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66
166화
왜성 공격 (1)
평안도 영변에 도착한 우의정 이원익을 평안 병사 이경준이 맞이했다. 조선 국왕의 행재소이기도 했던 영변 관아에 들어서자마자, 이원익은 이경준에게 밀담을 나누자고 요구했다.
“주변을 물리고 우리 둘만 얘길 나눴으면 하는데.”
“예, 알겠습니다. 대감.”
부장들이 나가자 이원익이 이경준에게 물었다.
“어떻게 돌아가고 있소?”
“휴! 면목이 없습니다. 민란으로 인해 우리 군이 관아와 진지들을 비운 틈을 노려, 저 북방 역도 병력이 희천은 물론 운산까지 점령하고 들어왔습니다.”
“그새 운산도 넘어갔군. 그럼 북부 압록강 쪽은 어떻소?”
“이산에 이어 벽동과 창성까지 내주었습니다.”
“벌써 그자들이 다섯 고을이나 차지했단 말인가? 이거, 큰일이군.”
“지금 저들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당장 서부 평야 지대의 민란부터 토벌해야 합니다. 그래야 명과 통하는 보급로가 안전해집니다.”
이원익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되물었다.
“보급로가 벌써 끊겼단 말이오?”
“그렇지는 않습니다. 난을 일으킨 자들도 명군만은 건드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급 행렬은 무사히 통과하고 있지요.”
“흠. 저들도 명의 진노가 무서운 모양이로고.”
“예. 적도들은 고을 관아와 창고를 주로 노리고 있지요. 고을 수령과 아전들의 수탈이 혹독했던 탓입니다.”
이경준 병마절도사는 이 민란의 원인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발해에 귀속되길 원하는 민심까지 읽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런데 왜 저만 보자고 하셨는지.”
이 정도의 보고는 부장과 같이 들어도 될 내용이었다.
“평안도에 나와 있는 북방 역도의 수괴와 담판을 짓기 위해서요. 이 병사도 알다시피 우리한테 평안도로 보낼 병력이 없지 않소.”
“음. 참으로 지당한 판단입니다. 지금 그게 가장 정확하고 유일한 해법이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북도의 역적 도당도 당장 명과 척지고 싶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 명을 들먹여 겁박하면 저들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겠습니까?”
“잘 아시는군. 그래서 내가 주상 전하의 허락을 얻어 이리로 왔지요. 물론 철저히 이를 비밀에 부쳐야 할 것이오. 담판 사실이 외부로 새 나가면 나는 물론이거니와, 주상 전하도 곤란해지시니.”
“알겠습니다. 바로 추진하겠습니다.”
* * *
조선 측이 요청한 비밀 협상은 빠르게 성사되었다.
마침 3군 사령관 강대구가 영변에 이웃한 운산에 머물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현재 평안부 확장 작전을 맡은 부대는 제10연대와 12연대였고, 이들을 직접 지휘하기 위해 사령부가 같이 움직이고 있었다.
협상이 열린 장소는 영변과 운산의 중간 지점에 있는 역참인 국사참이었다.
이원익이 국사참 협상장에 나타나자, 사령관 강대구 소장과 제12연대장 장호가 일어나 공손히 예를 표했다. 나라를 대표하는 동등한 자격으로 왔으나, 우의정인 이원익의 지위가 훨씬 높았기 때문이다.
“어서 오십시오, 대감. 전 발해 육군 제3군 사령관을 맡은 강대구 소장입니다.”
“사령관에 소장이면… 품계가 어찌 되고 어떤 직급에 해당하오?”
이원익은 새파랗게 젊은 장수가 대표로 나선 점이 의아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조선식 품계로 보면 정3품일 겁니다. 직급은 동행한 평안 병사분과 같다고 보면 됩니다.”
“음, 병마절도사와 동급이라니, 놀랍군. 어찌 이리도 젊은 연치에 높은 자리에 올랐소?”
“우리 발해의 문무관 대부분이 저처럼 젊습니다.”
“하긴… 그렇겠군.”
이원익은 태건이 젊은 무관들을 이끌고 경흥으로 부임한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그는 발해에 관한 호기심이 많은지라, 강대구와 장호를 번갈아 보며 복식부터 유심히 살폈다.
“그런데 복식이 특이하오?”
“발해 육군의 정복입니다. 우린 장졸 모두가 같은 복식의 옷을 입습니다. 다만 장식과 계급장만 다를 뿐이지요.”
이원익은 이번에도 고개를 끄덕였다. 소문대로 발해는 평등 의식이 강한 나라이기에 군복에서도 그 정신이 드러나 있었다.
반면에 조선은 철저한 계급제 사회라, 계급에 따라 복식이 달라졌다. 심지어 지방 고을도 서열을 두어 도호부와 목, 군, 현을 두었다. 그래서 특정 고을에서 반란이 일어나면 고을의 격이 강등되기도 했다.
태건은 이런 번거로움이 싫어서 모든 기초 지방 조직을 ‘현’으로 통일했다.
“내 바로 묻겠소. 어쩌자고 평안도 고을을 점령하고 들어온 것이오?”
이원익은 이제 본론으로 들어갔다.
“백성들의 요청 때문이었습니다.”
“그게 말이 되오? 요청이라니. 무슨 근거로…….”
“이번에 봉기를 주도한 수장들이 사람을 보내, 고을 민심을 전해 왔습니다. 백성 대부분이 우리 발해국에 귀속되고 싶어 한답니다. 고을 전체가 말이지요.”
“민란 수괴가 요청했다고, 그걸 받아들이다니! 또 그들이 어찌 고을을 대표한단 말이오?”
“우리 발해는 민심을 중히 여깁니다. 나라의 주인은 군주가 아니라 백성이니까요. 군주는 백성의 위임을 받은 것일 뿐…….”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나라의 주인이 백성이라니!”
이경준이 버럭 고함을 쳤다. 지금 이 상황에 걸맞는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훗날 사헌부의 탄핵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밀 회담이라도 언제든 회담 때의 일이 새어 나갈 수도 있었다.
“그건 조선의 생각일 뿐, 우리 발해는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관의 탐학에 지쳐 살길을 찾아 달라고 요청한 백성의 요청을 어찌 외면할 수 있겠습니까?”
강대구는 강단 있게 자신의 주장을 밀고 나갔다.
“평안도는 명과 유일하게 국경을 접한 조선 땅이오. 만일 여길 취하면 명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래도 괜찮소?”
“괜찮습니다. 명이 무서워 백성의 염원을 외면할 수는 없으니.”
“그러다 오히려 백성이 다치면? 그쪽이 그토록 위한다는 백성이 말이오.”
“백성이 다친다?”
“만약 보급로가 위험해진다는 판단이 들면 명군이 가만히 있겠소?”
“그럼 명군이 백성을 해한다는 말입니까?”
“미구에 당연히 벌어질 일이지.”
“음…….”
강대구는 실제로 고민에 휩싸였다. 그는 이 협상이 열린다는 사실을 이하륜에게 즉시 알렸지만, 협상 지침까지 받은 건 아니었다. 다만 이번 작전을 통해 다섯 개의 고을을 취한다는, 전체적인 전략만 숙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강대구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지자, 이원익의 말투가 더욱 부드러워졌다.
“그대들도 원래 조선 사람 아니오? 조선이 국난을 당해 왜적과 싸우는데, 그 틈을 노려 이득을 취해서야 되겠소?”
“우린 이미 참전해 조선을 돕고 있습니다.”
“그건 알고 있소만… 그보다 앞으로 그쪽은 우리 조선과 싸울 생각이오?”
“왜란이 한창인데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강대구의 대답이 몹시 맘에 들자, 이원익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렇다면 더더욱 평안도를 노리면 안 되지.”
“그러나 민심이…….”
강대구가 다시 같은 말을 하려 하자, 우의정은 손을 들었다.
“이제 실질적인 얘기를 합시다. 그대들과 민란 수괴들 간에 말이 통한다고 하니, 그자들을 설득해 보급로가 지나가는 서부 평야 지대와 그 주변 고을의 민란을 잠재워 주시오. 지금 점령한 고을에서 더 이상 서쪽으로 진출하지 말고. 그러면 우리도 병력을 불러올려 그대들과 전투를 치를 필요가 없지.”
강대구는 내심 원하는 제안이 바로 나오자, 이하륜의 전략에 혀를 내둘렀다. 이런 전개를 예상하고 과감히 진출한 덕분에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다섯 고을을 새로 얻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저도 조건을 하나 제시하겠습니다. 이번 봉기의 주역이 된 백성들을 우리 발해가 거둘 테니, 그들이 무사히 우리 영역으로 들어올 수 있게 배려해 주시지요.”
“음, 좋소! 그렇게 합시다.”
이렇게 해서 사상 최초로, 발해와 조선 간에 열린 협상이 마무리되었다. 이제 발해는 평안도의 다섯 고을과 함께 평안도 서부 평야 지대에서 거주하는, 수많은 이주민을 얻게 되었다.
이미 민란이 일어난 상황이라, 조금이라도 연루가 된 이들은 후환이 두려워 모두 발해행을 선택했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평안도 서부 지역 전체가 텅텅 비다시피 했다.
* * *
초량진 전투 이후 본격화된 발해군 해병대의 활약은 놀라웠다.
원래 수비보다 공격에 특화된 부대이기에 초량진 방어 전투가 마무리되자, 바로 공격에 나서 대포진(오우라)까지 순식간에 주파하더니, 왜군 진영마저 단숨에 점령했다.
위력과 사거리가 훨씬 더 좋아진 신형 공성포(홍이포) 덕분에 오우라 왜성도 쉽게 깨트렸고, 초량진 전투에서 겨우 살아남아 대포진으로 도주한 왜병 수백 명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방어를 담당하기로 한 육군 5군 소속 1개 대대 병력이 대포진에 도착했다. 그러자 해병대는 다시 출정을 감행, 사량진(사스나)과 주량만(스시만) 연안을 연이어 점령했다. 이처럼 해병대의 활약으로 대마도에 파병된 발해군은 태건이 설정해 놓은 북부 거점에 해당하는 영역을 모두 확보하게 되었다.
대마도 북부가 발해군에 넘어가 사스나와 오우라항을 더 이상 활용할 수 없게 되었다는 소식이 곧 부산포에도 전해졌다.
고바야카와 히데아키는 안절부절못한 채 방 안을 서성거렸다.
“후발해 수군으로 인한 피해가 막심합니다. 본토와 부산포를 오가는 선단 중 열에 둘 가량이 놈들에게 덜미를 잡혀, 나포되거나 격침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신 이나바의 보고에 히데아키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아무래도 대마도 북부 육전에서 승리해 거점에 대한 방어 부담이 줄어들자 놈들이 마음껏 활개를 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이나바의 추론은 매우 정확했다.
거점을 위협하는 요소를 제거한 데다 방어 병력이 더욱 늘어나자, 발해 해군은 이제 보급품이 떨어질 때까지 해상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었다. 배 안에서 취사와 취침을 할 수 있는 대형 범선의 장점이 유감없이 드러난 것이다.
그로 인해 왜 보급선의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었다. 왜 선단은 대마도 남부 해안을 돌아 조선해협 서수로를 건너는 새로운 항로를 주로 이용하고 있지만, 그 항로조차 위협당하고 있었다.
“놈들 배가 모두 몇 척이라고 했지?”
“남만을 오가는 남만선들 중에 가장 큰 놈과 비슷한 배가 아홉 척이고, 그보다 작은 배가 다섯 척입니다. 그 작은 배조차 우리 아타케부네나 조선 수군의 판옥선보다 몇 배는 더 크답니다.”
“보급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예, 큰 배 세 척이 계속 오가며 병력과 물자를 실어 나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마도 거점을 점유 중인 후발해 병력이 나날이 늘고 있지요.”
“그럼 대마도는 영영 놈들 손에 넘어간 거 아닌가? 국부가 있는 남부까지 온통…….”
히데아키의 걱정에 이나바가 죄송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휴! 그렇게 될 듯합니다. 정말 이러다 조만간 보급이 완전히 끊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후발해 수군이 더 늘지 않는다면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지지 않을까? 열에 여덟은 그래도 살아오잖아?”
“매번 열에 둘을 잃는다면, 결국 보급이 끊길 겁니다. 새로운 병선을 건조하는 속도보다 잃는 속도가 더 빠를 테니까요. 병력 손실도 무시 못 할 테고요.”
“그렇군. 그 점을 고려하지 못했군. 그럼 반격에 나설 수는 없나? 뭐든 해봐야 할 것 아닌가?”
“어림없습니다. 백여 척 이상 더 모아야 할 겁니다. 더구나 서쪽의 조선 수군까지 나서게 되면 더 답이 없지요.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 원정군 수군과 합류하기 위해 본토에서 바다를 건너오는 군선들이 대마도 부근에서 당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후발해 놈들이 보급선보다 군선부터 노리니까요. 그 군선이 잡혀 시간을 끌어 준 덕분에 보급선의 생존율이 높은 겁니다.”
“미치겠군. 그러다 어느 세월에 군선을 모으겠나?”
그러자 이나바가 조금 생각하는 시간을 갖더니, 히데아키에게 말했다.
“태합 전하에게 부탁하시지요. 조선에 나와 있는 수군으로 조선 수군을 상대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니, 후발해 수군을 본토 수군이 처리해 달라고. 그렇지 않으면 철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슬쩍 흘리심이 어떨지.”
“그러자면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듯, 물자와 인력을 쏟아부어야 하는데? 최대한 많이 모아서 일거에 들이쳐야… 음, 의도가 따로 있었군. 괜찮네. 결론은 후퇴 명령을 끌어내란 말이지?”
히데아키는 이나바의 조언에서, 숨은 의도를 결국 알아챘다.
“예, 제 생각이 바로 그겁니다. 그럼…….”
땡땡땡땡!
이나바가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순간, 밖에서 요란하게 종소리가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