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전쟁 준비 (2)
정강빈이 당장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그, 그러면 우루평원의 방어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군정도 원활히 이뤄지지 못할 겁니다.”
“그렇겠지. 그러나 한 달 정도만 비운다면야 군정 공백이 그리 크지는 않겠지?”
“그렇습니다만, 방비에 여전히 문제가…….”
“구로다가 문제겠지?”
“예, 기하. 고바야카와 군은 이미 우리 군에 크게 패퇴한 바 있는 데다, 병력이 구로다에 비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구로다는 여전히 위협적입니다. 더구나 저들이 연합해서 공격하기라도 하면…….”
“구로다의 발목을 구마국 병력이 붙잡아 주면?”
“아, 그럼…….”
“우리가 참전하지 못하는데 과연 구마국이 응하겠습니까? 구마국은 구로다뿐만이 아니라 남부의 시마즈까지 상대해야 할 형편이라……. ”
외부대신 이당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나섰다.
“그 대신 화포를 팝시다. 고니시한테.”
“예? 화, 화포를요?”
황진도 깜짝 놀라 입을 쩍 벌렸다. 화포는 발해의 전략무기로 분류되어 당연히 수출이 금지되어 있었다.
왜국 역시 화포를 보유하고 있으나, 그 품질이 조악해 터져 나가기 일쑤였다. 그래서 성능이 괜찮은 화포를 얻기까지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왜란 중에 조선 수군과 육군은 화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데도 왜국이 따라 하지 못한 속사정도 바로 이것이었다.
구마국 역시 같은 문제를 안고 있어, 벌써 여러 번 화포를 수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발해는 당연히 그때마다 일언지하로 거절했다. 화포를 수출하는 문제는 그만큼 국방에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기하, 아니 될 말씀입니다. 그로 인해 우리 남해부 주둔군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이당이 목소리를 높여 반대했다.
“위험한 시도입니다.”
정강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자 태건이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구형 화포만 내주잔 말이오. 구형 총통과 공성포 정도만 말이오.”
구형 총통이란 지자총통과 현자총통을 말한다. 발해는 구형 총통 역시 녹여 재활용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다.
황진은 태건의 의도를 일정 부분 이해했다. 박격포가 벌써 발해 육군의 주력 무기가 된 데다, 신형 후미장전식 화포도 거의 개발이 완료된 상황이었다. 다만 원정 시 박격포에 비해 효용성이 떨어져, 개발 순번이 밀렸을 뿐이었다. 그러나 터지는 포탄이 개발된 이상, 언제까지 후장식 화포의 사용을 미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수비 시설에 배치하기에 신형 화포만큼 좋은 무기는 없어, 이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구마국이 너무 강성해지면 남해부에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습니다.”
황진도 걱정되는 부분을 말했다. 그러자 육군총장 송찬황이 활짝 웃으며 태건 대신에 짧게 답을 주었다.
“우리 발해군은 그보다 더 강해져 있을 겁니다.”
“아~ 그, 그렇군. 이런 간단한 사실을 간과하다니. 내가 아둔했어. 허허!”
“어휴! 군부대신님만 그런 게 아닙니다. 다들 표정을 보십시오.”
정강빈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의 말대로 군부 간부들 대부분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치고 있거나, 뒤통수를 맞은 듯한 모습으로 멍하니 굳어 있었다.
“더구나 구마국의 주적은 막부지요? 그 사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을 겁니다.”
태건이 웃으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구마국이 강성해지는 게 반드시 나쁜 건 아니군요.”
황진도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구마국은 왜국의 힘을 빼는 역할을 맡은, 우리의 머슴이죠. 그러니 새경을 듬뿍듬뿍 줘야 일을 열심히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생각해 보니 그렇습니다.”
“허허! 머슴이라니, 딱 맞는 말씀입니다.”
태건의 말에 군부 인사들 모두가 파안대소했다.
“그럼 구마국에 구로다 가문을 공격하는 조건으로 총통과 공성포를 팔겠다는 국서를 보내겠습니다.”
이당이 바로 자신이 처결할 바를 말했다.
“그러시오. 만약 그러겠다는 답서가 오면 군부대신은 곧바로 제주 원정을 준비하시오.”
“예, 기하.”
황진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요동 상황은 어떤가?”
태건은 다시 정강빈에게 물었다.
“명군이 요양에 계속 집결 중입니다. 벌써 팔만가량 모인 듯합니다.”
“그 팔만에 요양 주둔군까지 포함된 건가?”
“아닙니다. 순수하게 요동 각지와 남부에서 파병 나온 병력입니다.”
“그럼 10만을 훌쩍 넘겠군.”
“저희 군부는 최종적으로 15만이 의주로 진군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각오하고 있었으나, 막상 15만이란 숫자를 듣자 군부 인사들의 얼굴이 굳어졌다. 발해 개국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전쟁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재차 확인한 것이다.
“조선 쪽은 어떤가?”
“관군 5만을 동원하기도 어려운 모양입니다. 저희가 보기에 대략 3만 정도가 강원도 관동지방과 평강, 황해도 동부, 대동강 전선에 나눠 배치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남겨 둘 국경 수비 병력 규모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적으니, 조선 쪽은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명군 15만 정도만 상대하면 된단 말이군. 그럼 예비군은 현지에 도착했나?”
“예, 평안부에 도착해 훈련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전투를 경험한 정예들이나, 새로 나온 무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발해의 예비군은 오히려 현역보다 뛰어난 정예병이었다. 발해 자체가 꽤 많은 전투를 치르며 성장한 국가이기 때문이었다.
“압록강 국경에 배치된 적 병력은 더 늘었나?”
“여전히 1만 정도가 지키고 있습니다.”
“변함이 없단 말이군.”
태건은 다시 평안부와 요동 지방이 상세하게 그려진 지도로 눈길을 돌렸다. 그곳엔 명의 성채와 주둔군 위치가 복잡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 * *
전지로는 해병대 지휘관을 데리고, 나가사키 동북쪽 자리한 봉화산(호카잔)에 올라 나가사키 시가지를 살펴보았다.
“그새 도시가 더 커졌군.”
왜인 무사 사카타였던 시절, 그는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와 있던 태건의 부탁으로 방울마와 단마를 얻기 위해 이곳 나가사키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오오! 이곳은 참으로 놀랍도록 번화했군요.”
제1연대장 곽혁 참장은 나가사키 경치를 처음 접하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언뜻 보기에도 이국적으로 생긴 서양식 건물과 상인들이 쓰는 커다란 창고가 항구에 들어서 있는 데다, 해안과 주변 계곡 지형을 따라 시가지가 빽빽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또한 많은 배들이 나가사키만에 떠 있었다.
“게다가 천혜의 항만을 보유하고 있지.”
“그러네요. 저 나가사키만의 길이만 해도 거의 8장미는 된다고 들었습니다.”
나가사키만은 육지를 향해 깊이 함입된 형태의 바다로, 강처럼 긴 데다, 큰 배도 능히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그 폭이 넓었다.
“지형은 우리 초량진과 다르지 않은데 말이야.”
그러나 나가사키도 대마도처럼 해안 평지가 협소한 편이라, 건물 대부분이 해변의 구릉지에 들어서 있었다. 그래서 시가지 모양새가 초량진과 닮아 있는 것이다.
“인호연 연대장이 잘 처리하고 있겠지요?”
곽혁이 전지로에게 물었다.
“그걸 왜 묻지?”
“너무 일찍 병력을 뺀 건 아닌가 싶어서요.”
“후후! 자넨 아직도 일본인의 속성을 잘 모르는군.”
“예?”
“여긴 우두머리만 잡으면 끝이네. 조선과 다르지.”
“아, 하하하!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현재 인호연의 제2연대는 여전히 아리마 영지에 남아 있었다. 영지를 점령하고 영주인 아리마 하루노부를 생포하자마자 전지로는 제2연대를 아리마에 남긴 채, 곧바로 나가사키로 향한 것이다. 아울러 오무라 영지에도 제5연대 병력을 남겨 두었기에 2개 연대와 사단사령부 병력을 합쳐 6천여 병력만이 나가사키로 오게 되었다.
전지로가 서두른 이유는 아리마 영지의 영주성인 히노에성이 시마바라반도의 남쪽 끄트머리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가사키와 거리가 너무 멀다 보니 조금 일찍 출발한 것이다.
“그런데 여긴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소위 봉행이란 자도 없지 않나요?”
“그건 알 수 없지. 데라자와가 과연 나가사키를 포기했을지.”
“이미 데라자와 영지를 포기하고 떠난 자 아닙니까?”
“후후! 여긴 그나마 거리가 멀어 안전하다 생각했겠지.”
“음, 그런데 가옥 수에 비해 사람이 적어 보이는데요?”
“그렇군. 그러고 보니 배도 줄어들었군.”
“예? 저게 줄어든 겁니까?”
“그렇네. 더 많았지. 게다가 남만선도 눈에 띄지 않는군. 항해 중인지, 아니면…….”
전지로가 궁금해하는 답을 정찰대가 바로 들고 들어왔다.
“사령관님. 우리 발해군이 정벌하러 온다는 소식이 이미 전해져, 벌써 다수의 주민이 여길 떠났답니다. 아울러 상인과 남만인들도 본거지를 구마국의 오야노섬으로 옮기고 있던 참이었답니다.”
“음, 그랬군. 그래서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군. 그럼 봉행은?”
“북부의 고쿠라를 거쳐 나가사키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정찰을 담당한 이가 항왜 출신 장교였기에 그는 꼼꼼하게 현지 정보를 가져왔다.
“역시 들어왔군. 그럼 병력은?”
“천 이하의 병력이 여러 관청과 진지에 흩어져 있습니다. 수군은 이미 우리 해군에게 전멸당해 모든 병력이 지상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래?”
“어휴! 여길 점령하려면 다소 피곤할 것 같습니다. 아직 남아 있는 민간인도 있고, 가옥도 밀집해 있는데, 여기저기 흩어진 적병을 어찌 일일이 찾아 상대할지.”
“방법이 있네.”
“예?”
“화포를 써야지. 무시무시한 화포를.”
“아, 그러면…….”
“다소 빗나가도 좋으니 저 봉행이 들어가 있는 봉행소를 비롯해 관청과 군 주둔지로 보이는 모든 곳을 박격포로 부숴 버리게.”
현재 해병대는 운반이 어려운 공성포를 원주둔지에 놓아두고, 육군의 박격포를 빌려 와, 전보다 더 강한 화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공포감을 심어 줘 스스로 항복하게 할 생각이군요.”
“그만큼 좋은 게 없지. 적 병력도 얼마 되지 않는데, 공연히 신중하게 공격하다 우리 군에서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잖은가?”
“하하! 맞습니다. 역시…….”
곽혁은 태건의 측근답게 태건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는 속내를 말하려다 그만두었다. 상관에게 할 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바로 공격하지.”
“예, 사령관님.”
전지로의 명령이 떨어지자, 각 연대와 사령부 직할 포병 부대들은 배정받은 목표 지점을 향해 포격을 개시했다.
데라자와 봉행과 나가사키 주민의 시각에서 보면,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격이었다.
박격포탄은 시내 곳곳에서 폭음과 폭연을 일으켰다. 또 엄청난 폭발력으로 목표물과 주변 건물을 무너뜨렸다. 가장 먼저 봉행소 건물이 무너졌고, 이어 해변에 줄줄이 서 있는 방어진지들이 부서져 나갔다. 물론 민가에도 포탄이 떨어졌지만, 주민 상당수가 빠져나간 상황이라 그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어느 정도 포격이 진행된 후, 전지로는 공격을 멈추라고 지시했다. 적진의 반응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의 기대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시내 곳곳에서 백기가 올랐다. 병력이 턱없이 적은 데다, 발해군 대군이 언덕에서 모습을 드러내더니 다짜고짜 포격부터 실행하자 바로 전의를 상실하고 항복한 것이다.
결국 해병대의 이번 원정으로, 나가사키라는 매우 가치 있는 항구를 얻게 되었다. 오무라와 아리마 영지까지 얻었으니, 다시 2개 현 정도 되는 영토가 생긴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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