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평안도 민란 (2)
조선 국왕은 평안도에서 일어난 민란에 상황을 전해 듣고 노발대발했다.
“뭐라! 강계와 위원에서 밀려나다니, 이게 말이 되나! 초근목피로 연명해 온 농민 반도를 상대로 정병이 패배하다니,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 아닌가? 이번 패배에 책임이 있는 변장과 무관들을 모두 체포해 역도 태건과 연루된 건 아닌지 바로 추국해야 한다고 보는데, 경들은 어찌 생각하나?”
“전하! 반도에게 패한 변장들에게 어찌 허물이 없다고 말할 수 있겠나이까? 그러나 사군을 차지한 역도 세력이 개입한 정황이 있고, 반도의 수가 너무 많아 불가항력으로 밀려난 측면도 있습니다. 특히 후방인 희천에서 민란이 일어날 조짐이 있어 재차 토벌에 들어가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군사를 물렸다고 들었습니다. 희천이 농민 반도에게 넘어가면 강계와 위원은 고립되어 고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희천을 안정시키고 다시 강계와 위원을 토벌하는 게 순리라 생각했을 것입니다.”
병조판서 이덕형이 용기를 내어 나서서 변장들을 변호해 주었다.
강계와 위원에서 민란이 일어난 건, 조선군이 통행을 적극적으로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강계와 위원 등지에서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이주민의 수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 그 수가 수천에 달하게 되자 결국 소요 사태로 번지게 되었다.
통행을 철저히 틀어막으라는 왕명이 떨어지다 보니, 변장들은 관도는 물론이고 셀 수 없이 많은 샛길까지 병력을 보내 차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 따라 병력의 밀도가 현저히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처럼 길목마다 배치된 병력의 수가 적다 보니 민란을 초기에 효과적으로 제압하지 못했고, 결국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된 것이다.
결국 통행을 막으라는 왕명이 민란을 불러온 셈이었다.
병판의 변론은 꽤 합리적이었으나, 이에 대한 반론이 없다면 조선 조정이 아니었다.
“말도 안 되오. 아무리 그 수가 많다고 하나 도검 하나 제대로 소지하지 못한 농민 반도요. 애초에 그 싹을 과감히 잘랐다면 일이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오.”
“소신도 같은 의견이옵니다. 함경도 반도들과 내통한 자는 없는지 반드시 살펴야 합니다. 강계 부사와 위원 군수는 물론, 첨사와 만호들을 삭탈관직하고 도성으로 불러들여 추국해야 마땅합니다.”
양사 관리들이 나서서 국왕의 편을 들어주었다.
조선군이 강계와 위원에서 후퇴한,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동해부 특수군의 활약 때문이었다.
태건의 명에 따라 신첨 연대장은 몸이 날래고 궁술에 능한 이를 뽑아 민란 토벌에 적극적인 장수들을 암살했다. 그렇게 몇몇 지휘관이 당하자, 병사들은 싸울 의욕을 아예 잃게 되었다. 굶주림에 지쳐 4군으로 들어가려는 백성의 행렬을 막는 왕명이 부당하다고 여기던 병사들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병사 수보다 몇 배나 많은 백성이 노도처럼 들고 일어나자, 결국 남은 변장들이 희천에서 일어난 소요 사태를 핑계로 병력을 뺀 것이다.
양사가 편들어 주자 결국 국왕은 뜻대로 행했다.
“선전관을 보내 위원과 강계의 부사와 군수, 만호, 첨사들을 모조리 체포해 도성으로 압송하라!”
“전하! 장수들을 모조리 붙잡아 오면 희천은 물론 주변 고을도 위험해집니다.”
결국 영의정 류성룡도 나섰다.
“새로 뽑아 보내면 된다.”
임금은 여전히 천하태평이었다.
“아울러 안변부의 남병영 군에 일러 덕원을 되찾아오라 전하라. 저 역도들이 평안도에서 우리 군을 공격하였다고 하니, 이대로 계속 당할 수는 없는 법이다.”
의외로 덕원을 공격하라는 명령에 토를 다는 신하가 나오지 않았다. 안변부의 남병영 병력이 제법 확충되어 천오백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여민부 병력에 비해 현저히 적었지만, 정병이기 때문에 싸워 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전회의가 끝나자, 정릉 행궁을 나온 이원익과 류성룡은 장소를 옮겨 남은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봐도 오늘 나온 주상 전하의 대책이 큰 화를 불러올 것 같군요.”
이원익이 오늘 회의에 대해 간단히 평했다.
“나도 같은 의견이오. 평안도와 함경도, 두 곳 모두에서 그럴 것 같군.”
“태건이 어떻게 나올까요? 영상 대감은 태건의 인물됨에 대해 저보다 잘 아시지 않습니까?”
“나 또한 태건을 만난 적이 없소. 하지만 직접 교류한 이만큼 안다고 자부할 수 있지. 그자는 우리 조선과 싸우길 원치 않을 것이오. 그러니 오늘 조치는 긁어 부스럼을 만든 셈이지요. 가만히 있는 태건을 자극한…….”
“근데 함경도까지 포함하면 이미 조선 팔도에 버금가는 땅을 새로 차지했다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입니까?”
“사실일 것이오. 태건 군의 강한 군사력을 부족 단위로 분산되어 사는 야인들이 제어할 수나 있겠소?”
“그렇다면 정말 큰 일이군요.”
“후후! 이제 인정해야 할 때가 온 같소. 조선이 두 국가로 분단되었다는 사실을.”
입 밖에 내서 안 될 말이었다. 그러나 류성룡은 서슴없이, 선언하듯 말했다. 우의정 이원익 역시 오랫동안 같은 생각을 해온 탓에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여연군과 강계부의 경계에 해당하는, 우항령에 포진해 있던 신첨의 제10연대는 태건의 명령에 따라 곧바로 남진해 강계부에 입성했다.
동해부 군이 강계부에 이르자, 아직 북쪽으로 떠나지 못한 이주민과 강계부 주민들이 뜨겁게 환영해 주었다. 봉기의 여파가 남아 있어, 주민들은 동해부 군의 진주를 반길 수밖에 없었다.
신첨은 강계도호부 관아에서 대대장들과 함께 차후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곳 강계부에 몰려 있는 이주민을 모두 여연으로 보내게. 아울러 그 사람들이 최종 목적지를 묻거든 방침에 따라 혜민 평원으로 유도하라고 전하라. 너무 북쪽이라 싫다고 하면 인안현이나 홀한현을 추천하도록. 압록강 가까운 곳에 정착하길 원한다면, 여연에 있는 관리가 알아서 처리하게 하고. 그 또한 우리 동해부의 방침이니.”
혜민 평원으로 정착을 유도하라는 태건의 명이 떨어졌으므로, 신첨은 이주민들의 행선지 지정에 개입하고자 했다.
평안도 4군을 통해 들어오는 이주민이 늘어나자, 경흥과 연결되는 역참 이외에 이주민을 위한 역참도 생겨났다. 이주민과 군 병력이 내내 동행할 수 없다 보니, 역참이라도 설치해 중간에 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그리고 남형소 대대장!”
“예. 연대장님.”
“일단 1대대 병력을 이끌고 최대한 남쪽으로 진군하게. 후속 부대도 곧 보내 줄 거네.”
“그럼 어디까지 갑니까?”
“대도독님께서 조선군과 대면까진 하지 말되, 최대한 남쪽으로 가서 진지를 구축하라고 하셨지.”
“조선군은 희천에서 작전 중이라 들었습니다.”
“그러고 있겠지. 희천에 너무 가까이 가면 분쟁이 일어날 테니, 적유령관까지 가는 건 어떨까?”
“적유령관이요? 하하하!”
남형소는 놀란 표정을 짓다, 폭소를 터트렸다.
적유령관은 미래 북한의 자강도 송원군 송원읍에 해당하는 곳인데, 강계와 희천의 중간 지점이 아닌, 강계에서 무려 70㎞나 떨어진 희천과 훨씬 가까운 곳에 있었다.
“얻을 수 있을 때 최대한 많이 얻어야지.”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적유령관을 얻으면 방어하기도 좋지요.”
남형소 부령도 연대장의 의견에 동의했다.
“12연대도 위원의 갈헌동보까지 차지하기로 했으니, 대충 방어선이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잘 정돈된 것 같은데?”
갈헌동보는 위원군에 속한 압록강 강변의 방어시설로, 인접한 이산군 ― 훗날 초산군으로 바뀜 ― 과 가까운 곳에 자리했다.
“그리고 제2대대는 성간이란 곳에 주둔하며, 1대대에서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 호응할 수 있도록 하게.”
“예. 그리하지요.”
“3대대와 4대대는 강계에 남아 나와 같이 남은 일을 처리하자고.”
“예. 알겠습니다.”
3대대와 4대대장이 동시에 대답했다.
“휴! 아주 속이 다 후련하군.”
신첨은 작전지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곳 강계에서 민란이 일어났을 때, 그는 당장이라도 강계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던 중, 결국 조선군이 알아서 강계를 포기하고 물러나는 바람에 그의 염원이 저절로 이뤄지게 되었다.
강계야말로 평안도 산악 지대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였다. 신첨의 조치로 인해 이제 미래 평안북도의 절반가량이 동해부 영토가 되었다. 엄청난 진전인 셈이었다.
* * *
류성룡이 예견한 대로, 국왕의 무리한 군사행동 결정은 좋지 않은 결과를 낳게 되었다.
이미 안변의 조선측 남병영과 덕원의 여민부 진영은 서로 내통하며 지내던 사이다. 국왕의 출진 명령이 떨어지자 남병영 군은 진석령으로 나아가 거짓 전투를 벌였고, 결국 표면적으로 대패했다. 아울러 출진한 병력의 절반 이상이 포로가 되었다.
관찰사 원희와 남병사 정문부는 전사한 것으로 처리되었다. 물론 그들은 멀쩡히 살아 있는데, 황진과 허성의 예를 따라 동해부에서 출사하지 않고 당분간 초야에 묻혀 지낼 예정이었다.
어쨌든 진석령 전투에서 대승한 여민부 군은 그대로 남진, 철령이 있는 안변부를 점령했다. 이 전투로 인해 이제 함경도 모든 고을이 동해부의 영토가 되었다.
“관찰사와 북병사는 일단 가족과 함께 함흥에 정착할 생각이랍니다.”
이번 진석령 전투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여민부에서 오혼 부령이 직접 경흥으로 와서 태건에게 보고했다.
“경흥엔 언제 오시나?”
“잘 모르겠습니다만, 감시의 눈길이 잦아들면 길을 나서지 않겠습니까?”
“그게 좋겠군. 그런데 거짓 전투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했소?”
“장수들이 정병들의 의사를 은밀히 확인하고 동해부로 들어가길 원하는 경우, 이들의 가족을 데려와 미리 동해부로 보냈답니다. 그리고 관찰사 영감은 귀부를 원하지 않는 병사들과 장수들을 진형의 후방 쪽에 배치했습니다. 그들은 남병영과 여민부의 내통 사실을 전혀 모르는 자들이라, 저들의 눈을 속일 필요가 있었지요. 그래서 촉 없는 화살을 쏘기도 하고…….”
“그러다 포로가 되었고?”
“허허! 그렇습니다.”
오혼 부령도 당시 상황을 생각하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알겠소. 이제 때가 되었으니 여민부 군을 제4군으로 재편하고, 병력도 늘려 1만을 채워 주겠소.”
“오! 고맙습니다. 그럼 여민부 백성 모두가 안심하며 잠을 이룰 수 있을 겁니다.”
오혼은 감사의 인사를 하고 물러났다. 그가 나가자 곧이어 이하륜이 들어왔다. 이하륜은 슈르하치와 회담을 끝내고 방금 귀환한 상태였다.
“회담하느라 수고 많았다.”
“수고하긴 했지. 회담할 것도 없더만. 오가는데 시간만 많이 썼지, 뭐.”
“어때?”
“예상대로였어요. 동맹을 맺자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싫다고 했더니 황당해하며 쳐다보더라고.”
“하여간 성격은… 후후!”
태건은 이하륜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났을 회담 자리를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밀약만 맺기로 했지. 누르하치는 해서여진을 복속시키겠다고 했고, 우린 간섭하지 않기로 하고. 그 대신 그쪽도 남은 동해여진을 건드리지 않기로 했고.”
“잘했네. 저들이 해서여진과 동부 몽골 부족을 온전히 흡수해야 명과 어떻게든 비벼 볼 수 있을 테니까.”
“일단 형이 원하는 대로 됐네?”
“그런 셈이지. 일단 건주부가 몸집을 불려야 할 시기이니까.”
“그럼 이제…….”
이하륜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태건을 바라보았다.
“이제 해야지. 내년 봄에 준비를 마치고 여름에.”
태건의 대답을 들은 이하륜은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