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199
199화
일본 내전과 고토열도 정벌 (1)
태미는 태건의 명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지금까지 겪어 본 적이 없는 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바로 마카오를 살피고 오는 임무였는데, 태미의 마카오행이 성사된 건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 신부 덕분이었다. 태미가 작년에 마카오 방문 의향을 내비치자, 그가 적극적으로 나서 마카오행을 성사시켜 준 것이다.
포르투갈이 명으로부터 마카오를 영구 임대한 건 무려 40여 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동아시아에 투사된 포르투갈의 힘은 명을 억누를 수 있을 정도로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토나 다름없는 땅이라고 해도, 명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 포르투갈도 막대한 미래의 이권이 걸린 나라, ‘발해국 공주의 방문’이란 희대의 공식 행사만큼은 양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훗날 이를 항의하면 대충 뭉개고 넘길 심산으로 명에게 아예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드디어 멀리 초량만 입구가 시야에 들어오자, 세스페데스 신부는 같이 온 통역와 함께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태미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세스페데스는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고려어 어학 공부와 발해 문화를 익히려 꽤 노력했다. 한글 자모는 진즉에 익혀, 능숙하게 쓰고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회화는 아직 초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해 오늘도 통역을 통해 태미와 대화하고 있었다.
“정말 귀국이 약속을 지킨 점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호호! 우리 발해는 반드시 약속을 지킵니다. 백성한테도, 외국에도 그렇지요.”
태미의 말에는 살짝 뼈가 들어 있었다.
약속이란 바로 선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신부들이 초량진에 발해 최초의 천주교 교회를 짓고 싶다고 하자, 그마저 용인해 주었다. 태건의 허락이 떨어지고 토지 매입 등의 제도적 절차가 마무리되자, 예수회 측은 곧바로 공사를 시작했다.
“마카오의 주교님이 얼마나 기뻐하시던지…….”
“우리 발해법만 따른다면, 교회 짓는 일도 그리 큰일은 아니지요.”
교회 측은 태건이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였고, 예수회 소속 선교사들이 대마도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선교가 시작되었으니 당연히 교회부터 짓게 된 것이다.
“하하! 그것도 그렇지만 공주님의 방문 말입니다.”
세스페데스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예?”
순간 생각난 게 있어 태미의 얼굴이 붉어졌다.
태미의 방문은 마카오 전체를 들썩이게 했다. 새로 개항한 신생국 발해와 발해에서 수입한 물품으로 인해 마카오가 이미 뜨겁게 달궈진 상태였다. 그중에서도 해군 제독을 맡고 있다는 발해 공주 이야기는 빠르게 회자되며, 이야기에 이야기를 낳고 있었다. 고귀한 공주의 신분으로 험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뱃일에 종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지난 전쟁에서 맹활약했다는 점이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그래서 태미의 일화가 마치 동화처럼, 때론 신화로 변신해 마카오를 진동시켰고, 이 소문은 이제 동남아시아와 인도에도 퍼져나갔다. 시간이 더 주어지면 유럽에도 퍼질 기세였다.
그런데 그 동화 혹은 신화의 주인공이 모습을 드러냈으니 마카오 사람들이 더욱 열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톨릭 주교마저 태미와 만난 걸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했다는 말이었다.
물론 태미는 이런 반응에 몹시 당황했다. 저들은 자신을 발해 공주로 대하나, 자신의 정체성은 여전히 해군 제독이었다. 그러므로 군복 입은 채 마카오에 상륙했는데, 그게 더욱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물론 태미의 균형 잡힌 체구와 미모도 이런 반응에 기름을 부었다.
“좀 낯설었어요. 전 공주가 아니라, 늘 해군 지휘관으로 살아왔던 터라.”
태미는 마카오의 기억을 지우고자 머리를 흔들더니 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하하! 참으로 발해는 여러모로 놀라운 나라입니다. 조선도 발해와 비슷합니까?”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나 나라 분위기는 사뭇 다르지요. 더구나 왜국과 전쟁까지 치르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지금 조선은 여러모로 엉망일 겁니다. 가치관도 많이 달라졌을 테고.”
“그런데 발해는 일본과 화해할 생각이 없습니까?”
세스페데스가 태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럴 생각이 전혀 없습니다. 태왕의 뜻이 그렇고, 저 또한 같은 생각입니다.”
“피로인 때문인가요?”
“당연히 그렇지요. 아울러 왜인의 성향 때문이기도 합니다. 신부님은 왜인을 잘 모릅니다. 저들은 국력이 회복되면 반드시 주변국을 침략합니다. 침략과 약탈, 그게 바로 저들의 본성이지요. 그러니 화해를 해 봐야 침략의 기회를 제공하는 일이 될 뿐입니다. 뭐, 그렇다고 영원히 화친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세스페데스 신부는 피로인에 대해 완강한 태도를 보이는 태미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
“휴… 그나저나 우리가 참 부끄럽게 되었군요.”
“그 또한 약속이니까, 포르투갈 측이 감당해야 할 겁니다.”
태미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카오에 상륙한 이후, 태미는 항왜 출신 승조원을 현지인으로 위장시켜 마카오를 샅샅이 뒤지게 했다. 돈으로 사서 쓸 수 있는 일본인이 마카오에 거주하는 데다, 마카오의 면적이 워낙 좁다 보니, 그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 결과 꽤 많은 피로인이 노예로 잡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게 되었고, 태미는 이를 문제 삼아 정식으로 항의한 바 있었다.
“그럼 앞으로 귀국은 어떻게 조치할 생각입니까?”
“원칙대로 행해야죠. 피로인을 자진해서 데려오지 않는 상단의 배는 그다음 항해부터 초량항 입항을 금지할 겁니다. 우리가 이번 방문 기간에 낱낱이 파악했으니까, 피하긴 어려울 겁니다. 아울러 앞으로 해상에서 발해 해군의 검문을 받아야 합니다. 검문을 거부할 경우, 그 배 역시 입항이 거부됩니다.”
태미가 마카오에서 이미 포르투갈 측에 통보한 조치였다.
“음, 과연 발해는 노예제를 극도로 혐오하는군요.”
“그럼요. 인간이 인간을 소유물로 삼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 점이 또 조선과 다른 점이지요. 피로인들은 우리 동족이니 반드시 구해 낼 겁니다. 끝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더 강한 조치가 취해질 수도 있어요. 태왕 기하도 그런 뜻을 내비친 적이 있지요.”
“예? 정말로 그런 생각까지 하는 겁니까?”
세스페데스는 더 강한 조치가 뭔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포르투갈과 발해가 반목하게 될 터였다.
“할 수만 어떤 수단이든 써 봐야죠.”
“음. 정말 심각한 문제군요. 조선인 피로인 문제가.”
세스페데스의 표정이 더욱 무거워졌다.
어느덧 초량항이 가까워지자 초량만 입구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사령관님. 예정대로 중첨선이 와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초량만을 초계 중이군요.”
이사로가 태미에게 다가와 보고했다.
“그새 우리 배들이 다 도착했나 보네?”
태미와 제31전대가 거의 3개월간 자리를 비운 사이, 제32전대가 남아서 초계 임무를 수행해 왔는데, 31전대의 빈자리를 중첨선이 와서 메워 준 셈이었다.
이제 경흥함은 그대로 초량항으로 향했고, 31전대 소속 다른 함선들은 모항인 북쪽 삼포항으로 나아갔다.
* * *
태미는 하선하자마자 초량항 부두에 나와 있는 태건을 발견하고, 반가움에 태건에게 달려갔다.
“와! 오라버니! 언제 오셨어요?”
“며칠 전에 왔지. 마카오에 다녀왔다고? 수고 많았네.”
“수고는요. 좋은 구경하고 왔죠.”
“더웠지?”
“예, 조금. 그래도 선선할 때 떠나 괜찮았어요.”
“좋은 소식이 있다.”
“아, 중첨선 와 있는 거? 열두 척이 다 왔나요?”
친오빠와 무척 오랜만에 만나자, 태미는 이제 수다스러운 여느 여동생으로 변신했다.
“그랬지. 근데 벌써 개조해서 쓰고 있더라.”
“예? 어떻게 개조했대요?”
“노를 달았더라고.”
“호호! 그거 잘했네. 승조원 수도 은근히 많으니 노 저을 사람은 충분하지. 바람 없으면 노라도 열심히 저어서 다녀야죠. 더구나 대마도와 일기도 해안엔 암초가 많아서 노를 저어 움직이는 게 편할 수도 있어요.”
“사실 좋은 소식은 그게 아닌데.”
“또 있어요?”
“이따가 삼포항으로 가 봐. 3함대에 배속될 새로운 군선이 도착했으니까.”
“오오! 몇 척이나 왔어요?”
“경흥급 대선 한 척, 아오지급 중선 두 척에 광명급 보급선 한 척이 왔지.”
광명급 보급선은 경흥급 대선과 똑같이 생긴 배였다. 다만 무장만 크게 줄였을 뿐이다.
“네 척이나? 그럼 33전대를 창설해도 되겠네요?”
“그러든지. 이번에 올 때 신병도 태우고 왔으니까, 조직 개편안을 만들어서 해군본부로 보내라고.”
“예, 오라버니.”
“그리고 며칠 뒤에 해병대 제4연대 병력이 장산도 노피항에 입항할 거다.”
장산도 노피항은 장산항(히라도항) 반대편 해안에 조성 중인 항구로, 군항으로 쓸 예정이었다. 노피는 북쪽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이므로, 노피항은 곧 ‘북항’이란 의미였다.
“해병대가 더 온다고요? 그럼 거길…….”
“그래. 네가 예상한 바가 맞다. 이제 고토열도 차례지.”
“와! 드디어 시작되는 거네요.”
태미는 고토열도 정벌 작전이 곧 시작된다는 소식에 몹시 기뻐했다.
* * *
고토열도 최남단에 자리한 후쿠에섬.
지난해 한차례 태미의 발해 해군 제3함대에 당한 이후, 고토 영지의 다이묘, 고토 하루마사는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잔 적이 없을 정도로 불안한 나날을 보냈다. 그래서 후쿠에항 앞바다에 떠 있는 무인도 에라섬에 봉수대부터 설치했을 정도였다.
또한 영지의 거성인 에가와성의 천수각이 발해 함대의 함포사격에 무너져 내린 이후, 복구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내륙 쪽에 새로운 거처를 마련해야 했다.
“시마즈 가문은 어떻게 지낸다고 하던가?”
규슈 최남단에 자리한 시마즈 영지를 방문하고 온 가신에게 물었다.
지난 전쟁에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은 적이 있어 시마즈 가문과 매우 돈독한 관계로 발전한 상태였다. 이웃한 히라도섬이 발해에 점령되고 다이묘와 가신들이 처형당했기에 그가 손을 벌릴 만한 곳은 시마즈 영지밖에 없었다.
나고야 영지를 소유하고 있는 데라자와 가문도 계속 발해 해군에 당해 위축된 상황이고, 이웃한 히고국(구마모토현) 지방의 사정은 더 엉망이었다. 그 지역의 다이묘인 가토 기요마사는 지난 전쟁에서 전사해, 가토 가문은 승계 문제로 혼란에 빠졌다. 또 다른 다이묘인 고니시 유키나가 역시 아직 세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었다.
“혼란한 정세 때문에, 우릴 도울 방법이 전혀 없답니다. 이미 병력을 이끌고 사카이항으로 떠날 채비를 하고 있더군요.”
“사카이로? 그럼 결국 내전이 터지는 건가?”
“그렇습니다. 시마즈 가문은 모리와 이시다 진영에 가담하기로 했답니다.”
“그럼 가토 가문에 대해 들은 바는 없나?”
“서자와 동생이 다투고 있답니다. 그 때문에 옴짝달싹할 수도 없고요.”
“저런… 그러다 고니시 유키나가에게 먹히겠는데?”
“예, 다들 그렇게 예상한답니다. 원래 두 가문이 앙숙이니까요. 그리고 상대적으로 지난 전쟁에서 고니시 가문의 피해가 덜했던 상황이라.”
종전 이후 규슈 정세가 매우 복잡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조선 원정군의 두 축이었던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가 모두 미래의 구마모토현(히고국) 지방의 남과 북을 영지로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냥 피로인을 바치고 발해에 항복을 요청하면 받아 줄까?”
뜬금없는 고토 하루마사의 질문에 가신이 깜짝 놀랐다.
“그, 그건 안 될 말입니다. 이 후쿠에섬만 해도 내륙으로 들어가면 험한 지형이 많습니다. 어떻게든 병력을 더 모아서 저들과 싸워 봐야지요. 그리고 히라도 영지를 취한 이후, 저들의 움직임이 둔화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이곳 고토까지 노리지 않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히라도… 그렇지, 히라도. 결국 마츠라 가문을 몰살시켰지.”
고토 하루마사는 가신의 발언을 엉뚱한 방향으로 해석했다. 히라도의 마츠라 가문과 자신의 가문이 너무나 비슷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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