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사가 전투 (2)
나가사키 항 부근의 외국인 거류지.
주변이 어둑어둑해지자 세스페데스 신부는 성냥개비 하나를 집어 들고 성냥 머리를 성냥갑 옆면의 발화제를 입힌 부분에 대더니, 빠르게 마찰시켜 불을 일으켰다. 성냥을 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그 동작이 물 흐르듯 꽤 익숙해 보였다.
“허허! 볼 때마다 신기하네요.”
세스페데스가 성냥으로 촛불을 붙이는 장면을 지켜보던 코엘료 신부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세스페테스와 몬테로는 지난 초량소학교 개교식 날에 구매한, 손바닥 절반 정도 크기의, 직육면체 형태의 성냥 두 갑을 나가사키로 가져와 코엘료에게 보여 주었다.
“불붙이는 게 이렇게 쉬워졌다니, 정말 놀라운 물건 아닙니까? 이제 부싯돌과 씨름할 필요가 없어졌잖아요. 이걸 반드시 본국에 전해 줄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든 따라 만들 수 있지 않겠어요? 가격이 너무 비싸, 사서 쓰자니 아까워서 하는 말입니다.”
몬테로가 말했다. 벌써 열흘이나 지났는데도, 세스페데스와 몬테로는 지난 초량항에서 겪은 일을 잊지 못하고 틈만 나면 화제로 올리고 있었다.
“허허! 글쎄요. 쉬운 기술이 아닌 것 같은데.”
세스페데스는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태건이 성냥을 개발하는 데 성공한 건, 재료들이 잘 준비된 덕분이었다. 성냥의 주원료인 염소산칼륨과 적린 등을 제조하는 데 들어가는 물질이 이미 생산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염소산칼륨의 경우, 제지 공장에서 수산화나트륨을 생산할 때 전기분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소를 활용했고, 산소와 칼륨 역시 쉽게 얻을 수 있는 재료였다. 아울러 성냥의 구성 성분이자, 마찰을 통해 불을 일으키는 발화제에 들어가는 유황도 북해도를 통해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이처럼 필요한 기술과 재료가 이미 확보된 덕분에, 태건의 성냥 개발은 단기간에 끝났고, 제조할 국영기업도 이미 설립되었다. 성냥 공장이 위험 물질을 다루는 곳이라, 당분간 나라에서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세스페데스의 말이 이어졌다.
“왠지 발해가 많은 걸 숨기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도자기와 같은 전통적인 제품이야 명에서도 구할 수 있으니 논외로 치고, 초량진에서 선보인 다른 신제품 모두가 범상치 않아 보여요. 그걸 만드는데 필요한 기술의 토대를 구축하는 게 과연 쉬운 일일까요?”
“그렇긴 합니다. 비누를 비롯한 여러 세제 제품도 그렇고, 이번에 사 온 제품 모두가 그래요.”
몬테로도 순순히 인정했다.
“세제 얘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발해 사람들 몸에선 우리 유럽인과 일본인, 명나라 사람과 달리 역한 냄새가 나지 않더라고요. 또 더 자주 씻는 데다, 아무래도 비누가 일찌감치 보급되어 그런 모양입니다. 나도 써 보니까 씻는 빈도수가 자연스레 늘어나던데. 그 덕분인지 몸도 개운한 것 같고.”
코엘료가 맞장구를 쳤다. 그는 발해 세제를 사서 쓰기 시작한 이후, 비누 예찬론자가 되었다. 그래서 이야기가 옆으로 샌 것이다.
“기억나요? 우리의 발해 본토 방문 요구를 거절하면서 발해 국왕이 분명히 그런 얘기를 했지요. 아직 외부에 알려지면 안 되는 게 너무나 많아서 안 된다고요. 난 그게 농담인 줄 알았는데, 허허!”
세스페데스는 이미 발해가 많은 신기술을 숨기고 있다고 확신했다.
“아무튼 이번에 구한 제품들을 되도록 빨리 본국으로 보낼 생각입니다. 다들 깜짝 놀랄 겁니다. 특히 라면에 흠뻑 빠지겠지요?”
몬테로는 다시 입맛을 다셨다. 라면 맛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초량진에서 구해 온 라면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그보다 규슈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습니다.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코엘료가 말했다.
“고니시 가문이 앞으로 어떻게 나갈까요?”
“이왕 독립을 선언했으니, 이제 상부 눈치 안 보고 우리 천주교를 밀어줄 겁니다. 또한 이곳 나가사키보다 발해 상인들이 드나들고 있는 오야노섬이 앞으로 더 크게 번창할 것 같습니다만.”
몬테로의 질문에 코엘료가 답했다.
“또 과연 발해가 나가사키를 그냥 놓아둘까요?”
“음, 그런 문제가 있군요. 시모시마의 부강곶까지 차지한 마당이니.”
코엘료는 발해가 부강곶을 차지하더니 군사기지까지 설치하는 걸 보고, 발해가 나가사키를 노린다고 확신했다. 나가사키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대외 교역이 왜의 재정에 나름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뭐, 일단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어쨌든 규슈 전역이 전화로 휩싸일 예정이니까.”
세스페데스는 간단히 정세 관련 논의를 마무리 짓더니 다른 주제를 들고나왔다.
“그보다 발해가 요구한 걸 들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그래야지요.”
태건이 초량진을 떠나 송원현으로 넘어간 직후, 이들은 남해부 도독 강승덕과 면담 시간을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되었다.
“포르투갈어와 영어를 가르칠 교사를 초빙해 달라니… 놀라운 제안이었어요.”
“그뿐만이 아니지요. 회화와 조각, 음악 분야도 요청했어요. 악기도 수입하겠다고 했고. 더구나 급료를 꽤 많이 주겠다고 했지요? 바다를 건너오기만 하면 평생 유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며.”
이 시기 서양음악은 르네상스에서 바로크 음악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었다. 미술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 문화를 기반으로 한 발해 고유의 문화 또한 이제 막 개화하고 있는 참이었다. 발해대학교에 예술학부가 설립되어 조선통신사 시절 태건과 인연을 맺은 실력 있는 화원과 악공들이 교수로 활약하며 후학을 길러 내고 있었다. 아울러 예인 집단을 지방 관청 단위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민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게 했다. 그래서 지방 각 부에 부립 악단과 예인 집단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었다.
태건은 이참에 서양 문화까지 받아들인 다음, 이를 발해식으로 소화해 훗날 발해 문화를 서양으로 역수출할 생각까지 품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발해 문화 역시 더욱 풍성해지리라 판단했다.
“그럼 혹시 대학교를 세울 생각이랍니까?”
코엘료가 묻자 세스페데스가 대답했다.
“예, 그렇답니다. 남해대학교라고, 남해부에서 운영한답니다.”
태건은 초량진에 남해대학교를 세우기로 이미 결정한 이유는 유일하게 서양인의 왕래가 허용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대학교를 세워 필요한 지식을 흡수할 계획이었다.
“그래서 외국어학부와 예술학부, 해양학부, 이렇게 세 개의 학부를 둘 거랍니다.”
“음, 정말 발해는 거침이 없군요. 놀라울 정도로 개방적입니다. 그 정도로 자신감이 있는 모양입니다.”
코엘료는 꽤 감탄하는 표정으로 반응했다.
“더구나 이 제안을 스페인 사람한테도 했다네요.”
몬테로가 얼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휴! 우리 포르투갈이 발해 교역이나 교류 활동을 독점하면 좋으련만, 쉽지 않겠지요?”
그러자 스페인 출신인 세스페데스 신부가 웃으며 대답했다.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동방 무역 독점도 곧 깨질 겁니다. 발해 도자기는 물론이고 발해 그림도 유럽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죠? 게다가 이번에 추가로 얻은 제품까지 유럽으로 들어가면 영국이 들썩이겠죠. 네덜란드도 그렇고.”
“휴! 그게 걱정입니다.”
몬테로가 한숨을 내쉬었다.
세스페데스의 예견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영국과 네덜란드는 이미 동방 무역에 뛰어들고자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 * *
사가 지방, 나베시마 영지의 북서쪽 해안에 자리한 이마리 ― 미래 일본의 사가현 이마리시 ― 와 아리타 지역.
송원현 아원진 해변에서 대기하던 발해 육군 제5군 소속 제9사단 병력은 태건의 명령이 떨어지자 즉시 나베시마 영지의 경계를 넘은 다음, 이곳으로 향했다.
전장이 될 곳으로 예견된 이 지역에 다다르자 9사단 병력은 아리타강 강변 서편의 구릉지를 따라 임시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아울러 적진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열기구도 띄웠다.
9사단 사령부는 열기구에 탄 정찰병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적 부대의 위치를 작전 지도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역시 예상대로 이곳 아리타분지가 전장이 되겠군.”
“예. 저들도 분지 동편 산지에 바짝 포진한 걸 보면 이곳에서 결전을 벌일 심산인 것 같습니다.”
5군 사령관 신첨 중장의 견해에 이번에 새로 9사단장으로 부임해 온 장호 소장도 동의했다.
아리타분지는 동서로 3~4장미, 남북으로 14장미에 이르는, 아리타강 유역을 따라 발달한 분지로, 조선 도공 이삼평이 개발한 아리타 도자기의 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물론 발해의 개입으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이윽고 정찰병들이 돌아와 적진 관련 정보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데라자와 영지에서 보낸 원군 삼천여 병력이 북동쪽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고바야카와 가문의 원군 오천여 병력도 곧 합류할 예정입니다.”
“전방의 민가 소개가 거의 완료되었습니다.”
신첨은 전장이 될 지역이 인구가 꽤 많은 곳이라, 정찰병을 보내 민간인을 내보내라 지시했다. 이미 발해군이 몰려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그런지, 민간인 소개 작전은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다. 안 그래도 조선의 원한을 갚으려고 발해군이 상륙했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어, 발해군이 움직인다는 말만 들으면 바로 피난을 떠날 기세였던 터라, 더욱 수월하게 진행되었다.
“음, 그럼 바로 공격해도 된단 말인데.”
신첨은 팔짱을 끼더니 다시 지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현재 아리타강 맞은편 언덕엔 나베시마 가문의 2만5천여 병력이 포진해 있었다. 이들만으로 이미 발해 병력을 압도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북부의 두 가문에서 보낸 8천여 병력까지 합세하면 더욱 발해군이 열세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해병대 제1사단 병력도 송원현 남부의 대탑 주둔지를 벗어나 아리타분지의 남단 지역을 지나고 있었다. 물론 이들 앞에도 나베시마 가문의 병력 2만5천여 병력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 남부의 전장은 하사미란 곳이 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적병이 모두 모이기 전에 치는 게 낫지 않을까?”
신첨이 장호에게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우리 화력을 믿어 보시지요. 전 오히려 적군이 밀집해 있는 편이 우리에게 더 유리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만.”
“그도 일리가 있군.”
그때, 바깥이 시끄러워지더니 전령이 바로 들어와 보고했다.
“기하께서 오셨습니다.”
“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라 바깥으로 뛰어나갔다.
벌써 태건은 호위대와 함께 도착해, 이제 말에서 내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곧바로 군례를 올렸다.
“편히 지휘하게. 난 지켜만 볼 테니.”
태건은 지휘관들에게 지휘를 맡기고 근처 높은 곳에 올라 발해군의 포진 형태를 살폈다.
9사단은 남북으로 길게 분지의 서편 언덕을 따라 포진해 있는데, 태건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은, 약 1,800여 명으로 구성된 사단사령부 병력이 우선 눈에 들어왔다.
육군 사단은 대략 1만 명으로 구성되는데, 이번에 천 명을 더 증원해 사단사령부 전력을 더 보강했고, 산하 4개 연대는 2,300여 명으로 다소 축소된 상황이었다.
사단사령부는 행정과 지원, 보급 업무를 담당하는 800여 명의 본부 대대 병력을 포함, 사단 직할 기병 대대와 화포 대대로 구성되어 있었다.
“후후! 저 말들을 싣고 오느라 다들 고생했지.”
전투가 임박한 상황이라, 이곳 일대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지만, 이 분위기와 대조적으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말들을 보며 태건이 미소를 지었다.
“확실히 배가 크니까 말 수송도 가능한 거 아니겠습니까?”
비서관 우정언도 웃으며 말했다. 그가 미소를 지은 이유는 송원현의 하원진에서 말을 하역하는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대선에 달린 기중기를 통해 말을 하역했는데, 동물과 사람 모두 꽤 고생해야 했다.
현재 9사단이 보유한 기병의 수는 대략 1,300기로, 연대마다 200기씩이, 그리고 사단 직할대에 500기가 배치되어 있었다. 본토 사단들은 약 2,000기씩 보유 중이나 9사단은 배로 수송해야 해서 기병의 수가 적을 수밖에 없었다.
“내일쯤 결전하겠군. 적군의 위치로 보면.”
태건은 턱없이 적은 병력으로 대군을 상대할 상황인데도 여유로움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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