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90
190화
북해도 진출 (3)
괴물이란 말에 태건은 싱긋 웃었다. 생각해 보니 일본이란 나라의 이미지가 자신의 속내에 그렇게 그려져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이다.
“맞다. 섬나라니까 바다로 진출할 경로를 여기저기 틀어막으면 점차 고사할 수밖에 없지. 수운을 통한 자체 물류망도 원활하지 못할 테고.”
“그렇네요. 우리가 북해도로 진출했으니 북쪽이 틀어 막히기 시작한 거네. 규슈 해안 쪽을 점령하면 서부가 막히는 셈이고, 동해안 쪽이야 아예 조선과 우리 발해에 막혀 있으니.”
이하륜도 태건의 전략을 이해했다.
“그런 점에서 요즘처럼 좋은 기회가 없잖아? 싸울 기력을 잃은 데다, 내전이 코앞에 있는 형국이니.”
“휴! 그렇긴 하네요. 어렵더라도 왜국 쪽에 힘을 쓰긴 해야 할 것 같네요.”
“누르하치 쪽은 어떻게 돌아가요?”
홍은이 물었다.
“지금 원정군이 결성되고 있으니 곧 전투가 시작될 거다. 이번엔 특별히 송찬황 총장이 직접 원정군을 지휘하겠다고 요청했다. 그래서 허락했지.”
“크크! 육군 총장이 직접 야전 사령관을 노릇을 하겠다는 거잖아? 그간 이렇다 할 전투가 없다 보니 몸이 꽤 근질근질했던 모양이네?”
이하륜이 웃으며 말했다.
“근데 병력은 얼마나 보낼 거예요?”
홍은이 물었다.
“일만 정도. 1군 소속 3개 연대와 이번에 창설된 제6사단 소속 1개 연대 병력이 나설 거다. 나머지 1군의 1개 연대는 남아서 건주부 국경을 지키고.”
“일만이면 충분한가?”
“건주부도 비슷하게 동원할 거다.”
“울라의 보유 병력이 한 이만쯤 되려나?”
이하륜이 물었다.
“우리가 파악 못 한 병력도 있을 수 있지만, 대략 그 정도 아니겠어?”
발해의 건국으로, 울라가 실제 역사보다 세력을 확장하지 못한 상황이라, 태건은 이만을 절대 넘지 못 하리라 판단했다.
“그럼 괜찮겠네. 수만 비슷하다면야 무조건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지.”
이하륜은 자신만만해했다.
“형, 근데 북해도 유황 광산을 어떻게 개발할 생각이야?”
이하륜은 이제 북해도를 논의 주제로 끌고 왔다.
“사람도 없는데 처음부터 뭐 하러 개발해. 사들여야지.”
“아하! 아이누인을 활용하자는 뜻?”
“그래. 아이누인과 거래하는데 곡물만큼 좋은 건 없지. 우린 곡물이 차고 넘치잖아? 그러니 곡물을 거래 품목으로 내놓으면 저들이 신났다고 유황을 캐서 가져올 거다. 당분간 그런 식으로 유황을 확보하다가 훗날 여건이 충족되면 광산 개발에 들어가야지.”
북해도의 아이누인들은 남쪽의 왜인과 거래할 때, 주로 곡물을 사들였다. 소규모로 농사를 짓긴 하나, 늘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업은 어로와 수렵이었다. 그래서 아이누 부족은 왜인에게 생선과 모피 등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쌀을 비롯해 철제 무기와 여타 도구 등을 얻어 갔다.
“유황 광산 위치는?”
“글쎄다. 내 머릿속에 있는 정보로 보면 조금 먼 곳에 있다. 노보리베츠라고, 반디 반대편 해변에 있는 지역이지. 직선거리로 대략 팔십 장미 정도? 그러나 내가 모르는, 가까운 곳에도 있을 수가 있으니 나중에 조사해 봐야지. 북해도 전체가 화산 지대라.”
“호호! 정말 놀랍다니까. 어떻게 유황 광산 위치까지 기억하냐고.”
홍은이 놀리듯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북해도 거주 인구를 어떻게 늘리지?”
태건이 두 사람에게 물었다.
“뭐, 계획대로 목축업이 주특기인 여진족을 이주시키는 수밖에. 아니면 송환된 피로인들?”
이하륜의 대답에 태건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지. 피로인들은 되도록 대마도와 이키섬, 울릉도 등지에 정착시킬 생각이다. 이곳 본토로 이주를 원하면 당연히 들어줘야 하고.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 북해도는 너무 고생스럽지.”
“그럼 죄수?”
홍은이 색다른 안을 제시했다.
“흠, 그거 괜찮네. 어차피 우리 형벌이 죄다 노역형이니까. 거기서 노역하게 한 다음, 서서히 정착을 유도해 봐야 할 것 같은데? 아니면 가족까지 데려가 이주할 경우, 형기를 감해 준다든지.”
이하륜은 죄수를 보낸다는 홍은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발해 치안이 안정되었다고 하나,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 더구나 공권력이 약한 곳에선 여전히 소수민족에 의한 약탈 범죄가 계속 일어나고 있었다. 그러나 경무청 조직이 잘 갖춰진 덕분에 범인 검거율이 꽤 높은 편이었다.
범죄는 대부분 단순 절도가 많은데, 이 경우 고려인보다 현지 동해인 출신 범인이 많은 편이었다.
고려인의 경우 일종의 경제사범과 정치범이 많았다. 특히 분위기 파악을 아직 못 하고 신분제를 복원하자거나,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유생 출신 인사들이 체포되는 경우가 많았다. 태건은 이런 범죄만큼은 엄하게 다뤘지만, 유생들은 여전히 관성에 따라 이런 범죄를 저지르곤 했다. 그다음으로 빈번히 일어나는 것은 주로 관리들이 저지르는 경제 범죄였다. 뇌물이나 직권남용 관련 범죄가 특히 빈발했다.
“그러다 북해도가 죄수 판이 되어 민심이 흉흉해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이하륜의 염려는 꽤 타당했다. 그러나 태건은 단호히 부정했다.
“후후! 그럴 리가. 우리에겐 조선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라. 개척 초기엔 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우리 인구가 폭증할 날이 올 테니까. 훗날 조선인 농민들이 대거 북해도로 이주하면 그런 문제는 금방 해결될 거다.”
“아! 그렇지. 에휴! 난 왜 이렇게 시야가 좁냐.”
“정말 그렇겠다. 쌀농사 전문가인 조선인 농민들이 좀 좋아하겠어?”
홍은도 신나서 떠들어 댔다. 사실 미래의 북해도는 일본 전체 경지 면적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농사짓기에 좋은 곳이다. 게다가 목축업과 수산업 생산량도 많고, 천연자원도 매우 풍부한 편이라, 인구는 얼마든지 늘어날 곳이었다.
북해도 관련 화제가 간단히 마무리되자, 구리 자원 확보 문제로 넘어갔다. 구리 자체가 화폐의 재료인 데다, 보일러와 같은 건축 자재, 무기 제조 등 다른 분야의 수요도 늘어나다 보니, 구리 수급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었다. 천보산과 단천 등지에서 여전히 많이 생산되고 있으나 생산량을 더 늘릴 필요가 있었다.
“이제 혜산동광을 개발하자.”
태건이 먼저 제안했다.
“그게 어디 쉽나요? 혜산 자체가 오지에 있는데.”
이하륜이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아니야. 그러니 더욱 무조건 개발해야 해. 어차피 혜산진이 경벽선 도로의 중간 지점에 있잖아? 그러니 혜산을 빨리 키워야지. 그래야 평안부 관리도 수월해지지.”
경벽선은 서울 별부와 평안부의 벽동을 잇는 도로 노선이다.
“생각해 보니 그러네. 중간에 그런 거점 도시가 만들어져야 통행량도 늘어나긴 하지.”
“광산뿐만이 아니라 현지에서 제련도 해야 하니까, 두 시설을 동시에 짓기 시작하자고. 도로 사정도 계속 점검하고.”
“예, 형님. 안 그래도 그간 경벽선 건설에 신경을 많이 썼으니까 괜찮을 겁니다.”
이하륜이 웃으며 대답했다.
* * *
발해 정부는 또 하나의 파격적 조치를 발표했다. 바로 보건소 설치령에 대한 것이다. 현재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은 서울 별부나 동해부의 경흥현, 경기현, 악양현, 하다현과 같은, 개발이 많이 진행된 지역에 주로 설립되어 있었다.
이제 경흥과 서울에 있는 두 의학교 졸업자들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이들이 일할 보건소를 동해부와 여민부, 현덕부에 속한 현마다 하나씩 먼저 설립하기로 했다. 이들 세 지역만큼은 행정체계가 어느 정도 자리 잡힌 곳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외의 지역의 경우, 일단 부청 소재지 한 곳에만 시범적으로 설치할 계획이었다.
아직 보건소가 설립되지 않았다고 해서, 지방에 의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기존 한의사들은 국가에서 실시하는 검증시에 응시해, 자격을 취득한 다음 각지에서 개원해 활동하고 있었다. 이들이 의료 공백을 상당 부분 메워 준 것이다.
보건소가 할 일은 꽤 많았다. 그간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개발해 온 의약품도 보건소에서 처방하고, 보건소를 통해 유통하기로 했다.
그간 개발에 성공한 의약품의 종류도 많이 늘어났는데, 대부분 김형렬과 그로부터 의술을 배운 국립발해대학교 의학부 ― 예전의 훈춘의학교 ― 출신 제자들의 작품이었다.
태건의 주문을 받은 김형렬과 제자들은 한방을 활용, 소화제와 지사제, 해열제, 감기약 등을 환약 형태로 개발했다. 그리고 정부는 고려제약공사를 세워 약품을 제조하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태건은 특별히 페니실린도 개발했다. 원래 전공이 화학이고, 약학에 대한 지식도 풍부한 태건에게 페니실린의 제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항생제의 개발을 서두른 이유는 당연히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때문이었다. 태건은 이 페니실린도 보건소를 통해 보급했다.
태건과 김형렬은 살충제도 개발하고 있었다. 모기와 이, 빈대, 벼룩 등의 흡혈 곤충으로 인한 사람들의 피해와 고통이 크다 보니,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살충제는 반드시 조기에 개발해야 했다. 그래서 태건은 천연 살충제의 원료로 쓰이는 ‘제충국’의 확보에 나섰다. 모기향의 원료도 제충국이다.
제충국은 국화과 식물로 ‘벌레를 쫓는 국화’이다. 주로 따뜻한 남쪽에서 잘 자라기에 이번에 확보한 대마도와 일기도에서 재배하기로 했고, 살충제 제조도 아예 남쪽 현지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이 보건소 설치안은 즉시 관영과 민영 신문에 보도되었다. 이 신문들이 봉황광장에 게시되자 신문을 구독할 형편이 못 되는 서울 주민들이 광장에서 신문을 읽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종두법을 이제 서울에서 의무적으로 시행한다고?”
보건소의 기본 업무 중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예방접종이다. 천연두 예방접종 관련한 기사에 주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일단 서울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의무적으로 시행한다는 정책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에휴! 좀 찜찜하군. 그게 마마 걸린 소의 환부에서 얻은 거로 한다는 거 아닌가?”
주민들은 종두법의 원리를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시범 접종 과정 또한 신문에서 계속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효과가 있다고 하지 않았나? 종두침을 맞은 아이 중에 발병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네.”
종두침은 종두를 접종할 때 쓰는 침으로, 침 첨단부가 두 개였다. 침 끝에 종두액을 묻혀 아이들의 어깨 피부를 찌르는 방식으로 접종했다.
“그렇긴 해도…….”
태건의 설명에 따라 종두법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김형렬은 고위 관리들의 자녀부터 시범적으로 접종하기 시작했는데, 그 결과가 좋게 나와 이번에 서울에서 의무 접종 정책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태왕이 얘기하셨다잖아. 앞으로 공주나 왕자를 낳으면 반드시 접종하겠다고.”
“어휴! 그 귀한 몸에 그런 흉측한 침을 놓는다니. 그나저나 태왕부에 왜 아기 소식이 없지?”
“그러게. 다들 걱정하더라.”
백성들은 아기 소식이 없음을 걱정하고 있으나, 태건과 홍은은 사실 천하태평이었다. 둘 다 아직 젊은 데다, 황후 홍은도 신기술 개발이나 집필 일로 인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아무튼 태왕께선 천연두만큼은 발해에서 박멸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계신다네.”
“그러면 좋지. 천연두가 얼마나 많은 아이의 목숨을 앗아 가는지 다들 잘 알고 있지 않나?”
신문을 통해 병원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점이나 균마다 전파 경로가 다르다는 상식 정도는 이제 서울 주민 대부분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연두의 퇴출이 가능하다는 것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다만 종두법에 대한 신뢰가 아직 부족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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