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에도막부 (1)
건흥 7년이자 서기 1602년 2월, 남해부 당진현 심포진 ― 과거의 이마리 지역.
다시 새해가 밝았다. 북방은 여전히 겨울이나, 제주도와 비슷한 위도에 자리한 남해부 들판엔 벌써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심포진 해변과 수리강(아리타강) 강변을 따라 펼쳐진, 꽤 넓은 농토를 휘휘 눈여겨보던 당진현 현령 원희는 송원현 현령 정문부에게 물었다.
“이 땅에 대해 알면 알수록 신기한 게 많지 않소?”
오늘 이곳 심포진의 군 주둔지에서 군 지휘관과 회동하기로 예정되어 있는데,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까운 두 현령은 일찍 도착, 그간 밀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가평원 전체가 발해 영토로 편입됨에 따라, 발해 측은 즉시 행정구역을 조정했다. 기존 나베시마 가문 영지 중 서부 산악 지대를 당진현과 송원현에 나눠 붙였는데, 그 결과 심포진(이마리)은 당진현에 속하게 되었다.
아울러 사가평원을 우루평원으로 개칭하고, 평원을 남북으로 가르며 흐르는 지쿠고강 역시 우루강이라 고쳐 불렀다. 그리고 우루평원을 남과 북, 동, 이렇게 세 지역으로 나눠, 세 개 현을 두기로 했다. 그에 따라 보화현과 동평현, 영취현이 새로 설치될 예정이었다.
“허허! 저 농지를 보니 생각나신 게 있는 모양입니다.”
원희가 당진현 현령으로 부임한 이래, 이곳 심포를 자주 방문했다는 사실을 정문부는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당진현 대부분이 산악 지대이고, 그나마 소출이 나올 만한 곳이 있다면 이곳 심포진과 북쪽 당진포 해안 정도였다. 그래서 원희가 이곳을 자주 방문해 현지 왜인 주민들의 생활상과 농사 방식 등을 세세하게 살펴온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삼모작까지 한다던데…….”
“아! 그건 저도 놀랐습니다. 이모작을 한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알고 보니 삼모작까지 하더군요. 날씨가 따뜻해서 가능한 모양입니다.”
이 시기 일본 농민은 벼와 보리, 메밀을 차례로 심는, 벼가 포함된 삼모작 농사를 짓고 있었다. 북방에서 온 발해 사람들은 이 얘길 듣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또 신기한 게 있습니까?”
정문부가 물었다.
“이곳 지주나 영주들의 잔악함에 놀랐지요.”
“맞소. 저도 그걸 알고 나니 치가 떨리더이다. 삼모작을 할 정도로 많은 소출이 나오는데, 다들 죽지 못해 살 정도로 빈한하게 살아가더군요. 도대체 얼마나 많이 수탈하면 그랬겠어요.”
“대부분 노비나 다름없으니, 탐욕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오.”
일본 사회에서 묘슈라고 하여 소수의 자영농도 존재하나, 전체 주민의 8할이 농노였다. 이런 현실을 조선통신사들도 눈여겨보고 기록으로 남긴 바 있었다.
― 일본 백성들의 고생스럽고 인색한 점은 아마 천하에서 최고일 것이다. 우리 배를 끄는 격군을 예로 들면, 매일매일 익힌 고구마 뿌리를 두 번 먹는데, 그 뒤로 밥을 먹는 사람은 오 분의 일에 불과했다. (조선통신사 원중거의 ‘승사록’)
“그러니 농지를 나눠 주지 말라고 태왕께서 칙령을 내린 건 정말 잘한 처사였습니다.”
정문부의 평가에 원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겉으로 보면 가혹해 보일 수도 있으나 그게 맞지요. 그 덕분에 주민의 6할이 북방 이주를 선택했으니까요. 그래도 세율을 대폭 줄여 주기로 했으니, 남기로 선택한 자들도 생존에 문제는 없을 겁니다.”
태건은 규슈의 이런 현실을 보고, 왜인을 북방으로 이주시키려면 규슈 땅을 나눠 주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땅 주인이라 할 수 있는 다이묘와 그 가신들 모두가 떠난 상황이라, 현재 농토의 주인은 당연히 발해 조정이었다. 그래서 태건은 남해부 땅을 이곳으로 이주할 고려인 주민에게 나눠 주되, 왜인 농민들에게 발해 사람과 동등하게 북방의 너른 농토를 분배해 주기로 했다. 조건도 같았다. 5년 동안 땅을 개간하고 소출의 5할을 세금으로 내면, 소유권을 주는 방식이었다. 물론 그렇게 자영농이 되면 세율은 1할로 떨어지게 된다.
발해가 이 정책을 발표하자, 일찌감치 발해의 지배하에 들어간 송원현과 장산현, 일기현 주민들은 선뜻 발해행을 선택했다. 그 비율도 무려 6할에 달할 정도였다. 심지어 이 현상이 당진현에도 나타나 원희를 기쁘게 했다.
“그런데 북방으로 이주할 왜인 농민들을 작은 집단으로 나눠 흩어 놓기로 했다면서요?”
“그 얘길 나도 들었소. 왜인 특성상, 뭉쳐 살면 발해에 동화되려고 노력하지 않아 그런 정책을 입안했다고.”
이 또한 태건이 마련한 이주 정책이었다. 왜 농민을 오십 명 정도의 작은 단위로 묶어 기존의 조선인 이주민 마을 주변에 정착시키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레 기존 주민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언어도 익히고 서로 소통해 가며 발해 백성으로 동화되리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우루평원의 경우, 아직 군정조차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어, 북방 이주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우루평원 주민들이 꼼짝달싹하지 않는다고 하던데요.”
“나도 들었소. 많이 빠져나가 봐야 이 할에 불과할 것 같다네요.”
정문부와 원희는 인구 밀집 지역인 우루평원의 일을 걱정했다. 구마국이 이주자를 받아 주겠다고 공표했는데도, 그냥 남겠다는 인구가 거의 8할에 육박해, 또다시 이들을 상대로 대규모 이주 정책을 펴야 하기 때문이다.
“떠나지 않는 저들 입장이 충분히 이해되긴 합니다. 구마국으로 넘어가 봐야 달라질 게 없을 테니까요.”
정문부의 말에 원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 차라리 이민족인 우리 발해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겠지요. 또 실제로 그럴 테고.”
“오! 장수들이 오고 있군요.”
원희는 아련한 눈빛으로 동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원희의 속사람은 여전히 무장이라, 전장을 횡행하는 장수들의 처지를 부러워하는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 * *
슬해시 슬해항.
그간 인구가 꾸준히 늘다 보니, 결국 3만 명을 훌쩍 넘어섬에 따라 슬해사는 악양현에서 독립, 슬해시가 되었다.
이처럼 슬해가 발해의 첫 번째 지방 도시가 된 이유는 당연히 서울의 관문항이기 때문이다. 수도로 통하는 모든 해운 물류가 슬해로 집결했고, 그에 따라 사람과 기업이 슬해항으로 몰려들었다.
발해 전체의 해운 물류량은 육상 운송량과 비견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은 데다, 지금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다. 동해안 대부분이 인구 밀집 권역이다 보니, 동해 연안 항로를 통해 재화의 교환이 주로 이뤄졌다. 또 남해부에서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상인과 거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데다, 남해부로 많은 병력과 인재가 나가 있어, 남방 항로 역시 오가는 배들이 망망대해에서 서로 마주치는 일이 빈번할 정도로 매우 바쁜 항로로 떠올랐다. 더구나 북해도로 나가는 동방 항로까지 열리는 바람에 슬해항의 물류 처리 능력에 벌써 과부하가 오고 있었다.
그에 따라 자연스레 상선의 수도 빠르게 늘어났다. 송화상단과 피오상단, 고려상단, 함강상단, 북청상단 등 발해의 5대 상단은 연안을 따라 움직이는 수많은 소선 이외에도, 중대형 범선인 거선과 중범선 ― 군선인 아오지급 중선을 민간용으로 개조한 모델 ― 도 세 척 이상씩 보유하게 되었다.
슬해항도 남과 북으로 계속 확장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주변 연안 지역도 개발되기 시작했다. 특히 슬해만 건너편, 연추현 봉황곶에 자리한 봉황항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배가 정말 많이 늘었어. 화원이 그려 준 그림과 전혀 다를 바가 없네?”
태건은 슬해시 배후 구릉지에 올라 항구를 조망하며 탄성을 터트렸다.
슬해만에 크고 작은 배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이 워낙 장관이라, 화원이 이를 그림으로 그려 태건에게 바친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저 봉황항을 이제 본격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 같지 않아요? 슬해항이 곧 포화 상태에 빠질 것 같은데.”
이하륜은 슬해만 바다가 하역을 대기 중인 배로 가득 들어차 있는 모습이야말로 문제라 진단했다.
“그래. 봉황항을 개발해야겠어. 시간이 충분하다면 저 선소곶 주변 바다를 메워 항만을 확장하면 되겠지만, 어느 세월에 그걸 하겠어?”
“그러게요.”
“어쨌든 발해가 해양 제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같군. 훌륭해.”
“그러고 보니 그새 많이 이뤘네요. 다들 10년 넘게 열심히 뛴 덕분에…….”
두 사람의 눈은 북청급 대선을 본떠 만든 상선을 쫓고 있었다. 약간의 화포까지 보유해 해적도 능히 퇴치할 수 있는 데다, 경흥급 대선에 비해 화물 적재 공간이 더 큰 배였다. 그래서 상단들은 카락선을 모방해 만든, 북청함과 같은 형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태건이 슬해항으로 온 건, 이곳 슬해항에 미래의 ‘여객선터미널’에 해당하는 ‘여객승선소’가 개소되는 데다, 5대 상단 대표들과 만나 여객선 운용과 관련한 얘길 나누기 위함이었다.
태건은 물류만큼이나 사람이 쉽게 이동해야 발해가 발전한다는 지론을 설파해 왔다. 아울러 발해는 벌써 꽤 넓은 바다 건너 영토, 즉 해외 영토를 보유했기에 여객운수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는 게 매우 중요했다. 그러자면 운임이 저렴해야 하고, 오랜 항해 기간에 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했다. 그래서 상단 대표들을 슬해항으로 불러 모아, 의무적으로 여객선을 운용하라고 요청할 생각이었다. 물론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나라에서 보조금도 지급할 생각이었다.
“형님. 남해부에서 아주 괜찮은 안이 하나 올라왔더라고요.”
사람들을 물리고 둘만 있는 자리라, 이하륜이 편하게 얘기했다.
“뭔데?”
“해군 전역자들이 남해부를 주된 활동 무대로 삼는 해운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남해부에 투자를 요청했대요. 다들 항해술에 정통한 데다, 해군 출신이라 자체 방어도 가능하니 얼마나 좋은 제안입니까?”
“음, 그렇군. 자칫 왜구와 자주 마주칠 수 있는 해역이니 해군 출신들이 회사를 만든다면 금상첨화일 것 같군. 근데 그 사람들, 배 타는 거 질리지도 않나?”
“그게 참 묘하대요. 해군으로 복무한 이들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는 걸 대부분 꺼린답니다. 너무나 고생스러운 뱃일이지만 여기저기 다니며 본 게 많다 보니, 어디 정착해 사는 게 답답했겠지요. 그러니 아예 뱃일을 업으로 삼아 일하겠다고 나선 거 아니겠어요?”
“좋군. 그럼 그 전역자들을 적극적으로 밀어줘야 할 것 같다. 남해부는 온통 섬이니까, 곳곳을 누비고 다니며 해운 사업을 해 줄 회사가 필요했거든.”
“그러자고요. 아울러 계획대로 곧 개교할 남해대학교에 해양학부도 설치하고.”
해양학부는 항해사를 양성하는 학부였다. 해군의 경우, 해군무관학교에서 항해사를 육성하고 있으나, 민간 선박을 운항할 항해 전문가의 수요도 폭증하고 있어 해양학부를 남해대학교에 설치하기로 한 것이다.
“근데 도쿠가와 이에야스에게 어떤 답을 줄 생각이죠?”
얼마 전,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쇼군 지위에 오르며 결국 에도막부를 출범시켰다. 실제보다 1년 일찍 에도막부가 문을 연 셈이었다. 그는 발해의 침공과 구마국의 독립 등 규슈에서 큰 사건이 연이어 터지자, 내부 문제를 빠르게 일소하고 막부를 서둘러 출범시킨 것이다. 그러나 크고 작은 갈등 요소가 내부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
도쿠가와는 쇼군 지위에 오르자마자 대마도를 통해 밀서를 보내, 발해와 강화하자고 제안했다. 강화 요청은 물론 대외적인 것이다. 그런데 같이 딸려 온 밀지엔 강화 조건으로 규슈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다소 완곡한 어조의 문장이 삽입되어 있었다. 물론 발해에 의해 이 밀지가 공개되었을 때를 대비해, ‘규슈 지방 문제를 평화적으로 원만히 해결하자’는 모호한 표현을 썼다.
“원칙대로 해야지. 피로인을 모두 석방하면 강화 요청에 응하겠다고.”
“그래야죠. 우리가 피로인 문제를 계속 언급해야 놈들이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쓰지.”
두 사람은 피로인 송환만큼은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왜 측과 진행한 거의 모든 협상에서 피로인 송환은 제1원칙이 되었다.
“놈들도 우리 발해가 두려운가 보네요. 하기야 벌써 여러 번 3함대에 얻어맞았으니.”
“그럴 거다. 정권을 잡았다고 하지만 도요토미 가문이 여전히 건재한 상황에서 우리가 혼슈로 눈을 돌리면 대책이 안 서겠지.”
도쿠가와 측이 내전에서 승리해 도요토미 가문의 팔다리를 다 잘라 냈다고 해도 여전히 추종하는 세력이 있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럼 놈들이 당분간 규슈로 구원군을 보내진 않겠지요? 저런 밀서까지 보내온 마당에.”
“그럴 거다. 가서 죽으라고 정적의 병력을 보낼 수도 있으나, 그러다 자칫 고니시 가문 꼴이 날 수도 있지.”
“음, 그거 정말 좋네요. 도쿠가와의 원군을 기다리는 규슈 북부 영주 놈들이 헛물을 단단히 켠 셈이군.”
“그렇긴 하지.”
두 사람의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