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북해도 마쓰마에 정벌 (1)
북해도 서남부의 단마해협. 일곱 척에 달하는 대선과 중범선이 단마해협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해역으로 발해 함선들이 출몰하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었다. 제2함대 함선들의 초계 경로에 포함된 해역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 부근 해안에 드문드문 존재했던 왜인 마을 모두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2함대 사령관 고경봉 소장은 오늘도 제21전대의 기함, 북청함에 승선했다. 이제 북해도를 온전히 발해 영토로 만들기 위해 나선 원정이라, 그의 기분은 한껏 고무되어 있었다.
21전대 함선들은 북해도의 남쪽 끝에 자리한, 마쓰마에 영지에 상륙해 육전을 담당할 해병대 제3연대 병력을 태운 채 항해하고 있었다.
그는 북청함 선미루 갑판에 있는 지휘석으로 해병대 제6연대장 김태덕 정령을 불러들였다.
“계획대로 복산관부터 가겠네.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물론입니다. 인구도 많이 빠졌으니까요.”
북해도 남부, 양각한곶의 남부 해변을 따라 산재해 있는 여러 왜인 정착촌 중에 마츠마에 영주관이 있는 복산관(후쿠야마다테)부터 공격하는 게 당연했다.
“음, 인구가 많이 줄긴 했지. 잊을 만하면 우리 함대가 가서 공격했으니까.”
마쓰마에 영지 인구는 이제 5천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줄어들었다. 발해 함대가 남하해 공격을 퍼붓고 돌아가는 일이 빈번해지자 결국 마쓰마에를 등지고 혼슈 본토로 돌아가는 이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북해도 인구가 빨리 늘어야 하는데, 그게 영 좀 그렇네.”
고경봉은 해군 사령관이긴 하지만 북해도에 애착이 많았다. 아무래도 북해도에 머무는 날이 많다 보니 그런 감정이 생겨난 것이다. 아직 정착 초기 단계라, 북해도 인구는 여전히 적을 수밖에 없어, 그 점이 안타까웠다.
그러나 북해도 인구는 체감하기 어려워서 그렇지 꾸준히 늘고 있었다. 주둔군 병력이 계속 늘어남에 따라, 군 간부의 가족 중 몇몇이 임기 동안 같이 체류했는데, 이들 중 북해도의 풍요로움과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조건이 마음에 들어 정착하는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아울러 정부 보조금을 받고 동해인 정착촌을 돌며 물품을 공급하는 상인들도 반디진과 아리홀에 거처와 상점을 마련해 정착하기 시작했다. 노역형을 선고받은 죄수도 대거 들어왔고, 또 형기를 감면받는 조건으로 가족과 함께 이주하는 죄수도 있었다.
정부의 권유로 북해도 이주를 선택한 동해인들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안정적으로 삶을 영위하고 있었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아리홀과 반디진 정착촌 이외에, 야란홀, 푸르단, 볼오리, 도곤, 탈라, 무두리, 바얀 등의 동해인 마을이 생겨났는데, 인구는 대략 이백여 명에서 오백여 명 정도였다.
“그래도 동해인들의 발해 귀속 의지가 더 강해져 다행입니다.”
김태덕은 인구가 부족하다는 점보다 첫 번째 이주민인 동해인이 자칫 발해와 정서적으로 멀어질까 걱정했는데,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마치카 북해부 도독이 잘해 주고 있으니까. 주둔군 병력을 대동해서 자주 순찰을 다니고, 또 그때마다 필요한 물품과 식량을 풍족하게 공급해 주니, 좋아할 수밖에 없지.”
“맞습니다. 게다가 이 북해도 땅이 사람도 적은데다, 외모가 너무나 다른 원주민과 접촉하다 보니, 발해인의 정체성이 더 강해진 듯합니다.”
“그러게. 뭐, 앞으로 우리 고려인들이 대거 들어올 거라고 했으니, 우린 왜인들이나 몰아내고 이 땅을 잘 지키면 그만이겠지.”
“그런데 분명 태왕부에서 내려온 명령서에, 사로잡은 왜인 중, 정착을 원하는 이가 있으면 들어주라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랬지.”
“그러면 왜인이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나도 그게 걱정되긴 하는데, 계획대로 우리 고려인 백성이 많이 건너온다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거라 보네. 더구나 양각한곶 남부 해안이 아닌, 아리홀 부근의 아리벌에 정착해야 한다는 조건도 붙었으니, 잔류할 왜인은 그리 많지 않겠지.”
“그러면 좋겠네요.”
두 사람은 앞으로 있을 상륙전 따위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이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북해도의 미래였다.
* * *
법부대신 조경린도 건흥궁으로 들어와 알현을 청했다. 그 역시 태건의 명을 받고, 법조 체계와 관련한 정책을 연구해 왔는데, 이제야 계획안이 마련된 것이다.
법률 전문 인력이 부족해서 그간 추진하지 못한 정책을, 비로소 입안할 수 있게 되었다. 그건 바로 법원의 설립이었다. 국립발해대학교 법학부에서 꾸준히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는 데다, 헌법은 물론이고 형법, 행정법, 소송법, 국가안보법, 민법, 상법 등의 법률안이 모두 완비되었기에 법원의 출범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법원이 없다 보니 그간 지방의 현령이 1심을, 부의 도독이 2심을, 그리고 이하륜과 태건이 공법과 사법 분야를 각기 나눠, 3심을 맡을 수밖에 없었다. 작은 사안의 경우, 대부분 각부 대신들이 처결했으나, 중대 사건은 두 사람의 판단이 필요했다.
태건은 미래의 대법원에 해당하는 기관을 ‘대평리원’, 고등법원을 ‘부평리원’, 1심 법원을 ‘평리원’이라 명명했다. 아울러 재판소 자체를 ‘법원’이라 부르기로 했다.
“먼저 법부에서 법률인 검증시를 실시해 검사와 판사, 변호사 응시생을 선발한 다음, 면접을 통해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최종 3심을 담당하고, 법원 조직을 총괄하는 대평리원부터 설립하고, 그와 동시에 서울과 지방 각 부에도 2심을 담당할 부평리원을 설치할 생각입니다. 그러나 1심을 맡을 현 단위 평리원 설치는 아직 요원한지라, 당분간 현령이 계속 판관을 겸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경린은 이어 개정된 양형 체계에 관해서도 보고했다. 최고형은 당연히 사형이고, 노역형의 경우 15년과 10년, 5년, 3년으로 단계를 늘렸다. 예를 들어 전쟁 포로가 5년 형이고, 가벼운 범죄가 3년 노역형이었다. 그런데 관원 뇌물죄처럼 이들보다 더 무거운 죄는 10년 이상 노역하게 했다. 여기에 더해 노역 현장에서도 쫓겨난, 사회성이 떨어지는 자에 한 해, 남은 형기를 징역형에 처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들을 수용할 감옥도 짓고 있다고 했다.
조경린의 보고는 태건을 무척 기쁘게 했다.
“허허! 수고했어요. 아주 좋군. 그럼 검사는 법부 소속인가?”
“그렇습니다. 법부 내에 검사국을 설치하고 검사를 선발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그들을 보좌할 관리가 필요해 이번에 많이 뽑았습니다.”
“잘했군요.”
조경린이 인사를 하고 물러나려 하자, 태건이 그를 붙잡았다.
“잠시 기다리시오.”
“예, 기하.”
곧이어 이하륜과 허균이 알현을 청했다.
두 사람 역시 감찰원 설치와 관련한 계획을 수립해 왔고, 이를 태건에게 보고하러 온 길이었다.
감찰원은 고려의 ‘어사대’, 조선의 ‘사헌부’, 미래 대한민국의 ‘감사원’과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이었다. 신생국 발해도 여느 나라처럼 관리의 부패라는 고질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 또한 다들 지방 연고 의식이 강한 탓에, 동향 출신자를 밀어주고 끌어 주는 못된 관행 역시 성행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본격적으로 감사와 사찰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감찰원’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물론 전에도 그런 기능을 하는 기관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익문사에 ‘감찰국’이 있어, 그 역할을 담당해왔는데, 이번에 아예 큰 독립 조직을 신설하게 된 것이다.
계획을 들은 태건이 미소를 지으며 초안을 만든 허균에게 물었다.
“그럼 감사원 관리는 누가 감찰하지?”
“익문사의 감찰국을 감사국으로 바꾸고, 이들이 감찰원 관리를 감시하게 됩니다.”
“허허! 역시…….”
태건은 허균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하의 성지를 따랐을 뿐입니다.”
태왕은 평소 허균에게 권력이 강한 기관끼리 서로 견제하게 해야 부패하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 허균이 이를 알아듣고 계획에 반영한 것이다.
흐뭇한 표정으로 조경린과 허균을 번갈아 바라보던 이하륜이 입을 열었다.
“기하. 이번에 법원과 감찰원 설립 계획이 발표되면 백성들이 크게 기뻐할 겁니다. 법 행정의 지체로 인한 불만이 매우 컸으니까요. 송사가 너무 밀려, 도무지 일할 수가 없다며 얼마나 많은 상소가 의정부로 올라왔는지 모릅니다.”
사실 의정부로 상소를 올려 문제 해결을 촉구할 만큼 다급한 쪽은 대부분은 상법 관련 사안이었다. 우후죽순처럼 상단이 설립되고, 거래도 빈번하게 일어나다 보니, 상단 간에 고발과 고소 사건이 난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 행정 절차가 사건 발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자, 불만이 누적되었다는 점도 법원의 출범을 미룰 수 없게 한 요인이었다.
“의정대신은 법부대신이 참 고맙겠어.”
“하하! 물론이지요. 그간 3심 송사까지 맡느라, 피골이 상접할 지경이었습니다.”
이하륜이 익살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일을 처리해 왔는지 태건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태건은 이하륜에게 내정과 3심 송사까지 맡기고 남해부로 훌쩍 떠나 몇 달이나 자리를 비웠으니, 이하륜이 은근슬쩍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그간 수고 많았어. 그러고 보니 이 얘기만 벌써 세 번째네?”
“저야 그저 감읍할 따름입니다.”
“후후! 능글맞기는……. 근데, 전쟁 준비는 잘 돼 가나?”
태건은 오랜만에 발해 개국 동지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예전처럼 사안을 가리지 않고 편하게 국사를 의논하고자 했다. 그러나 ‘전쟁’이란 단어 때문인지, 허균과 조경린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 버렸다. 태건이 말한 전쟁은 그 이전과 차원이 다른 전쟁이었다. 그 상대가 ‘명’이기 때문이다.
“군부대신이 아직 평안부에 머물고 있으니, 돌아오는 대로 논의할 예정입니다.”
“의정대신은 전쟁이 언제 일어날 거라 보나?”
“올해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명도 전쟁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그렇긴 하지. 곧 가을이니.”
“예비군 동원령도 내리실 겁니까?”
허균이 물었다.
“그래야 하지 않을까? 최소 5개 사단, 5만 정도가 더 필요할 테니까.”
“5만가량 모으려면 예비군 3년 차까지 동원해야 할 것 같군요.”
이하륜은 매년 발해 지상군 사단이 하나에서 둘 정도가 추가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3년 차 예비군 정도만 동원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군부대신과 잘 상의해서, 동원령이 내려지면 예비군을 즉시 전력화할 수 있도록 단단히 준비하게.”
“예, 기하.”
“그런데 건주부가 조금 걱정입니다. 건곤일척의 큰 전쟁이라, 빈틈을 노리지는 않을까 저어됩니다만.”
허균이 말했다.
“걱정하지 말게. 건주부 국경을 지키는 병력까지 빼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 그럼 명군을 상대할 병력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충분하고도 넘치지. 동원 예비군 5개 사단에 현역 사단 몇 개 정도면.”
이하륜도 미소를 지으며 동의의 표시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친구 허균에게 한마디 했다.
“아리타 대첩과 오기 대첩을 생각해 보시게.”
“아! 그렇군. 압도적이었지요.”
사가 지방에서 벌어진 두 번째 전투, 오기 전투 역시 오기 대첩이란 이름이 붙어 발해 신문에 대서특필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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