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15
215화
규슈의 세력 재편 (1)
이마리 북동쪽 산지.
히젠 나고야 지방의 영주 데라자와 히로타카는 이마리―아리타 전선이 뚫리자, 나베야마의 양해를 얻어, 영지군을 이끌고 연합군 진영에서 벗어나 이곳에 진을 쳤다.
그가 등을 돌렸는데도 누구도 그를 비난할 수 없었다. 이번 아리타 전투에서 대패한 여파가 너무나 커서, 그가 이끌고 온 구원군 3천 중, 겨우 천여 병력만이 남았기 때문이다. 영지에 남은 병력을 모두 합쳐도 8천을 넘지 못하는 데다, 대부분 억지로 징병한 농민병이었다. 한마디로 전투를 업으로 삼는 정예의 대부분을 잃은 것이다.
데라자와는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심지어 이마리를 차지한 발해군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고 있는데도 계속 정찰병을 보내 발해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제 영지로 돌아가 방어 전략을 수립하자는 가신의 권고에 그는 넋두리하듯 중얼거렸다.
“평생 그런 전투는 처음이었지? 그건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었지. 발해군과 맞붙어 후회 없이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으니. 자, 그럼 우리 나고야성이 아무리 튼튼하다고 한들, 저 펑펑 터지는 포탄과 육중한 철환을 쏘아 대는 화포로 무장한 저들로부터 거성을 지킬 수 있겠나?”
데라자와는 돌아가 봐야 의미 없다는 말로, 가신의 권고를 반박했다. 석고 수가 고작 팔만 석에 불과하다 보니, 이번 패배로 인한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인구가 부족해 추가 징병도 한계가 있었다.
“그래도 아직 발해군이 움직이지 않고 있을 때, 뭔가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데라자와는 물론이고 가신 또한 발해군이 아직 진군하지 않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포로를 인수할 후속 병력이 도착하면 저들은 곧바로 우리 영지부터 노리겠지. 그래야 마음 편히 나베야마 영지와 싸울 수 있을 테니까. 더구나 발해 군선도 해안 지대에서 기승을 부릴 테고.”
“그래도 일단 돌아가시지요. 이 산속에 머물러 봤자, 뭐 하겠습니까?”
거듭되는 가신의 요청에도 데라자와는 그저 고개를 흔들었다.
“휴! 이번 연합에 합류하지 말았어야 했어. 피로인을 송환해 주자 발해가 우릴 매우 호의적으로 대하지 않았나? 그런데…….”
“설마 6만에 달하는 연합군이 고작 2만밖에 안 되는 발해군에 무참히 패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러게나 말일세.”
데라자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더니 정색하고 가신에게 물었다.
“우리 남은 병력으로 저 발해군 몇 명이나 상대할 수 있을까? 천? 이천?”
“그, 그 정도는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그보다 더 많이 쳐들어오면?”
“휴! 글쎄요.”
“나라면, 후속 병력이 도착하자마자, 남은 병력의 절반을 떼어 우리 영지로 보낼 걸세. 나베야마를 치러 가자면 우리부터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자네 생각은?”
“발해군 수장이라면……. 저 또한 그렇게 할 것 같습니다. 보급로를 어지럽힐 배후의 적을 그냥 놔두고 진군하지는 않지요. 그건 병법의 기본이니.”
“그럼 결론은?”
가신은 더 이상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를 대신해 데라자와가 말했다.
“항복하긴 죽기보다 싫으니, 가솔과 재물을 챙겨, 고쿠라의 호소카와 영지로 갈까? 거기서 다음 행보를 정하는 게 좋을 것 같군.”
고쿠라는 훗날 기타큐슈가 속한, 간몬해협과 그 주변 지역이 포함된 영지이다. 원래 모리 가츠노부의 영지였으나, 그들은 서군 편에 섰다가 패배해 영지를 잃었고, 동군 편에 선 호소카와 다다오키가 영지를 차지하게 되었다. 불과 한 달 전에 취해진 조치로, 내전에 따른 논공행상의 결과였다.
영지의 주인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호소카와 가문이 아직 지배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어, 규슈 북부 지방 중, 도피하기에 고쿠라만큼 좋은 곳은 없었다. 그 때문에 고쿠라 지방은 이번 북부 연합군 결성에 참여하지 못한 것이다.
“거기서 배 타고 나가사키로 가시렵니까?”
“그것도 생각해 봐야지. 어쨌든 난 여전히 나가사키 봉행이니까. 그도 어렵다면 오사카로 떠날 수밖에. 지난 내전 때 중립을 선언했으니, 나가사키 봉행 자리도 빼앗길 것 같아 하는 말이네. 그 자리를 잃는다면 도쿠가와 가문의 신하로 들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지.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영지를 얻을 수 있지 않겠어?”
“이웃한 고바야카와 가문과 힘을 합치는 건 어떻습니까?”
“거기도 위험해. 얼마 못 가 또 짐을 싸게 될 테지.”
“음, 그렇군요.”
가신도 순순히 인정했다. 현재 발해군은 태풍과 같은 천재지변이나 다름없었다. 그저 무사히 지나가기만 바랄 수밖에 없었다.
“병력은 어찌합니까?”
“끝까지 따를 자만 데려갈 수밖에. 지금 영지에 남은 농민병을 끌고 갈 수는 없지. 가족을 놔두고 따라오겠나?”
“휴!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가서 챙겨오겠습니다. 그럼 주군께선 일단 고바야카와 영지로 넘어가 영지 통과 허락을 받으시지요.”
“알았네.”
가신은 데라자와가 왜 거성으로 즉시 돌아가지 않았는지 이해했다. 거성인 나고야 성은 북쪽 끝에 자리해 있어 오가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데라자와 히로타카가 영지를 포기하는 결정을 내린 덕분에 발해는 손쉽게 히젠 나고야 지방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태건은 영지 포기 소식을 듣자마자 육군 1개 연대 병력을 보내 히젠 나고야 지방을 장악하게 했다. 그리고 그 지역을 당진현이라 명명, 남해부의 일곱 번째 현으로 만들었다. 발해에 의해 흐름이 바뀌지 않았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은 ‘가라츠번’이 될 곳이었다. 가라츠의 한자어 자체가 ‘당진’이기 때문에 태건은 한자 지명을 그대로 활용한 것이다.
* * *
대마도 초량진 남쪽에 자리한 주량만 연안도 빠르게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으로 꼽을 만했다. 초량만 연안과 인근 계곡에 인구가 밀집 현상이 일어나자, 자연스레 주량만 연안으로 그 추세가 확산한 것이다.
아울러 경쟁 관계에 있는 포르투갈과 같은 공간을 쓰길 꺼리는 스페인 측의 고집도 한몫했다. 스페인 측의 요구에, 남해부 역시 인구 분산 정책도 펼 겸, 주량만 항구 개발 사업에 착수했고, 그에 따라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다.
주량만은 바다로 돌출해 있는 영루곶으로 인해 북주량만과 남주량만으로 나뉘는데, 스페인 측은 조금이라도 초량진과 가까운 북주량만 해변 땅을 유상으로 임대받아, 그곳에 상관을 짓고 있었다.
필리핀 도독 구스만의 부관 가르시아는 도독의 허락을 받아 아예 외교관 역할을 자임하며, 북주량항의 스페인 임시 상관에 상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오늘 점심 식사를 마치자마자 길을 나서게 되었다.
“허허! 오늘은 또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나?”
가르시아의 얼굴에 화색이 가득했다. 그는 강승덕 남해부 도독의 초청을 받았는데, 그와 만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일어나게 마련이라, 그의 목소리엔 설렘의 감정의 묻어 나왔다. 안 그래도 억지로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만나야 하는 처지였다.
일본인 상인 미츠이 히사시도 예전처럼 상인이 아닌 선주 자격으로 따라나섰다. 실제로 그의 상단이 소유한 주인선들이 스페인 상인의 이동과 수송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가르시아와 미츠이, 통역, 이렇게 셋은 말을 타고 여유롭게 초량항의 남해부 청사를 향해 나아갔다.
“저번에 들어 보니 곧 초량진 전체가 초량시가 된다고 하던데, 무슨 말인지 아나?”
가르시아가 통역에게 물었다. 스페인어와 일본어에 능한 왜인 통역관이 대답했다.
“인구가 3만을 돌파하면 시가 된답니다. 그러니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하겠지요.”
“그렇겠군.”
“그래도 미리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초량진 전체가 시로 승격하면 우리가 있는 북주량항은 북주량동이 된답니다.”
“근데, 이 골짜기에도 집이 많이 들어섰네요. 지난번에 왔을 때보다 더 늘었어요.”
오랜만에 대마도로 들어온 미츠이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이들이 가고 있는 길은, 그 길이가 3장미 정도 되는 계곡 길로 초량항과 북주량항을 연결하는 주요 도로 중의 하나였다. 초량항에 일자리가 있는 현지 주민들이 남해부로부터 땅을 빌려 거주하다 보니, 한적한 계곡도 거주지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윽고 이들은 남해부 청사에 도착해 강승덕과 대면하게 되었다.
강승덕도 이들을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스페인 상인은 발해에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밧줄의 원료인 마닐라삼(아바카)이 대거 들어온 덕분에 범선 건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물소 뿔의 수급이 원활한 점도 발해군 관계자들을 기쁘게 했다. 각궁 생산량이 부쩍 늘어나, 발해군의 전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또 다른 주요 수입품인 밀랍 역시 고급 양초의 재료가 되어 발해 고위층 사이에서 수요가 폭발하고 있었다.
“앞으로 발해 상품을 경매에 부치기로 했다는 점을 알려 주고자 모셨소.”
“겨, 경매로요?”
“도자기 분배 문제가 가장 큰 문제로 떠오르지 않았습니까? 발해 상선만 입항하면 초량항이 아주 아수라장이 되지 않소? 아시다시피 찾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허허!”
강승덕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휴! 인정합니다. 인기가 참으로 많지요.”
가르시아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포르투갈 상인의 등쌀 탓에 스페인 상인들은 도자기 물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번에 새로 내놓은 상품들도 아주 불티나게 거래되고 있어요.”
가르시아와 미츠이는 동시에 성냥과 라면 등을 뇌리에 떠올렸다. 필기도구 역시 마찬가지인데, 특히 연필과 지우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성냥도 그렇지만, 연필 또한 부피가 작고 가벼워 선박에 많이 적재할 수 있다 보니, 포르투갈과 스페인 상인들은 물량이 나오는 대로 사재기하고 있었다. 유럽으로 싣고 가서 구매 원가보다 수십 배, 혹은 수백 배 비싸게 팔아 치울 요량이었다.
“음, 경매제를 도입하려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는군요.”
“그래야 공평하게 분배되지 않겠소?”
“좋습니다. 우리 스페인도 그게 더 좋습니다.”
가르시아는 경매제 도입을 흔쾌하게 받아들였다. 은화가 풍족한 스페인 상인에게, 경매는 더 유리한 제도였다. 포르투갈 상인만큼 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해 초량진 시장에 나온 상품 물량의 대부분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에서, 정해진 날짜에 진행되는 경매를 통하면 더 많은 발해 상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난번 제안에 대한 답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소?”
“하하! 당연히 준비되었지요. 무조건 응하겠습니다. 스페인어 교사는 당장이라도 마닐라에서 데려올 수 있어요. 그러나 다른 사안은 조금 시간이 필요합니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라는 우리 도독님의 지시는 이미 내려졌고요.”
“좋군.”
“앞으로 더 많은 배가 들어올 겁니다. 잘하면 그 배편으로 올 수도 있겠네요.”
스페인 역시 발해 무역이 활성화됨에 따라, 더 많은 배를 동아시아 항로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강승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곁에 있던 남해부 관리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는 빈 나무상자 하나를 꺼내 탁자에 올려놓더니, 그림 한 장을 가르시아에게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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