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19
219화
정주 분쟁 (2)
조선의 평안도 정주목 신안방 남쪽에 자리한 무학산 산기슭.
발해 육군 제3군 사령관 겸 제3사단장인 강대구 중장은 천리경을 들어 달천 유역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발해 육군은 현재 각 군당 2개 사단만 보유하고 있는 형편이라, 군 사령관이 첫 번째 사단장을 겸임하는, 임시 체제로 운용되고 있었다.
강대구는 고개를 저으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휴! 피난민이 참으로 많이도 들어오네?”
“그런데 다들 상태가 좋지 않아 보입니다.”
강대구 곁에서 함께 전방 상황을 주시하던 제3연대장 민선휼 정령도 무거운 어조로 대답했다.
육군 3사단 산하 부대들은 현지 주민의 뜨거운 환영을 받으며 삭주와 구성, 태천, 박천 등지로 진출했다. 발해군은 현지 민병 조직을 해산시킨 후, 일부를 흡수해 군정을 실시하고, 군량도 대거 풀어 기아에 시달리는 백성들을 구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또 다른 희소식도 들려왔다. 얼마 전 영변을 지키던 조선군 병력이 영변을 포기하자, 제6군 산하 제7사단 병력이 영변에 진주한 것이다.
“명군이 어디까지 진출했다고 했지?”
“어제 들어온 보고에 따르면… 정주 읍성 인근까지 이르렀답니다.”
3군 사령부와 3연대 병력은 정주에 이웃한 태천에 주둔 중이었는데, 갑자기 정주에서 넘어오는 피난민의 수가 급증한데다, 명군이 움직이고 있다는 첩보까지 입수되자 급히 병력을 이끌고 이곳 무학산까지 진출한 상황이었다.
“결국 놈들이 오늘 정주로 입성한 모양이군.”
“그런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즉시 움직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할 것 같네. 일단 다음 정찰병이 들어오는 대로 움직이세.”
“예, 사령관님.”
두 사람의 얼굴에 노한 기색이 역력히 드러났다.
조선 국왕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평안도 해안 지방의 민란을 잠재우고, 조선과 명을 연결하는 관도의 안전을 확보하라는 명나라 조정의 명이 떨어지자, 철산군에 주둔 중인 명군이 결국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병력을 천오백씩 둘로 나눠, 남과 북으로 향했다.
북로의 경우, 다행히 국경을 지키는 조선군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는 데다, 감시자 역할까지 맡고 있어, 명군이 마음껏 활개 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조선 관군이 없는 남쪽은 사정이 달랐다. 명군은 선천과 곽산 등지를 차례로 지나며 본색을 드러냈다. 봉기한 민병들을 무참히 학살했고, 일반 민가까지 침범해 약탈을 일삼았다. 심지어 양반가와 관가도 이들의 먹잇감이 되었으니, 그 행태가 메뚜기 떼나 다름없을 정도로 명군이 지나간 일대는 초토화되곤 했다. 그로 인해 갑자기 피난민이 늘어난 것이다.
이 정보를 입수한 강대구는 구성에 주둔 중인 제9연대에 곽산과 선천으로 진출해, 두 고을에 남은 소수의 명군을 소탕하란 지시를 내렸고, 자신 역시 3연대 병력과 함께 명군 남군 주력을 상대하기 위해 정주로 온 것이다.
“명군 놈들이 조선 백성을 범할 거란 점을 조선 국왕이 몰랐을까?”
“설마 몰랐겠습니까? 왜란 때 전력이 있는데요.”
민선휼 연대장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조선 국왕이 미쳤어. 미쳐도 단단히 미쳤어.”
강대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벌써 꽤 많은 백성이 발해로 들어왔는데도, 아직 많이 살고 있군요.”
민선휼 연대장은 피난민의 수에 다소 놀란 상태였다.
“우리 발해가 아무리 좋은 환경을 제공해도 고향을 떠나기란 쉽지 않지.”
“생각해 보니 그렇겠군요.”
“조선이 빨리 무너지면 좋으련만. 그래야 백성들이 덜 고생하지.”
“정말 조선이 버티고 있는 게 신기해 보일 정도입니다. 조정이 민심을 잃은 데다, 국토마저 황폐해져 굶는 이가 속출하고 있지 않습니까?”
민선휼은 원래 육진의 일반 병사 출신인데, 계속 군문에 남아 장교가 되고 연대장까지 된 자였다. 그런 면에서 발해 특유의 평균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이라 볼 수 있다.
약 10년 전, 태건이 경흥으로 부임한 직후부터 태건과 같이 움직인, 당시 약관의 나이였던 젊은 계층은 현재 발해의 중추를 이루는, 가장 충성도가 높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잘 받아들인 세대였다. 강대구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약간의 차이가 있다면 조선 무과에 급제한 무관 출신이란 점이었다.
“신분제 때문이네. 우리 발해가 신분제를 철폐함으로 인해, 강고한 신분제가 조선을 가장 위협하는 문제로 떠올랐지. 그런데 또 그게 조선의 목숨줄을 붙여 놓고 있으니, 참으로 모순된 일 아닌가?”
“양반 때문이군요.”
“맞네. 조선의 신료들과 양반들은 신분제가 철폐된 발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지. 그래서 그들이 조선을 이끄는 한, 아무리 백성들이 목청을 높여도 쉽게 변하지 않을 거네. 하지만 발해라는 새로운 사례가 있는 이상, 저들도 곧 변화를 요구하는 백성들의 격렬한 요구와 직면하겠지. 어쩌면 이미 시작되었을지도 모르고. 지금이야 가혹한 조세 정책에 반발하는 형태로 드러났지만.”
강대구 역시 양반 출신이라, 양반들이 신분제를 종교 교리처럼 신봉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조선이란 나라와 기존 양반 기득권 세력은 공동의 운명체일 수밖에 없으므로, 발해란 정치적 대안이 있는데도 조선의 숨통이 붙어 있는 셈이었다.
“아, 정찰대 소대장입니다.”
헐레벌떡 언덕을 오르고 있는 부위 계급의 장교가 민선휼의 시야에 들어왔다.
연대 사령부 정찰대 소속의 이 소대장은 급히 군례를 올리더니 다급한 목소리로 고했다.
“헉헉! 명나라 놈들이……. 헉헉! 정주에서 온갖 분탕질을 치고 있습니다. 읍성 안과 주변 마을을 돌며 민가에 있는 곡식은 물론이고, 쇠붙이란 쇠붙이는 모두 약탈하고 있습니다. 또 항의하는 주민을 무참히 살해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여자는…….”
“됐네.”
강대구는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그의 보고를 막았다.
“병력 규모는?”
“천 정도이고, 그중 기병이 대략 삼백입니다.”
“알았네. 그럼 바로 출진하지.”
강대구가 민선휼에게 지시했다.
“예, 사령관님. 그럼 기병대를 먼저 앞세워 일단 놈들의 만행부터 멈추게 만들겠습니다.”
“그게 좋겠네.”
출진 명령이 떨어지자 3군 병력은 즉시 움직였다.
* * *
정주 읍성 부근.
봉기한 후 정주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던 농민군은 초전에 명군과 맞붙어 패하자마자 산속으로 숨어들었다. 농민군의 수가 아무리 많아 봐야 수백에 불과하고, 또한 기병까지 갖춘 사나운 명 요동병 ― 요동 지역에 배치된 병력으로 몽골인과 여진족 출신 병력이 많아 기병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 ― 을 이길 수는 없었다. 현재 철산에 주둔 중인 명군의 지휘관은 임진왜란에도 참전했던 이방춘이었다.
농민군이 물러나자 명군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이곳저곳으로 흩어져 약탈에 열중하고 있었다.
결국 날랜 발해 기병이 중대 단위로 흩어져 곳곳에서 명군을 공격하자, 명군은 다급히 읍성의 동쪽, 달천강 강변에 집결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명군은 여전히 기고만장해 있었다. 아직 발해군의 규모를 파악 못 했는데도, 자신들이 ‘천병’이라는 우월 의식에 빠져 있어, 병력이 뭉치기만 하면 발해군을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래서 농성도 포기한 것이다. 물론 정주 읍성 성벽이 약하다는 점도 고려한 결과였다.
명군의 집결이 완료되는 비슷한 시점에 발해군 본대도 읍성 동편의 달천 강변에 도착했다. 그러자 명군 진영은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발해군 연대 병력은 대략 2,300명 수준이고, 여기에 3사단 사령부 병력 2천이 더해져, 명군보다 다섯 배나 많았기 때문이다.
기병의 수도 발해가 월등히 많았다. 3연대 본부 직할 기병대 병력만 해도 400기인데, 여기에 3사단 사령부 직할 기병대 500기가 더해졌다.
강대구는 적진을 한번 휘둘러보더니, 민선휼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에서 60박격포를 사용하진 말게. 앞으로 큰 전투에서 쓸 예정이니까. 그래도 문제는 없겠지?”
“허허! 물론입니다. 병력 또한 우리가 월등히 많습니다.”
“그렇지. 저놈들은 민간인을 대상으로 약탈한 놈들이다. 이미 흉악한 죄인이나 다름없지. 그러니 손속에 자비를 두지 말도록!”
“예, 사령관님.”
민선휼은 곧바로 공격에 나섰다.
발해군 측에서 사전에 항복을 권유하는 사절을 보내지도 않고 곧바로 공격에 나서자 명군은 아예 전의를 잃고 도주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달리기로 발해 기병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명 기병 일부만이 살아 나갔을 뿐, 명군의 대부분은 전장에서 죽거나 포로가 되었다.
실로 어이가 없을 정도로 싱거운 전투였다. 그래서 발해군 진영은 오늘 벌어진 이 전투에 차마 전투란 말을 붙이지 못하고 ‘정주 분쟁’ 혹은 정주에서 일어난 명군의 난동이란 의미로 ‘정주명란’이라 명명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이 사건은 발해군과 명군이 처음으로 맞붙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발해군 진영이 전장 정리와 정주 백성을 돌보느라 한창 바쁠 때, 군부대신 황진이 군부 수행원들과 모습을 드러냈다.
깜짝 놀란 강대구와 민선휼은 황급히 뛰어와 군례를 올렸다.
“어찌 연락도 없이 오셨습니까?”
“발해에서 평안도 전선만큼 중요한 곳이 있던가? 그래서 직접 왔네. 태왕 기하의 칙명도 전할 겸.”
“아, 그렇습니까?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은 무슨? 계속 말을 갈아타며 달렸더니 며칠 걸리지도 않더군. 더구나 도로도 아주 훌륭하잖나?”
황진이 군부대신 직위에 오른 후 두 번째로 방문한 길이었다. 그는 얼마 전 새로 개통된, 서울과 연결된 도로를 이용했는데, 도로 사정이 좋다 보니 꽤 빨리 주파할 수 있었다.
간선도로를 놓는 공사가 막바지 단계에 이르자, 도로청은 평안부와 연결되는 도로 노선의 명칭을 모두 변경했다. 서울부터 혜산에 이르는 구간을 ‘경혜선’이라 명명했고, 혜산부터 압록강을 따라 뚫린 도로를 압록선, 또 압록선의 중간 부분인 무창에서 이번에 새로 얻은 영변에 이르는 구간을 ‘무령선’이라 이름했다. 현재 무령선은 희천까지, 압록선은 벽동까지 완공된 상태였다.
강대구는 태천과 정주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빠르게 보고했다.
“잘했네. 촌각이라도 결단을 빨리 한 덕분에 백성을 많이 구할 수 있었겠군.”
“그런데 명군을 이렇게 쳐도 괜찮겠습니까?”
강대구는 마음 한구석에 담아 두고 있던 의구심을 꺼내 놓았다.
“괜찮아. 태왕 기하의 의지는 확고하네. 이일을 문제 삼아 명군이 쳐들어온다면 그저 맞서 싸우면 그만이야. 그보다 무고한 백성들을 해치는 짓만큼은 두고 볼 수 없잖은가?”
“그건 그렇습니다.”
강대구는 웃으며 대답했다. 태건의 측근으로서, 오랫동안 같이 전장을 누빈 탓에 태건의 성향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럼 명군을 일망타진합니까?”
“그래야지. 철산군 주둔지와 의주 방면 병력까지 모두 전멸시켜야지.”
“그럼 의주에 주둔 중인 조선군은 어찌합니까?”
“그래서 내가 왔네. 항복을 권하려고.”
“아~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청천강 이북 땅을 모두 차지할 생각이군요.”
강대구는 태건의 의지를 알아차렸다.
“그래야지. 평안도 해안 지방 고을들이 조명 양국의 역린과 같은 곳이라 건드리지 않으려고 했네. 그러나 도적과 다름없는 명군을 조선 조정이 저렇게 설치게 유도했으니, 그냥 점령하는 게 옳아. 후환이야 극복하면 그만이고.”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구성과 박천, 삭주에도 전령을 보내겠습니다.”
“그래 주게. 일제히 진군해서 명군을 물리치라 전하게. 난 그대들과 같이 움직이겠네.”
“예, 그러지요.”
강대구는 각지에 흩어져 있는 연대장들에게 전달할 명령서를 써서 전령을 통해 보낸 다음, 이웃한 곽산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