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남만선과 접촉하다 (1)
처음 무연화약이 개발되었을 때만 해도, 허균은 이 화약을 당장 요긴하게 쓸 줄 알았다. 또 그걸 세상에 선보이는 행사도 열었다. 그러나 태건은 물론 허균의 친구 이하륜은 무연화약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개발한 화약인데, 막상 쓰질 않으니 이를 이상하게 여겨 이하륜에게 물었다.
‘후후! 아주 복잡한 문제가 있어. 이번에 개발한 화약은 말이야. 성능이 좋아 너무 잘 터진다는 문제가 있지. 폭약이라는 게 원래 원할 때 원하는 장소에서 터져야 하잖아? 그런데 시도 때도 없이 터지면 어떻게 해. 적을 잡는 게 아니라 우리 편을 잡는 무기가 되는 거지.’
허균은 그 말이 일리 있다고 여겼다. 태건은 다시 폭약이 잘 터지지 않게 하는, 안정화 방식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이내 성공시켰다. 그러나 태건과 이하륜은 여전히 이를 활용하지 않았다.
“하하! 됐네, 됐다고. 이제 화약장들이 거름투성이 흙을 모으러 다닐 필요가 없게 되었어. 완전하게 성공한 셈이지.”
이하륜은 방금 단목사 시험장으로 들어선 허균을 붙잡고 다짜고짜 자랑부터 했다. 이하륜의 뜬금없는 말에 허균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자, 이하륜이 답답해하는 표정으로 다시 말을 바꿔 풀어 줬다.
“이제 무연화약을 온전히 쓸 수 있게 되었다고.”
“뭐? 무연화약이야 예전에… 아, 그렇군. 한 단계가 더 남았다고 했지.”
“내가 한 말, 기억나나?”
“당연히 요망한 말이라 잘만 기억하지. 저 화약 물질의 문제는 너무 잘 터진다는 거. 또 그걸 안정화하면, 너무 안 터져서 문제라고 하지 않았나?”
“역시 총명해. 어떻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기억하나?”
“뭘 그 정도 갖고 창피하게. 태왕 기하에 비하면…….”
“어허! 대기권 밖에 있는 사람과 비교하면 쓰나?”
이하륜이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대꾸했다.
“그래, 그럼 어떻게 완전해졌다는 말인가?”
“후후! 뇌관이란 걸 개발했거든. 너무 안 터져 문제인 걸, 이제 잘 터지게 유도하는 물질을 만드는 데 성공했지. 그걸 기폭제라고 하는데, 그걸 폭발시키는 장치가 바로 뇌관이네.”
“그걸 쓰면 어떻게 된단 말인가?”
“원할 때 터트릴 수 있게 되었지.”
“예를 들면?”
“예를 들 필요 없이 직접 보여 주겠네. 지난번에 이미 무연화약 공개 시험 행사를 열었으니, 이번엔 우리끼리만 시험하기로 했거든.”
이하륜이 턱짓으로 시험장을 가리켰다. 그와 같이 작업해 온 고려화학 직원들이 신제품을 시험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하륜은 자신의 앞에 있는 나무 상자로 다가가 안에 있는 폭약을 꺼내 들었다.
“우린 이걸 막대 폭약이라고 이름했네. 주로 공사할 때 쓰는 폭약이지.”
허균은 호기심이 그득한 표정으로 막대 폭약을 받아 들고 이리저리 살폈다.
막대 폭약은 바로 다이너마이트였다. 뇌관이 개발되자 이하륜은 가장 먼저 다이너마이트부터 만들었다. 도로 공사와 광산 개발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허균은 이내 막대 폭약 끄트머리에 달린 줄의 용도를 알아보았다.
“이게 도화선인가?”
“맞네. 도화선. 그게 타들어 가서 이 부분에 있는 뇌관에 불을 붙이면 뇌관부터 기폭, 안정화됐던 폭약을 폭발시키는 원리이지.”
“흠. 그런가?”
“의정대신님. 이제 준비가 끝났습니다.”
고려화학공사 사장 문경진이 이하륜에게 다가와 말했다.
“그럼 바로 하시죠.”
“예.”
문경진이 신호하자 지난번 행사 때처럼 직원이 도화선에 불을 붙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큰 폭발음이 일어났다.
콰아앙!
허균은 폭음에 놀라 움찔했지만, 이내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이하륜에게 물었다.
“흠, 그때와 다른 게 없는데?”
“크크! 폭발 효과는 똑같지. 그러나 쓰인 제품이 다르지 않은가? 그때는 정말 위험한 물질로 시험했거든. 안정화되지 않은 화약으로. 그런데 지금은 막대 폭약을 썼잖아?”
“아! 그렇군.”
허균은 비로소 이 시험의 의미가 무엇인지 정확히 깨달았다.
“음, 그럼 저 화약과 뇌관이란 것으로 무기를 만들면 어떻게 되나?”
“안 그래도 또 연구에 들어갈 생각이야. 이제 터지는 포탄을 만들어 보려고.”
“터지는 포탄이라면, 비격진천뢰와 같은 건가?”
“비슷한데 그보다 더 멀리 가고, 뭔가와 부딪치는 즉시 터지는 포탄을 생각하고 있네.”
“부딪치면 터진다?”
이하륜은 충격 신관을 개발할 작정이었다. 이미 뇌관에 들어갈 아지드화납이란 물질을 합성하는 데 성공했으니, 신형 포탄의 개발에 착수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어떨 것 같나?”
“정말 무서운 무기가 될 것 같군. 포탄이 터지며 수많은 쇳조각을 퍼트릴 것 아니겠나? 그 포탄이 병사들 밀집한 곳에 떨어진다면… 어휴!”
허균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앞으로 난 포탄 개발에 전념할 생각이니, 지금처럼 내정 일을 조금 더 부탁함세.”
“아니, 이 의형제분들이 대체 왜 이럴까? 왜 나한테 다 미루는 건가? 태왕이란 분은 대마도로 가 있지, 또 의정대신이란 양반은 골방에 처박혀 있겠다 그러고.”
그간 과로에 시달렸던 터라, 허균이 살짝 화를 냈다.
“이 포탄 개발이 시급해서 그래. 이제 왜란이 종결되었지 않은가? 그러니 앞으로 국제 정세가 급변할 걸세. 우리로 인해 조명연합군이 다시 결성될 수도 있고, 또 건주부가 또 무슨 수작을 부릴지 모를 일이지.”
현재 누르하치는 호이파를 복속하는 데 성공하고, 다음 먹잇감인 울라를 노리고 있었다. 건주부의 국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강성해지고 있어, 익문사와 외부는 건주부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었다.
“흠. 알았네. 그 신무기가 나오면 병력이 적은 우리 군에 큰 도움이 되겠지. 그런데 태왕께선 언제나 귀환하신다고 하나?”
“아직 더 기다려야 할 거네.”
태건은 새로운 칙서를 보낸 다음, 조금 더 대마도에 머물겠다고 알려 왔다. 그 새로 보낸 칙서에는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울릉도와 대마도를 묶어 새로 남양부를 설치한다고 했고, 대마도와 울릉도를 각기 현으로 승격시킨다고도 했다. 그래서 자연스레 대마도의 초량진과 울릉도의 무릉진이 현청 소재지가 되었다.
“남쪽 섬들에 부를 설치한다고 했으니 앞으로 영토를 더 개척하겠다는 뜻이겠지?”
“당연하지. 대마도 정도로 만족할 분이 아니잖아?”
“허허! 그러게.”
“이순신 통제사는 그냥 대마도에 머물기로 하셨다네. 그래서 황진 장군도 거기 같이 계시겠다고 했네.”
이하륜은 이순신 장군에 대한 소식도 허균에게 전해 줬다. 물론 이순신 장군 관련 소식은 비밀 중의 비밀이라 공문서가 아닌 개인 서신 형태로 이하륜에게 전해졌다.
“흠, 대마도 같은 곳이 오히려 은거하기에 좋을지도 모르겠어.”
“그리고 육군 6군을 새로 창설하라고 하셨네.”
“뭐? 또 6군을?”
“그래. 앞으로 5군에 해외 영토 방어군 역할을 맡기기로 결심하셨다는군. 그러니 6군이 5군을 대신해 수도 방어와 예비대 역할을 담당해야지.”
“그럼 해병대는?”
“해병대는 배 타고 다니며 적지를 정벌하는 임무에 특화된 군이지. 방어군이 아니라.”
“음, 그렇군. 그럼 해병대도 더 늘리겠군.”
“당연하지. 해병대도 1개 사단 규모로 늘어나야지. 또 그렇게 될 날이 머지않았고.”
“어휴! 군 관련 일은 잘 모르겠네. 내각회의 때 자네가 직접 처결하게. 그걸 마치고 연구에 들어가라고.”
“크크! 그 정도야 해 줄 수 있지.”
이하륜은 다시 익살맞게 웃어 댔다.
* * *
태미의 꽁지머리가 바닷바람에 나풀거린다. 태미는 왼손을 들어 올려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
“더없이 좋은 날씨야. 바닷바람이 싱그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러게요. 이제 완연한 봄이네요.”
경흥함 함장 이사로가 홀가분한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왜란이 끝남에 따라 작전의 난이도가 훌쩍 내려가, 이제 모든 임무가 여행하는 것처럼 가벼웠다. 심지어 며칠 전엔 대마국부 상륙전도 간단히 끝냈다.
제3함대는 일곱 척의 대선과 두 척의 아오지급 중선을 보유하고 있어 해병대 제1연대 병력을 단 한 번의 항해로 모두 태워 갈 수 있었다. 제2함대도 장비와 보급품은 물론 상륙정들을 최대한 많이 싣고 같이 움직였기에, 상륙작전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 이후 과정도 당연히 순조로웠다. 발해군에 대항할 수 있는 적병이 거의 없다 보니 대마국부는 상륙과 동시에 발해군의 차지가 되었다.
그 이후, 현재 해병대 2개 연대는 대마도 남부와 북부에 분포해 있는 주요 거점을 속속들이 점령하고 있었다.
“함장님! 섬이 보입니다.”
머리 위에서 견시수가 소리쳤다.
태미는 얼른 천리경을 들어 전방을 살폈다. 그 섬의 정체는 이키섬이었다.
“오늘 드디어 일기도를 칠 수 있게 됐군.”
태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간 해역 감시 임무에 주력하느라, 이키섬을 눈앞에 두고도 한 번도 접근한 적이 없었다.
비록 왜란은 종결되었으나, 태건은 이 전쟁을 고이 끝낼 생각이 전혀 없었다. 조선이나 왜는 인적, 물적 자원을 쏟아붓는 전면전을 펼쳐야 했지만 발해는 그렇지 않았다. 비록 격렬한 해전을 몇 차례 치렀어도 손실은 거의 없었다.
태건은 이번 기회에 왜의 국력을 크게 깎아 버리기로 결심했다. 아울러 조선의 복수전 차원에서, 또 향후 창궐할 수도 있는 왜구 세력을 줄이는 차원에서, 해군에게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래서 되도록 많은 왜 군선을 파괴하고, 해안가에 있는 다이묘들의 성을 공격할 계획이었다.
그 첫 작전 대상지가 바로 이키섬이었다. 2함대엔 아예 해병대 병력 일부를 태워 가서 오키노섬을 점령하란 명령이 떨어졌다. 태건은 간몬해협과 대마도 중간에 자리한 오키노섬을 점령해 징검다리 하나를 없애 버릴 작정이었다.
이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키섬 북부, 해안가의 모습이 시야에 확연히 들어왔다. 태미는 천리경으로 해안 상황을 살폈다.
“저게 승본성인가?”
“예. 맞습니다. 지도에 한글로 가츠모토라 적혀있네요.”
지도를 보고 있던 이사로가 대답했다.
태건이 제작한 해도엔 한자와 한글이 같이 적혀 있었다. 태건은 조선통신사 시절, 사행길에 들른 모든 지역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수집해 낱낱이 기록했고, 훗날 이를 지도로 제작했다. 물론 그의 지식도 이 지도 제작에 한몫했다. 그렇게 그린 지도가 발해 해군에 큰 도움이 되고 있었다.
태미도 어느새 지도를 보고 있었다.
“그럼 이 오세토해협이란 곳으로 들어가면 되나?”
“예. 거기로 가서 가츠모토항으로 향하면 가츠모토 성을 공격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그럼 바로 총원 전투태세로 들어가고 속도를 내 보자고.”
“예, 사령관님.”
태미의 명령이 떨어지자 3함대는 모든 돛을 펼치고 오세토해협으로 향했다. 포문이 열렸고 함포 역시 바로 발사할 수 있도록 포탄을 장전해 두었다.
“오호! 아직 배가 남았네?”
해협을 지나 가츠모토만으로 진입하자 포구 앞에 떠 있는 십여 척의 왜선이 눈에 들어왔다. 눈에 익은 왜 군선이라 태미가 쾌재를 불렀다.
“손상이 심해 가져가지 못한 배, 혹은 이곳 이키섬 소속 병선인 듯합니다.”
“그렇겠지. 이 섬도 왜구 소굴로 유명했던 곳이니 배가 왜 없겠어?”
“그럼 바로 공격에 들어가시죠.”
“좋아!”
3함대는 곧바로 포격을 시작했다. 먼저 바다에 떠 있거나 선착장에 붙어 있는 왜 병선이 목표였다.
퍼퍼펑! 퍼퍼펑!
왜선들은 순식간에 파괴되어 바다에 가라앉았다. 태미는 곧바로 가츠모토성도 공격하게 했다.
해변에서 성까지 거리는 대략 200정미였기에 함포로 충분히 공격할 수 있었다. 가츠모토항 뒤편 언덕에 자리한 성은 곧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결국 석축 위에 올라가 있는 천수각부터 붕괴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