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46
146화
경흥급 대선 (2)
태건이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공주라서 그런 건 아니고?”
그가 태왕으로 즉위함에 따라, 태미는 자연히 공주가 되었다.
“허허! 절대 아닙니다. 태미 공주님은 오로지 실력만으로 이 자리까지 온 겁니다.”
“통제사 생각은?”
“저도 같은 의견입니다. 태미 정령만큼 훌륭한 적임자는 없지요.”
“음, 표정들을 보니 속내를 말한 것 같긴 한데 말이야.”
“솔직히 저라고 제3함대 사령관 자리에 욕심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발해 해군의 미래를 위한다면 태미 함장이 맡는 게 맞습니다.”
고경봉이 재차 강조해 말했다.
“알겠네. 그럼 태미 정령을 참장으로 승진시키고 신임 사령관으로 임명하겠네. 그럼 다음 달에 정식으로 제3함대를 출범시키세.”
회의가 끝나자 태건은 다른 지휘관들을 내려보내고 태미를 불렀다.
“누이가 제3함대 사령관으로 추천되었어.”
“아, 그렇습니까? 정말 고맙습니다. 기하!”
태미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끼린 그런 표현 쓰지 말자. 불편해.”
“알았어요, 오라버니. 정말 오라버니는 격식을 참 싫어하네요. 나도 그렇긴 하지만. 호호! 집안 내력인가?”
승진 소식에 기분이 좋아진 탓에 태미가 다소 수다스러워졌다.
“낭비야.”
“오… 정확한 표현이네요.”
“잘할 수 있지?”
“무조건 잘해야죠. 사실 속으로 얼마나 바랐다고요. 3함대 맡는걸. 근데 정말 꿈이 이뤄졌네요.”
“내년 여름까지 총 여섯 척이 진수될 예정이니까, 승조원도 미리 확보해 둬라. 훈련도 게을리하지 말고.”
“옙! 오라버니.”
“아울러 훈련을 겸해, 정리부 동북쪽 해역을 해변을 따라 계속 탐험해 보든가.”
“그래야죠. 그간 비파진까지 진출했고, 해도도 완성해 두긴 했어요.”
“알고 있다. 비파진만 해도 많이 간 셈이지.”
발해 해군은 그간 연해주 해변을 따라 북상하며 동해 북부 해역을 탐험해 왔다. 아란포를 넘어 첫 번째 기항지 후보로 선택한 곳은 개포 ― 미래 러시아의 소콜로보스카야 만 ― 이고, 두 번째는 무수막진(모략리볼로프), 세 번째가 바로 비파진이었다.
비파진은 미래 러시아의 올가란 곳으로, 예전에 발해의 안주 지방이었다는 설도 있는데 추론일 뿐이고 명확한 증거가 나온 건 아니다. 솔빈진(우수리스크)과 같은 위도상에 자리해 있고, 바다의 영향으로 기후가 온화한 곳이라 나름 쓸 만한 땅이었다.
이곳들은 군함들이 피항지로 쓰기에 적당해, 훗날 해군 전진기지가 들어설 후보지로 손색이 없었다. 또한 배후에 꽤 넓은 평야도 있어 민간인 정착지도 충분히 들어설 만했다.
“그 기항지들 형편은 어떻지?”
“작은 원주민 마을 정도만 있더라고요.”
“예상대로군.”
“그럼 얼마나 더 가 볼까요?”
“맞은 편 동쪽 바다에 섬이 보일 때까지?”
“섬이요? 섬이야 계속 나오지 않나?”
“비파진까지 가며 동쪽에서 섬을 본 적이 있어?”
“아, 없구나. 암초나 다름없는 작은 섬 이외엔.”
특이하게도 연해주 근해엔 섬이 거의 없고, 대륙붕도 협소한 편이었다.
“그럼 오라버니가 말한 섬은 큰 거?”
“그래. 아주아주 큰 섬이지. 북동쪽으로 계속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동쪽 수평선에 육지가 나타날 거야.”
“그 섬에 대해 아세요?”
“들어본 적이 있다. 북방 여진인들은 알고 있더라. 누이도 흑룡강이라고 들어봤지?”
“예. 저~ 북쪽 먼 곳을 흐르는 강이라 들었어요.”
“그 강 하구에 있는 섬이야. 흑룡강을 여진말로 사하랸 우라라고 하더라.”
“그럼 검은 강이란 뜻이네요. 사하랸은 검다는 뜻이고, 우라는 강이니까요.”
태미도 콜칸 출신 부관들과 오랫동안 동고동락해 왔기에 여진어 단어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맞아.”
두 사람의 대화 주제가 된 곳은 바로 사할린 섬이었다.
“그럼 우린 뭐라 부를까요?”
“일단 사하란 섬이라 부르자.”
“그럴게요. 그럼 그 섬이 보이기 시작하면 흑룡강 하구가 곧 나타난다는 말이죠?”
“맞아.”
“그럼 흑룡강 하구까지 가볼까요?”
“그래도 되고.”
태건은 품에서 연필을 꺼내 빠른 손놀림으로 약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태미는 눈을 크게 뜨고 약도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여기가 흑룡강 하구고, 그 사하란 섬은 이렇게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을 거다.”
“오, 엄청나게 크네요?”
“크지. 조선의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라 들었다.”
“세상에… 그렇게나 커요?”
“흑룡강 하구에서 바다를 건넌 다음, 그 섬 해변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면 여기쯤에서 섬의 남단이 나오지. 거기서 더 가면 북해도란 다른 거대한 섬이 나온다.”
“아, 의정대신 오라버니가 얘기해 줬어요. 왜국의 북쪽에 있는 큰 섬이라고.”
임진왜란 시기의 북해도는 ‘에조치’란 이름으로 불렸다. 북해도는 막부 말기에나 등장하는 이름이다. 에조란 아이누인의 거주지란 뜻이었다.
태건은 일단 북해도 지명을 그대로 쓰기로 했다.
“맞아. 그 남쪽 해변을 마쓰마에란 왜인 가문이 점령하고 들어와 영주가 되었다고 하더라.”
“그럼 북해도까지 가 볼까요?”
“거리가 너무 머니까, 흑룡강 하구와 사하란 섬 위치만 확인하고 오는 게 좋지 않을까?”
“예. 그럴게요.”
신이 난 태미는 건성으로 대답하더니, 태건의 약도를 낚아채듯 가져가 유심히 살펴보았다.
* * *
동해부 단천현 수하사의 남대천 부근.
수하사도 천보산처럼 발해의 보석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품위가 매우 높은 철광석뿐만이 아니라 석회석, 은, 구리와 같은 필수 광물이 골고루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발이 일찌감치 시작된 탓에 광구마다 광산들이 들어서서 활발하게 채굴을 진행하고 있고, 그에 부수된 제련시설이나 제철소도 줄줄이 들어섰다.
그러다 보니 남대천 동편 계곡은 공업지대로 성장 중이고, 서편엔 노동자들이 기거하는 주택단지와 각종 편의 시설, 그리고 수하공업학교와 수하소학교 등의 교육기관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이처럼 성장세가 가파르다 보니, 인구도 꾸준히 유입되었다. 생산 시설이 들어설 때마다 노동자를 대거 뽑았는데, 임금이 높은 편이라 어렵지 않게 인력을 구할 수 있었다. 북쪽으로 이주를 포기한 채 이곳에 눌러앉은 남부 출신 이주민의 수도 꽤 많았고, 주변 고을에서도 꾸준히 인력이 유입되고 있었다.
이하륜은 오랜만에 수하사 공업단지를 방문해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
“에휴! 여긴 딱 여기까지군.”
“예? 무슨 뜻이지요?”
이하륜을 수행하고 있는 단천 현령 박종헌이 이하륜의 밑도 끝도 없는 말에 영문을 몰라 물었다.
“단천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이곳 수하사는 그럴만한 곳이 아니란 뜻입니다.”
이하륜과 동행한 공상부대신 홍진이 대신해서 대답해 주었다.
단천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하는 문제는 국가 중대사 중의 하나라, 이하륜과 홍진이 직접 단천으로 와서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
“아무래도 땅이 좁지요?”
“그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그러나 수하공단은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 계속 지원해 줘야죠.”
대화하는 중에도, 이하륜의 시선은 소석회 공장에 가 있었다. 제철소와 제련소는 여기 말고도 여러 곳에 있으나 소석회 공장만은 여기가 유일했다.
은과 구리 제련소 옆에 자리를 잡은 이 소석회 공장은 발해가 가장 아끼는 생산 시설 중의 하나였다. 아직 철근이 생산되지 않아 시멘트의 사용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현 단계의 기술 수준에서도 건축재로서 손색이 없었다. 특히 건물의 기둥을 만드는데 제격이었다. 철근이 없더라도 다소 두껍게 설계하면 충분했다.
소석회 공장 이외에 경흥기계와 동해기계 지사도 제철소 옆에 자리를 잡고 벌써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하륜의 지적대로 부지가 협소해 공장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았다. 비록 작다고 해도 증기기관을 비롯해, 각종 기계가 소량이나마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 중요했다.
“게다가 회산진 포구에서 너무 멀어요.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화물들이 배편으로 오갈 텐데, 여긴 너무 외지라서.”
“저도 동의합니다.”
박종헌도 순순히 인정했다. 수하사는 미래 북한의 허천군 허천읍으로, 내륙으로 꽤 많이 들어온 지점에 자리했다.
“그럼 어딜 생각하시고 오셨습니까?”
“하다사의 복대천 하류 쪽을 생각했어요. 포구에서 멀지 않은 데다, 땅이 넓어 주택과 공장을 최대한 많이 지을 수 있고 수량이 풍부한 복대천이 흐르고 있으니까요.”
‘복’자가 붙어 있을 정도로 이 하천은 복 받은 하천이었다. 하구 부근에서 남대천과 합류해, 마치 쌍둥이 물줄기처럼 보이는데, 물줄기의 길이는 남대천에 비해 다소 짧았다. 그러나 유역에 꽤 넓은 평야 지대가 펼쳐져 있어, 단천 지방의 곡창지대로 통하는 곳이었다.
이하륜은 복대천의 하류 지역에 대규모 공업단지를 조성할 생각이었다.
“그럼 어떤 공장이 들어서게 됩니까?”
“조산공단과 덕산공단에 있는 공장 대부분이 지사를 내게 될 겁니다.”
“헉! 그렇게나 많이 들어선다고요?”
“예.”
“그, 그럼 혹시 방적회사와 방직회사도 들어옵니까?”
“물론이죠. 목화 산지인 함흥과 덕원, 정평 등지와 가까우니 오히려 경흥의 덕산보다 훨씬 더 유리하지요. 아울러 기계공장과 부품 공장도 모두 들어섭니다.”
“수하사에 이미 있는데요?”
“그 두 공장은 이제 민간에 넘기고, 새로운 공단 부지에 국영 기계공장을 더 크게 조성할 계획입니다.”
“그럼 수하가 공장을 누구한테 팔 생각이오?”
“공장 직원들이요.”
태건은 일단 경흥기계와 동해기계공사의 수하사 지사를 직원들 공동소유로 만들어 주기로 했다.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직원 수가 많지 않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이 두 회사가 기계공업 시장에서 크게 활약하는 민간업체로 성장하길 기대했다.
“괜찮겠습니까? 증기기관이나 중요 기계들의 제조 비법이 타국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데요.”
박종헌은 현령이 되기 전, 교육받는 과정에서 단천의 은 제련 기술이 왜국으로 넘어가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켰는지 배웠다. 그래서 그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겠습니까? 더구나 지금 큰 상단들이 기계장을 데려가려고 혈안이 되어 있어요. 한 명만 데려가도 저런 작은 기계공장 정도는 설립할 수 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기계장들의 직업 선택 권리를 국가가 계속 침해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언젠가 그 기술은 민간에게 흘러 들어갈 수밖에 없지요. 물론 당분간 방지책도 마련해 둬야 할 테지만.”
“흠, 그렇군요.”
수하사에서 볼 일을 마친 일행은 다시 회산진 포구로 이동했다.
“음. 여기도 많이 손봐야 할 것 같군.”
“포구가 너무 작지요?”
현령직을 맡다 보니, 박종헌은 단천이 안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미래의 단천 해안선을 보면 항구를 조성할 만한 항만 지형이 존재하지 않았다. 수백 년 동안, 하구 부근에 토사가 축적되어 모두 메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단천 하구에는 자연적인 만 지형이 존재했다. 그러므로 제방을 쌓아 토사의 유입을 막고, 방파제와 부두를 건설해야 한다.
“예, 앞으로 거선까지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항구를 개조해야죠. 내가 올라가 항만을 설계할 이들부터 먼저 보낼게요. 근데 여기서 소석회가 생산되고 있으니, 항만 건설도 슬해항에 비해 한결 수월할 것 같군요.”
“허허! 알겠습니다. 앞으로 우리 단천이 어떻게 변할지 몹시 기대됩니다.”
“그럼요. 앞으로 우리 발해를 대표하는 큰 고을이 될 겁니다.”
이하륜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