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평안도 민란 (1)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다.
동해부 육군 제1군과 2군의 2차 영토 확장 작전이 모두 마무리됨으로 인해, 그에 수반된 엄청난 양의 업무가 또다시 동해부 관리들을 괴롭혔다.
이제 태건의 집무실 벽엔 전에 비해 두 배로 넓어진 동해부 지도가 떡하니 붙어 있었다.
“정말 지도만 봐도 가슴이 웅장해진다. 저 광활한 미타호 대평원이 우리 땅이 되다니.”
“이제 웅장해지는 걸 그만둘 때도 되지 않았나?”
태건이 웃으며 이하륜에게 말했다.
북미타호 평원, 혹은 미타호 대평원은 미타호의 북부 평원을 이르는 말로, 미래의 ‘흥개호 평원’이다. 이 미타호 대평원과 더불어 그 서쪽에 자리한, 혜민강 ― 태건은 백성에게 큰 혜택을 주는 강이라 하여, 무런강을 혜민강으로 개명함 ― 평원 또한 곡창지대로 개발할 수 있는 땅이었다.
태건은 혜민강 유역의, 이 동서로 길쭉한 형태의 평야 지대를 혜민평원이라 이름했다. 역청탄을 포함한 고급 유연탄 탄전을 보유한 봉밀산은 혜민평원의 동쪽 끝부분에 해당한다. 이곳부터 그 길이만 무려 80㎞에 달하는, 동서로 길쭉한 형태의 거대한 충적 평야 지대가 펼쳐져 있는 것이다.
“아닌데? 더 해야 하는데? 이 기분을 되도록 오래 느끼고 싶은데요?”
“놔두시지요. 흥을 이기지 못해 저러는 거니까. 솔직히 저도 같은 심정입니다. 대도독께서 저곳만 얻으면 조선 팔도 백성을 모두 먹여 살릴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허균이 웃으며 두 의형제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랬지. 정말 가능한 일이지. 그 땅 전체가 흑토지대이기 때문이네.”
“흑토요?”
“그게 말이야. 부식토라 할 수 있는데, 그 부식토 층이 워낙 두텁다 보니 퇴비가 필요 없는 곳이라 할 수 있거든. 게다가 농작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모든 영양분이 다 있지.”
이하륜이 흑토지대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거긴 북방의 추운 기후대에 자리해 있어 식물의 생장에 필요한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곳이지. 그런데 흑토지대라면 말이 달라지거든. 땅이 워낙 비옥하니까, 짧은 생육 기간이라도 능히 풍성한 결실을 얻을 수 있단 말이야. 그게 바로 흑토지대의 이점이다.”
“헉! 그 정도인가? 솔직히 난, 저 추운 땅에서 농사를 지어 봐야 얼마나 거둘 수 있을지 다소 의심했네만.”
허균이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혜민평원과 미타호 대평원 같은 흑토지대만 그런 게 아니야. 다소 비옥도가 떨어지긴 해도, 두만강 근처 평원들도 모두 비옥한 편이라 예상보다 많은 소출이 나오고 있지 않은가?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지.”
태건도 부연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렇다면 빨리 이주민을 보내 땅을 개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앞으로 이주민을 미타호 주변 평원과 혜민평원으로 돌리라 하게.”
“예, 내부장관에게 그리 전하지요.”
현재 평안도 4군을 통해 계속해서 평안도 주민이 유입되고 있었다. 다른 지역에 비해 통로가 늦게 열린 탓에 평안도 주민들의 유입추세는 함경도 방면의 유입 감소세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였다. 또한 평안도와 황해도는 비교적 인구가 많은 편이라, 경계 개방 효과가 더욱 두드러졌다.
“그럼 평안도와 황해도 주민도 그쪽으로 돌려야 합니까? 홀한현도 아직 텅텅 비어 있는데요?”
평안도 4군을 통해 유입된 이주민의 일부는 백두산 부근에 소수만 정착하고, 대부분은 그대로 북상해 인안현(돈화 지역)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요즘은 니마차와 닝구타의 항복으로 새로 설치된 홀한현 지방에도 조금씩 정착하기 시작했다.
태건은 일단 홀한현과 혜민평원, 미타호 대평원에서 군정을 실시하고 훗날 다시 행정구역을 개편하기로 했다.
“일단 혜민평원부터 평안도와 황해도 사람들을 정착시켜 보자고. 미타호 대평원은 삼남과 경기도, 강원도 출신 이주민을 주로 정착시키고.”
“예. 내각회의 때 그렇게 전하지요.”
부도독 이하륜이 대답했다.
“경흥급 대선은 어떻습니까?”
허균이 태건에게 다른 주제를 물었다.
올여름부터 슬해항 조선소에서 신형 대선의 건조가 시작되었다. 그래서 태건은 신형 대선에 동해부 고을을 함명으로 붙이기로 하고, 제1호 함이 될 군함을 경흥함이라 명명했다. 그래서 북청급 대선과 구분해 경흥급 대선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태건이 며칠 전 슬해 조선소로 행차해 경흥급 대선의 건조 현황을 살피고 돌아왔기에 이를 궁금히 여긴 허균이 물어본 것이다.
“순조롭지 뭐. 일단 설계가 마음에 들더라고. 그러니 설계대로 건조되면 괜찮을 거네.”
“이번에는 여섯 척이나 건조할 생각이라고요?”
“그러기로 했지. 내후년 상반기까지 마쳐 달라고 신신당부했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실체를 보게 되겠지.”
“기대되는군요.”
허균은 미소를 짓더니 이하륜처럼 다시 벽면에 붙은 동해부 지도로 눈길을 돌렸다.
“대도독님, 저 이당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여민부 소속이던 이당은 얼마 전 새로 설립된 부처인, 외부의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외부는 주로 외교와 주변 부족들과 교류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인데, 업무량이 아직 많지 않아, 관리 몇 명만 뽑아 놓은 상태였다.
“들어오시오.”
굵고 낮은 그의 목소리와 다르게 얼굴은 다소 긴장되어 있었다. 태건이 그걸 간파하고 바로 질문했다.
“무슨 일이오?”
“누르하치가 사자를 보냈습니다.”
“누르하치가?”
“예, 동생 슈르하치를 주서리현 평화사로 보낼 테니, 대표자를 파견해 달라고 합니다.”
“무슨 주제로 회담하자고 했소?”
“밝히지 않았습니다. 그냥 만나자는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크크! 후르카 부족 권역을 제외한 동해여진 전체를 우리가 차지하니 몸이 달았나 봅니다.”
이하륜은 누르하치의 의도를 대충 파악했다.
“그럼 부도독이 가게. 슈르하치가 온다고 하니.”
“예, 그러지요.”
“그 일만 있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태건은 이당의 표정에서 뭔가 다른 급한 사안이 있다고 여겼다.
“그렇습니다. 평안도 강계부와 위원군 등지에서 민란이 일어났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방금 익문사에서 알려 줬습니다.”
“그건 이미 알고 있어요.”
익문사가 태건 직속 기관이다 보니 태건도 벌써 이 소식을 접한 상태였다. 강계부와 위원군은 동해부가 관리하는 평안도 4군의 접경지대에 있는 고을이었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허균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강계와 위원 같은 산골에서 민란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군 병력이 더 많은 곳 아닙니까? 아… 그렇군. 군 병력이 이주민을 막았군요? 그래서 반발이 일어난 모양입니다.”
허균은 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보려다 말았다. 이내 스스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랬겠지.”
“그래서 혹시 어떤 조치라도…….”
이당이 물었다.
“신첨 연대장에게 파발을 보냈소. 궁술에 능한 자들을 보내, 백성을 해하는 자가 있다면 징벌하라고.”
“음, 절반만 개입할 생각이군요.”
“그렇소. 난 되도록 조선군과 싸우고 싶지 않소. 하지만 그 조선군이 백성을 해친다면 그들을 벌할 수밖에.”
“그럼 여민부 쪽 안변은 어떻게 합니까?”
태건은 이당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당이 굳은 얼굴로 찾아온 건 바로 이 일 때문이었다.
* * *
슈르하치가 누르하치 방으로 들어와 말했다.
“형님, 조선 측에서 회담에 응하겠다는 답신이 왔어요.”
“잘 됐군.”
“과연 저들이 우리의 요구에 응할까요?”
“글쎄, 잘 모르겠다.”
이하륜의 예상대로 누르하치는 이번 동해부의 2차 영토 확장 작전 상황을 지켜보다가 깜짝 놀랐다. 동해부 군사력이 더욱 강해진데다, 영토마저 넓어졌기 때문이다.
물론 누르하치의 건주부 세력도 만만치 않게 강성해졌다. 동해부와 활발히 교역한 덕분에 은이 쌓여 갔고, 물산도 풍부해졌다. 그래서 누르하치가 주변 부족의 암반들을 회유할 때 주로 활용한 갑옷 선물도 늘어나 더 많은 아군 세력을 모을 수 있었다.
갑옷을 선물하는 건 누르하치의 독특한 외교 전략이었는데, 실제로 이게 효과가 있었다. 물산이 부족한 가운데, 주변 부족과 충돌이 잦은 여진족에게 갑옷은 생명을 지키는 도구이자 군사력 그 자체였다. 그래서 누르하치로부터 선물 받은 갑옷 수량에 따라 친소 정도가 판별나기도 했다.
교역뿐만이 아니라, 하다를 복속시키고 몽골계 부족인 호르친과 구왈차, 시버 부족과 동맹 관계를 맺은 점도 국력 신장에 한몫했다.
물론 명의 간섭으로 하다국을 완전히 복속시키진 못했다. 명의 사자가 와서 칙서를 무효화한다며 협박하자 누르하치는 하다의 버일러, 멍거불루의 아들 우르구다이를 새로운 버일러로 내세우고, 자신의 측근들로 인의 장막을 치고 군권을 장악하게 해 일종의 속국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므로 명의 간섭이란 것은 그저 누르하치에게 성가시기만 한 행위일 뿐, 그의 행보를 전혀 제어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만간 반드시 호이파를 정복해야 하는데 말이야.”
현재 누르하치의 유일한 관심사는 바로 호이파 정벌이었다. 여허와 울라는 아직 건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허와 울라 또한 감히 누르하치에게 대적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들보다 세력이 약한 호이파를 호시탐탐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호이파와 동해부가 서로 교역하고 있어, 동해부의 의중을 알아내는 게 몹시 시급한 과제였다.
누르하치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아예 만주를 동해부와 양분할 계획까지 세웠다.
“어차피 태건 세력은 조선인이 중심이니, 훌룬부를 흡수하는 데 관심이 없지 않겠습니까?”
슈르하치는 태건이 해서여진 복속에 관심을 없을 거라 단언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네. 땅이라면 욕심을 낼지 몰라도, 사람한텐 관심이 없겠지.”
“하하! 재미있는 상황이군요. 태건 세력권으로 계속 조선인이 유입되고 있으니 저들은 땅이 필요하고, 우린 인구가 적어서 사람이 필요하고.”
슈르하치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제로 누르하치는 땅보다 사람한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투항하거나 정벌한 동해여진 부족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자신의 본거지로 데려왔다. 그 덕분에 조선의 육진이 평화로워졌고, 만주 땅이 텅텅 비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두만강 유역은 여진족 밀집 지역이라 누르하치가 눈독 들이던 곳이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태건 세력의 등장으로, 동해여진 주민의 대부분을 동해부에 빼앗겼기에, 해서여진만큼은 온전히 흡수할 생각이었다.
“또 하나 저들이 우리 요구를 들어줄 이유가 있지.”
“그게 뭡니까?”
“명 때문이네.”
“명이요?”
“이번 전쟁으로 명과 조선은 더욱 가까워져, 한 몸이나 다름없는 처지가 되었지. 그렇다면 명은 과연 태건 세력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마 적대적 세력으로?”
“그렇지.”
“하지만 명은 우릴 경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굳이 멀리 떨어진 태건 세력을 적대하진 않을 것 같은데요.”
“그러나 저들로 인해 조선이 더욱 약해진다면?”
“음, 그렇다면 생각이 달라지겠네요.”
“그뿐만이 아니지. 그간 수집한 정보로 볼 때, 저들은 절대로 명에 사대하지 않을 거네. 저들의 관보에서 명의 연호가 누락되었다고 하지 않았나?”
누르하치의 정보력도 놀랄 만했다. 관보에 명의 연호가 빠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 작은 일 하나만으로 동해부의 이념적 지향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허허! 사대하지 않고, 조공도 하지 않는다면 명의 적국인 셈이죠. 우리도 조공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더구나 우리가 무너지면 태건 세력은 명과 조선, 이 두 나라를 외로이 상대해야 하네. 그러니 저들은 분명 우리 요구를 들어줄 거네.”
“알겠습니다. 그럼 안심하고 다녀오지요.”
슈르하치는 회담이 성공하리란 확신을 얻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