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05
205화
격랑에 휩싸인 규슈 (1)
육군 전력 증강 계획에 따라 가장 먼저 창설된 육군 제9사단 산하 2개 연대 병력이 바다를 건너 남해에 도착했다. 나머지 2개 연대 병력 역시 연말까지 보내 주기로 했다. 물론 이 조치는 태건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현재 병력의 증원이 가장 시급한 지역이 바로 남해부이기 때문이다.
이에 5군 사령관 신첨은 송원현에 제9사단 2개 연대 병력을 배치하고, 송원현 점령 작전에 동원된 제5사단 소속 제19연대를 대마도로 보냈다. 대마도의 면적이 워낙 넓어, 1개 연대만으로 그 긴 해안선을 경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해병대 제1연대는 그대로 남부의 신진항 ― 미래의 사세보항에 새로 붙인 이름 ― 에 머물고 있었다. 그러므로 현재 송원현에는 발해군 3개 연대 병력이 주둔하고 있는 셈이었다.
태건은 여전히 장산도 노피항에 머물며 일본의 내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메야마 전투 이후, 전황이 계속 지지부진하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기하.”
일본 내전을 화제로 얘길 나눌 때면 전지로가 항상 태건의 곁을 지키며 조언해 줬다. 일본 지리와 다이묘들에 관해 꽤 깊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물줄기가 많이 바뀌다 보니 결국 세키가하라 전투는 일어나지 않았다. 원래 동군과 서군 합쳐 약 17만 병력이 얽혀, 기후현의 세키가하라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단 몇 시간 만에 동군이 이기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서군의 핵심 병력 중의 하나인 고니시 유키나가 군이 참전하지 않은데다, 임진왜란 후유증으로 참전 병력도 적어 세가 약해진 서군은 정면 대결 대신 난전을 선택했다. 그러다 보니 첫 전투가 세키가하라 남쪽, 미래 미에현의 가메야마 영지에서 벌어졌고, 그 이후 한 달 넘게 전투가 지속되고 있었다.
“어쨌든 동군이 유리한 건 변함이 없고?”
“그렇습니다. 제가 보기에 지금쯤 서군이 항복해야 하나, 그러면 모든 걸 잃을 수밖에 없어 끝까지 싸우는 듯합니다.”
당장 항복해야 정상일 정도로 서군은 형편없이 밀리고 있었다. 진영 내에서 배신자가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규슈 다이묘의 상황이 매우 복잡했다. 고쿠젠의 고바야카와 가문과 사가의 나베시마 가문이 먼저 서군에서 동군으로 말을 갈아탔고, 그게 효시가 되어 여러 다이묘가 줄줄이 배신하는 바람에 균형이 급격히 무너진 것이다.
“피로인 정착은 잘되고 있나?”
“예, 대부분 일기도로 보냈습니다.”
이 질문에 태왕부 비서관 우정언이 대답했다.
“그런데 장산현과 오도현에도 피로인을 정착시켜야 하지 않습니까?”
신첨이 물었다.
“아닐세. 대마도와 일기도부터 채워야지. 멀지 않아 오도열도와 장산현, 송원현에 정착할 피로인들도 많이 생겨날 테니까.”
현재 대마도에도 계속 피로인이 정착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포르투갈인에게 팔려 마카오에 잡혀 있다 송환된 이들이었다. 태미의 협박이 조금은 먹혀, 마카오 피로인 일부가 무사히 귀환하게 된 것이다.
“기하. 나고야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피로인 이야기가 나오자, 신첨은 얼마 전 피로인을 자발적으로 보내준 나고야 영지에 대한 태건의 생각을 물었다.
“일단 9사단 병력이 모두 들어올 때까지 기다리자고. 그것도 그렇지만 피로인을 자발적으로 방면해 줬는데 우리가 그들을 공격하면 어느 누가 피로인을 내주겠나? 그러니 두고 보는 게 맞지.”
“음, 알겠습니다.”
“기하! 정찰대 분석관 사청입니다.”
문밖에서 사청이 보고할 게 있다며 찾아왔다.
“들어오게.”
그는 들어오자마자 빠르게 태건에게 고했다.
“고니시 유키나가의 사자가 노피항에 입항했습니다.”
“오호! 고니시가 사람을 보냈다고?”
태건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고니시 유키나가는 그간 가토 가문의 영지를 흡수해, 석고가 무려 45만 석에 달하는 대영주가 되었다.
“그래서?”
“서신을 가져왔습니다.”
사청은 고니시의 편지를 우정언에게 건넸다. 일개 영주의 편지라, 태건이 아닌 우정언에게 준 것이다.
우정언은 편지를 읽고 태건에게 그 내용을 고했다.
“아, 놀라운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가토 영지에 잡혀 있던, 만 명이 넘는 피로인을 포함해, 고니시 영지에 있는 천여 명의 피로인까지 모두 석방하겠답니다.”
“만 명을 넘는다니? 마츠라 가문이 규슈에서 가장 많은 피로인을 데리고 있다고 하지 않았나?”
태건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실제 역사에서 가토가 꽤 많은 피로인을 데려온 건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이 바뀌어 그의 영지 병력은 조선에서 몰살당했고, 그 역시 전사했기에, 태건은 그가 피로인을 많이 데려오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다.
“전쟁 초기부터 피로인을 꾸준히 빼돌린 모양입니다. 사람 장사할 생각에 가리지 않고 잡아들인 듯합니다.”
우정언을 대신해 사청이 대답했다.
“역시 가토 놈답군. 알겠네. 그래서?”
“그간 조선에서 벌인 만행은 물론이고 발해와 전투를 벌인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한답니다.”
“용서를?”
“음, 이게 무슨 말인가?”
신첨과 전지로는 뜻하지 않은 서신 내용에 깜짝 놀랐다.
태건은 미소를 머금은 채 사청을 바라보았다.
“혹시 사자와 얘길 나눠 봤나?”
“예, 조금. 기하를 알현할 때 얘길 좀 잘해 달라며 신신당부했습니다.”
“그래?”
“고니시 유키나가가 두려움에 빠진 모양입니다. 동군이 유리한 국면으로 내전 양상이 흐르다 보니.”
“그렇겠지. 내전이 끝나면 동군 다이묘들한테 곧바로 공격당할 테니까.”
내전이 진행됨에 따라 초기 양상이 많이 바뀌었는데, 그건 바로 규슈 다이묘의 상당수가 동군으로 돌아섰다는 점이었다. 고니시 영지 남쪽에 붙어 있는 시마즈 가문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가주였던 시마즈 요시히로가 지난 전쟁에서 전사하는 바람에 가문을 승계받은 아들 시마즈 다다츠네는 실제 역사와 다르게 꽤 많은 병력을 파병했다. 그러다 보니 병력을 아낄 생각에 서군을 배신하고 동군 편에 설 가능성이 컸다.
또한 고니시 유키나가가 가토 영지까지 집어삼키고 대 영주가 되었다는 점도 문제로 작용했다. 이웃 영지끼리 사이가 좋은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마즈가 배신하고 동군으로 변신할 이유는 너무나 많았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도요토미 가문의 선봉장이자 충실한 부하인 고니시는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어떻게 답신하는 게 좋겠습니까?”
“음, 어쩐다…….”
태건은 잠시 고민하다, 사청에게 물었다.
“김솔 참령은 잘 지내나?”
“예?”
태건의 뜬금없는 질문에 사청은 깜짝 놀랐다.
지난 왜란 때 조선 수군과 발해 해군을 연결해 준, 그로 인해 이순신 장군을 구할 수 있었던, 너무나 큰 공을 세운 조선군 군관 출신인 김솔은 현재 해병대로 적을 옮겨 해병대 정찰대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었다.
“그렇습니다만. 왜 그를…….”
“피로인을 데려와야지?”
“그럼 김솔 참령을 피로인 쇄환사로 파견하시렵니까?”
전지로가 웃으며 물었다.
“그래야지. 아무래도 쇄환사로 고려인 군 간부가 가는 게 맞으니까. 또 간 김에 저들이 무슨 얘길 하는지 잘 듣고 와야겠지?”
태건은 김솔의 협상 능력과 판단력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었다.
* * *
제2함대 사령관 고경봉은 수평선에 단마도(오쿠시리섬)가 나타나자 침로를 180도 정남 방향으로 맞추게 했다.
“저 단마해협을 통과하면 해안선에 바짝 붙어 항해하자고.”
“예, 사령관님.”
제21전대장 함결 참장이 대답했다.
단마해협은 단마도와 북해도 본토 사이에 자리한 해협이었다.
태건의 명에 따라, 제2함대는 21전대와 22전대 함선들을 모두 동원, 북해도 남부의 마쓰마에 영지를 공격하러 나선 길이었다. 태건이 이 명령을 내린 이유는 마쓰마에 영지가 발해의 공격권에 들어갔다는 소문이 퍼져 일본인 이주민이 더 이상 유입되지 않길 바랐기 때문이다. 아울러 현 거주자들도 다시 혼슈 본토로 돌아가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해협을 지나자 이제 발해 함대는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휴! 이곳 북해도 남부도 죄다 산지로군.”
“그렇습니다. 해안평야도 아주 비좁기 그지없습니다.”
“그러니 인가도 보이지 않지.”
그렇게 한동안 빈 해변만 계속 이어지다, 꽤 큰 강의 하구가 나타났다.
“오! 여기서부터 인가가 좀 보이기 시작하네. 저거 왜인들 거주지 맞지?”
고경봉이 천리경으로 살피고 있는 지역은 앗사부강의 하구로, 왜인 거주지 중 가장 북쪽에 자리한 곳이었다.
“공격할까요?”
“놔두게. 남부 해안 지대부터 친 다음, 돌아갈 때 보자고.”
“예, 사령관님.”
이후로도 계속해서 해변을 따라 분포해 있는 일본인 거주지가 나타났다.
“아까 봤던 곳이 화택관이란 곳이니까, 저곳은 비석관이군.”
고경봉은 그간 해병대 정찰대가 수집한 정보를 취합해 그린 지도를 보며 계속 움직였다.
“아, 드디어 도착했네요.”
함결이 해안의 한 곳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대관이란 곳인가?”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본 거주지 중 가장 크지 않습니까? 그러니 마쓰마에 가문의 본거지가 맞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은 복산관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있답니다. 그러니 거기도 부숴 버려야죠.”
대관(오다테)은 서양각곶의 서쪽에 자리한 지역이었다. 더 남쪽에 복산관(후쿠야마다테)이 자리해 있는데, 현재 마쓰마에 가문은 거성이 아닌 ‘진야’라는 영주관 건물을 그곳에 짓고 있었다.
제2함대는 함포에 포탄을 장전한 채, 대관 해변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고경봉은 천리경으로 대관 일대를 계속 살폈다.
“많이도 건너왔다. 민가가 꽤 많아.”
대관에 벌써 많은 일본식 가옥들이 해변과 주변의 나지막한 구릉지를 따라 줄줄이 들어서 있었다. 포구에 선착장 시설도 나름 잘 갖춰져 있고, 방어용 진지 또한 제법 견고해 보였다. 마쓰마에 영지의 석고는 1만 석이었다. 그러나 지리적 중요도를 고려해 급을 올려 준 것일 뿐, 그보다 조금 적다고 했으니, 마쓰마에 전체 영지의 인구는 1만 명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대관은 영주가 있던 곳이라, 꽤 큰 마을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
“저 방어시설은 아이누족을 방비하기 위한 거겠지?”
고경봉이 함결에게 물었다.
“그럴 겁니다. 왜인과 아이누인들이 교역도 하지만, 싸움도 자주 한답니다.”
발해 함대가 나타나자, 대관에 비상이 걸렸다. 어선들은 재빨리 포구로 돌아가려 했고, 무사와 병사들은 무기를 챙겨 들고 뛰쳐나왔다.
고경봉은 냉소를 짓더니 공격 명령을 내렸다.
발해 함대는 곧바로 함포사격에 돌입했다. 가장 먼저 예전의 영주관 건물이 무너져 내렸고, 그다음은 외적에 대비하기 위해 지은 방어진지, 그리고 포구 순이었다.
2함대의 함포사격 실력도 3함대 못지않게 좋았다. 그간 남해부에서 수많은 실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시대 함포의 성능이 좋은 편은 아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민가에도 포탄이 떨어졌고, 그때마다 집들은 허무하게 무너져내렸다. 고경봉은 민가에 피해가 발생하는 걸 개의치 않았다.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게 이번 원정의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곳에 들어온 왜인들이 약탈자와 다름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복산관으로 가자. 거기에도 처리할 게 많지 않겠어?”
고경봉이 활짝 웃으며 함결에게 명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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