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규슈 서북부 정벌 (2)
대화를 듣고 있던 황진이 물었다.
“그런데 기하는 왜 빈 땅에 관해 하문하셨지요?”
“다른 곳은 몰라도 마츠라 영지만큼은 우리가 차지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영주 세력을 멸하고 이곳 장산도를 차지했으니.”
“아니, 그럼 규슈 본토로 진출하잔 말씀입니까?”
전지로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게 좋을 것 같네. 본토로 진출하면 저들이 계속 도전해 올 수도 있어 다소 걱정되긴 하나, 지금 왜국은 내전 중일세. 우릴 위협할 만한 군세를 가진 집단 대부분이 혼슈로 군사를 보냈단 말이지.”
결국 일본 내전이 시작되었다. 전투 소식은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나, 양군 진영이 혼슈 중부 지역인 사카이, 오사카와 교토 쪽으로 집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에 따라 규슈 영지들의 파병 관련 첩보도 상세하게 들어왔다. 히젠 사가 지방의 나베시마 가문, 사츠마 지방의 시마즈 가문, 고쿠젠 지방의 고바야카와 가문 등 여러 가문이 이미 내전에 참전한 상태였다.
규슈 다이묘들은 발해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내전에 참전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 영지를 유지하려면 결국 내전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 발해군보다 승리할 동군 혹은 서군 세력이 더 무서웠다. 내전에서 승리한 세력에게 영지를 송두리째 빼앗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하, 꼭 그런 건 아닙니다. 히고국의 고니시 유키나가와 가토 모모스케는 아직 병력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두 영지는 앙숙이니 파병 여부와 관계없이 정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거네.”
“음, 그건 맞습니다. 저들은 분명 규슈에서 그들만의 내전을 벌일 겁니다.”
전지로도 태건의 의견에 바로 동의했다.
“어쨌든 고니시와 가토 가문의 편이 갈린 건 확실하지?”
“예, 고니시는 서군, 가토는 동군 편에 섰다는 점은 확인이 되었습니다. 파병만 하지 않았을 뿐.”
“그런데 고니시는 도요토미 가문의 선봉장이지 않았나? 왜 파병하지 않았을까?”
태건은 사실 이 점이 의문이었다. 실제 역사에서 고니시 유키나가는 내전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결국 내전에서 패한 뒤, 동군에 잡혀 참수될 운명이었다.
“피해가 너무 컸던 탓입니다. 지난 율포 해전에서 너무나 많은 병력을 잃었다고 합니다.”
“음. 그 이유라면 이해가 되는군.”
“그런데 우리가 그 땅을 점령한다고 해도 지키려면 병력이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내전이 끝나면 분명 저들이 연합해 덤빌 수도 있습니다.”
전지로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우리 육군이 대폭 늘어날 예정이네. 내년까지 육군 1개 사단이 남해부로 더 들어올 수도 있지.”
“아, 그렇다면 조금 안심이 됩니다.”
육군 사단 하나가 추가된다면 남해부에 육군 2개 사단과 해병대 3개 연대를 합해 3만에 가까운 병력이 주둔하게 된다.
* * *
마침내 발해군의 마츠라 내륙 영지 정벌전이 시작되었다.
이번엔 특이하게도 육군과 해병대 병력이 같이 작전을 펼치게 되었다. 육군은 일기도에 주둔 중이던 제5군 산하 제19연대가, 해병대는 장산도를 지키던 제1연대가 출진했다. 장산도의 방어는 대마도에 주둔 중이던 육군 제18연대가 맡았다.
규슈 본토에 가장 먼저 상륙한 부대는 육군 제19연대 소속 1대대와 2대대로, 이들은 장산항 맞은편에 있는 다비라 포구로 상륙했다. 강이나 다름없는, 폭이 좁은 장산해협(히라도해협)을 건너, 맞은편 해안에 상륙한 제19연대 소속 2개 대대는 각기 동쪽과 남쪽으로 길을 잡아 진군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로 상륙한 부대는 역시 제19연대 소속 3대대와 4대대로, 마츠라 영지 북부의 시사 포구로 상륙했다. 이 지역은 미래의 마츠라시 시내가 자리할 곳이었다.
해병대 제1연대 병력은 해군 제31전대 함선들에 승선해, 영지의 가장 남쪽에 자리한 미래의 사세보항 지역을 노렸다. 해병대 역시 병력을 나눠, 북쪽과 남쪽 해안을 따라 진군할 예정이었다.
태건은 여전히 장산도에 머물며 전황을 보고받고 있었다.
“해병대 제1연대장의 보고입니다. 제1대대와 2대대 병력이 동남쪽 해안을 따라 5장미가량 전진했고, 아직 막아선 적군이 없어 교전은 발생하지 않았답니다.”
미래의 사세보항에서 5장미를 전진했으니, 오무라 영지의 경계에 닿기까지 거의 절반가량 진출한 셈이었다.
“그게 언제 적 일인가?”
태건이 해병대 연락관에게 물었다.
“어제저녁의 일입니다. 지금쯤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을 겁니다.”
“특이사항은?”
“왜인 무사가 관리하는 작은 영지들을 지나쳤는데 모두 비어 있었답니다.”
“바로 도주한 모양이군.”
“예, 현지 주민에게 물어보니, 마츠라 영주와 그 가족뿐만이 아니라 가신과 무사까지 모두 발해군에 처형당했단 소문이 벌써 돌았답니다. 그래서 우리 군이 상륙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바로 도주한 겁니다.”
“판단이 참 빠르군.”
“저들도 정찰병이 있습니다. 우리 배가 해안에 나타나자 즉시 알아챘을 겁니다.”
전지로가 부연해서 설명해 주었다. 이어서 그는 마음에 걸리는 바를 질문했다.
“저, 그런데 동남쪽에 오무라와 사가, 두 영지의 경계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러면 굳이 경계까지 점령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맞아. 끝까지 가지 말고, 방어하기 편한 곳이 보이면 진군을 멈추고 진지를 구축하라 하게. 공연히 확전할 필요가 없지. 육군도 마찬가지일세.”
“예, 알겠습니다. 기하.”
작전을 앞두고 장산도로 건너온 신첨 사령관도 태건의 지시에 답했다.
곧이어 육군 측의 보고도 들어왔는데, 해병대의 사정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
“파죽지세로군.”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석고가 겨우 수백 석에 불과한 사무라이들이 발해군에 대항할 방도가 있을 리가 없지요. 현지에 남아 있는 가신이라고 해 봐야 다 그 정도 규모에 불과한 자들입니다.”
전지로의 대답은 무척 구체적이었다.
“한마디로 타 영지만 개입하지 않으면 순조롭게 작전이 마무리될 거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태건은 만족해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히젠 나고야 영지의 다이묘, 데라자와 히로타카는 발해군이 마츠라 내륙 영지에 상륙했다는 소식을 듣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오, 오천이나 상륙했다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일부에 불과하답니다. 지금 우리 영지 부근에 와 있는 발해 병력이 거의 이만 가까이 된다고 하니, 만약 숫자가 부족할 것 같으면 더 많은 병력이 투입될 겁니다.”
가신은 꽤 정확한 정보를 취득하고 있었다.
“정말 내전에 참전하지 않길 잘했군.”
“그래도 저들이 마츠라 영지를 모두 점령한 후, 창끝을 우리에게 돌리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더구나 저들은 수군까지 같이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까? 영지민 대부분이 북부 해안에 모여 있는 우리 영지 입장에서, 발해 수군은 매우 치명적입니다.”
“그러게나 말이다. 정말 미치겠군.”
데라자와는 여러모로 머리가 아팠다. 발해의 위협도 그를 두려움에 빠지게 했으나, 내전도 문제였다. 원래 데라자와는 동군 편에 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발해로 인해 결국 중립을 선언했고, 향후 그의 이런 선택이 어떤 불이익을 안겨 줄지 알 수가 없었다.
“동군이 이기겠지?”
“그럴 겁니다. 도쿠가와 가문의 힘이 너무 강합니다. 더구나 지난 조선 원정 때 서군을 구성하는 가문들의 피해가 더 컸기 때문에, 전력에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일단 사자를 동군 진영에 보내 볼까?”
“조금 늦은 듯합니다. 지금쯤 전투가 벌어졌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하긴…….”
데라자와는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가 바다 쪽을 살폈다. 발해 함대가 출몰한 이후 습관이 된 행동이었다.
“고토 가문 얘기 들었지?”
“예, 영토와 피로인을 모두 발해에 넘기고 목숨을 보장받았다고 들었습니다. 헉! 그, 그럼 설마…….”
가신이 깜짝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데라자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어떻게 일군 가문인데 영지를 그냥 내주겠나? 더구나 우린 고토 가문보다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네.”
“그러면…….”
“우리가 붙잡고 있는 조선인을 남김없이 모아서 보내 주세.”
“음, 저들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달랠 의도군요.”
“맞아. 저들은 조선인을 노예로 산 남만 상인한테도 경고했다고 하지 않았나? 그 정도로 신경을 쓴다면 풀어 주는 게 맞지. 그렇지 않으면 저들의 분노가 분명 우리 영지로 향할 테니까.”
“그건 맞습니다. 솔직히 마츠라 영지 다음은 우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럼 서두르세. 빨리 잡아 온 조선인을 모아 주게. 한 명도 남김없이.”
데라자와의 결단 덕분에 히젠 나고야 영지의 피로인은 모두 풀려나게 되었다. 데라자와가 납치해 온 도공들도 마찬가지였다. 도공이 얼마나 귀한 대접을 받았는지 생각해 보면, 데라자와 입장에서 피눈물이 날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발해의 분노를 누그러뜨리는데 피로인을 송환해 주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 * *
결국 발해군의 마츠라 내륙 영지 점령전은 순식간에 마무리되었다. 그러자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지로가 점령지를 순시하기 위해 급히 마츠라 영지로 향했다.
태건은 마츠라 규슈 본토 영지를 송원현이라 부르기로 했다. 앞으로 그 지역은 남해부의 여섯 번째 현이 될 예정이었다.
전지로를 대신해 신첨이 그간 올라온 보고서를 정리해서 태건에게 알려 주었다.
“내륙까지 모두 점령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역시 평야가 적어 그런지, 인구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고 대대장들이 보고해 왔습니다.”
“그나마 인구 밀집 지역이 있다면?”
“장산도 건너편 해안과 북부 해안 지대인 것 같습니다.”
“남부는 별로인가?”
“예, 그렇습니다.”
태건은 사세보가 한참 뒤에 개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미래에 많은 인구를 수용할 남부 해안 지대가 지금은 한적한 어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내륙은 산지가 많아서 별로고?”
“예. 그래서 점령하는 데 시일이 별로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좋군. 피로인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대략 오백여 명 정도를 구출했답니다. 그들 말을 들어보니 더 많이 와 있는데, 왜인 무사들이 도주할 때 끌고 갔답니다.”
“놈들이 아주 죽으려고 환장했군.”
태건이 몹시 분노하는 반응을 보였다.
“계속 첩자를 보내서 그들의 소재를 파악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그리고 내륙이 안정되는 대로 북쪽의 후쿠시마와 다카시마란 섬도 마저 점령하라 이르게. 그곳 또한 마츠라 영지였으니, 지금은 주인이 없을 거네. 게다가 피로인도 있겠지.”
“아, 그렇겠군요. 알겠습니다.”
신첨이 대답했다.
“기하! 급보입니다.”
규슈 정보를 총괄하는 해병대 간부 사청 부령이 들어와 태건을 찾았다. 그는 항왜 출신 장교였다.
“무슨 일인가?”
“마침내 히고국에서 내전이 일어났습니다. 고니시 유키나가 군이 가토 영지를 공격했답니다.”
“좋은 소식이군. 잘됐어.”
발해에 매우 유리한 소식이었다.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나?”
태건의 질문에 사청 부령은 서슴없이 대답했다.
“고니시 가문이 이길 겁니다.”
“이유는?”
“가토 기요마사가 사망한 이후, 승계 문제를 두고 집안에 내분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리 전쟁의 여파로 고니시 가문의 힘이 약해졌다고 한들, 내분이 일어난 가토 가문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길 겁니다.”
“음, 알았네.”
태건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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