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정주 분쟁 (1)
마침내 발해 백성들이 기다리던 희소식이 전해졌다. 황후 홍은이 아들을 낳은 것이다. 태건은 세상을 환하게 밝히라는 염원을 담아 첫 왕자의 이름을 ‘환’이라 지었다.
왕자 ‘태환’의 탄생 소식은 발해에서 발행되는 모든 신문을 통해 발해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그러자 발해 백성 모두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왕조 국가에서 왕위를 이을 후계자의 탄생만큼 중요한 일은 없었다. 그 자체가 바로 체제 안정성을 보장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태건은 홍은의 출산이 임박했을 즈음에 서울로 돌아왔다. 규슈의 정세가 복잡하게 흘러간다고 해서 언제까지 서울을 비울 수가 없어, 출산 시기에 맞춰 귀환한 것이다.
건흥궁 함화전의 밀실로 의정대신 이하륜이 찾아왔다. 그간 공식 일정으로 바빴던 탓에 둘이 사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어 이렇게 밀실에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이하륜이 익살맞게 웃더니, 태건에게 다짜고짜 시비를 걸었다.
“형님, 이번에 사고 정말 거하게 치셨어. 어쩌자고 규슈 땅을 그렇게 많이 차지했대요?”
현재 발해군은 사가 지방의 두 성과 오기 지역 등 주요 요충지만 점령한 채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아리타전투와 오기전투에서, 무려 2만5천에 달하는 포로를 얻었기에 이들의 처리가 시급했던 탓이다. 그래서 이들은 6군 소속 제6사단이 추가로 본토에서 건너오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뭐, 덕분에 포로를 엄청나게 많이 얻었잖아?”
현재 노역에 동원되고 있는 포로는 모두 왜군이었다. 여진족 포로는 이미 전원 방면되어 발해 체제에 적응해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긴 한데, 인구가 문제 아닙니까? 발해 인구가 아직 500만에 미치지 못하는 형편인데, 왜인 비율이 너무 높아지잖아요? 더구나 형님 계획대로 가면 그 땅 인구만 해도 100만을 훌쩍 넘을 것 같던데.”
태건은 이미 발해가 차지할 규슈 내 영토선을 지도상에 그어 놓았고, 구마국 측과 사전에 밀약까지 체결해 두었다. 그럴 경우, 그 영토의 현재 석고 수는 무려 125만 석에 달하게 된다. 즉 125만이란 왜인 인구가 발해로 편입된단 뜻이었다.
태건은 이하륜이 걱정되어 충고하고 나설 만큼 꽤 넓은 영토를 확보할 심산이었다. 이번에 점령한 당진현(데라자와 영지)과 사가 지방을 비롯해, 고바야카와 영지는 당연히 포함되었고, 그 외 다른 지역까지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규슈의 인구밀도가 워낙 높다 보니, 태건이 설정한 경계선 안의 인구 역시 너무 많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떠오른 것이다.
태건은 이하륜의 눈치를 슬쩍 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고니시 걔네가 60만 정도는 책임져 준다고 했다니까?”
“그걸 믿어요? 얘길 들어 보니까 강제로 쫓아내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 같던데. 그건 우리 원칙과 어긋나잖아요?”
태건과 이하륜은 처음부터 훗날 오점으로 평가받을 행위를 저지르지 않기로 약속했다. 그러므로 폭력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인종 청소야말로 그 원칙에 위배되는 일이었다. 즉 현지 거주 이민족을 국경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면 제 발로 걸어 나가도록 유도해야 한단 말이었다.
지금도 사가 지방에 사는 꽤 많은 왜인 농민이 구마국으로 피난을 떠나고 있었다. 이번 전쟁으로 땅 주인이 도주하거나 죽은 경우가 많아 속박에서 풀려난 데다, 발해군에 대한 무서운 소문이 들불처럼 퍼진 탓이다. 그런 상황에서 구마국이 이주를 허용한다는 방침을 발표했으니 떠나길 원하던 이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태건의 예상처럼 인구의 절반이나 빠져나가는 건 기대하기 어려웠다. 태건도 내심 그렇게 생각했고, 이하륜은 겨우 삼 할 정도만이 이주할 것이라 예상했다.
“게다가 낙관적으로 잡은 65만이란 숫자도 적은 게 아니죠.”
“크게 보면 괜찮다. 우리가 언제까지 발해와 조선으로 분단되어 살아가겠어? 언젠가 통일될 테니, 조선 인구까지 더해서 인구비를 계산해야지. 그럼 충분히 통제가 가능한 수준일 거다. 또 저 북방 영토를 언제까지 비워 둘 거냐? 왜인이라도 채워야지. 더구나 교육만 잘하면 완벽하게 발해에 동화되지 않겠어?”
“그건 그렇죠. 교육이 중요하긴 하지.”
사실 두 사람은 교육의 힘을 믿고 있었다. 그래서 여진이나 몽골, 왜인 정도면 충분히 고려인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동화시킬 자신이 있었다.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사가 평원 가져온 건 인정! 정말 좋은 땅을 얻었어요. 뭐, 거기 인구가 많아서 문제긴 하다만.”
이하륜이 사가 지방을 언급하자 태건도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당연하지. 호남평야보다 더 생산력이 좋은 땅이잖냐?”
사가 평원은 면적도 넓었지만, 위도상으로 제주도와 비슷하거나 보다 남쪽에 자리해 있어, 이 시대 농업기술로도 벼농사를 포함한 이모작 정도는 어렵지 않게 가능한 땅이었다. 그러므로 사가를 얻은 일은 발해 농업 분야에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만했다.
이하륜도 덩달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보다 평안도 사정이 급하잖아? 어떻게 돼 가냐?”
태건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일단 형님께 보고한 대로, 목표한 지역에 벌써 우리 군이 진주하고 있어요.”
“또 일 개 도에 해당하는 영토가 생긴 셈이군.”
이번에 새로 조선의 평안도와 황해도, 강원도에서 얻은 고을의 수는 무려 13개였다.
“그러게요. 발해 확장 속도가 너무 빠른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그런데 주변 상황이 이렇게 도와주네? 크크크!”
이하륜의 표정은 변검 배우를 연상시킬 정도로 홱홱 변했다. 걱정하는 것 같더니, 이내 좋아 죽는다는 얼굴이다.
사실 평안도 땅을 많이 차지하는 일은 단기적 관점에서도 발해에 큰 이득이 되었다. 특히 평안도 출신 소작농과 해방된 노비들이 발해의 이주 정책에 큰 역할을 했다. 어차피 고향에 남아 봐야 남의 땅에서 농사지어야 할 처지라, 이들 대부분은 이주를 선택했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발해 서부와 서북부 지방에 해당하는 인안부와 홀한부 인구가 빠르게 늘어났고, 또 일부는 동평부의 미타호 대평원까지 진출하고 있었다.
아울러 평안도 상인들도 정안상단과 평양상단이란, 꽤 큰 상단을 조직해 적극적으로 상행에 나섰다. 정안상단은 정주와 안주 출신 상인들이 출자해 만들어졌고, 평양상단은 당연히 평양 출신 상인이 만든 회사였다. 이들의 주요 활동 무대는 당연히 발해 평안부 영역인데, 이제 연고지를 벗어나 서울까지 진출해 각종 신사업에 뛰어들고 있었다.
“무력 충돌 지점이 예상되는 지역은?”
“의주와 영변 부근이죠.”
“역시 그렇군.”
“하지만 군부대신 황진 장군의 예상대로 영변 주둔 조선군도 곧 물러날 것 같더라고요.”
“그럼 의주만이 문제군. 그쪽으로 너무 접근하지 말라고 해. 그곳은 명과 조선의 역린이나 다름없는 곳이니까.”
“당연히 그런 명령을 내렸으니 별다른 문제는 없을 듯한데, 문제는 서해안에 인접해 있는 고을들이지. 명나라 요동으로 가는 역참로에 자리해 있다 보니, 이번 봉기에 나선 백성들이 위험한 상황이죠. 더구나 명군이 있는 철산 부근은 더욱…….”
“그럼 문제가 터질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라고 해야지.”
“예, 형님. 근데……. 명나라 놈들이 조선 백성을 해치면 가만히 있지 않을 거지?”
“당연하지.”
“그걸 빌미로 명나라 대군이 쳐들어올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우리 백성을 우리가 버리냐?”
“하긴.”
태건과 이하륜은 철저히 조선 백성도 발해 국민이라 생각했다. 발해를 건국한 이유 중 첫째가 바로 조선인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런 면에서 제 나라 백성을 버린 조선 국왕도 발해의 적이나 다름이 없었다.
* * *
군부대신 황진은 태건이 주재한 내각회의에 참석한 이후, 오랜만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지기들을 만났다. 이들은 허성과 정문부, 원희 등인데, 항상 공무로 바쁜 허성과 달리, 정문부와 원희는 여전히 칩거 중이었다. 조선 국왕의 서슬이 여전히 퍼렇게 살아 있다 보니, 조선에 남아 있는 친척과 지인들의 안위를 위해 자신들의 존재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
서울 별부의 동부에 자리한 안평동 어느 술집이 이들이 가끔 만나 회합하는 곳이었다.
군부대신 자리에 있는 황진의 처지를 늘 부러워하던 원희가 먼저 물었다.
“이번에 또 군 조직 개편이 있었다고 들었소.”
고위 무관 출신이라, 원희는 웬만한 군 인사만큼이나 군부 소식에 밝았다.
“예, 육군 제11사단이 창설됐고, 제12사단은 결성 중이지요. 잘하면 올해 말까지 육군 증원 계획이 완료될 것 같군요.”
얼마 전, 창설식을 가진 제10사단은 6군에 배속되었다. 아울러 11사단은 1군, 또 향후 창설될 12사단은 2군에 배치될 예정이었다. 제12사단 창설까지 마무리되면 발해 육군은 각 군당 2개 사단씩 보유하게 된다.
“또 해병대도 연대 하나가 더 늘어났소.”
이번에 새로 제6연대가 창설되었지만, 아직 2개 연대에 불과해 해병대 제2사단은 내년에나 출범하게 된다. 제6연대도 제3연대와 함께 북해도에 주둔할 예정이었다.
“오호! 그러면 조만간 북해도 남부의 송전 영지를 칠 수 있겠군요.”
송전 영지는 ‘마츠마에’영지였다. 원희는 왜국어 지명이 여전히 귀에 잘 안 들어온다며, 한자를 그대로 고려어 방식으로 읽었다.
“허허! 원 장군이 웬만한 군부 관리보다 잘 아시는 것 같소.”
황진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뭐, 밥이나 축내는 비렁뱅이 신세로 지내다 보니 귀나 열어 두고 사는 게지요.”
“무슨 말씀을? 그간 함경도에서 원 장군이 큰 공을 세웠다는 걸 천하가 다 알고 있는데요.”
“다 옛 얘기요. 또 저야말로 태왕 기하 덕분에 전공을 쉽게 얻은 경우라.”
원희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군부 화제가 마무리되자, 이들은 평안도 민란을 주제로 또 한참 얘기를 나눴다.
허성도 이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더니, 어느 순간 원희와 정문부를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이번에 태왕 기하를 알현해 사적으로 얘길 나눈 적이 있어요.”
허성은 발해 문화와 학술의 육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인물이라, 수시로 태건과 만나 얘길 나누고 있었다. 그래서 태건과 허성의 이런 관계는 황진조차 부러워할 정도였다. 세 사람 모두 조선통신사 사행단 동료로 처음 만났지만, 태건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준 이는 허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태왕께서 북규슈의 일을 언급하며 연륜과 덕망이 있는 목민관이 필요하다고 설파하더니, 두 분 근황을 묻더이다.”
“오! 그렇습니까?”
원희와 정문부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허성의 얘기에 더욱 집중했다.
“예, 현령을 맡길 사람이 마땅치 않다네요. 그런데 제 부장이었던 강승덕이 남해부 도독으로 있어 서열을 고려해 두 분께 감히 청하지 못하겠다고.”
“아하!”
“허허허! 그런 일이 있었군요.”
두 사람은 환하게 웃었다. 안 그래도 발해가 활발하게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고만 있다 보니 좀이 쑤시던 참이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겠소? 또 도독 자리는 우리도 사양할 수밖에 없지. 발해의 도독급 인물이면 조선 조정이 다 파악하고 있을 테니까요.”
원희의 목소리가 다소 높아졌다.
“그렇긴 해요. 더구나 규슈엔 조선 첩자가 드나들긴 어려울 테니, 규슈라면야…….”
정문부도 태건의 제안에 큰 관심을 보였다.
“허허! 두 분 생각이 그렇다니 다행이군요. 태왕 기하도 기뻐하시겠어요.”
“그런데 만약 임지가 주어진다면 어디가 될 것 같소?”
원희가 물었다.
“당진과 송원입니다. 그간 군이 통치하고 있던 곳이지요.”
“당진이라면 낭고야?”
원희도 당진을 조선에서 낭고야라 부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소. 그곳 주민은 왜인과 풀려난 조선인 피로인이니 그곳을 관리하며 지내시다 훗날 사정이 허락하면, 더 중책도 맡아 보시지요.”
“허허! 알겠소이다. 이 기쁜 소식을 전해 줘 고맙소. 그럼 태왕께 잘 말씀드려 주시오.”
“물론이지요.”
“자, 그럼 한잔 듭시다.”
군부대신 황진은 활짝 웃으며 술잔을 들었다. 그러자 원희와 정문부, 허성도 잔을 높게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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