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결단 (1)
고바야카와 히데아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명령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처, 철군하라고?”
우키타 히데이에 역시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도요토미가 보낸 사자의 입만 바라보았다.
“왜 그런 결정을…….”
“가타부타 말씀하지 않으셨습니다.”
히데아키는 대답을 듣지 못했음에도 도요토미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이 있다면 누구나 알 만한 이유였다. 발해 함대가 계속 보급로를 위협하는 상황인데다, 그간 발해 함대에 너무나 많은 배를 잃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명연합군의 전력이 계속 불어나고 있어 육지의 전황도 극도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만약 이런 추세가 계속되어 조선 땅에서 모든 원정군 전력을 잃으면, 도요토미는 동부의 맹주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상대할 방책이 없게 된다. 막강한 힘을 가진 경쟁자, 도쿠가와는 도요토미에게 충성하는 시늉만 했을 뿐, 왜란에도 참전하지 않아 전력의 손실이 전혀 없었다.
강성한 다이묘들의 힘을 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게 너무 과하면 자신의 지지 세력까지 잃게 되기에, 왜성에서 농성하며 버티라고 윽박지르던 도요토미도 결국 철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 다른 말씀은?”
“예, 되도록 빨리, 전력을 보존해서 돌아오라고 분부하셨습니다.”
“전력을 보존해서?”
“예.”
히데아키는 자칫 사자의 목전에서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
조선으로 출병한 왜장 중에, 전력을 제대로 보존한 이가 하나도 없을 정도로 왜 원정군 진영의 피해는 막심했다. 배를 많이 부리던 왜장은 발해 해군과 조선 수군에 당해 남아난 병력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가토 기요마사 군은 아예 전멸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좌군 역시 그간 꾸준히 병력을 잃어 왔고, 앞으로 얼마나 많은 병력을 데리고 돌아갈 수 있을지 짐작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저 오백 척으론 많이 모자랄 것 같은데.”
히데아키는 입맛을 다셨다. 그간 발해 해군에게 잃은 배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삼백 척 정도 더 올 겁니다.”
“오~ 그 정도면 괜찮겠군.”
현재 조선에 남아 있는 배는 백여 척 정도인데, 꾸준히 수리했는데도 항행 불능 상태에 빠진 배들이 많아, 절반 정도만 겨우 움직일 수 있었다. 이들을 포함해 이번에 들어온 오백 척에, 또 삼백 척이 더해지면 무려 850여 척에 달하게 되므로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앞으로 들어올 선단이 온전히 조선해협을 건너올 수 있을 경우에만 가능한 셈법이었다.
“그럼 이곳 웅천의 내이포와 진해의 구산포, 고성의 당항포, 적진포 등을 집결지로 정하되, 조명연합군의 추적을 저지할 방도를 마련해야 할 것 같군.”
히데아키가 집결지로 꼽은 지점은 모두가 가거도와 견내량 사이의, 내해에 접한 포구들이었다.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우리 군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일시에 후퇴하더라도, 도착 날짜가 제각각일 테고, 그 기미를 알아챈 조명연합군이 재빨리 추적에 나서면 크게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이나바의 조언이었다.
“그러면 가장 먼 데 있는 순천의 좌로군 정도는 이번에 온 배를 보내서 데려오는 게 낫겠는데?”
“예, 그게 좋겠습니다. 오늘 철군 준비한다는 연락을 받았으니, 지금쯤이면 벌써 출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전령을 보내, 노량 정도에서 만나 태워 오면 될 것 같군요.”
“그럼 빨리 전령을 보내게.”
막상 철군한다고 하니 더 불안하고 마음이 급해졌다. 왜군의 철군 소식이 조명연합군에 알려지면 저들은 분명 좌로군인 고니시 유키나가 군의 퇴로부터 막을 게 분명했다. 이들 좌로군의 병력이 가장 많으므로, 이들을 반드시 온전히 데려와야 한다. 그래야 퇴로의 안전을 도모하는 작전이나, 앞으로 진행될 해전에서 요긴하게 쓸 수 있다.
* * *
또다시 삼백 척의 왜 선단이 나타나자, 발해 함대는 이들을 고이 조선 땅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각오로 격렬한 해전을 치렀다. 해전 장소도 대마도 북부가 아닌 남방 항로 쪽이었다.
제3함대는 이키섬과 대마국부 사이 해협에서 초계 작전을 펼치던 중, 이 대선단을 발견하자 즉시 공격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3함대 전력이 증강되었다고 해도 삼백 척의 선단을 홀로 상대하기엔 역부족이라, 예전 방식대로 계속 치고 빠지며 수를 줄이는 전략으로 나갔다.
결국 탄약이 고갈될 때까지 싸운 3함대는 초량진으로 귀항한 다음, 급히 보급품을 채우고 서수로로 나아갔다. 3함대의 예상대로 왜 선단은 대마도 남부에서 하루 정도 휴식을 취한 다음 출항했고, 도중에 제2함대에 발목을 잡혀 전투를 치르고 있었다. 그 덕분에 3함대도 합류해 적선의 수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전투를 마친 제2함대와 제3함대는 재보급을 위해 즉시 귀환했다. 태미와 고경봉은 항구에 도착하자마자 태건을 찾았다.
“다 합쳐 절반 정도를 줄인 것 같습니다.”
고경봉이 먼저 전투 결과를 보고했다.
“그럼 150척 정도가 살아 돌아간 셈이군.”
“예.”
“흠. 그럼 지난번에 오백 척이 넘어갔으니 두 무리를 합쳐 650척에, 조선에 있던 배까지 셈하면 대략 칠백여 척 정도겠군.”
“저들이 수군 전력을 쥐어짜 조선으로 보내는 게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 정도 전력이라면 우리 함대와 이곳 초량진부터 넘봐야 정상인 것 같은데. 더구나 적선에 전투병도 별로 타지 않았더라고요.”
태미가 전투 중에 의아하다고 느낀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후후! 잘 봤다. 지난번과 이번 선단은 철군할 병력을 태우려 보낸 배들이다.”
“철군이요? 아, 그럼 이해가 되네요.”
“오! 그럼 이제 전쟁이 끝나는 겁니까?”
제2함대 사령관 고경봉이 깜짝 놀라 물었다.
“그렇다고 봐야지. 육지 전황까지 고려하면 철군밖에 답이 없거든.”
다소 늦긴 하나, 태건도 서울을 통해 육지 쪽 일을 보고 받고 있었다.
“그럼 우리 3함대도 이제 서수로 쪽에서 작전을 펼쳐야 할 것 같네요.”
“그래야지. 앞으로 3함대는 부산포와 가거도 외해를 두루 살피고, 2함대는 거제도와 한산도 주변을 돌게. 그렇게 나눠서 경계하다, 일이 벌어지면 바로 힘을 합쳐 대응해야지. 그리고 작전 중에 조선 수군 측에서 보낸 사자가 찾아오면 즉시 배 한 척만 돌려보내 내게 보고하도록.”
“예, 기하.”
“예.”
고경봉과 태미가 동시에 대답했다.
* * *
김솔의 부대를 비롯한 여러 조선군 정찰대는 왜군 진영의 움직임이 복잡해지자 이를 뒤쫓고 또 전령을 보내 보고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조선의 동남부 지역에서 동시에 진행된 왜군의 철군 움직임 때문이었다.
서생포 왜성에서 농성하던 왜군은 부산포 주둔 본대가 보내 준 원병 덕분에 성을 무사히 빠져나와 김해 죽도 왜성으로 들어갔다. 아울러 다른 왜성을 지키고 있던 우군 소속 왜군도 모두 김해 주변으로 후퇴해 최후 저지선을 형성했다. 이들은 순차적으로 웅천의 내이포로 후퇴할 예정이었다.
아울러 사천에서 주둔 중이던 시마즈 요시히로의 중군 역시 고성 왜성으로 후퇴했다. 이들도 고성을 단단히 지키고 있다가 인접한 당항포나 적진포를 통해 조선을 빠져나갈 예정이었다.
여수반도의 순천 왜성(왜교성) 부근에서 활동 중인 김솔과 그의 부하들은 고니시 유키나가가 군을 이끌고 성을 빠져나온 후 육로를 통해 철군하자, 이를 즉시 조명연합군과 통제영에 알리고 이들을 추적했다.
고니시 유키나가 군은 하동을 지나자마자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노량으로 향했다. 김솔은 전령을 사령부와 통제영으로 보내 이 사실을 알린 다음, 다시 왜군의 뒤를 밟았다.
“어억! 저, 저건?”
숲길을 가던 김솔 일행은 무심코 해변 쪽으로 나왔다가 깜짝 놀랐다. 셀 수 없이 많은 왜선이 바다에 떠 있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저, 전령을 보낼까?”
그간 공을 많이 세워 종8품 여수로 승진한 김솔은 역시 같이 승진해서 대정이 된 부하 하선주에게 물었다.
“어휴! 저 정도면 우리 탐망선이 벌써 발견하고도 남았을 겁니다. 저렇게 떼로 몰려 있는데 못 봤다면 더 이상한 거겠죠.”
“그렇겠지?”
“저 모습을 보니 이제 정말 왜란이 끝나려나 봅니다.”
“그러게. 저 배로 소서행장군을 태워 달아날 생각인가 보다.”
김솔은 노량 앞바다를 메울 정도로 바다에 잔뜩 떠 있는 왜 선단을 보고 왜군 진영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렸다.
“지금이 기회인 거 같은데요? 왜병을 배에 태울 때 우리 연합군 수군이 들이치면 좀 좋아.”
“탐망선 보고를 받는 대로 우리 수군이 출진하지 않겠어?”
“그럴 겁니다.”
“그럼 일단 우린 여기 산속에서 숨어 지내며 상황을 지켜보기로 하자.”
“예, 그게 좋겠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노량 부근에 도착한 고니시 유키나가 군은 노량의 동서 양쪽 측면에 자리한 소근포와 금양포를 통해 배에 오르기 시작했다. 워낙 병력이 많다 보니, 이들이 모두 배에 승선하는 데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어휴! 아까워라. 벌써 왜선 대다수가 가 버렸네.”
김솔은 병력을 모두 태운 왜선이 소근포 포구를 벗어날 때마다 입맛을 다시며 아까워했다.
“오! 드디어 우리 수군이 도착했습니다요.”
하선주 대정이 소리쳤다.
“그렇네. 드디어 왔군.”
현재 이순신 장군이 지휘하는 조선 수군에, 명의 장수 진린이 지휘하는 명 수군도 합류해 있었다. 지난겨울 울산성 전투의 승리로 기세가 오르자, 명 조정은 실제 역사보다 더 일찍 명 수군을 파병, 수군도 일찌감치 연합함대를 구성하게 되었다.
조명연합군 수군 함대가 남해도 서부 해안 방향에서 나타나자, 남아 있던 왜 선단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졌다. 특히 노량 서쪽, 소근포 부근과 앞바다에서 대기하던 왜선 일부는 조명연합 수군에 맞서기 위해 나섰고, 나머지는 계속 왜 병력을 태우는 데에 전념했다. 또 승선을 완료한 배는 바로 소근포를 떠나 노량으로 진입했다.
이윽고 연합 수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이제 서른다섯 척으로 늘어난 판옥선들이 맹렬히 화포를 쏘아 대며 접근해 오자, 기세 좋게 나섰던 왜 선단은 예상과 다르게 바로 뱃머리를 돌린 다음 천천히 열을 지어 노량을 향해 움직였다.
“시간 끌겠다는 거네.”
“그러네요. 노량이 워낙 좁으니까요. 더구나 승선 작업을 마쳤으니, 이제 후퇴할 일만 남지 않았습니까?”
사실 승선 작업을 마친 게 아니라 중단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직 천여 명에 달하는 병력이 소근포 포구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연합 수군이 도착했으니 배를 살리려면 승선 작업을 중단하고 바로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후퇴하는 왜 선단의 후미가 노량을 빠져나오자, 노량 동쪽 금양포 앞바다에서 대기 중이던 왜선들이 오히려 노량으로 진입해 노량을 막아 버렸다.
“저 노량을 막은 배들을 좀 보게. 싸울 병력이 타지 않았어.”
“…그럼 빈 배란 말이네요?”
“그런 셈이지. 배를 부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병력만 남은 거지. 저 배가 노량에서 침몰하면 바로 길목을 막는 셈이 되니까.”
김솔의 예상은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노량에 진입한 왜선 십여 척은 아예 싸울 생각도 없다는 듯이 닻부터 내렸다. 아울러 승선한 수군마저 갑옷을 벗더니 그대로 바다로 뛰어내렸다. 배를 버리고 탈출한 것이다.
다소 거리가 있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연합 수군은 이 왜선들을 신나게 공격했다. 결국 노량을 막아선 왜선 십여 척은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격침되어 수로를 막는 장애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