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급변하는 전황 (2)
3월 초. 대마도의 3월 날씨는 북방에 비해 훨씬 따뜻했다. 겨울 한기는 완전히 물러갔고, 칼날 같던 바닷바람도 선선하게 느껴지는 정도였다.
그간 대마도에서 생활하며 밀린 저술 일에 몰두했던 허성은 다음 배편으로 귀환하기로 하고, 인사차 태건을 찾아왔다.
“숙소에 틀어박혀 글만 쓰다, 오랜만에 나와 초량진 해안과 삼포를 둘러봤는데, 그야말로 상전벽해더군요.”
“다 왜군 포로 덕분이지요. 지난번에도 또 천을 훨씬 넘게 잡아 왔으니.”
2차 대마도 해전에서 발해군이 육지와 바다에서 잡은 왜군 포로의 수는 대략 천이백 명이었다. 이들은 현재 초량진 북쪽에 있는 삼포에 머물며, 삼포 개발 공사를 담당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발해군이 초량진에 자리를 잡은 지 벌써 반년이나 되었어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요? 뭐, 그 정도면 초량진이 이제 버젓한 항구도시로 자리 잡을 때가 되긴 했지. 노동력이야 차고 넘쳐나니까요.”
초량진 개발이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어, 태건도 이를 몹시 기꺼워했다.
초량진은 이제 석축 부두는 물론, 하역 장비와 창고 등 항구 역할을 하기에 필수적인 시설을 모두 갖추게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행궁도 더욱 화려하게 꾸며졌고, 해군과 육군, 해병대 병영 시설도 모두 완공되었다.
심지어 이제 초량진 주민이나 다름없는 피로인들 숙소도 지어진 데다, 이들이 발해 주둔군을 도우며 경제활동을 시작함에 따라, 발해 영토다운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었다.
일부 피로인들은 아예 대마도 정착을 결심하기도 했다. 이미 왜군에 붙잡힌 신세라 조선으로 돌아가 봐야 왜군 첩자로 의심받을 수 있고, 또 발해군의 보살핌을 받았으니 귀국하면 배신자 취급당할 가능성이 컸다. 이들도 이 점을 어렴풋이 알고 있어, 아예 발해 백성이 되기로 결심한 것이다.
태건은 이들에게 집은 물론, 밭으로 가꿀 수 있는 땅을 일부 나눠 주기로 했다. 평야는 별로 없더라도, 완만한 언덕 지형은 꽤 넓게 분포되어 있어, 이곳을 개간해 밭을 만들면 단마(고구마)와 잡곡 정도는 충분히 심어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궁극적으로 대마도에 거주하는 발해인은 상업이나 뱃일에 종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지만, 그렇다고 농경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었다.
“태왕께선 초량진을 포함한 대마도 북부를 앞으로 어떻게 경략해 나갈 생각이지요?”
허성은 아직 태건의 의중을 완전히 알지 못했다.
“국제 교역장으로 만들어야지요.”
“음, 역시.”
허성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도 그렇게 예상했지요. 왜와 명, 조선 배들이 오가며 교역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니까요.”
“남만 배들도 드나들게 될 겁니다.”
“아, 그렇겠군요.”
허성은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왜국에 머물 때 보았던 서양 범선을 떠올렸다.
“앞으로 우리 발해 상인들에게 삼포와 북포를 내주고, 이곳 초량진을 외국에 개방할 생각입니다.”
“허허! 생각만 해도 멋지군요.”
허성은 큰 범선들이 초량진을 빈번히 드나들며 교역하는 미래를 그려 보았다.
“태왕 기하! 제3함대 사령관이 알현을 청했습니다.”
방 밖에서 태왕부 비서관이 태미가 찾아왔음을 알렸다.
“들어와.”
태미는 활짝 웃으며 들어와 태건에게 인사했다.
“무슨 일이야?”
“오라버니, 드디어 대선 두 척이 입항했어요. 같이 가서 보실래요?”
“뭐, 벌써?”
“의정대신 오라버니가 보내 줄 거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우리 승조원을 많이 보내 줬는데, 신병 모집이 끝나자마자 그들이 서둘러 몰고 왔나 봐요.”
“훈련을 충분히 하고 올 거라고 봤는데. 또 의정대신이 사람들을 엄청나게 들볶아 댔군.”
“그러게요. 마음이 급한가 봐요.”
“허허! 어서 나가시지요, 기하. 저도 몹시 보고 싶군요.”
“그럽시다.”
태건과 태미, 허성은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항구로 향했다.
이번에 새로 온 배는 경흥급 대선으로 안변함과 부령함이었다. 이들은 2함대와 3함대에 한 척씩 배치될 예정이었다. 그래서 제2함대에 배치될 배의 함명이 안변함이 된 것이다.
해군 측은 앞으로 배의 종류와 상관없이 제2함대에 배치될 함선에 여민부의 고을 이름을, 제3함대에 동해부 고을 이름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두 척의 대선이 추가로 취역함에 따라 이제 2함대는 네 척의 대선과 다섯 척의 아오지급 중선을, 제3함대는 일곱 척의 대선과 두 척의 중선을 보유하게 되었다.
땡땡땡땡!
태건이 부두에 도착했을 무렵, 갑자기 요란한 종소리가 부두에 울려 퍼졌다. 아울러 주변 산봉에 자리한 봉수대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깜짝 놀란 태미는 보급품을 선적 중인 경흥함을 향해 뛰어갔다.
“보급품을 얼마나 실었지?”
태미가 이사로 함장에게 물었다.
“경흥함은 아직 멀었습니다. 훈춘함과 온성함만 겨우 끝냈고요.”
“이런… 빨리 출항해야 할 것 같은데.”
뒤늦게 도착한 태건이 태미를 말리고 나섰다.
“일단 무슨 일인지 파악한 다음에 움직이자. 무리해서 나갈 필요 없다. 이 초량진은 난공불락의 요새나 다름없어, 왜군이 감히 이곳을 넘보지는 않을 거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더 좋고.”
“예, 오라버니.”
이윽고, 관측 부대 장교가 뛰어와 태건에게 보고했다.
“태왕 기하! 왜선 오백여 척이 초량진 앞바다를 지나고 있습니다.”
“뭐? 오백 척?”
“그렇습니다. 동봉 초소에서 확인했으니 확실합니다.”
동봉은 초량만 동쪽 해변에 있는 산봉인데, 이곳엔 경계초소와 해안포대 이외에 열기구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꽤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있어, 동봉 초소의 관측 정보는 매우 정확한 편이다.
“방향은?”
“왜 본토에서 온 배들입니다. 부산포로 가는 중일 겁니다.”
“세상에… 풍신수길이 미쳤군요.”
허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마지막 발악인가?”
“왜 그렇게 생각해요?”
태미가 태건에게 물었다.
“풍신수길이 아무리 많은 군선을 준비했다고 해도, 오백 척이면 너무 많지 않나? 그간 우리가 부순 왜선 수만 해도 얼마인데…….”
“음, 그렇겠네요. 그렇다면 이 전쟁도 얼마 안 남았다는 말인데.”
“이번에 나갈 때, 보급품을 충분히 챙겨서 나가거라.”
“예, 오라버니.”
“제2함대도 걱정이군. 너무 덤비지 말아야 할 텐데.”
“오라버니가 내려준 지침을 잘 지킬 거예요.”
“그래야지.”
태건은 말을 마치자 태미와 함께 말에 올라 동봉을 향해 출발했다. 직접 왜 선단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 * *
웅천현 안골포와 내이포 부근에 자리한 웅천 왜성.
이 왜성은 가덕도의 부속섬인 눌차도 왜성과 함께 가덕도 서부의 내이포 왜 수군 본영을 방어하는 성이었다.
고바야카와 히데아키, 우키타 히데이에를 비롯한 왜군 수뇌부는 부산포 왜성에서 나와 이곳 웅천 왜성에 머물고 있었다. 발해 해군이 틈만 나면 공격해 오자, 결국 견디지 못하고 본거지를 웅천으로 옮긴 것이다.
초조한 기색의 히데아키는 창밖 바닷가 풍경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달, 2차 대마도 해전의 패전은 그에게 큰 충격을 선사했다. 설상가상으로 조선 수군도 광양 앞바다에서 왜 수군을 몰살시킨 다음, 순천 왜성까지 화포로 공격하는 일이 벌어지자, 그는 극도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되었다.
더구나 육지 전황도 문제였다. 그전에 울산 도산성 전투에서 가토 기요마사군이 조명연합군에 대패해, 병력 대부분을 잃고 부산포 근처로 피신해 온 이후로 계속 몰리는 상황이었다.
“서생포에서 연락은 없나?”
“예, 아직…….”
가신 이나바가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현재 서생포 왜성에서 전투가 한창이었다. 울산 왜성 전투에서 승리한 조명연합군도 피해가 막심했기에, 약 한 달 동안 전열을 정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와중에 명에서 추가로 파병한 병력이 합류하자, 힘을 얻은 조명연합군은 거침없이 서생포로 진격했다. 그래서 현재 서생포에서 전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감동포 왜성에서 휴식하던 가토 기요마사도 얼마 남지 않은 휘하 병력을 이끌고 서생포로 달려가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순천에서 보낸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가신 하나가 들어와 서신을 바쳤다. 순천 왜성의 고니시 유키나가가 보낸 서찰이었다.
이나바가 서찰을 받아 들고 빠르게 읽어 주었다.
“조선의 이순신 함대가 수시로 출몰, 바닷길이 완전히 끊겼으니, 순천성을 버리고 육로를 통해 사천성으로 철군해야 할 것 같답니다. 조명연합군이 순천부와 광양현으로 밀고 들어오면 꼼짝없이 갇히게 될 형편이라, 서둘러 성을 나오겠답니다.”
주요 왜장들에게 내려진, 거점을 단단히 지키고 있으란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은 여전히 유효했다. 울산성 전투와 2차 대마도 해전에서 참패한 이후 왜군 진영 전체가 흔들리자, 이러한 도요토미의 명령이 내려온 것이다.
그래서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 시마즈 요시히로 등은 철군을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발만 구르고 있었다. 그러나 조명연합군과 연합 수군의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결국 도요토미의 엄명에도 굴하지 않고 철군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조명연합군에 잡혀 죽으나, 항명죄로 벌 받아 죽으나 죽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어허! 태합 전하의 명을 어기겠다는 말인가?”
우키타 히데이에가 나서서 한마디 했다.
“형님. 전멸당하는 것보다는 사천으로 나와 힘을 합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명령이…….”
“서생포마저 떨어지면요?”
“그, 그럴 리가…….”
“연합군의 기세로 보나, 저들의 병력 규모로 보나 서생포도 버티기 어려울 겁니다. 서생포가 함락되면 너무 늦습니다.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순천에서 고립되어 그냥 고사하느니, 이쪽으로 넘어와 같이 싸우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사실 사천도 곧 적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어, 우리 쪽에 좌로군의 합류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히데아키의 말이 너무나 합리적이라, 우키타는 더 이상 반박할 수가 없었다.
“더구나 허락을 구하는 게 아니라, 통보해 온 걸 보면…….”
“그렇군. 그 정도로 급해졌단 말이지?”
고니시 유키나가가 순천 왜성에서 철군한다면, 치열했던 왜교성 전투는 앞으로 일어나지 않게 된다. 실제 역사에서 왜교성 전투는 육지에서 치러진, 정유재란의 마지막 총력전이었다. 결과는 왜군이 성을 지켜 냈으니 왜군의 승리로 보아야 하나, 피해가 너무나 막심해 사실상 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처럼 왜군 진영이 실제 역사보다 더욱 빠르게 위축된 건 울산성 전투와 2차 대마도 해전 탓이었다. 조명연합군은 더욱 힘을 냈고, 왜군은 싸우기보다 전력을 보존하기에 급급했다. 왜장들은 오로지 휘하 전력을 유지한 채 철군 명령이 떨어지기만 고대하고 있었다.
“엇! 배가 들어오는데요?”
여전히 창밖에 시선을 주고 있던 히데아키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가 기다리던 보급선이었다.
“엄청나게 많이 옵니다, 형님.”
2차 대마도 해전 이후, 가물에 콩 나듯 들어오던 왜선들이 대거 들어오자 우키타도 크게 고무되었다.
“허허! 태합 전하께서 보내셨군.”
왜선들은 가덕도 해협을 지나, 줄을 지어 안골포와 내이포 앞바다로 들어오고 있는데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 후발해 놈들한테 당한 배도 보이네요.”
“그렇겠지. 저렇게 많은 배가 왔는데, 놈들이 가만히 있었겠어?”
제2함대의 작품이었다. 제2함대는 오백여 척이 무리를 이뤄 조선해협 서수로 해역으로 진입하자, 뒤늦게 이들을 발견하고 한차례 공격을 퍼부었다. 그러나 너무 늦어 십여 척만 침몰시켰을 뿐, 나머지 배들을 곱게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 왜 선단도 무리를 크게 지을수록 피해가 줄어든다는,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대규모 선단을 조직한 것이다.
“그, 그런데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그 규모에 놀라 히데아키의 입이 떡 벌어졌다.
“아무래도 태합 전하께서 단단히 마음먹으셨나 보다.”
우키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의중을 읽으려, 왜 선단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