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대마도 거점, 초량항 (1)
다음 날 오전, 부산포 왜성 주변의 언덕.
군관 김솔은 부하들과 함께 숲에 몸을 감춘 채, 왜성과 부산포 앞바다 상황을 정탐하고 있었다. 그는 적진 정탐 임무를 맡은 부대에 소속된 군관이었다.
칠천량 해전 이후 전선이 크게 밀려 육군은 충청도까지 올라갔고, 수군은 이순신 장군이 통제사로 복귀한 후 전라도 서남쪽 바다에서 살아남은 군선을 모으고 있던 시기였다. 그런 처지에 놓였더라도 누군가는 남아 왜군의 사령부라 할 수 있는 부산포를 계속 감시해야 했다. 그래서 그가 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확실히 적선이 많이 빠졌군.”
“한참 전에 서쪽으로 몰려갔다고 들었습니다.”
“어휴! 육로가 뚫려 전라도가 온통 난리인데, 이제 바닷길까지 열리게 생겼군.”
김솔은 왜 수군이 서남해 제해권을 차지해, 육군과 보조를 맞춰 한양으로 진격하는, 왜군의 수륙병진 전략을 잘 알고 있었다.
“대략 90척인데… 저들이 모두 군선은 아니겠지?”
“설마 그렇겠습니까? 지금 꽤 많은 왜놈 장사꾼들이 신이 나서 왜와 부산포를 오가고 있답니다.”
두 사람은 민간인으로 변장한 상태였다. 그래서 이렇게 직접 언덕에 올라 적정을 정탐하기도 하지만, 주민들에게 물어 소문도 소집하고 있었다.
김솔은 바다 쪽을 살피고 나자, 부산포 왜성으로 시선을 옮겼다.
임진년에 정발 첨사가 지키다 전사한 부산진성을 허물고, 왜군이 그 위에 지은 왜성이었다. 불과 5개월 만에 완성했다던, 조선 백성들의 피와 땀으로 지은 성이었다. 그리고 해변엔 자성대 왜성의 모습도 보였다. 그런 면에서 부산포는 이제 더 이상 조선이 아니었다.
“이제 내려가세. 가서 바로 오늘 본 걸 작성해서…….”
김솔은 언덕을 내려가려 했는데, 부하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대정! 저길 보십시오.”
김솔은 스물다섯 명의 병력을 이끄는 근력부위 대정직을 맡고 있었다.
“어? 저게… 뭐지?”
두 사람은 눈을 크게 뜨고 동남쪽에서 다가오고 있는 다섯 척의 선박을 주시했다. 처음 수평선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만 해도, 작은 점 정도로 보이기 때문에 왜 연락선이라 생각해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가까워져 어렴풋이 배의 윤곽이 보이자, 처음 본 선박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이들의 직감대로 그 배들이 나타나자 부산포 앞바다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경종이 울렸고, 왜군 병력이 바삐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포구 앞에 떠 있던 삼십여 척의 배들이 부산포 앞바다로 나아갔고, 정박해 있던 배들도 출항을 서두르고 있었다.
“적이라서 왜놈들이 저런 반응을 보이겠지?”
“맞습니다요. 분명 적이지 싶은……. 근데, 왜군의 적이라면 명…? 응? 명이 왜 동남쪽에서 오나요?”
“명 수군에 저런 배가 있었어?”
“그러게요. 저런 배는 처음인데? 어휴! 덩치 좀 보세요. 남산만 하지 않습니까? 더구나 저 돛들은 뭐죠? 저렇게 돛이 뚱뚱하게, 다닥다닥 많이 달린 배는 처음 보는데요.”
부하 병사는 한껏 바람을 받아 부푼 돛을 보고 뚱뚱하다고 표현했다.
“흠, 정말 저 배들의 정체는 뭐지?”
“어? 저 괴선박들이 일자진을 형성했습니다. 공격하려나 봅니다.”
“그렇군.”
“아, 공격을 시작했습니다.”
거리 탓으로, 발해 함대의 화포에서 쏟아져 나오는 포연부터 보였고, 뒤늦게 포성이 들렸다.
“와아아아! 하하하! 왜놈들이 꼼짝을 못하네요.”
“세상에… 우리 판옥선만한 안택선도 저 배들에 비하면 꼬마로군.”
“관선은 아예 콩알만 하게 보입니다.”
관선은 세키부네, 안택선은 아타케부네이다.
두 사람은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포구에 떠 있던 왜선 삼십여 척과 발해 해군 3함대 함선 간의 교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는데, 그 양상이 말도 안 될 정도로 일방적이기 때문이었다. 해전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왜선 십 여 척이 격침되었을 정도였다.
“아니, 무슨 함포를 저리 빨리 쏘지? 어라? 그러고 보니 노도 없네? 아, 그래서 한쪽 현의 포만 쏘는군.”
해전이 벌어진 바다가 부산진 왜성에서 가까워, 발해 함선들의 모습을 더욱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왜선이 이쪽으로 도망치네요.”
“후후! 저런 배를 상대로 그게 가능하겠어?”
두 사람은 아직 발해 함선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나, 적의 적은 우리 편이란 생각으로 그저 발해를 응원하고 있었다.
“와! 오히려 저 배들을 포구로 끌어들인 셈이 되었어요. 하하하! 재미있게 돌아가네요.”
포구 밖으로 나갔던 왜선들이 비좁은 부산포 포구로 후퇴한 게 오히려 화를 불러일으킨 셈이 되었다.
“어라? 한 척이 더 늘었네?”
김솔이 뒤늦게 합류한 하다함을 발견했다. 왜군 생존자를 건지느라 다소 시간을 지체했던 하다함이 마침내 부산포 해전에 합류한 것이다. 이제 부산포 앞바다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거 완전히 상어한테 쫓기는 고기떼 신세 같지 않나?”
“허허! 정확한 표현입니다. 딱 그렇게 보이네요.”
먼저 마중 나온 왜선 삼십여 척이 발해 함대와 싸우는 사이, 정박해 있던 왜선 중 절반 정도가 배를 띄우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은 후퇴해 오는 왜선들을 발견하고 다시 선착장으로 뱃머리를 돌려야 했고, 절반은 포구를 빠져나가 먼바다로 도주하려 했다.
그러자 발해 함대는 세 척씩 짝을 이뤄, 한쪽은 도주하는 왜선을 쫓고, 남은 한 무리는 포구로 들어간 왜선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어휴! 이건 그냥 학살이네요. 저 괴이하게 생겨 먹은 배들에게 전혀 반격하지 못하고 있지 않습니까?”
너무나 일방적이라, 김솔의 부하는 이제 왜선들을 긍휼히 여기는 지경에 이르렀다.
“후후! 속이 다 후련하군. 우리 통제사 영감이 예전에 저렇게 왜선들을 일방적으로 때려 부수고 그랬는데, 그때와 똑같군.”
“그때보다 더하지요. 저 덩치 좀 보세요.”
“후후! 그렇긴 하네. 수가 좀 적어서 그렇지.”
“수가 적어도 화포 보유 수가 많고, 화포 방포 속도가 빨라 저렇게 여섯 척만 가지고도 저 많은 왜선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뱃전이 저렇게 높으니 왜적들이 무슨 수로 저 배에 올라타 싸우겠어요.”
“맞는 말이네. 저 배들은 정말 천하무적이겠어.”
김솔은 발해 함대에 대해 이렇게 간단히 평했다.
앞바다로 나온 왜 군선은 물론이고, 포구 내에 정박해 있던 왜선마저 대부분 처리한 발해 함대는 비로소 자신들의 정체를 드러냈다. 돛대 위로 삼족오 깃발을 내건 것이다.
“헉! 저 깃발은?”
“새 형상이 새겨져 있습니다요.”
이들은 발해 국기에 대해 정확히 몰라도, 새 형상의 왕실 문장을 채택했다는 소문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럼 북도에서 태건 장군이 세웠다고 하는 후발해?”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랬군. 그래서 동족이라고 우리 편을 들어주었군.”
“전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부산포 왜선들을 모조리 불태웠으니 왜놈들이 이제 크게 낭패를 보지 않겠습니까?”
“후후! 날벼락 맞은 셈이지. 이제 내려가세. 빨리 이 소식을 위에다 알려야지. 다들 기뻐할 거네.”
“예. 갑시다요. 어쿠쿠쿠! 무릎이야.”
두 사람은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 * *
부산포 왜성 내부.
원정군 총사령관 고바야카와 히데아키는 발을 동동 구르며, 갑자기 나타난 괴선박들에 의해 왜선들이 파괴되는 장면을 속절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저 남만선이 미친 거 아닌가? 왜 우릴 공격하지?”
히데아키는 화를 버럭 냈다. 그는 여전히 발해 함대를 포르투갈 범선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현재 동아시아 항로의 패권을 쥐고 있는 나라는 여전히 포르투갈이었다. 그러나 스페인도 스페인령 필리핀을 기반으로 점차 세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었다.
이제 겨우 10대 중후반의 나이이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처조카이자 한때 히데요시의 양자였던 후광을 입어 수십만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되었다. 그러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적자가 탄생함으로 인해 입지가 한결 약해진 상태라, 어떤 경우라도 실패하면 안 되었다. 그래서 더욱 분노하는 것이다.
“저 배들의 정체를 아직 모르겠나?”
“예, 아직…….”
그의 가신 이나바 마사나리가 얼굴을 찡그리며 대답했다.
시간이 갈수록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왜선이 계속해서 깨져 나가자, 이제 분노를 대신해 두려움의 감정이 히데아키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무슨 배가 화포를 저렇게…….”
그 역시 발해 함대의 함포 발사 속도와 위력, 정확도에 몹시 놀란 상태였다. 이윽고 모든 공격이 끝나고, 발해 함대가 삼족오 깃발을 내걸자 그는 경악하는 반응을 보였다.
“발해? 후발해라고?”
“맞습니다. 새 모양으로 된 깃발을 왕실 문장으로 쓴다고 들었습니다.”
국기에 대한 개념이 아직 없다 보니, 조선이나 왜나 국기를 태건 가문의 문장 정도로 생각했다.
“그, 그럼 저들도 이 전쟁에 참전했단 말인가?”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니 공격을 마치고 문장 깃발을 내건 것 아니겠습니까?”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군.”
“정말 이걸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했는데요.”
가신 이나바도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발해와 조선의 사이가 좋을 수 없다는 게 그간 왜장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조선 국왕이 태건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바람에 발해가 건국되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였다. 조선의 일반 백성도 다 알고 있으니, 왜장들도 이런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발해가 조선을 돕지 않을 거라 속단했다. 그러나 발해의 구성원이 곧 조선인이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참전할 수 있다는 의견도 소수 있고, 다들 이를 최악의 상황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 일이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일어났고, 그걸 최초로 히데아키가 제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것이다.
부산포와 대마도 사이 해역은 조선 수군에게 범의 아가리나 다음 없는 곳이다. 그런데 저 북쪽에서 발해 함대가 이곳을 비집고 들어와 엄청난 손실을 안겼으니, 왜에게 최악의 사건이 일어난 셈이었다.
“아, 저들이 대마도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나바는 발해 함대의 진로를 보고 대마도가 목적지라는 사실을 바로 알아챘다.
* * *
태건이 이 시기를 선택해 남하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명량해전’이었다. 그는 곧 벌어질 명량해전을 염두에 두고, 빈집털이할 생각으로 부산포로 진로를 정한 것이다. 그리고 그 전략은 마침내 큰 성공을 가져왔다.
“호호호! 오라버니, 대승했어요.”
태미가 활짝 웃으며 태건에게 말했다.
“수고 많았다. 3함대가 정말 잘 싸웠어.”
“어휴! 그간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데요. 그게 다 이렇게 큰 결실로 돌아오네요.”
태미의 환한 얼굴을 보자 태건은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누이한테 수군을 맡기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고마워요, 오라버니. 그렇게 생각해 주셔서.”
“저… 전투 결과 보고드리겠습니다.”
태미의 부관 역할도 겸임하고 있는 경흥함 함장 이사로가 두 사람에게 다가와 말했다.
“빨리 듣고 싶군.”
“예. 대략 90여 척의 왜선이 분멸되거나 격침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들 모두가 군선인지, 상선인지 구분하긴 어렵습니다.”
분멸이란 격침되진 않았으나 기능을 상실한 배를 말한다.
“흠, 그렇겠지. 포구에 정박 중인 배 중에 상선도 꽤 많았을 테니까. 어쨌든 상선을 깨트린 것도 잘한 일이네. 놈들이 그 배로 조선에서 약탈한 귀중품과 피로인을 수송할 예정이었을 테니까.”
“그리고 전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왜 수군의 수는 대략 이천 정도입니다.”
“알았네.”
“그럼 이제 방향을 어디로 잡습니까?”
이사로가 물었다. 그의 질문은 대마도의 어디냐는 뜻이었다.
“오우라항으로 가세. 지도에 내가 적어 놓았지?”
“예. 알겠습니다.”
태건의 지시가 떨어지자, 제3함대 함선과 나포해 둔 왜 상선들은 대마도의 오우라만으로 향했다. 왜 상선들은 부산포와 약간 거리를 둔 채 대기하고 있었다. 배마다 해병대원들이 타고 있어 도주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그런 면에서 해병대 역시 창설 이래 처음으로 톡톡히 본연의 역할을 수행 중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