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솔빈부 개발 계획 (2)
새로 제작한 발해 지도는, 건국에 즈음해 발해 정부가 새로 구축한 지방행정 체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우선 솔빈부가 눈에 들어온다. 후예 부족 영역을 포함, 호야하 유역을 모두 차지하게 됨에 따라 솔빈부의 동쪽 영역은 이제 연해대간 쪽으로 넓게 확장되었다.
연해대간은 연해주에서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는 산줄기로, 미래의 시호테알린 산맥이다. 한반도의 백두대간처럼 연해주의 척추 역할을 하는데, ‘시호테 알린’은 만주어로 ‘해안 산맥’이란 뜻이다. 즉 연해대간과 그 의미가 같은 것이다. 이 연해대간의 존재로 인해 연해주는 강원도처럼 영동과 영서 지방으로 나뉘게 된다.
아울러 새로 홀한부를 설치했는데, 홀한현과 안인현의 경계가 되는 홀한해 이북 산지부터 시작해, 홀한현, 영고탑현, 해랑현과 혜민평원, 미타호 대평원를 모두 홀한부의 영역에 귀속시켰다.
해랑현은 해랑평과 그 동북쪽의 드넓은 산악 지대를 묶어서 편성한 행정구역이다. 해랑평은 미래 중국의 목단강시 시내 구역인데, 서쪽의 해랑하와 남쪽의 하마하를 비롯한 여러 목단강 지류가 본류와 합류되는 곳에 자리한 내륙 평원 지역이다. 그리고 동북쪽의 산악 지대는 미래의 ‘임구현’이다.
이들과 더불어 평안도의 무창, 여연, 우예, 자성현과 함께 얼마 전 새로 얻은 강계와 위원현을 평안부로 독립시킨 후, 군정을 실시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현재 발해국 광역 행정구는 서울 별부를 비롯해 동해부, 여민부, 현덕부, 인안부, 솔빈부, 정리부, 홀한부, 평안부까지 모두 9부 체제로 재편되었다.
“허허! 이제 영토 크기로 보니 어엿한 국가답습니다. 아직 인구가 부족해 아쉽지만.”
허균이 손으로 턱수염을 쓸어내리며 만족해했다.
“맞아. 이젠 영토가 문제가 아냐. 우리의 확장을 막고 있던 여진 진영을 모두 돌파했으니, 땅이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늘릴 수 있지. 그러니 이제 우리 과제는 내정을 잘 펼쳐서 인구를 늘리는 거지. 그래야 이 나라도 지킬 수 있으니까.”
이하륜이 웬일로 정색한 채, 점잔을 빼며 말했다. 홍익전에 다른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준비를 마치자 류진 도로청장이 직접 도로공사 현황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먼저 동해선입니다. 남부 노선은 현재 단천까지 연결되었으나, 노선 내 하천의 교량 건설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 도로로 온전히 기능하자면 시일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북부 역시 진주현의 진주진까지 연결되었지만, 교량 형편은 남부와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잠깐!”
“예, 기하.”
태건은 고개를 쭉 내밀어 지도의 하마현 부분을 살폈다.
“아, 도로가 솔빈강의 동서 양편 강변을 따라 건설되었군.”
“그렇습니다. 저 하구 습지를 관통해서 도로를 내보려고 했으나, 땅이 너무 무르고 곳곳에 늪과 실개천이 흐르고 있어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리 놓기도 어렵겠어.”
“예. 하류 쪽은 가장 좁은 곳만 해도 그 폭이 무려 5장미에 달합니다.”
“그래서 결국 우리 군의 도하 지점이었던 하마진 바로 앞에다 교량을 건설하기로 예정되어 있군.”
하마현의 중심지인 하마탄은 이제 하마진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수이푼 부족의 암반이던 툴런은 처음부터 귀부하지 않고 오랫동안 발해와 대립해 왔기에, 하마현 관내 하마탄사 사감의 지위만 부여했고 현령은 주둔군 대대장이 임시로 맡고 있었다.
“또 다른 성과가 있다면 하마진과 솔빈진 구간이 완공되었다는 점입니다. 솔빈강 교량만 건설하면 두 고을이 완벽하게 연결됩니다.”
“늪지대로 알고 있는데, 의외로 쉽게 끝났군.”
태건이 의아해하자 류진은 지도를 가리키며 설명해 주었다.
“솔빈강 서안 쪽은 형편이 한결 나았습니다. 답사해서 최적의 노선을 찾아냈지요. 그래서 솔빈진 남부의, 솔빈강 강폭이 가장 좁은 이 지점에 다리를 놓으면 하마진과 솔빈진이 온전히 연결됩니다.”
태건은 류진이 가리킨 곳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하륜에게 귓속말로 얘기했다.
“저 지점이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세워질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지사의 흔적이 있는 곳이란 뜻이다.
“아, 그래요? 용케도 기억하네.”
“동아리에서 같이 답사 여행했는데, 기억 안 나냐?”
이하륜은 살짝 태건을 째려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태건의 시선이 다시 지도로 향하자, 류진 청장이 다시 보고를 이어 갔다.
“이제 솔빈진과 후예 간, 솔빈진과 영강진 간, 그리고 솔빈진과 동녕에 이르는 구간 공사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세 노선 모두 태건이 매우 중시하는 노선이었다. 영강진은 제철소가 들어설 곳이자 북방의 산업 거점 도시로 성장할 예정이고, 후예진은 연해주 내륙 개발을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할 곳이다.
특히 태건은 동녕진과 솔빈진을 연결하는 도로부터 건설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그 이유는 동녕진 동부, 야춘정맥 산지와 남 미타호 평원의 경계에 해당하는 곳 ― 미래 러시아와 중국의 국경 부근 ― 에 무연탄 탄전이 있기 때문이다. 태건은 이곳을 수구동이라 이름했다.
현재 발해가 보유한 무연탄 산지는 혜산진 일대와 수청현의 수찬진, 그리고 동녕의 수구동까지 모두 세 곳인데, 위치상 개발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 바로 수구동이었다.
“전반적으로 솔빈부 지방의 도로공사 난이도는 어때요?”
이하륜이 류진에게 물었다.
“하천이 좀 많아서 그렇지, 다들 편하다고 합니다. 노선 대부분이 평지 구간이라 공사하기에 매우 수월하고 진척 속도도 빠른 편입니다.”
“아무튼 도로부터 완성되어야 뭘 하지. 근데 저긴 땅이 죄다 평탄해서 출력이 큰 증기 화물차를 만들어 투입하면 활용하기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이하륜이 태건에 물었다. 이하륜은 영국에서 등장하게 될, 열차와 비슷한 증기차 트레일러를 떠올렸다. 일종의 트랙터였다.
“맞아. 안 그래도 봉밀산과 영강진을 연결하는 도로를 놓은 다음, 그거로 제철소에 들어갈 해탄을 운반한 생각이었다. 철도를 놓을 때까지.”
해탄은 코크스를 말한다.
“에휴! 그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
제철소 이야기만 나오면 태건과 이하륜의 얼굴은 몹시 어두워졌다.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류진 도로청장은 경인선 노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경인선은 서울과 인안현을 잇는 도로로 동서 횡단선과 거의 평행하게 북부 지방에 건설될 도로였다. 서울과 인안(돈화) 중간에 있는 온성현과 가야현, 광명현의 광명진과 보산사, 명월진 등을 경유하게 되는데, 서울과 인안을 잇는다고 하여 경인선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도로청은 경인선 이외에도 국토를 거미줄처럼 잇는 전체 도로망을 구상해 태건에게 이미 보고한 바 있다.
도로청 사람들이 물러나자 익문사 독리 권형이 들어왔다.
“태왕 기하, 강화 회담이 최종 결렬되었다는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결국 그렇게 되었군.”
무려 3년이나 끌어온, 지루한 강화 회담이었다.
태건을 비롯해 모두가 이런 결말을 예상했던 터라, 놀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또다시 전화에 휩싸일 조선을 생각하자 얼굴이 굳어졌다.
“어쩌다 그렇게 되었죠?”
허균은 그래도 그 이유가 궁금했는지 권형에게 물었다. 권형은 심유경이 명나라 황제와 일본 관백 사이에서 속임수를 쓰다 걸렸느니, 어쩌고 하며 결렬 이유를 밝혔지만 그다지 귀담아들을 만한 얘긴 없었다.
“휴! 또 죄 없는 백성들만 모진 고초를 겪겠구나.”
태건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 * *
동해 북부 해상.
경흥함이 순풍을 받으며 거침없이 바다를 내달린다.
태미는 선미루 상갑판 선장석에 서서 갑판 상황을 지켜보았다. 진수된 직후부터 벌써 반년 동안 꾸준히 훈련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구석이 많았다.
“맘에 안 듭니까?”
태미의 표정을 본 이사로 부함장이 웃으며 물었다.
“여전히 손발이 안 맞아. 돛을 펴는 속도가 아직 느리잖아?”
“저 정도면 많이 빨라진 셈입니다.”
“그렇긴 하지. 올여름만 해도 다들 엉망이었으니까.”
갑자기 해군 승조원이 대폭 늘어나는 바람에, 해군 간부들의 고생이 자심했다.
훈련을 병행하며 항해하느라, 승조원들은 돛을 접었다 폈다 하는 행위를 반복해 왔다. 아울러 밧줄 사다리를 타고 돛을 매단 활대(yard)에 오르는 훈련도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훈련을 자주 하다 보니, 배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효과도 생겨났다. 범선 특성상 엄청나게 많은 밧줄과 돛이 활용되는데, 운용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부분을 발견해 바로 수정한 것이다. 심지어 아예 슬해 조선소로 들어가 함선 구조를 고치기도 했다.
“훈련 종료!”
태미의 지시가 떨어지자, 이사로가 재빨리 훈련을 중지시키고 승조원들에게 휴식을 부여했다.
순풍인 편서풍을 받아 횡범 모두가 팽팽하게 바람을 담은 덕분에, 배는 나는 듯이 바다를 달렸다. 그 속도만큼이나 서늘한 바람이 태미의 얼굴을 스치며 지나갔다. 태미의 시선이 거대한 돛으로 향했다.
“호호! 정말 멋져. 질리지도 않아.”
경흥함은 3이란 숫자와 관련이 많았다. 돛대(마스트)도 세 개이고, 돛대마다 삼단의 돛을 매달았다. 또한 주갑판을 포함하면, 상갑판도 3층이었다. 즉 선수루와 선미루를 2층으로 조성한 것이다.
주갑판 밑에는 또 포 갑판 2개 층과 밑창이 있는데, 밑창에는 각종 무거운 화물이 늘 실려 있어 평형수와 같은 역할을 했다.
선실은 선미루와 선수루 갑판을 비롯해 포 갑판 내부 곳곳에 마련되어 있고, 선장실과 조타실은 선미루에 자리했다.
태미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저 멀리 악양함의 모습이 보인다. 경흠함보다 늦게 진수된 탓에 악양함은 더욱 많은 훈련이 필요했다.
3번 함인 훈춘함도 이제 막 진수되어 연안에서 조금씩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머지 함들은 내년 상반기 내에 진수될 예정이었다. 태미는 이들 여섯 척의 배가 모두 취역하면 경흥함의 함장으로 이사로를 추천할 계획이었다.
태미는 나침반을 꺼내 배의 진로를 확인했다.
“오, 정확히 65네?”
아란포를 나온 이후, 줄곧 침로를 65도로 고정해 항해해 왔다. 북해도로 가는 방향은 순풍이라 오차도 별로 나지 않았다.
“육지다! 전방에 육지입니다.”
돛대 위 전망대에 올라가 있는 견시수가 소리쳤다. 태미는 돛에 의해 시야가 방해받자, 재빨리 선수루로 뛰어가 천리경으로 전방을 살폈다.
“화산섬인데?”
“예. 맞습니다. 저 꼭대기의 분화구 하며, 딱 봐도 화산섬이네요.”
“아하! 하나가 더 보이는데? 확실히 저번에 본 섬들이군.”
“맞습니다. 북화도와 남화도입니다.”
지난 항해 때, 이미 본 섬이었다.
태미는 두 섬 모두 화산섬이라 북쪽에 있는 섬을 북화도, 남쪽에 있는 섬을 남화도라 이름했다. 북해도 서북단에 자리한 섬들로, 레분섬과 리시리섬이었다.
“호호! 제대로 왔어.”
태미는 비로소 안도하는 미소를 지었다. 이번 항해 훈련이 성공한 셈이었다.
“사령관님. 이번 기회에 저 두 섬을 점령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어차피 물도 보충해야 하니까요.”
이사로가 두 섬에 상륙하자고 제안했다.
“좋지. 주둔군을 남겨 둘 수는 없으니 점령이라 하기엔 좀 그렇고. 일단 상륙해서 섬 형편이나 살펴보자고.”
두 섬은 꽤 컸다. 리시리섬은 울릉도의 2.5배나 되고, 레분섬은 조금 더 큰 정도였다. 태미는 남쪽의 리시리섬 서쪽 해안으로 다가가 적당한 곳에 배를 정박하고, 상륙정을 내리게 했다.
이렇게 해서 태미와 경흥함 승조원들은 최초로 북해도에 상륙한 발해인이 되었다. 이들이 상륙한 곳은 미래의 구츠가타 항이고, 현재 이 섬의 주인은 아이누인이었다. 비록 소수이긴 하나 이 섬에 아이누인이 거주하고 있었다.
태미도 북해도 북부엔 아직 왜인이 들어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