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히라도와 울라 정벌 (1)
일기도 남포항 ― 후세의 인도지항 ― 은 발해 영토 중 가장 남쪽에 자리해 있어, 5월인데도 한여름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무더웠다. 아울러 섬 특유의 습한 날씨도 더위에 한몫했다. 그나마 위안을 주는 점이 있다면 쉬지 않고 불어오는 해풍이었다. 그 덕분에 해변에 잔뜩 몰려 있는 작업자들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었다.
발해가 이키섬을 점령하며 그 지명이 일기도로 바뀐 이후, 가장 많은 변화가 일어난 곳이 바로 이곳 남포였다. 일기도의 중심지가 국부가 있던, 동남부의 이시다 지역이다 보니, 발해 측은 가까운 남포항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
왜군 포로를 투입, 과거 왜인이 쓰던 선착장 시설을 대폭 보강해 대선도 바로 접안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해군과 해병대 병영 시설도 벌써 해변 언덕배기에 버젓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태미와 전지로, 신첨 등 발해 주둔군 핵심 수뇌부는 병영 건물을 나와 선착장으로 향했다.
“정말 언제 봐도 든든하군요.”
신첨은 남포 앞바다에 떠 있는 수많은 3함대 함선을 보며 새삼 감탄사를 터트렸다.
“육군이 여길 든든히 지켜 주니, 우리가 마음 놓고 출진할 수 있는 거 아니겠소?”
전지로가 웃으며 화답했다.
태건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신첨은 대마도에서 주둔 중이던 육군 제5군의 절반에 해당하는 2개 연대 병력을 이끌고 일기도로 이동했다. 그리고 해병대가 지키는 주요 거점에 병력을 분산 배치했다. 그 덕분에 해병대가 비로소 출정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전지로의 감사 인사가 빈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부럽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해병대에 자원하는 건데.”
배웅 나온 길이라, 신첨은 듣기 좋은 말만 골라서 했다.
이번 출정은 여러 면에서 의미가 있었다. 규슈 영주 중 가장 많은 피로인을 붙잡고 있는, 마츠라 가문의 본거지인 히라도섬을 정벌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히라도 상황은 어떻습니까?”
신첨이 전지로에게 물었다. 그러자 전지로의 입에서 마츠라 영지에 대한 정보가 술술 흘러나왔다. 그간 항왜인 출신 첩자를 보내 꼼꼼히 첩보를 수집한 덕분이었다.
“개전이 되자마자, 다이묘인 마츠라 시게노부가 아들 히사노부와 함께 병력 삼천가량을 데리고 참전했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병력이 계속 조선으로 건너가 무려 칠천여 명에 이르렀다지요.”
“신기하네요. 오히려 더 늘다니.”
“새로 얻은 게 많아서 그러지 않았을까요? 히라도 영지가 조선과 가까운 만큼 자주 배를 띄워 전리품과 피로인을 꾸준히 수송했다네요. 그러니 전리품에 혹해 자원하는 병사가 많았겠지요.”
“그래서 피로인이 그렇게 많았군요.”
“꾸준히 데려왔으니까요. 우리 발해 함대가 이곳으로 온 이후로 다소 뜸해졌지만.”
“그럼 마츠라 영지 병력은 얼마나 되는 겁니까?”
“마츠라는 고니시 유키나가 진영에 속했답니다. 그러니 그 결과는 잘 아시죠?”
“호호! 지난 율포 해전 때 많이도 죽었겠네요.”
태미가 웃으며 이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맞습니다. 겨우 이천 정도만 돌아왔는데, 아시다시피 마츠라 영지가 꽤 넓잖아요? 그러니 히라도섬에 얼마나 있겠습니까?”
“음, 많으면 천 정도겠네요.”
신첨의 추론에 전지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딱 그 정도지요. 더구나 작년에 3함대가 병력이 밀집한 해안 지대를 꾸준히 공격했으니, 병력이 더 줄었을 겁니다.”
“그래도 올해 들어 히라도섬만큼은 한 번도 건들지 않았으니, 그쪽에 꽤 많이 몰려 있겠죠?”
태미의 제3함대는 히라도섬에 마츠라 가문의 병력을 몰아넣고자, 섬을 제외한 다른 마츠라군 지역 ― 미래의 사세보시를 포함해 그 이북에 자리한 마츠라반도 지역 ― 을 주로 공격했다. 그로 인해 그 지역의 해안에 사는 주민들의 대부분은 내륙으로 들어가거나 히라도섬으로 이주해야 했다.
“그래봐야 천 정도니까, 이번에 데려가는 1연대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놈들의 성까지 함락시키려면 2연대도 바로 따라가야지요.”
3함대 소속 함선이 늘어났다고 해도 한 번에 2개 연대 병력을 수송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선발대로 일단 제1연대만 승선해 있었다.
“자, 그럼 배에 오르시지요.”
해병대 제1연대 병력의 승선 작업은 이미 완료되어 다른 함선들은 모두 바다로 나가 대기 중이고, 경흥함만이 선착장에 남아 있었다.
* * *
미래의 길림시 시가지에서 북쪽으로 20장미 떨어진 곳에 자리한 울라성. 이 성은 울라국의 도성으로 송화강 동쪽 평원 지대에 있다.
이제 이곳에서 울라국의 명운이 걸린 최후의 결전이 준비되고 있었다. 울라국의 군주 부잔타이는 뜻하지 않게 건주부와 발해 대군이 남쪽과 북동쪽에서 동시에 공격해 오자, 병력이 축차 소모되는 걸 피하려, 1만 5천에 달하는 대군을 모두 울라성으로 불러들였다. 사실상 울라가 보유한 전 병력이었다.
부잔타이의 이런 대응 덕분에 건주부군과 발해군은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고 진군할 수 있었다.
부잔타이는 처음 건주부가 군을 움직인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기마대를 남쪽으로 보냈다. 유격전을 펼쳐 누르하치군의 진군 속도를 늦추고 그 수를 줄이려 했다. 그러나 발해군도 움직이고 있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까지 들어오자 결국 수성전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총사령관 송찬황은 멀리 울라성이 시야에 들어오자 진군을 멈추고, 진지를 구축하게 했다.
“남쪽으로 정찰병을 보내서 건주군을 찾으라 하라.”
“예, 장군.”
총사령부의 참모가 짧게 대답하고 막사 밖으로 뛰어나갔다.
“답답한데 잠깐 바람이나 쐴까요?”
“그러시죠.”
제1군 사령관 진태종이 흔쾌히 응했다.
두 사람의 기분은 매우 들떠 있었다. 앞으로 발해의 새 영토가 될 땅을 답사하며 왔기 때문이다.
건주부와 약속한 시기보다 다소 일찍 출발한 발해 원정군은 먼저 도골 지방의 중심지인 일란(일란할라)까지 북상했다. 그곳에는 벌써 육군 제2군 소속 병력이 도착해, 송화강 강변에 있는 오국성 ― 요나라 시대의 성이라는 설이 있음 ― 을 차지하고 주둔해 있었다.
발해 원정군이 일란부터 들른 이유는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원주민에게 발해의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함이었다. 이제 송화강까지 발해 영토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대군의 기동만큼 좋은 방식은 없었다.
다시 일란을 출발한 발해군은 송화강 남쪽 강변을 따라 서남쪽으로 계속 나아가다, 송화강의 지류인 마연하 하구가 나오자 이 물줄기를 따라 남하했다. 이 지역 역시 후르카 부족의 영역이었다. 원정군은 이번에 귀부한 여러 후르카 부족들의 환대를 받으며 계속 서남쪽으로 더 진군해 이렇게 울라성까지 오게 된 것이다.
“여기도 온통 평지로군.”
“그러네요. 마연하 유역도 꽤 넓어 보였지만, 광양평원은 정말 대단했지요. 근데 여기도 거기 못지않아 보이네요.”
진태종은 마연하 상류를 지나 매우 나지막한 분수령을 넘자마자 펼쳐져 있던 드넓은 평원의 풍경을 떠올렸다. 송화강의 지류인 라린하 유역에 속한 지역인데, 끝도 없이 펼쳐진 평원의 넓이에 놀란 이들은 그곳을 ‘광양평원’이라 명명했다. 태건의 지도에도 없는 지명이라, 나중에 돌아가 승인받기로 하고 송찬황이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송화강 유역도 만만치 않게 넓어요.”
송찬황의 입가엔 여전히 웃음기가 남아 있었다. 이들이 있는 곳 역시 발해의 땅이 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찰병이 벌써 돌아오는데요? 아, 건주부 장수와 같이 오는 것 같습니다.”
진태종은 말을 타고 빠르게 달려오는 일군의 기병들을 보고 바로 정체를 알아차렸다.
“도중에 만난 모양이오.”
이윽고, 사자로 온 건주부의 안피양구 숑코로 바투루가 송찬황에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피양구요. 발해군 도원수께 인사드리오.”
안피양구의 말은 번호 출신인 제2연대장 경현호 정령이 직접 통역해 줬는데, 총사령관이란 말 대신 이 시대에 익숙한 도원수란 말로 옮겨 주었다.
사자로 온 이의 신분이 의외로 높은 걸 보고, 송찬황은 미소를 지었다.
“우리 전투 방식을 염탐하러 왔군.”
“그런 것 같습니다.”
경현호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럼 언제 공격을 개시할 예정인지 물어봐 주게.”
경현호가 공격 개시 시점을 안피양구에게 묻자 거침없이 대답했다.
“모레 아침에 들어갑시다. 우리 만주국은 성의 남쪽과 서쪽을 공격할 테니, 발해는 북쪽과 동쪽을 맡아 주시오.”
건주부는 성을 확실히 포위할 심산이었다.
“음, 알겠소.”
“아, 그리고…….”
안피양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말을 이어 갔다.
“적진에서 사상자가 많이 안 나왔으면 좋겠소. 되도록 항복을 유도했으면 좋겠다, 이 말입니다.”
“너무 강하게 밀어붙이지 말란 뜻이오?”
송찬황이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
“그렇소.”
“뭐, 그럽시다. 그럼 가서 좀 쉬시오. 김 부장!”
송찬황은 총사령부 부장으로 있는 콜칸인 출신 김와일란 정령을 호출했다.
“예, 사령관님.”
“만주국 사자의 편의를 봐주게. 말동무도 해 주고.”
“하하! 알겠습니다.”
김와일란이 웃으며 안피양구를 데려갔다.
“후후! 건주부가 울라를 온전히 흡수하려고 작정했군.”
“사람에 집착한다더니, 정말 그러네요.”
송찬황과 진태종은 건주부의 속내를 이미 꿰뚫어 보고 있었다.
* * *
누르하치는 장남 츄잉과 함께 울라성 동남쪽에 세워 놓은 망루로 올랐다. 나라의 명운을 건 중요한 전투이기에 친정을 나온 것이다.
“후발해군도 움직이기 시작하는군.”
망루가 꽤 높아 전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울라성의 외성 성벽에 빽빽이 들어선 울라군 병사는 물론이고 동문을 향해 접근 중인 발해군의 모습이 모두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가 성의 동남쪽에 망루를 세우라 지시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발해군의 공격 방식을 엿보기 위함이었다.
건주부 군을 이끌고 나간 이는 동생 슈르하치였다. 슈르하치는 건주부 병력을 둘로 나눠 각기 남문과 서문으로 접근하게 했다.
“부잔타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 평지성에 틀어박혔을까?”
누르하치가 츄잉에게 물었다.
“수비하며 버티다, 언제고 성문을 열고 나와 기병으로 기습할 생각인 것 같은데요.”
부잔타이가 주저없이 수성전을 결심했을 정도로 울라성은 꽤 튼튼했다. 당연히 해자를 갖추고 있고, 외성에 중성, 내성까지 무려 세 겹의 성벽을 두르고 있어 공략하기에 매우 어려운 성이었다.
“후후! 그런 복안이라도 있어야지. 어쨌든 수성전을 하다 보면 공격 쪽 피해가 클 수밖에 없으니까. 더구나 병력 규모도 비슷하다면 수성전이 유리하지. 하지만 말이다. 장기전으로 가면 어떻게 하지? 저 성이 꽤 넓다고 하나 비축해 놓은 식량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숙부한테 되도록 싸우지 말라고 지시하신 겁니까?”
“맞아. 그러나 보는 눈이 있으니 공격하는 시늉 정도는 해야지.”
누르하치는 자신의 병력을 보존함은 물론, 울라 병력 역시 온전히 취하고자 했다. 그러자면 고사시키는 전략으로 나가 결국 부잔타이가 스스로 항복하게 해야 한다.
슈르하치는 누르하치의 주문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기병을 준비해 둬, 울라군의 기습에 대응케 하고, 목책 장애물을 해자 다리가 놓일 성문 앞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허허! 후발해 군도 다르지 않군.”
누르하치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서로 짠 듯이 발해군도 울라 기병의 기습에 대비하려고 목책 장애물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어쨌든 곧 포위망이 완성될 것 같네요.”
“이제 시작이군.”
누르하치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풀려 가자, 만족해하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후발해는 어떤 방식으로 공성할까요?”
“화포라는 게 있으니 그걸 쓰겠지.”
누르하치는 발해군의 공격 방식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접 겪어 본 적이 없다 보니 화포가 공성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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