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대마도 해전 (2)
대마도 북동부의 초량항.
제2함대 사령관 고경봉은 기함인 북청함에서 하선하자마자, 태건에게 그간의 경과를 보고했다.
“훈련이 덜 된 신형 아오지급 함선 두 척을 남겨 두고 오려 했으나, 의정대신이 다 끌고 가라고 하여 중첨선만 남겨 두고 오게 되었습니다. 상선 거선 역시 의정대신이 징발했지요.”
“후후! 역시 의정대신의 작품이군. 그럼 연안 해역을 2함대 중첨선과 1함대가 지키고 있겠군?”
“아무래도 여민부 남부 해안 이외엔 적도가 내침할 만한 해역이 없으니, 그다지 문제 되지는 않을 겁니다.”
“잘한 일이야. 와서 보니 왜 수군 전력이 만만치 않았네.”
태건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이하륜의 조치를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사실 왜 수군 전력도 임진란 이후 대폭 증강되어 있었다. 그간 이순신 장군의 조선 수군에 일방적으로 당한 원인을 분석한 후, 아타케부네의 덩치를 대폭 키웠고 숫자도 늘렸다.
이하륜은 발해 태왕이 직접 친정 떠났으니, 넘칠 정도로 보급해 줘도 모자란 것이라 역설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2함대 함선에 남은 해병대 병력과 무기, 보급품을 잔뜩 실어 보냈다. 그 때문에 해병대 사령부엔 신병 훈련 관련 부서와 사령부 행정 병력만 남게 되었다.
이하륜은 이것도 부족하다 여겨, 북청급 대선과 같은 선종이라 할 수 있는 민간용 거선 세 척을 징발해, 이 배들에 육군 제5군 소속 병력 1개 대대와 함께 무기 및 보급품을 잔뜩 채워 보냈다. 심지어 초량항을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란 걸 이미 알고 있던지라, 슬해항 건설에 참여했던 토목 장인들과 건축 장인들도 태워 보냈다.
“울릉도에 들렀지?”
“예, 명에 따라 그렇게 했습니다.”
“어떻든가?”
“해병대는 왜인들을 붙잡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습니다. 여기저기로 흩어져 도주해, 시일이 더 필요하답니다.”
“그렇군. 그럼 저 상선이 하역 작업을 다 마치고 돌아갈 때, 울릉도 거주를 원하는 조선인 피로인을 태워 보내게.”
고경봉이 영문을 몰라 하자, 태미가 빠르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해 줬다.
“그런 일이 있었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보급품과 육군 병력을 보낼 때, 울릉도에서 붙잡은 왜인들은 죄다 이곳으로 데려오라고 하고. 그때쯤이면 체포 작전이 마무리됐을 테니까.”
“예. 명대로 처결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릴 어떻게 발견했지?”
“대마도 북부 해역을 항해하던 중 동남 방향 수평선 위로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목격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해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직감했지요.”
“연기가 그 정도로 많이 났나? 음, 그랬군. 불에 탄 왜선들이 꽤 많았지. 암튼 때맞춰 잘 와 주었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그럼 나갈까?”
태건은 고경봉과 대화가 끝나자 임시 막사를 나와 바로 해변으로 향했다. 해변 상황이 몹시 궁금했기 때문이다.
더 많은 병력과 물자가 들어오는 바람에 해변은 도떼기시장이나 다름없었다. 장인들은 오랜 항해에 따른 피로를 풀 새도 없이 팔을 걷어붙이고, 석재와 통나무로 임시 선착장을 만들고 있었다. 이 선착장이 완성되면 바로 대선들이 접안할 수 있어 상륙정이 필요 없게 된다. 그 정도로 초량만의 수심은 깊은 편이었다.
태건은 마침 하역 작업이 진행 중인 거선을 살폈다. 그가 고경봉에게 물었다.
“선명이 대용호라고 했나?”
“그렇습니다. 고려해운의 1호 거선인데, 크게 쓸 거라며 대용호라 이름했답니다.”
대용호는 자체 기중기로 적재된 화물을 상륙정과 어선에 싣고 있었다.
“잘 만들었군.”
“처음 보셨습니까?”
“그랬지. 바쁘다 보니 정작 진수식에 참여하지 못했거든. 착공식엔 갔지만.”
거선의 외관은 확실히 북청급 대선과 비슷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포 갑판이었다. 태건의 배려 덕분에 거선들도 화포로 무장했는데, 좌현과 우현에 각 5문씩 총 10문이 배치되었다. 포 갑판은 배의 중간 부분 선실을 개조해 조성되어 있었다.
화포병은 모두가 예비역들로, 군에 있을 때 화포병으로 복무한 자들이다. 이들은 매우 높은 급여를 받고 있었다. 사람들이 회피하게 마련인 뱃일에, 위험한 화포까지 다루는 일이다 보니, 일반 선원들보다 몇 배나 많은 급여를 받게 되었다.
“저, 그리고…….”
마침 단둘이 남겨지게 되자, 고경봉이 낮은 목소리로 태건에게 보고했다.
“황진 장군님과 허명이란 분이 이번에 같이 왔습니다. 두 분이 주변에 알리지 말라고 하여…….”
“오, 그래? 빨리 모셔 오게.”
고경봉 또한 고위급 군 간부라, 황진이 발해로 비밀리에 망명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나 허성만큼은 그도 알지 못했다. 조선에서 직위가 그리 높지 않았던 데다, 철저히 신분을 감춰 그저 황진 장군의 지인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 * *
황진과 허성이 이하륜에게 청을 넣어 대마도로 온 이유는 당연히 조선에 닥친 비극 때문이었다. 호남에서 대량 학살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 두 사람은 도저히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걱정이 컸다고 한다.
특히 남원이 고향인 황진은 더욱 그랬다. 남원성에서 조명연합군이 대패했고, 무려 6천에 달하는 남원 백성이 학살당했다는 소식에 분노를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조그만 도움이라도 주고자 대마도행을 고집했던 것.
“잘 오셨습니다. 황 장군님.”
두 사람의 심정을 잘 아는 태건은 그저 잘 왔다고 반길 수밖에 없었다.
“울화로 앓아 죽느니 여기 와서 칼이라도 한 번 휘두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오는 도중에 바닷바람을 꽤 오래 쐰 덕분인지, 황진의 표정은 한결 누그러져 있었다.
“그런데 태왕께서 벌써 우리가 할 분풀이를 다 해 놓으셨더군요.”
허성이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장관이었습니다. 그 수많은 왜선이 깨져 나가는 걸 보니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 시끄러운 포성도 그저 풍물 장단처럼 신나는 소리로 들리더군요.”
대마도 해전 장면을 떠올리자, 황진의 입가에도 저절로 미소가 피어났다. 비록 그가 승선한 2함대 함선들은 해전이 끝날 무렵에나 도착했지만, 먼발치에서나마 왜선들이 격침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대마도 해역의 제해권을 쥐려면 조금 더 바삐 움직여야 하고, 또한 이곳 초량을 지켜 낼 수단도 마련해야죠.”
“그래도 벌써 왜 병선을 160척가량 격멸하지 않았습니까? 정말 놀라운 성과입니다. 분명 조선에도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그간 제3함대가 침몰시킨 왜 군선의 총수는 대략 160척이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 생각입니까?”
허성이 물었다.
“무엇보다 초량을 되도록 빨리 요새화해야 합니다. 이 거점을 튼튼히 지켜 낼 수 있어야 여길 토대로 다음 작전을 펼치고, 또 보급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그다음으로 대마도 주변 해역의 제해권 확보도 중요하고. 그다음은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
태건은 뒷말을 흐렸다. 그 역시 다음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이미 역사와 다르게 발해가 개입한 상황이라, 앞으로 전황이나 국제 정세가 어떻게 흘러갈지 그도 더 이상 예측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혹시 이곳 대마도를 아예 점령할 생각입니까?”
황진이 태건의 의중을 물었다.
“예. 섬 전체를 남방 진출을 위한 교두보로 삼을 생각입니다.”
“흠, 그럼 앞으로 더 많은 병력을 데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만.”
“그래서 해병대는 물론 육군 병력도 더 확보해야 합니다.”
“그렇군요.”
황진은 시선을 바다로 옮겼다. 세 사람이 있는 곳은 임시 선착장이 건설되고 있는 해변 배후에 자리한 언덕으로, 이곳에 태건을 위한 전용 막사가 설치되어 있었다.
초량항뿐만이 아니라 주변 지역 전체가 북적거리고 있었다.
해군 함대가 대마도 해전을 치르는 사이, 해병대 병력은 초량만 입구에 자리한 ‘니시도마리’란 작은 포구도 점령했다. 이곳은 조선통신사 사행단의 기항지로 알려져 있는데, 발해 함대가 초량만으로 진입할 때 이미 모든 대마도 관리와 왜병이 도주해 빈 곳이나 다름없었다. 이 마을을 점령한 해병대는 태건의 지시대로 이곳 북쪽의 동산 정상에 해안 포대를 배치했다.
그리고 1,800여 명이나 더 늘어난 왜군 포로도 문제였다. 이들로 인해 일손이 늘어난 건 좋으나, 그만큼 많은 감시 인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태건은 새로 들어온 육군 5군 소속 500여 병력에 포로 감시 임무를 전담시켰고, 천오백에 달하는 해병대에 지역 방어 임무를 맡겼다.
“제가 여기 온 건 사실 다른 목적도 있습니다.”
황진이 신중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다른 목적이요?”
“예. 출발 전에 의정대신과 얘길 나눴는데, 그때 이순신 통제사가 위험하다고 들었습니다.”
“해전을 말하는 거라면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분명 왜 수군과 싸워 이길 겁니다.”
“예, 그 얘기도 들었지요. 전 그보다 조선 국왕의 일이 신경 쓰여서요.”
태건은 황진의 의중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휴! 그게 문제입니다.”
이번엔 허성이 얘기를 시작했다.
“국왕이 통제사로 다시 임명한다는 교지를 내리면서, 그 속에 임금의 과실을 인정했다는 문구를 삽입했다고 들었습니다.”
“의정대신이 한 얘기입니까?”
태건이 물었다.
“예.”
사실 아무리 첩보망이 촘촘하더라도 임금이 내린 교지 내용까지 익문사가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하륜도 익문사 핑계를 대고 자신이 아는 역사 지식을 풀어 황진과 허성에게 얘기해 준 것이다.
국왕은 이순신 장군의 위업을 칭찬하는 내용으로 글을 시작한 다음, ‘지난번 그대의 직책을 교체시키고, 그대에게 죄를 물어 백의종군케 한 건 내 생각이 짧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이런 패전의 치욕을 감수하게 되었으니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 더 이상 무슨 말을 하겠는가!’라며 자신을 탓했다.
태건과 이하륜은 예전에 이 교지를 화제로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심각하지요?”
태건이 허성에게 물었다.
“예. 전 그 교지 내용을 듣자, 임금이 이 통제사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허성의 말에 황진도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시는군요.”
“그럼요. 조선 국왕의 성격을 고려하면 쉽게 그런 결론에 다다르지요. 공식 문서로 자책까지 했으니, 훗날 분명 뭔가 하날 걸고넘어져 목을 내놓으라고 할 겁니다.”
“같은 의견입니다.”
태건도 순순히 인정했다.
이순신 장군 역시 다시 통제사로 임명된 이후, 국왕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 매월 초 혹은 보름에 임금이 있는 방향을 향해 절을 해 예를 표하는 소위 ‘망궐례’를 그는 재부임 이후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전엔 좀처럼 그 의례를 거르는 경우가 없었다. 즉 배신감에 치를 떨게 만들고, 노모의 장례도 치르지도 못했는데 부임을 재촉하고 강요한 조선 국왕에 대한 충성심이 아니라, 오로지 백성을 위해 그가 다시 나선 것이다.
“이 통제사도 그걸 알 겁니다. 그게 문제라는 거지요.”
황진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면 이 통제사를 살리시려고요?”
“그렇습니다.”
태건의 질문에 황진이 고개를 푹 숙이며 대답했다. 부디 도와 달라는 뜻의 몸짓이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반드시 그리해야죠.”
태건도 흔쾌히 수락했다.
“오! 고맙습니다. 태왕 기하!”
황진이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현재 조선 수군은 어디에 있습니까?”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목포진 부근에 있지 않겠습니까?”
태건은 당연히 현재의 조선 수군 위치를 알고 있었다. 목포 앞바다에 있는 보화도 ― 훗날 고하도로 변경 ― 였다. 그래서 목포진 어름에 있다고 뭉뚱그려 대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