구력 시험까지 겸한 셈이었다.
태건은 옆자리에 앉은 이하륜에게 물었다.
“저거 최고 속도가 얼마나 되지?”
“삼십 장미를 너끈히 넘을 걸요?”
시속 삼십 장미(30㎞) 정도의 속도라면 꽤 진보한 형태의 증기자동차였다.
증기자동차를 처음 개발한 이는 프랑스인 퀴뇨로, 1770년의 일이었다. 당시 그의 증기차가 낸 속도는 겨우 시속 4㎞에 불과했으니 30㎞면 꽤 빠른 편이었다. 그 후 증기자동차는 개량을 거듭해 성능이 좋아져, 1930년대까지 활용되었다고 한다.
“석탄과 물 보충 간격은 대략 20분에서 30분 정도?”
“예, 그 정도죠.”
“그럼 도로를 따라 주유소처럼 석탄 보급소를 만들어야 하나?”
“저걸 상용화하려면 반드시 그래야죠. 하지만 시내용으로 활용해야 할 겁니다. 길이 좋지 못하니까.”
“흠. 시내용인들 무슨 상관이겠어? 아주 좋아.”
태건은 자동차의 개발 성공 사실보다 그걸 보고 격하게 환호하는 주민들 모습을 더 흔쾌히 여겼다. 문명을 발전시키려면 이런 종류의 충격이 필요했다.
“후후! 이 자동차는 분명 사람들의 의식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거야. 직접 제 눈으로 보는 것만큼 좋은 게 없지.”
“맞습니다. 저 또한 아직도 진정이 안 돼 여전히 손이 떨리고 있지요. 흥분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군요.”
허균이 감격에 찬 목소리로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제 백성들 모두가 기계에 관심을 보이고, 그 작동 원리도 궁금해할 겁니다. 그러다 보면 의식이 빨리 깨어 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뭐, 그렇겠지.”
태건은 씩 웃더니 이하륜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그럼 다음 단계는 증기기관 트랙터와 버스겠네?”
“아, 형! 진짜 너무하는 거 아냐?”
“뭐, 그렇다고.”
“에휴! 맞는 말이라, 뭐라 못하겠다. 팔자려니 하고, 그냥 기름밥이나 계속 먹어야지.”
이하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 * *
동해부 육군, 제1군 사령관 송찬황은 사령부 병력을 이끌고 명월진을 벗어나, 예비 인안현 영역으로 들어갔다.
그가 하르파령 ― 두만강의 지류인 부루강의 발원지이자, 미래 안도현과 돈화시의 경계를 이루는 고개 ― 에 이르자 이곳에 주둔 중이던 제2연대의 진태종 연대장이 그를 맞아 주었다.
“제1연대에서 보낸 전령이 도착했소?”
“예. 부르하 유역을 따라 북진하고 있습니다. 목표의 절반쯤 돌파했다고 합니다.”
부르하는 송화강의 지류로 허시현과 인안현 사이에 있는 산악 지대를 흐르는 강이다.
태건은 앞으로 닷새 후에 2차 영토 확장 작전에 돌입하라고 제1군과 2군 사령부에 명령한 바 있다. 이번 작전의 특징은 각 부대가 목표 지점을 향해 동시에 진격하는 것이다. 그러나 제1군의 제1연대만은 별도로 먼저 움직이기로 했다. 그에 따라 허시현의 방어를 담당하고 있던 제1연대는 지금 인안현을 향해 북진 중이었다.
“오모호 수루와 퍼너허 톡소의 추가 움직임은?”
“여전히 없습니다. 이제 저들은 더 이상 대안을 찾지 못했으니, 곧 투항해 올 겁니다.”
오모호 수루와 퍼너허 톡소는 해서여진의 호이파와 동해여진의 남둘루와 동맹 관계를 맺길 원했다. 동해부 군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몹시 다급해진 것이다.
호이파는 이들의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동해부를 적으로 돌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남둘루는 흔쾌히 응했지만, 제 코가 석 자라 두 부족을 도울 여력이 없었고, 두 부족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해서여진의 울라에 도움을 요청했다. 울라는 미래의 길림시와 교하시 등 송화강 중류 유역에 자리한 나라이다.
울라의 버일러 만타이는 이들에게 울라에 복속되어야 도울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이들은 그 제안을 단번에 거절했다. 어차피 귀부해야 한다면 동해부가 낫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울라는 악명이 높은 국가였다.
울라가 강제로 이들 두 부족을 복속시키지 못한 이유는 당연히 건주부의 견제와 동해부의 서진 때문이다.
“울라의 만타이는 머리가 아주 터질 지경일 겁니다. 오모호 수루와 퍼너허 톡소를 세력권에 두고 있지만, 끝내 복속시키지 못했으니까요.”
하르파령에 주둔하며 주변 정보를 수집해 왔던 터라, 진태종은 울라에 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겠지요. 지금 저들은 우리와 갈등이 생기는 상황을 극도로 피할 테니까. 건주부도 그렇고.”
“가만히 있으면 고사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으니 더 답답할 겁니다. 철천지원수 누르하치의 세력은 나날이 강성해지고, 우리 동해부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나 같으면 위험을 감수하고 동해 여진 부족들을 재빨리 복속했겠소. 그거밖에 길이 없으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누르하치의 과감성 때문에 움직이지 못한 모양입니다.”
누르하치는 결정이 신속했고, 움직임도 빨랐다. 그래서 울라와 여허는 이를 고려해야 하므로 항상 행동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
“내 생각도 그렇소.”
“아, 전령이 또 왔습니다.”
진태종이 남쪽을 가리켰다. 제1연대가 보낸 전령인데, 곧 홀한하 상류에 도착한다는 전갈이었다.
후세 돈화시 시내를 기준으로 볼 때, 제1연대가 그 서남쪽 지역에 다다른 것이다. 또 제2연대는 동남쪽에 자리한 셈이었다.
“그럼 저들도 우리 군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을 테니, 이제 사자를 보내시지요.”
진태종이 항복을 권하는 사자를 보내자고 제안했다. 송찬황도 당연히 찬성했다.
“그게 좋겠군.”
그렇게 사자를 보낼 준비하던 중, 수많은 기마가 줄을 지어 하르파령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후후! 사자를 보낼 필요도 없게 생겼소.”
송찬황은 기마들의 정체를 바로 알아보았다.
“맞습니다. 오모호 수루의 추장들이군요.”
당장 제1연대와 2연대 병력의 압박을 받는 곳이 오모호 수루이다 보니, 이들이 먼저 움직인 것이다.
“저들이 항복하겠다고 온 이상, 퍼너허 톡소도 귀부를 결정하겠지?”
“그럴 겁니다. 그러니 투항을 받아 내기 위해서라도 바로 북서쪽으로 군을 움직이는 게 좋겠습니다.”
진태종의 제안을 송찬황은 흔쾌히 따랐다.
이들의 예상대로 며칠 지나지 않아, 퍼너허 톡소 역시 동해부에 투항했다. 그 덕분에 인안현 전체가 동해부의 품으로 들어왔다. 인안현 역시 내륙 분지인데도 꽤 넓은 평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광명현과 용정현, 아랑현을 합친 것만큼이나 농토 면적이 넓었다.
송찬황은 제2연대를 인안현에 남기기로 했다. 퍼너허 톡소와 오모호 수루 부족에 대해 진태종만큼 잘 아는 이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