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2차 대마도 해전 (2)
세 무리로 나뉜 왜 수군은 전체적으로 삼각형 대형을 구성했고, 각기 왜군 특유의 어린진을 형성했다.
이제 왜 수군에 대한 정보를 모두 파악한 발해의 제2함대는 고민할 것도 없다는 듯, 가장 선두에 자리한 중앙 선단을 향해 곧장 나아갔다.
이를 인지한 왜군 진형에도 즉시 변화가 일어났다. 삼각형의 전방 꼭짓점에 해당하는 중군이 속도를 늦췄고, 좌군과 우군 진형이 빠르게 앞으로 치고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면 학익진 형태로 바뀌고 있었다.
왜 수군 대장 도도 다카도라는 장관을 연출하는 자신의 수군 선단을 보며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이렇게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기동하며 싸우면 무조건 우리가 이기지. 좁은 길목만 아니라면 말이다.”
그간 명량의 기억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 그를 괴롭혔다. 바다로 나오기만 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잔상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때와 달랐다. 드넓은 원해에서 정면 대결을 펼치게 되었으니, 준비한 전술만 잘 구사하면 아무리 큰 덩치를 자랑하는 발해 함대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들었다. 또한 마침 제2함대가 스스로 함정으로 들어오고 있는 모양새라 그의 기분은 더욱 고조되었다.
“이거 너무 순조로운데?”
그는 발해 함대의 움직임에 다소 의구심이 생겼다.
“제가 봐도 조금 이상합니다. 저런 속도라면 결코 우리 포위망을 빠져나가지 못할 텐데, 왜 계속 우리 중군 쪽으로 접근하는 걸까요?”
도도의 부장도 이상함을 느꼈다.
역시 이들의 불안한 예감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발해 함대의 움직임이 갑자기 급변한 것이다.
“아, 적 함대가 우리 좌익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좌익 쪽은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담당하고 있었다.
“빠, 빨라졌군.”
발해 함대는 거의 ‘U’자 형태를 그리며 처음엔 북쪽으로, 다음엔 동남 방향으로 선수를 돌렸는데, 선회를 마치고 순풍을 받게 되자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졌다.
“이, 이런… 놈들 목표가 와키자카였어.”
“그, 그렇다면!”
“속도를 올려라! 우군도 빨리 따라붙으라고 해!”
발해 함대의 기동으로 왜 선단의 형태가 완전히 바뀌었다. 좌익 선단이 전선의 가장 전방에 위치하게 되었고, 그 뒤를 중군과 우군이 나란히 따라가는 거의 일자형에 가까운 모양새가 되었다.
퍼퍼퍼펑!
결국 유효사거리 안쪽으로 와키자카의 좌군 선단이 들어오자, 발해 함대의 함포사격이 시작되었다.
“이익! 빨리 따라붙어라, 빨리!”
눈앞에서 좌군 함선 십여 척이 타격을 입어 벌써 기동 불능 상태에 빠지자, 도도 다카도라의 입이 바짝 타들어 갔다. 빨리 따라잡지 못하면 좌익 선단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었다. 결국 부산포에서 발해 함대에 일방적으로 공격당한 그 일이 눈앞에서 다시 펼쳐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 우리 쪽 배가 침몰합니다!”
발해 함대의 집중포화를 받은, 좌익의 가장 앞 열에 자리한 왜선 십여 척이 결국 격침되어 가라앉고 있었다.
“조, 조금만 더…….”
도도 다카도라는 전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가까워지자 더욱 조바심을 내었다.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발해 함대의 우측면을 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놈들이 또…….”
그러나 발해 함대는 도도의 중군에게 잡혀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발해 함대는 왜 중군 선단이 시야에 들어오자 다시 모든 돛을 활짝 펴 속도를 올리더니 전장을 빠져나갔다.
부장이 도도를 바라보자,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그는 곧바로 따라붙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 * *
퍼퍼펑!
또다시 제2함대 함선들이 뿌연 연기를 토해 냈다. 그와 거의 동시에 왜선의 현측에 구멍이 뚫렸다. 운이 나쁜 배는 하필 포탄에 적중당해 돛대가 부러지기도 했다. 한꺼번에 열 발 이상의 포탄에 맞은 왜선 하나는 선체가 종잇장처럼 찢기더니, 선체가 기운 채 바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제2함대가 공격하고 있는 함선들은 왜 중군 선단이었다. 발해 함대의 첫 공격에 당한 좌군 선단이 전열을 정비하는 사이, 가장 앞서 제2함대를 따르던 중군이 다시 발해 함대의 먹잇감이 된 것이다.
“105도로 변침하라!”
고경봉 사령관의 후퇴 지시에 따라, 함결 함장은 다시 동남 방향으로 북청함의 진로를 바꿨다. 그러자 다른 함선들도 공격을 멈추고 줄줄이 북청함을 따라 방향을 바꿨다.
여러 전투를 치르며 제2함대의 북청급 대선 세 척과 아오지급 중선 다섯 척은 이제 한 몸처럼 움직이는 경지에 이르렀다. 작전 중에도 다른 배들은 북청함을 늘 주시하며 신호를 읽어 냈다. 북청함이 변침하면 별도의 지시가 없어도 같이 방향을 바꿨다. 다른 복잡한 명령은 북청함에서 깃발로 전달되었다.
“조금 더 깨부수다 빠져도 될 것 같은데요.”
함결 함장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너무 욕심부리면 안 되네. 우린 타격을 주기보다 약 올리는 데 중점을 두기로 했으니 계획에 따라야지.”
“그렇다면 우리 의도가 제대로 먹히고 있네요. 저 같아도 약 올라 미쳤을 겁니다.”
함결이 흰 이를 드러내며 활짝 웃었다.
제2함대는 발해 해군의 주력이 아니었다. 같은 대선이라도 북청급과 경흥급의 화력은 다소 차이가 있었다. 아울러 대선보다 훨씬 크기가 작은 아오지급 중선이 많기에, 예전의 3함대처럼 적 선단에 포위당한 채, 버티고 싸울 수 있을 정도로 화력과 지구력이 강하지 못했다. 그래서 계속 치고 빠지며 왜 선단을 대마도 북부 해상으로 끌어들이는 전술을 펼치게 된 것이다.
제2함대의 퇴로는 북서풍을 받는, 순풍 항로이기 때문에 꼬리를 잡힐 염려가 없었다. 그래서 왜선이 접근하길 기다렸다가 공격한 다음, 재빨리 동남쪽으로 퇴각하길 반복했다.
“이 정도면 퇴각할 만도 한데, 계속 따라붙네요.”
함결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 번 얻어맞았으나 아직 많이 당한 건 아니니까. 이 상태에서 돌아가면 다른 왜장의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버티는 거 아니겠나?”
고경봉은 도도 다카도라의 심리 상태까지 분석했다.
“하하! 맞습니다. 정말 그렇겠어요.”
제2함대는 왜 선단의 우익도 건드렸다. 우익 선단을 맡은 왜장은 가토 요시아키였다.
이윽고, 계속 동남쪽으로 움직이던 제2함대는 대마도 최북단에 자리한 성게섬이 시야에 들어오자 다시 진로를 바꿨다.
“침로 40도로 변침하라!”
제2함대는 길게 호선을 그리며 북동 방향으로 움직였다. 물론 왜선들도 줄지어 뒤따라왔다. 처음 삼각형 대형을 유지했던 왜 선단은 거친 추격전을 벌인 덕분에 일자진 형태가 되었다. 선단 내의 어린진도 많이 풀려 버렸다.
“아! 왜선들이 추격을 멈추고 전열을 정비합니다!”
함결 함장이 소리쳤다.
“후후! 놈들도 이대로 가면 문제가 생길 걸 알았나 보군.”
“대형이 다 무너졌으니까요. 그럼 잠깐 선회할까요?”
“그러자고. 놈들이 따라올 시간을 벌어야 하니까. 또 놈들도 전열이 정비돼야 신났다고 따라오겠지.”
고경봉은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왜 수군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체적으로 삼각형 대형을 갖춘 다음, 제2함대를 향해 다가왔다.
“그럼 우리도 움직일까?”
2함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성게섬 서부 해역을 완전히 빠져나갔고, 제2함대를 쫓는 왜 선단의 선두 역시 그 해역을 지나쳤다.
“하하하! 3함대입니다. 역시 작전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네요.”
동남쪽을 살피던 함결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보고했다.
“정말 잘 숨어 있었어. 우리도 지금에서야 발견했으니.”
태미가 지휘하는 제3함대는 성게섬 동쪽 해역에 매복해 있었다. 그러다 제2함대가 성게섬 서부 해역을 벗어나자 왜 선단의 측면을 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우리도 여기서 선회해 바로 공격하자!”
“예.”
제2함대도 후퇴를 멈추고 배를 돌려 왜 선단의 정면을 노렸다.
“후후! 놈들도 3함대를 발견한 모양이군.”
왜 선단의 진형이 순식간에 흐트러지자 고경봉은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작전의 절반은 계획대로 이뤄진 셈이었다.
퍼퍼퍼펑! 퍼퍼펑!
왜 선단의 중군 선두가 화포 유효사거리에 들어오자 제2함대는 즉시 포탄을 퍼부었다. 전과 다름없이 또다시 왜 선단의 선두 전력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제2함대의 제물로 바쳐진 사이, 왜군 진영도 대열을 정비하더니, 좌익이 북쪽으로 돌아 제2함대의 측면을 향해 달려들었다.
“후퇴하라!”
반복해서 겪는 일이었다. 제2함대는 즉시 북동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사이 왜 선단의 우익은 제3함대의 화력에 고스란히 노출되었다. 아오지급 아산함과 미전함까지 합류한 덕분에 제3함대의 전력이 더욱 강해진 데다 측면까지 기습당하다 보니, 백여 척으로 구성된 왜 수군 우익 선단은 이번 해전에서 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 * *
가토 요시아키가 지휘하는 왜 수군 우익을 신나게 두들겨 대던 제3함대는 왜 중군 선단이 우익을 구원하러 나서자, 비로소 방향을 돌려 북동쪽으로 빠져나갔다. 제2함대를 상대하던 왜 중군 선단은 우군이 위험에 처하자 좌군에 제2함대를 맡기고, 제3함대를 향해 급해 움직인 것이다.
“2함대도 전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경흥함 함장 이사로가 태미에게 보고했다.
“잘했군. 우리, 한 스무 척 처리했나?”
“예. 그렇게 큰 손실을 안기지 못한 것 같습니다만.”
“호호! 아쉬운 모양이야.”
“지난 해전에서 우리 3함대 홀로 적선 이백 척을 능히 상대하지 않았습니까?”
이사로 역시 함결 함장과 마찬가지로 너무 빨리 치고 빠진 걸 아쉬워했다.
“그러다 위기에 봉착했지? 우린 포탄이 다 고갈됐고?”
“그렇긴 합니다만…….”
“어쨌든 삼백 척이야. 만만히 볼 수 있는 규모가 아니란 말이지. 발이 묶이면 우리도 크게 당할 수가 있으니 조심해야지?”
“예, 알겠습니다.”
이제 제2함대와 3함대 모두 순풍을 받으며 왜 선단을 먼바다로 유인하고 있었다.
“호호! 저것 봐. 놈들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지?”
“아, 과연 그렇군요. 더구나 곧 날도 저물 테고요.”
“왜선들이 본토를 나와 부산포로 향할 때, 반드시 대마도에 들르는 이유를 생각해 봐.”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판옥선에서 격군 노릇을 해 보지 않았습니까?”
이사로가 노 젓는 시늉을 하며 답했다.
“그래. 저들도 돛이 있으니, 지금까진 순풍을 받으며 우릴 추격했지만, 이제 원해까지 나왔으니 어쩌겠어?”
“아! 역시 배를 돌리네요.”
이사로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태미의 예상대로 왜 선단은 결국 배를 돌리더니, 성게섬과 섬 동쪽 악포곶 사이에 자리한 해협을 통해 성게만 내해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호호! 정말 오라버니 예상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네?”
“정말 놀랍습니다. 태왕 기하의 예측이 그대로 맞아떨어졌네요.”
태건은 왜 수군이 부산포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 예상하고, 왜 선단이 결국 성게만으로 들어가 복잡한 해안선을 이용해 배를 감춘 다음, 휴식을 취할 것이라 예상했다. 물론 경흥급과 북청급 대선이 진입할 수 없는, 수심이 얕은 지점을 휴식 장소로 고를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너무 아깝네요. 저들을 도저히 따라잡을 수가 없으니. 바짝 붙을 수만 있다면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을 텐데.”
“그러게.”
왜 수군은 격군이 있어 어느 정도 속력을 유지한 채, 성게만으로 들어가 몸을 감출 수 있었다. 반면에 발해 함대는 이제 역풍으로 속도가 느려져 왜 수군을 추적할 수가 없었다. 또한 좌초될 우려가 있어, 암초투성이인 내해로 진입하기도 어려웠다. 왜군 진영 역시 이 점들을 고려해 과감히 성게만 해안에서 기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