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평안부의 확장 (1)
대마도 해전에서 대패했다는 소식이 부산포 왜성으로 전해진 건 꽤 시간이 흐른 뒤였다.
발해 함대의 활약으로 주 보급로인 대마도 북부 항로가 위험해지자, 이제 보급품과 병력을 수송하는 왜선들은 대마도 남부 해역을 도는 경로를 선택해야 했다. 거기서 조선해협 서수로를 건넌 다음, 거제를 거쳐 부산포로 들어오는 항로를 이용하고 있었다. 거친 원해를 지나야 하는 데다, 항해 거리가 늘어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안전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원정군 총사령관 고바야카와 히데아키는 대마도 해전 소식을 접하자 몹시 절망했다.
“백이십 척 중 성한 게 별로 없을 정도로 대패했다고? 고작 여섯 척에?”
“그렇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그와 비슷한 후발해 수군 전력이 북쪽에서 추가로 합류했다는 점입니다.”
“정말 믿을 수가 없더군. 이제 어떡해야 하지? 도대체 무슨 수로 저들을 상대한단 말인가? 백이십 척으로 여섯 척도 못 이겼으니, 삼백 척 넘게 동원해야 겨우 후발해 선단과 맞설 수 있단 말이지 않은가?”
히데아키의 단순 계산법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지난번 전투처럼 발해 함대의 탄약 보유량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근데 무슨 수로 그 많은 배를 모을 수 있겠습니까? 수군 원정군도 이순신 함대에 막힌 데다, 손실도 크지 않습니까?”
이나바의 대답을 들은 히데아키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젠장! 제대로 풀려 가는 게 없군.”
명량해전에서 패한 직후 발해 함대의 내습과 부산포 해전 소식까지 전해지자, 왜 수군을 지휘하는 도도 다카도라 대장은 왜 수군 전력의 절반을 순천에 남겨 두었다. 혹시라도 모를 조선 수군의 움직임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는데, 지휘관은 와키자카 야스하루였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을 이끌고 즉시 부산포로 돌아와 전열을 정비하는 데 힘쓰고 있었다.
“정말 큰일입니다. 오우라항도 후발해 놈들에게 크게 당한데다, 놈들의 활동 반경 안에 있어 활용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대마국부도 성치 못하다고 합니다. 첫 습격 이후, 지금까진 재차 공격해 오지 않았다고 하지만…….”
“이거… 이러다 보급이 완전히 끊기는 건 아닌가?”
“예, 이제 그걸 걱정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휴! 미치겠군. 도대체 방법이 없잖은가?”
“일단은 대마도 남쪽 항로를 계속 활용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제3함대가 남하해 벌인 모든 일이 이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본국과의 연계마저 완전히 끊어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어찌해야 할까?”
“휴! 글쎄요.”
이나바는 깊게 한숨부터 내쉬었다.
“제 얘길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십시오.”
“말해 보게. 어떤 얘기라도 들어주겠네.”
“가장 좋은 건 후퇴하는 겁니다.”
후퇴가 언급됐는데도 히데아키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같은 생각이었다. 수로는 명량에서 이순신 함대에 막혔고, 육로는 직산에서 조명연합군에 막혀 다시 남쪽으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육지 전쟁도 승기를 잃은 것이다.
“태합께서 허락하실 리가 없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후발해 함대의 출현으로 인해 파생된 결과이니 그분도 이해하시고 그런 지시를 내릴 수도 있습니다.”
“됐고. 그다음은?”
히데아키는 이나바의 이 조언을 일축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성격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간단합니다. 보급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또 퇴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저들과 정면으로 맞붙어 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따위 말이 무슨 조언인가?”
“그때까지 어떤 경우라도 맞붙어 싸우지 말고, 최대한 병선을 많이 확보한 다음 단판에 승부를 내야 합니다.”
뒤에 덧붙인 말이 조언다운 조언이었다. 또한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어차피 후퇴 명령이 떨어지더라도 현재 보유한 수군 전력으로 발해 함대를 돌파할 수가 없었다. 그러므로 본토에 병선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 다음, 최대한 많이 모아 단번에 치고 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 * *
발해의 수도 서울, 정부청사의 의정부 사무실.
태건의 부재로, 현재 모든 내정 현안은 의정대신 이하륜의 몫이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내각의 대신들이 뻔질나게 이곳을 드나들며 국정을 협의하고 있었다. 오늘도 건설부 대신 태원이 방문해 도로 공사와 관련한 업무를 한창 논의 중이었다.
“드디어 양강로 도로가 혜산진까지 연결되었어요.”
“잘했네. 참으로 오래 걸렸지요?”
이하륜은 태원을 더 이상 예전처럼 편한 아우로 대할 수 없었다. 태왕이 황제와 동격이므로, 태원은 친왕의 신분으로 격상되었다. 그러나 태원은 그의 형처럼 이런 격식을 몹시 싫어했다.
“우리끼린 편하게 얘기하자니까요?”
“그래도 연습해야지. 남들 있을 때 실수하면 안 되니까…요.”
“어휴! 의정대신 형님도 참.”
“양강로 구간의 다리는?”
이하륜이 얼른 본 안건으로 돌아왔다.
“하나씩 건설하고 있는데, 그게 다 완공되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군요.”
“그렇겠지요. 다리 공사가 어디 쉽나?”
양강로에서 분기되는 백두선 도로도 이미 완공된 상태이고, 서울과 홀한진을 연결하는 경홀선은 현재 장령진을 지나 춘양영 부근까지 나아갔다. 이들 이외에도 예전에 동서횡단선이라 불렀던 경부선 ― 서울과 인안부 너연현 부흥영을 연결하는 도로라 경부선이 됨 ― 과 서울에서 인안진(돈화)을 잇는 경인선 노선의 공사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었다.
이처럼 도로 공사는 태건이 가장 중시하는 사업이기에, 여전히 발해 곳곳에서 도로 건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똑똑! 벌컥!
노크와 동시에 문이 열리자, 이하륜과 태원은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 둘의 시야에 들어온 이는 군부대신 최철주와 익문사 독리 권형이었다.
“어? 무슨 일로?”
“큰일 났습니다. 평안부 도독 겸 제3군 사령관 강대구 소장이 급보를 전해 왔습니다.”
익문사 독리 권형이 나서서 대답했다.
“평안부에서 큰일이 났다고요?”
“그게 아니라, 지금 평안도에서 난리가 났답니다.”
“난리라면 민란?”
“그렇습니다.”
“그게 뭔 큰일이라고.”
“대규모 민란이에요.”
“대규모라면…….”
“평안도 전체가 들썩거린다면 큰일 아니겠습니까?”
“전체가?”
“예.”
지켜보던 최철주가 가져온 지도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우리 평안부와 경계를 접한 희천군과 이산군은 물론이고, 벽동과 운산, 창성이 모두 들썩거리고 있지요. 아울러 서부 평원지대까지 확산하고 있답니다.”
“또 피난민의 이동을 막아서 사달이 일어났군.”
“그렇습니다.”
“하여간 조선은 실패에서 배우는 게 없어. 왜 똑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그래야 조선답지요.”
태원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왜적이 호남을 차지하고 살육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에 더해, 한양으로 진군 중이라는 얘기가 조선 팔도에 파다하게 퍼졌습니다. 그러자 평안도와 황해도, 경기도 백성들이 대거 우리 발해의 평안부 쪽으로 몰려왔는데, 그들을 막자 문제가 크게 생긴 듯합니다. 더구나 왜군과 전쟁하느라 평안도의 군사력이 시원치 않다 보니…….”
권형이 나름 민란 발생의 원인을 분석했다.
“왜적이 익산에서 막혀 남쪽으로 후퇴했잖아요?”
“그 소문까지 퍼지진 않은 듯합니다. 아니면 평안도 주민들이 왜적의 진격 소문을 빌미로 이번 기회에 우리 발해로 들어올 생각으로 그랬을 수도 있고요.”
사실 현지 주민들도 지난 민란 때, 강계와 위원군이 눈 녹듯이 발해로 흡수되는 과정을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지켜본 바가 있어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었다.
“다른 원인도 있지 않나요?”
이하륜이 권형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허허! 있습니다. 평안도 사정을 잘 아는 제5군 사령관 신첨 참장이 벌여 놓은 일들이 있죠.”
신첨은 그간 큰 공을 많이 세운 덕분에, 다른 선배들을 추월해 바로 제5군 사령관 직에 올랐다. 그러나 그의 계급은 다른 사령관보다 한 계단 낮은 참장이었다. 그는 5군을 맡기 전 평안부에서 연대장으로 재직할 때, 익문사와 손을 잡고 발해와 인접한 희천군과 이산군 지역에 첩자를 대거 잠입시켜 발해 이주를 유도하는 소문을 퍼트려 왔다. 아울러 그 지역의 조선군 병력에 대한 회유 공작도 병행했다.
“안 그래도 우리 발해로 들어갈 뜻을 품고 있던 주민들인데, 왜군의 북상 소식이 전해지자 백성들이 들고일어난 겁니다. 우리한테 회유된 장졸들도 동참했고요. 그래서 조선군 수비대 사이에 내분이 일어났고, 그 틈을 타서 주민들이 대거 이동하기 시작했지요. 그 소식이 다른 인접한 고을에도 전해지자, 그들도 나섰는데…….”
“그들을 조선군이 또 막아서는 바람에 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게 됐군.”
“그렇습니다. 그렇게 불타오른 거지요.”
권형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창성군 상황은 어때요?”
창성군은 압록강 변에 자리한 고을이다. 발해 영토인 평안부 경계에서 창성까지 가려면 이산군과 벽동군을 차례로 거쳐야 한다. 그러므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마찬가지입니다.”
이하륜이 창성을 콕 짚어 물은 것은 그곳이 조선의 군사 거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엔 여러 군수 창고와 병영이 산재해 있었다.
“왜란으로 인해 거기에도 병력을 많이 배치할 수가 없었겠죠. 호남이 왜적의 손에 떨어진 직후, 주둔군의 상당수가 남쪽으로 내려갔다고 합니다.”
“창성까지 흔들린다면 정말 큰일은 큰일이군.”
이하륜은 탐욕에 물든 눈빛으로 지도를 뚫어지도록 살펴보기 시작했다. 특히 군사 도시인 창성까지 흔들린다는 정보에 그는 몹시 고무되었다.
“우리 이렇게 합시다. 당장 제3군을 움직여 희천과 이산, 벽동, 창성, 운산군, 이렇게 다섯 고을을 점령합시다.”
“예? 군을 움직인다고요?”
“헉! 군을?”
“한두 고을도 아니고 다섯 고을을 한꺼번에요?”
이하륜의 파격적인 제안에 최철주와 태원, 권형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 정도라면 태왕 기하의 승낙을 얻어야 하지 않소?”
최철주가 정신을 차리고 이하륜에게 물었다.
“그러면 늦어요. 배들이 오가고 하는 사이에 민란이 진압될 가능성이 크니까. 또 기하는 이 정도의 전결권을 제게 주셨어요.”
“그러다 조선과 전쟁이라도 나면…….”
“어차피 이번 전쟁이 끝나면 조선은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와 충돌을 일으킬 겁니다. 그렇다면 한 뼘의 영토라도 늘려 놓는 게 나아요. 더구나 점령하기 힘든 산악 지대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산악 지대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으면 나중에 조금이라도 편해지지요.”
이하륜의 발상은 파격적이면서도 매우 합리적이었다. 훗날 지형이 험한 평안도 산악 지대에서 전선이 형성되면 큰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다소 위험을 감소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영토를 확장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더구나 평안도 동북부 산악 지대는 함경도만큼이나 자원의 보고로 유명한 지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