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아리타 대첩 (1)
발해 병력이 1만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란 사실을 알고 있는 왜의 규슈 북부 영지 연합군은 병력의 집결이 완료되자 기세 좋게 전장으로 나섰다. 이들은 발해 육군 제9사단 4개 연대 체제에 맞춰, 대략 팔천여 병력씩 네 개 대형으로 병력을 나눴다. 그러므로 발해군 각 연대는 세 배가 넘는 병력을 상대하게 된 셈이었다. 왜군 진형 중 가장 북쪽에 포진한 부대는 데라자와와 고바야카와 연합군이었다.
이들이 동편 산지에서 아리타분지로 몰려나오자 분지가 꽉 채워지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지휘를 맡은 9사단장 장호는 윗니로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문 채, 적들이 전투 대형을 짜는 모습을 천리경을 통해 지켜보고 있었다.
“역시 왜적은 변한 게 하나도 없군요.”
장호는 태건과 함께 함경도에서 가토 기요마사 군을 상대할 당시의 일을 떠올렸다. 왜 연합군은 당시와 마찬가지로 철포병을 앞세웠다. 아울러 그 옆에 기병과 궁병을 배치했고, 단병접전을 담당할 보병을 후미에 세웠다. 왜군은 그간 철포, 즉 조총병의 숫자를 대폭 늘려왔기에, 함경도에서 접전을 펼칠 당시에 비해 나베시마군의 조총병 비율도 훨씬 높아져 있었다.
왜군은 본디 조총병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평지 전투를 선호했다. 이에 반해 활을 잘 쓰는 조선군은 산지에서 전투하길 원했다. 그런 경향이 이번 전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발해군은 현재 분지 서편의 구릉지에 포진해 있고, 왜군은 평지로 나와 싸움을 먼저 건 것이다.
장호는 자신의 지론대로 적이 대열을 갖추기 전에 기습하기보다 느긋하게 대열을 갖추길 기다렸다. 그의 바람에 발맞춰 동편 산지에서 왜병이 끊임없이 아리타 강변 방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렇지. 화승총을 중시한다는 점이나, 평지 전투를 좋아한다는 점이나…….”
5군 사령관 신첨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러다 대열이 갖춰지면 바로 강을 건너 돌격하겠군요.”
“그럴 테지. 숫자가 세 배 이상 많으니, 정면 승부를 택하겠지.”
장호는 다시 천리경을 들어 발해군 진영을 살폈다.
“후후! 다들 움직임이 빨라졌네요.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습니다.”
“어디… 허허! 우리 화포병들이 아주 바빠 보이는군.”
신첨도 천리경으로 살피더니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왜군이 대열을 형성하기 시작하자, 사단사령부 직할 화포 대대와 각 연대사령부 산하 화포 중대 병력은 벌써 지정받은 목표지점에 포탄을 떨어뜨리기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음, 저들 대열이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군.”
신첨은 눈어림으로 봐도 포진을 끝낸 왜군 진영의 병력 규모가 참전이 예정된 수와 일치하자, 공격 명령을 발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했다.
장호도 신첨의 의도를 알아채고, 직접 활로 효시를 쏘았다.
날카로운 호각 소리를 내며 효시가 하늘을 날자, 발해군에서 분주한 움직임이 일어나더니 ‘펑’ 소리와 함께 수많은 포탄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러자 전에는 없던, 비행하는 포탄에서 나오는 소름 끼치는 휘파람 소리가 전장 하늘을 수놓았다.
쒸이잉! 쒸잉!
펑! 퍼퍼펑! 펑!
포탄은 왜군 진영에 떨어지더니 그대로 폭발해 폭연과 파편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그러자 수많은 왜군 병사들의 비명이 폭음과 더불어 아리타분지를 뒤흔들기 시작했다.
“오오! 제대로 작동하는군!”
“하하하! 겨우내 열심히 훈련한 보람이 있군요.”
서전을 장식한 공격 수단은 바로 박격포였다.
발해군이 크게 기대하고 있는 이 박격포의 구경은 60미미(mm)였다. 그래서 이름도 ‘60박격포’가 되었다.
발해 화포병들은 박격포탄의 안전핀을 제거한 후, 포구를 통해 포탄을 집어넣었다. 그러자 포신 안으로 낙하한 포탄은 바닥에 설치된, 공이 역할을 하는 격침과 접촉했다. 그로 인해 뇌관이 폭발하고, 포탄 하부 칸에 채워져 있던 추진용 작약이 점화되었다. 그렇게 추진력을 얻은 박격포탄이 하늘을 날아 적진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 박격포는 1915년 영국인 스토크스가 발명한 박격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무기 전문가였던 이하륜은 그 모델을 참조해 박격포 포신과 포판을 만들어 냈고, 박격포탄 역시 20세기에 등장한 박격포의 초기 형태를 본떠 만들었다.
박격포는 훌륭히 작동했고, 충격 신관을 탑재한 포탄도 지면에 닿자마자 폭발했다. 화포병들은 초탄 탄착 지점을 보고 재빨리 좌표를 수정했다. 이들이 노리는 곳은 바로 왜군 철포병과 궁병 등이 밀집한 곳이었다. 일단 적군의 원거리 무기부터 제압하고자 한 것이다.
“정말 놀랍군. 이렇게나 효과가 좋다니.”
뻐버벙! 뻥!
박격포뿐만이 아니라 사단 직할 화포 대대가 보유한 자모포(불랑기)도 불을 뿜었다. 왜병들은 처음 접한 터지는 포탄에 더해 기존 철환까지 진지로 날아들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발해군의 공격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대열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현재 9사단은 총 30문의 박격포를 보유하고 있는데, 각 연대사령부 직할 화포 중대에 6문씩 총 24문을, 사단 화포대대에 나머지 6문을 배치했다. 그리고 사단 화포대대는 기존 자모포와 공성포와 함께 박격포를 같이 활용하고 있었다.
“이게 다 병기도감 연구원과 의정대신 덕분이죠. 터지는 포탄이야말로 정말 무서운 병기 아닙니까?”
“눈물 나도록 고마운 일이야. 이런 새로운 병기가 있으니 십만 대군이 무섭겠나?”
신첨의 말을 들은 장호는 동의의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작년 말 박격포와 포탄이 들어오자, 9사단 화포병들은 화기도감 소속 전문 교관의 지휘하에 곧바로 훈련에 돌입했다. 사격 절차는 물론 조준 기술까지 익혀야 했다. 물론 추진 작약량을 현저히 줄이고 폭약을 제거한 훈련탄으로 초기 훈련을 진행했다.
“그러게요. 우리 군의 병기 중에 사거리도 가장 길지 않습니까?”
이 박격포의 최대 사거리는 1,800정미(m), 유효 사거리는 1,200정미로 초기형 박격포치고 꽤 준수한 편이었다. 현재 조선 화포들의 유효 사거리가 대략 200보, 즉 240정미에 불과한 상황이었다.
그 때문에 왜군은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왜란에서 조선군의 화포를 경험했던 터라, 적당히 안전한 거리라 생각한 곳에 집결해 돌격 대형을 짜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포탄이 먼 거리를 날아와 펑펑 터지며 파편을 흩뿌리자 크나큰 충격에 휩싸인 것이다.
* * *
아버지를 대신해, 아리타 분지 동편 언덕에 자리를 잡고 전투를 지휘하던 나베시마 나오시게의 장남 가츠시게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입을 떡 벌린 채, 큰 폭음과 함께 병사들이 발해의 터지는 포탄에 의해 픽픽 쓰러지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철포대와 궁병이 전멸할 것 같았다. 그러자 가신 하나가 나서서 다급한 음성으로 조언했다.
“선 채 당하고만 있을 겁니까? 지금 당장 돌격 명령을 내리십시오. 이대로라면 적진에 빠르게 붙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기병도 출진시키시고.”
“그, 그게 낫겠지? 바로 신호를 주게.”
“예.”
가츠시게의 명령은 빠르게 전달되었다.
철포병과 궁병이 포진한 곳은 혼란에 빠졌어도, 전체적으로 왜군 진형은 흔들림이 없었다. 독전대만큼이나 무서운 무사들이 곳곳에서 눈을 부릅뜬 채 일반 병사들을 독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왜병들은 고함을 지르며 강 건너편 언덕에 포진한 발해군 진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왜군 선두 대열은 단숨에 아리타강을 건넜다. 수심이 얕다 보니 아리타강을 건너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아, 이런…….”
사츠시게는 다시 발을 동동 굴렀다.
강을 건넌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선두의 왜병들이 픽픽 쓰러졌기 때문이다. 기병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보병보다 기병들이 먼저 당했다. 조선으로 건너가 전투하며 자주 보던 장면이었다. 바로 보이지 않는 화살, 편전이 먼저 발사된 것이다.
“어차피 예상했던 바였습니다.”
가신은 냉정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어차피 발해군과 접전을 펼치려면 편전의 유효사거리에 해당하는 지점을 희생을 각오하고 지나가야 했다. 그러나 그 희생이 너무 크다는 점이 문제였다. 앞 열은 편전에 당하고 중간과 후미 대열은 계속 터지는 화포에 당하고 있었다. 아직 저 화포로 인한 피해를 크게 상쇄할 만큼 아군의 수가 아득히 많았지만, 사상자가 늘어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을 가신은 걱정하고 있었다.
퍼퍼퍼펑!
편전에 이어 이번엔 발해의 화승총이 공격에 가세했다.
가츠시게는 또다시 몸을 움찔거렸다. 발해군이 철포를 잘 활용한다는 건, 아버지 나오시게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얘기였다. 그는 임진년엔 너무 어려 참전하지 못했지만, 정유재란 때엔 바다를 건너가 아버지 나오시게와 함께 조선 땅에서 조명연합군과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나오시게는 당시의 태건 군과 함경도에서 결전했던 일을 자주 언급하곤 했다.
“이런, 기병이 전멸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가장 먼저 강을 건넌, 오백여 기의 기병들은 발해군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어 빠르게 그 수가 줄어들더니 결국 전멸을 당한 것이다.
“음, 그래도 이제 선봉은 화포 공격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되었습니다.”
가신의 말대로 발해의 화포는 왜군 진영의 중간과 후미만 꾸준히 노렸다. 박격포의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다 보니, 자칫 발해군 진영에 포탄이 떨어질 수도 있어 근거리 포격을 지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신의 이 말을 무색하게 할 일이 곧바로 벌어졌다.
발해의 화승총 사수들의 일제사격이 끝난 이후, 왜군 선두 열과 발해 진영 간의 거리가 사십 보 정도로 가까워지자, 새로운 무기가 등장했다. 바로 화초였다. 대마도 전투에서 효과를 본 이후, 발해군은 화초를 요긴하게 활용하고자, 화초만 전문적으로 투척하는 척탄병과를 신설했다. 아울러 그 병사들에게 화초에 부착된 투척용 끈을 활용해, 안전하고도 멀리 던지는 훈련을 시켰다.
화초 또한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포르투갈 상인을 통해 인도산 초석이 대거 수입되었고, 북해도에서 유황까지 들어오자 기존 흑색화약의 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연 화약은 막대 폭약(다이너마이트)과 박격포탄 정도에만 활용되고 있어, 흑색화약의 수요는 여전히 많았다.
흑색화약이 더 이상 귀한 게 아니다 보니, 발해군은 마음껏 화초를 제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투척병들은 아낌없이 왜병을 향해 화초를 던져 대고 있었다.
수많은 화초가 날아들고 펑펑 터져 나가자, 전방의 왜군 사상자는 빠르게 늘어났다. 땅에 떨어진 화초는 도화선이 다 타들어 가자마자 폭발하며 안에 들어있던 철편을 사방으로 흩뿌렸다. 심지가 다소 짧은 화초는 왜군의 머리 위에서 터져 더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 투척병들의 훈련이 잘된 덕분에, 지난번처럼 잘못 던져 사고를 일으키는 경우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사츠시게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전방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벌써 터지는 포탄으로 인해 수천 명이 죽었고, 선두 부분의 왜병은 거의 전멸 지경에 이르렀다. 선두가 계속 궤멸하다 보니, 발해군 진지와 왜군 대열 간 거리는 전혀 좁혀지지 않았고, 병력만 축차적으로 소모되고 있었다.
가신도 더 이상 냉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몸을 벌벌 떨어 댔다.
“바, 발해군이 이렇게 강해지다니……. 듣던 것보다 더 뛰어나지 않습니까?”
가신은 해법을 내놓기보다 발해군의 무서움부터 토로했다.
“후퇴…해야 하지 않을까? 저건 개죽음이야. 병력을 밀어 넣어봐야 아무 소득도 없이 죽어 나가잖아?”
“그, 그게 좋겠습니다. 다시 이곳 산속으로 불러들여 후일을 도모하심이 어떨지.”
결국 가신도 후퇴에 찬성했다. 벌써 1만에 가까운 사상자가 나온 후였다.
왜군 진영 전체에 후퇴 명령이 내려지자, 왜병들은 미친 듯이 도주했다. 그러나 후퇴도 쉽지 않았다. 지나온 거리만큼, 또다시 조란탄과 박격포탄의 세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발해 기병대는 출진 명령만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고, 보병은 벌써 조금씩 전진하기 시작했다.
결국 화포의 사격이 그치자, 발해 기병과 보병들은 고함을 지르며 왜병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무려 1,300여 기에 달하는 기병들의 활약이 특히 눈부셨다. 왜군 진영에서 궁병과 철포대, 기병대가 이미 전멸했기에 왜 보병들은 속절없이 발해 기병에게 목숨줄을 내놓아야 했다. 또 전의를 상실한 왜병들은 재빨리 무기를 던져 버리고 손을 번쩍번쩍 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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