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전쟁 준비 (1)
4월 초, 정례 내각회의에서 최초로 철도 부설 계획이 공개되었다. 우정교통부의 철도국장은 협판(차관)급 이상 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큰 지도를 걸어 두고 계획을 설명해 나갔다.
“가장 주목해야 할 노선은 서울과 슬해시를 잇는 경슬선으로, 그 길이는 대략 45장미입니다. 화물과 여객, 모든 면에서 가장 많이 활용될 노선일 겁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현재 발해에서 최고의 물동량을 자랑하는, 미래의 경인선이나 다름없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동해남부선으로, 동해부 연추현의 하구평이 기점이 되어 동해안을 따라 남쪽으로 부설됩니다. 동해북부선 역시 하구평을 기점으로 삼아 해안을 따라…….”
동해남부선은 슬해선 다음으로 중요한 노선이었다. 특이한 점은 그 기점을 하구평으로 잡았다는 점인데, 하구평은 서울에서 저령을 넘어 저령 계곡 구간을 빠져나오면 나오는 해안 지역이었다. 그러므로 하구평을 기준으로 남쪽은 동해남부선, 북쪽은 동해북부선으로 구분되는 셈이었다.
“동해북부선은 일단 정의부 하마현의 암바사까지 1단계 구간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암바사 이북 노선은 우수리선이란 이름이 붙게 되는데, 남쪽 암바사부터, 하마진, 솔빈진, 미주진, 영강진 등을 거치게 됩니다. 내륙 노선의 경우, 서울과 동해부의 혜산진을 잇는 경혜선, 서울과 마을현을 잇는 경마선이 우선 부설될 예정입니다.”
철도 1단계 부설 계획이 발표되자 허균이 먼저 물었다.
“철로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고, 그 뭐냐, 증기기관차란 것도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 공사에 들어가도 괜찮소?”
물론 허균은 어느 정도 답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정말로 괜찮은지, 그에 대한 궁금증이 완벽하게 해소된 건 아니었다.
“일단 기관차의 경우, 그간 증기자동차와 증기인동기를 접하셨으니 어떤 원리로, 또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올지 능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문제는 철로입니다. 철로는 영강제철소에서 대량으로 생산될 예정이지요.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부터 나올 거랍니다. 그래서 공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먼저 제철 공정의 주원료라 할 수 있는 해탄의 공급지인 봉산과 영강진을 연결하는 철도가 우선 놓이게 됩니다. 그다음으로 영강진과 암바사, 또 그다음으로 동해북부선이고, 그 이후에야 경슬선이 부설됩니다.”
철도 부설의 효율성을 기하기 위해 철도국은 제철소와 봉산진 해탄공장을 잇는 철도부터 놓기로 했고, 다시 제철소부터 차례대로 서울까지 부설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예정된 공사는 철도의 기초공사라 보면 됩니다.”
“기존 도로 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떤 차이점이 있지요?”
건설부 대신 태원이 물었다. 현재 건설부는 도로 공사 업무를 우정교통부에 넘겨주고, 도시 건설과 공단, 항만 조성 등의 사업을 주로 진행하고 있었다.
“철도는 특성상 도로처럼 굴곡지게 놓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전반적으로 도로 노선과 일치하게 되나, 되도록 철도를 곧게 놓을 수 있는 지형을 찾아 노선을 조정하게 된 겁니다. 또 험한 산악 지대의 경우, 산비탈을 깎거나 굴을 파서 길을 내는 수밖에 없지요. 도로야 구절양장처럼 굽이굽이 놓아도 문제가 없으나 철도는 그렇지 못하기에…….”
“어휴! 산을 뚫어 길을 낸다니, 끔찍하게 어려운 일인 것 같소.”
법부대신 조경린이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앞으로 수만 명의 왜군 포로가 공사에 투입될 테니 노동력 문제는 전혀 걱정할 게 없고, 또한 막대 폭약을 사용하면 굴을 뚫는 일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군. 막대 폭약이 있지.”
이제 관료들도 막대 폭약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럼 기관차와 화차도 영강진에서 만들 겁니까?”
광무부 대신 우극이 물었다.
“예. 그게 효율적이지요. 안 그래도 기계장 원대장 장봉수 교수와 의정대신께서 기계장들과 더불어 영강진에 머물며 개발에 들어갔습니다. 첫 제품이 나올 때까지 얼마 남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몇 번 시험해 본 후, 양산 결정을 내릴 예정인데, 내년이나 내후년 정도면 선보일 수 있을 거랍니다.”
“허허! 바쁘시겠어.”
툴툴거리며 작업에 몰두해 있을 이하륜의 모습을 상상하며 허균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 * *
요동과 조선으로 보낸 첩보원을 통해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이미 파악했기에 태건은 준전시 상태를 선언, 국가 차원에서 큰 전쟁에 대비하게 했다.
예비군 동원령도 이미 내려졌고, 전쟁 준비에 따른 한시적 세율 조정이나 전시 민간 재산 징발 등의 임시 조치가 따를 수 있다는 사실도 여러 신문들을 통해 발해 백성들에게 알렸다.
오늘도 건흥궁의 편전인 홍익전에서 군 관련 회의가 열렸다. 태건은 서두에 우선 논의할 안건이 많은 남해부 관련 사안부터 처결해 나갔다.
“기하! 구마국에서 외부로 국서가 도착했습니다. 구로다 영지를 치려고 궁리 중인데, 협공이 가능한지 물었습니다.”
외부대신 이당이 먼저 고했다.
“불가하다 답하시오. 우린 추가로 병력을 투입할 수가 없으니.”
“예, 기하.”
태건은 구마국의 요청을 일축했다.
외부의 보고에 이어, 군부협판 정강빈이 고했다.
“서부 해안지대로 원정 중인 해병대가 오무라 가문의 항복을 받아 냈다는 장계도 올라왔습니다.”
아무리 위중한 시기라 해도 승전보가 올라왔기에 군부 간부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태건도 미소를 짓더니, 정강빈에게 더 자세히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오무라 가문이 보유한 병력은 고작 2천이라, 해병대 병력이 거성인 구시마성에 도착했을 때 이미 무장을 해제한 채, 영지에 있던 조선인 피로인을 모두 데리고 나와 선처를 요구했답니다.”
“오무라란 자도 왜란에 참전했지?”
“그렇습니다. 그 영주란 작자의 이름이 오무라 요시아키인데, 고니시 유키나가 휘하에서 종군했습니다.”
“그래서 처결은?”
“관례에 따라 그와 가신, 또 그들의 가족을 모두 풀어 주고 병력은 포로로 잡았습니다. 풀려난 오무라 무리들은 구마국으로 들어갔습니다.”
“잘 처리했군. 그럼 다음 순서는 아리마인가?”
“예. 곧 아리마로 진격한다고 했으니 지금쯤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겠군. 그럼 규슈 관련 작전도 거의 끝나 가는군.”
“기하, 아직 박다주가 있는 고바야카와 영지가 남지 않았습니까? 나가사키도 그렇고요.”
군부대신 황진이 의문을 제기했다. 물론 태건의 의지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는 군부대신에 오른 직후, 태건으로부터 발해와 구마국이 맺은 밀약에 대해 듣게 되었다. 그런데 이제 작전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자, 태건은 이를 군부 간부들에게도 공개했다.
그 밀약에 따르면, 발해는 규슈의 서북부를 차지하기로 했는데, 그 범위가 현재 차지한 영토에 고바야카와 영지와 아리마 영지, 나가사키까지 더해진 정도였다. 그리고 나머지 땅은 모두 구마국이 차지할 예정이었다.
“당연히 거기도 취해야지요. 그러나 고바야카와는 조금 더 미뤄 둡시다. 현 점령지와 점령 예정지 관리하기도 벅찰 테니. 게다가 거기 인구도 거의 사십만에 육박하니까요. 그런데…….”
고바야카와 영지의 인구 얘기를 듣자, 군부 인사들의 고개가 동시에 끄덕여졌다. 고바야카와 영지의 석고 수는 36만으로, 50만에 달하는 우루평원보다 다소 적으나, 그럼에도 왜국에서, 매우 큰 영지로 분류되는 곳이다.
태건은 말을 맺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그러더니 그의 눈이 규슈 지도를 빠르게 훑어 내렸다.
“내가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게 있소. 저 지도를 보면 규슈 서남부 해상에 수많은 섬이 떠 있지 않소? 지난번에 구마국에서 할양받은 초도 남쪽에 증도열도가 있고, 또 시마즈 영지 남쪽에도 옥구도와 종자도 등도 있지.”
황진은 이미 태건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3함대의 태미 사령관에게 그 섬들도 살펴보란 지시를 내린 걸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증도열도는 고시키지마열도이고, 옥구도는 야쿠시마, 종자도는 다네가섬이었다.
“그 섬들도 점령하는 게 좋겠습니다. 남쪽으로 진출할 경우, 징검다리가 될 섬 아닙니까? 다른 규슈 본토야 구마국이 가지기로 했으니 건드릴 수 없어도 시마즈 가문 소유의 섬 정도는 우리가 차지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황진이 먼저 선수를 치고 나오자, 태건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허허허! 잘 아시네요. 당장은 아니라도, 훗날을 대비해 그 섬들도 남해부 영역에 넣어 두고 국가 전략을 구상해 보자고요.”
“예. 알겠습니다.”
“기하! 3함대 사령관의 장계도 올라왔습니다.”
정강빈이 다시 보고를 이어 갔다.
“명을 받들어 제주도를 두루 살폈는데, 모두 아홉 개의 진성이 축조되어 있고, 성마다 대략 3백에서 5백 정도의 수비군이 배치되어 있답니다. 또 수군 기지들의 경우 판옥선을 비롯한 보유 군선 수가 매우 미미한데, 판옥선 수만 해도 세 척 이하였답니다.”
“왜구 방비가 목적이었겠지. 진성이나 수군 기지가?”
“그렇습니다.”
“계속하게.”
“예, 또한 제주도민 상당수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답니다. 조사 시점이 지난달이니, 원래 기근에 시달릴 시기인데다, 조선 조정이 전토에 세금을 무겁게 부과한 터라, 제주도도 예외일 수 없어 더욱 고통이 가중된 상황입니다.”
“심각하단 거지?”
“예, 매우 심각합니다. 태 사령관은 이번 봄에 분명 굶어 죽는 이가 속출할 것 같다고 진단했습니다.”
태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옥좌 주변을 서성거렸다. 그러자 신하들도 엉거주춤한 자세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선과 달리 발해의 편전은 신하들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고안되었다. 신하들의 좌석에 탁자를 놓아두어, 신하들이 엎드리거나 머리를 조아릴 필요 없이 탁자에 문서를 올려놓은 채 편하게 앉아서 필기하거나 읽을 수 있게 했다.
다만 태왕의 권위를 강조하고자 옥좌만큼은 대 위에 있어 자연스레 태건을 앉은 자세에서 올려다보게 했다. 물론 그 높이가 과하지 않아 신하들은 큰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여러모로 신하들이 회의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하하! 다들 자리에 앉으시오. 내가 조금 조바심이 나서 그런 거니까.”
태건은 덩달아 일어난 신하들을 좌정시켰다.
“일단 제주도에 식량 수급이 시급하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기하.”
태건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군부대신 황진에게 물었다.
“제주도를 지키는 조선군이 많아 봐야 사천 정도인 것 같군요. 그럼 사단 하나 정도면 제주도를 점령할 수 있겠습니까?”
“오! 그럼 제주도 점령을 결심하신 겁니까?”
황진은 뜻밖의 말에 깜짝 놀라 되물었다. 큰 전쟁을 앞두고 있어 제주도 원정 명령이 떨어질 리가 없다고 다들 판단하고 있었다.
“일단 뜻을 모아 봅시다. 어때요, 사단 하나면 될까요?”
“어휴! 차고 넘칩니다. 수비군 병력 대부분이 제주도 사람이라, 그들이 과연 우리 발해군과 맞서 싸우길 원하겠습니까? 그래도 식량을 주민들에게 빠르게 공급하자면 아무래도 사단 하나가 필요할 것 같긴 합니다.”
군부 간부들의 반응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절반은 염려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절반은 벌써 희희낙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염려하는 쪽은 규슈에서 동원할 병력이 없으니, 본토에서 파병되리라 짐작했기 때문이고, 기뻐하는 측은 당연히 제주도란 귀한 땅을 차지한다는 기대감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러면 규슈에서 육군 사단 하나를 빼는 게 어떻겠습니까?”
“예?”
태건의 제안에 다들 깜짝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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