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북해도 마쓰마에 정벌 (2)
조경린이 이하륜에게 물었다.
“규슈 상황이 궁금합니다만…….”
“나도 잘 몰라요. 혹시 기하께선…….”
태건이 싱긋 웃더니 장계 두 개를 집어 올려 보여 주었다.
“오늘 아침 태왕부를 거쳐 들어왔더군. 전지로 사령관과 강승덕 도독의 장계일세.”
“오! 어떻게 돌아간답니까?”
이하륜이 조바심을 냈다.
“모든 게 순조롭지. 우리 육군 6사단의 상륙에 따른 연쇄효과가 벌써 나타났네. 사가 평원으로 진출해 있던 구로다 영지 병력이 결국 동부 산지로 후퇴했지. 그 덕분에 우린 사가평원 전체를 거저 얻었고. 그에 따라 남부 영토도 대폭 늘어나 구마국 경계까지 우리가 차지하게 되었네.”
“그럼 바로 다음 작전에 들어가나요?”
“그러기는 어려워. 사가 평원의 인구가 워낙 많아, 영토화 하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어쨌든 잘됐네요.”
“구마국도 신나게 영토를 넓히고 있다는군.”
구마국은 벌써 분고 남부지방을 점령, 그 영토가 규슈를 동서로 관통하게 되었다.
“그럼 다음에 어디를 노릴까요?”
“나 같으면 휴가 북부를 노릴 거네. 거기도 다카하시와 아치츠키를 제외하면 대부분 군소 영지니까. 다카하시와 아치츠키조차 그리 큰 편이 아니지.”
다카하시와 아치츠키의 석고 수는 각기 5만과 3만이었다.
“우리 군이 구로다를 붙잡고 있으니, 아주 맘 편히 날뛰고 있군요.”
“그러라고 우리가 전쟁을 시작하지 않았나? 그리고 이거는…….”
태건은 또 다른 장계를 집어 들었다.
“이천호 해군 총장의 보고서지. 3함대 31전대는 노피항, 32전대는 대마도 삼포항, 33전대는 부강곶을 모항으로 쓰겠다고 했네. 또 3함대 3개 전대에 아오지급 함선을 세 척씩 추가로 배치해, 전대별로 항시 세 척에 휴식과 재정비할 시간을 보장하겠다는군.”
“그래야죠. 3함대 얘길 들어 보니 쉴 틈이 없는 모양이던데요.”
“어찌 그리 잘 아나?”
태건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하륜을 바라보았다.
“저, 저번에 왔을 때 들은 얘기죠.”
“저번에? 누구…… 아! 3함대 사령관을 만났군. 둘이 참 친한가 봐?”
“쳇! 당연히 동생이니 친하지. 그걸 말이라고. 아니면 아는 척하지 말든가요.”
“뭐?”
“아뇨. 혼잣말입니다.”
“무슨 혼잣말을 들리게 해?”
“혼잣말 맞습니다요. 아, 그런데 북해도 마쓰마에 영지 점령전은 어떻게…….”
이하륜은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이하륜의 속내를 잘 아는 허균과 조경린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찾느라, 고개를 숙이고 볼을 실룩거렸다.
* * *
마쓰마에 영지의 복산관 마을.
복산관 앞바다에 발해 함선이 나타나자, 놀랍게도 영주관에 즉시 백기가 걸렸다. 아울러 영주인 마쓰마에 요시히로가 무장을 해제한 채, 측근들을 이끌고 포구로 나오고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일이죠?”
김태덕 연대장이 깜짝 놀라 고경봉에게 물었다.
“후후! 그간 꾸준히 공격한 보람이 있었어. 버티는 데 한계가 온 모양이네.”
“역시, 그랬군요.”
해군 함선과 달리, 해병대는 아직 이곳까지 원정 온 적이 없었다.
“저들 삶의 터전은 사실 바다 아닌가? 그런데 우리 때문에 계속 선착장이 부서지고, 배를 띄우기도 겁이 나니, 결국 영지를 포기한 모양이네.”
이윽고, 해병대 병력 중 절반 정도가 상륙한 후, 고경봉과 함결, 김태덕도 하선해 마쓰마에 요시히로와 만났다.
해병대의 항왜 출신 중대장이 통역으로 나서, 두 진영 간에 본격적으로 대화가 시작되었다.
“영지를 포기하려 합니다. 그러니 저와 가신들, 또 가족들을 본토로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시길 바랍니다.”
“영지 주민들은 어찌할 생각인가?”
고경봉이 물었다.
“돌아가길 원하는 이는 데려가겠습니다. 그러나 남길 원하는 이도 있어, 귀측의 처결에 맡기겠습니다.”
“그러면 영주가 직접 여러 마을을 돌며 영지 포기 사실을 영지민에게 알리고 데려갈 사람을 선별해 데려가시오. 남고 싶은 자는 우리 발해가 거두겠소.”
“아, 고맙습니다.”
마쓰마에 요시히로는 발해 측이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자 몹시 고마워했다.
항복 협상이 마무리되자, 김태덕 연대장은 복산관에 2개 대대를 남겨 점령 절차에 들어가게 하고, 자신은 배에 남아 있는 2개 대대 병력과 함께 다시 동북쪽으로 항해를 계속했다.
이들의 목적지는 함관으로, 미래 일본의 하코다테시였다.
“기대되는군요. 함관이란 곳이 그렇게 좋다고 했지요?”
김태덕은 기대감이 어린 표정으로 함관에 관해 물었다.
“정말 놀라운 곳이지. 왜 거길 놔두고 마쓰마에 가문은 저 복산관과 대관을 본거지로 삼았는지 이해가 안 될 정도라네.”
“도대체 어느 정도이길래 그렇습니까?”
“너른 들판이 있네. 논농사도 대거 지을 수 있을 정도로. 아마 북해도 남부에서 그보다 넓은 평원은 없을걸?”
“오, 그렇습니까? 그럼 이주민 유치하기도 좋겠네요.”
“물론이지. 또 항구를 만들기에 너무나 좋더군.”
미래의 하코다테시는 천혜의 양항으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북해도의 3대 도시로 손꼽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거기에 해군 기지를 조성하는 거군요.”
“그렇네. 태왕 기하의 명일세. 거기에 반드시 해군기지를 만들라고 하셨지. 아, 지명도 지어 주셨네. 이내진이라고.”
“이내진이요? 무슨 뜻입니까?”
“허허! 그건 나도 모르겠네.”
태건은 순우리말인 이내를 지명으로 선택했다. ‘해 질 무렵 멀리 연기처럼 보이는 푸르스름하고 흐릿한 기운’을 뜻하는 말인데, 함관의 수려한 풍경과 잘 어울리는 말이라 생각해 지은 이름이었다.
“어쨌든 함관을 얻으면 우리 해군도 동쪽 건너편 바다로 진출하는 길이 열리는 거 아니겠나? 아주 아주 큰 소득이지. 심지어 황점산에서 나는 유황도 우리 배로 실어 올 수 있게 되었네.”
유황 광산이 있는 미래의 노보리베쓰 지역은 자연스레 유황점이 있다고 하여 황점산이 되었다. 현재 유황 채굴과 운송은 아이누 원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나 육로로만 수송하고 있어 거래량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양각한곶 남부 해안 지대를 얻음에 따라 해로가 열려, 이제 배편을 통해 더 많은 유황을 실어 올 수 있게 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해병대 병력을 태운 제21전대는 함관에 도착했고, 곧바로 상륙해 함관을 손쉽게 점령했다.
조만간 이내진에 해병대 6연대 사령부와 해군 기지가 들어서서, 육로와 해로의 안전이 확보되면 이주민의 유입도 원활하게 이뤄질 터였다. 양각해협(쓰가루해협) 건너편, 혼슈 북쪽 끄트머리에 쓰가루 가문의 영지 ― 미래의 아오모리현 – 가 있어 이들의 도발과 왜구의 침탈을 경계해야 하기에, 이내진은 북해도에서 가장 중요한 군사 거점으로 거듭날 예정이었다.
이렇게 마쓰마에 영지를 얻음에 따라, 북해도는 온전히 발해의 영토가 되었다. 아직 발해인의 발길이 닿아 본 적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나, 북해도 전역을 영토화 하는 건 그저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었다.
* * *
이제 조선의 집권 세력으로 떠오른 북인의 영수들이 다시 영의정 자리에 오른 이산해의 집에 모였다. 이조정랑 이이첨을 비롯해, 정인홍과 대사헌 기자헌 등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이들은 발해와 명군의 충돌, 명군의 참패와 철군, 청천강 이북과 평안도 및 황해도 동부, 그리고 강원도 북부 지방을 잃는, 연쇄적으로 일어난 큰 사건으로 인해 심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주상께서 절대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하셨습니다. 명군에게 민란 토벌을 맡기다니. 정말 너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성격이 괄괄한 이이첨이 울분을 토했다.
“후발해 사람들에게 개입의 빌미를 준 겁니다. 저들도 우리 조선이나 명과 싸우길 바라지 않는지, 그간 해안 지방 진출을 자제해 왔지요. 반란을 일으킨 백성들이 후발해로 들어가고 싶다며 고을을 갖다 바치고 있는데도 해안 지방만은 방관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명군을 움직이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젊은 이이첨은 조목조목 국왕의 실책을 짚어 나갔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픈지 그저 멍한 표정으로 듣고만 있었다.
“태건이 조선과 싸우는 건 주저해도, 명을 두려워하지는 않는 모양이오.”
이산해가 말했다.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더니.”
정인홍이 이산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글쎄요. 과연 하룻강아지일지……. 생각보다 발해의 군사력이 강할 수도 있습니다.”
기자헌도 본격적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동족과 싸우는 걸 피하는 건 맞지?”
“예, 그거 하나는 확실합니다.”
이산해의 질문에 이이첨이 답했다.
“만약 조선과 발해가 싸운다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정인홍이 이이첨에게 물었다.
“무조건 우리가 집니다. 우린 5만을 동원하기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왜란의 여파가 아직도 짙게 드리워져 있기에.”
“휴! 큰 문제로고.”
이산해는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문제는 문제지요. 사실 조선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민란도 아니고, 실책을 일삼는 주상 전하도 아닙니다. 바로 태건이지요. 지금 백성들 사고방식이 놀랄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요. 아십니까?”
정인홍이 이산해에게 물었다.
이들은 발해를 태건 세력이라 칭했다. ‘북방 역도’보다 다소 순화된 표현이다. 그보다 발해를 존중하는 이이첨은 ‘후발해’라 불렀는데, 이는 조선 조정이 금기시하는 표현이었다.
“알다마다. 거긴 양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지? 노비제를 철폐했고. 그런 세상이 있는지 모르고 살던 백성들이 바로 옆 동네가 그렇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으니 어떻게 나오겠나? 그쪽으로 가는 유민이 발생하는 건 그렇다 치는데, 백성이 하나 되어 신분제 타파를 요구하고 나오면 우리 조선은 끝장일세.”
“더구나 충청병사를 지냈던, 그간 행방이 묘연했던 황진이 그쪽의 병조판서가 되어 나타났습니다. 그로 인해 무장들도 크게 동요하고 있답니다.”
이이첨이 황진의 등장도 언급했다.
황진의 등장은 조선의 무관들에게 다소 충격을 주는 사건이었다. 태건은 물론이고 발해를 구성하는 중신들의 연령대가 전반적으로 젊다 보니, 젊은 혈기에 사고를 친 정도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러나 황진과 같은 이름난 무장이 발해의 중추가 되어 등장하자 다소 생각이 바뀐 것이다. 심지어 젊은 무관들은 발해가 능력 위주로 인재를 발탁한다는 점이나, 상대적으로 무관을 우대한다고 여겨 더욱 동요하고 있었다.
“휴! 어쩌면 좋겠나?”
이산해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보다 주상께선 어떻게 나올까요?”
정인홍이 물었다.
“모르겠군. 너무 큰 사건이라. 하나의 도에 해당하는 강토를 잃은 데다, 명과 통하는 길까지 잃었으니.”
“또 양위 얘길 하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모르겠군.”
“이번엔 그걸 그냥 받을 수는 없습니까?”
아직 분을 삭이지 못한 이이첨이 과감한 안을 제시했다.
“안 될 말이야. 그러다 우리 북인이 어떻게 될 것 같나? 더구나 왕세자인 광해군은 아직도 명의 승인을 얻지 못했네.”
현재 북인 모두가 광해군과 가까운 편이었다. 광해군의 측근도 있어, 광해군에 공을 들이고 있었다.
조선은 계속해서 광해군의 왕세자 책봉을 승인해 달라고 명에게 졸라 댔지만, 명은 적장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흉악범이나 다름없는 인성을 보유한 임해군을 원상 복귀시키라 했고, 광해군에게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구까지 해 왔다.
명의 승인이 언급되자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문제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정변이 일어나면 어떻게 합니까? 또 온 백성이 들고일어나면 우리 조선은 과연 어찌 될까요?”
기자헌이 핵심을 찌르는 발언을 했다.
“후자는 결코 일어나선 안 될 일이지.”
누군가 중얼거렸다. 마치 복화술처럼 그 소리가 너무나 작아, 누가 말했는지 찾으려 다들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내심은 다들 같았다. 전자는 일어나도 되지만, 후자는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는 일이었다. 양반 계급의 몰락을 조선의 몰락과 동일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