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점령지 관리
어떤 희생도 치르지 않고 제주도를 복속시켰다는 보고가 올라오자 발해 사회는 또다시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왜국의 규슈 땅을 점령해 영토를 늘리는 것과 차원이 다른 사건이었다. 바로 제주라는 조선의 보석과 같은 땅을 얻었고, 수많은 조선인이 발해의 일원으로 들어온 일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주민이 왜인 일색이던 남해부에 비로소 조선 고을이 들어왔다는 점도 크게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현재 제주도 인구는 대략 7만 정도로 파악이 되었습니다. 또한 조선의 행정구역을 고스란히 유지하라는 기하의 명에 따라, 제주목만 이름을 북제주현으로 고쳐 그대로 시행할 예정이고, 향후 남해부의 관리를 받게 됩니다.”
내부대신 손중일이 남해부에서 올라온 보고서를 들고 태건에게 고했다.
“식량 공급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소?”
“그렇습니다. 남해부의 식량 비축분이 꽤 많은 편이라, 우선 그 식량부터 반출 공급하고 있습니다.”
“부족하지 않게 넉넉히 분배하시오.”
“예, 기하.”
“이제 남해부가 꽤 커졌군.”
태건은 속으로 남해부 인구를 계산해 보았다.
“백만 정도 되려나? 피로인 출신이 2만 명에, 발해인 이주자가 만여 명 정도? 그럼 대략 10만이 고려인이고 90만은 왜인인가?”
“그렇습니다. 하오나 남해부 거주 왜인을 북방으로 이주시키면 그 수가 꽤 많이 줄지 않겠습니까?”
“그렇겠지. 또 반드시 그래야 하고.”
“아울러 나가사키에 남아 있던 왜인 상인 가문들이 귀부를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포르투갈과 스페인 상인, 천주교 신부들이 재산권과 거처를 보전해 달라고 탄원해 왔습니다. 어찌 처결하실지.”
“상인의 귀부 요청도 다 받아 주고, 서양인의 재산권도 그대로 인정해 주시오.”
“저, 그러면 개항장이 두 지역으로 늘어나는 셈인데, 괜찮겠습니까?”
이하륜이 물었다.
태건이 개항장을 초량진으로 한정한 이유는 그곳을 성장시키기 위함이었다. 아울러 관세 행정의 편의와 발해 상인들의 항해 거리 문제도 고려했다.
“괜찮네. 어차피 발해 상품을 사려면 초량진까지 와야 할 테니까.”
“그러면 나가사키는 기항지 정도로 활용되겠군요.”
“그렇겠지. 그러니 사증 업무도 처리할 수 있게 해야지.”
태건은 다시 내부대신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가 다시 보고를 이어갔다.
“새로 얻은 영토에 대한 행정 체계 구축 방안도 마련했습니다. 기하의 명에 따라 니시소노기곶과 나가사키곶, 초도를 장단현으로 묶고 앞으로 예진으로 바뀌게 될 나가사키에 현청을 두기로 했습니다. 아울러 오무라 가문의 동부 땅과 아리마 가문의 영지, 그리고 나베야마 가문 땅 중 서남부 지역을 하나로 묶어 해중현이라 명명하고, 현청을 삼해진이란 곳에 설치할 예정입니다.”
삼해진은 원래 이사하야란 곳인데, 주변에 3개의 바다가 둘러싸고 있어 삼해진이란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럼 남해부에 총 15개 현이 들어선 셈이군.”
처음 울릉도와 대마도, 일기도를 차지하며 시작된 남해부였다. 그런데 이제 규슈 서북부와 제주도까지 얻어, 북방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넓은 땅과 인구를 보유하게 되었다.
“다음은 남해부와 관련한 군부의 보고입니다.”
내각회의의 진행을 맡은 의정부 평의국 국장 김정언이 군부 순서임을 밝히자, 협판 정강빈이 나와 태건에게 고했다.
“구마국과 구로다 영지 간의 전투 결과가 들어왔습니다.”
“오호! 벌써?”
“예. 예상대로 구마국이 승리했으나, 구로다 측은 패잔병을 모아, 수도인 나카츠에서 결사 항전 중입니다. 게다가 이웃한 호소카와 영지에서 구원병을 보내 주는 바람에, 구마국이 구로다 영지를 온전히 점령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태건은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어차피 구로다 가문과 구마국이 이미 결전을 치르고 있기에, 우루평원의 안전은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현지 해병대에서 모병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해병대의 일곱 번째 연대를 창설하는 데 성공했답니다.”
해병대는 왜인과 피로인 장정 등을 대상으로 모병해 왔는데, 마침내 목표한 1개 연대 병력을 채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거야말로 희소식이군.”
순간 태건의 눈이 번득였다.
“그럼 벽해도 사령부에서 곧 창설될 연대는 제8연대가 되겠군.”
“그렇습니다.”
“그럼 그 8연대도 남해부로 보내게.”
“예? 원래 북해도로 보낼 예정이었습니다만…….”
“북해도는 당분간 2개 연대 체제만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지 않나?”
“그건 그렇습니다.”
“그럼 남해부로 보내서 시마즈 가문 소유의 섬들을 차지하자고.”
“기하! 여기서 영토를 더 늘리면, 남해부의 행정에 과부하가 걸려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까 저어됩니다만.”
손중일이 근심에 찬 표정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자 군부대신 황진이 미소를 지으며 해명해 줬다.
“군 주둔지만 잘 관리하면 되오. 기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지요. 거기에 사람을 이주시키고, 행정까지 정상화하는 건 뒷일로 미뤄도 상관없다고. 지금은 우리 해군의 활약으로 인해 시마즈 가문이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미리 점령해 두자는 것이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회의가 마무리되자 태건은 대신들과 가볍게 환담했다.
태건은 이제 이하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곧 평안부로 떠날 예정이었다. 즉 곧 있을 전투에 친정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태건이 그런 결정을 한 이유는 너무나 변수가 많은 전쟁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하륜도 그걸 알기에 끝까지 말릴 수가 없었다.
* * *
발해 해군 제2함대 22전대의 기함인 함흥함.
함흥함에 승선해 있는 22전대장 유우협 참장은 오늘따라 전방보다 후방 상황을 자주 살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함강상단 소속 상선 한 척이 북해도 이내진이 자리한 양각해협(쓰가루해협)을 22전대 소속 함선 두 척과 함께 항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함흥함에 비하면 저 함강해운 상선 청룡호의 항해술이 무척 부족해 보이오.”
같이 승선해 있는 북해부 도독 마치카가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민간 상선의 항해술이 아직 미숙해서요.”
함강해운의 상선 청룡호는 앞으로 북해도에 거주하는 발해인이 쓸 보급품을 실어다 주고, 유황이나 모피 등을 실어 오는 일을 맡게 되었다. 2함대가 남해부 왜인 수송 임무도 맡고 있어, 민간 상선을 북해도 항로에 대신 투입해서 그 부족분을 보충하게 된 것이다.
“오! 우리 배가 보이오. 그럼 저기가 이내진이오?”
“그렇습니다. 도독님.”
마치카는 단번에 제22전대 함선들을 알아보았다. 청룡호 호위 임무에서 제외된, 다른 22전대 소속 함선 여섯 척은 현재 이내진항에 정박해 휴식을 취하거나, 양각해협을 초계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간 2함대의 규모도 꽤 커져 있었다. 벌써 세 척의 중범선이 도착해 전대마다 한 척씩 더 늘어났고, 기범선으로 새로 개발된 포항급 연안 초계함도 여섯 척이 들어와 북쪽의 반디항과 아리수를 잇는 수운 임무에 투입되어 있었다.
“흠, 역시 좋은 포구요. 잘 골랐어요.”
마치카의 고려어는 너무나 유창해서 그가 오도리 부족 출신이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정도였다.
“예, 다들 만족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쪽 분란은 잘 해결되었습니까?”
“허허! 잘 해결했지요.”
남쪽 이내진에 이어 북쪽 아리벌에서도 아이누 주민과 충돌이 일어났다. 충돌 당사자는 동해인 야란 부족 주민들이었다. 아직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다 보니,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당장 달려가서 경계를 정해 서로 소유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중재하고 왔소.”
“아이누 사람들의 경계심이 강한 모양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지요. 어쨌든 우리가 외래인이니까. 그래서 아예 그들과 우호적으로 교역할 수 있게 야란 사람들에게 곡식을 잔뜩 빌려주었어요.”
늘 곡물이 부족한 아이누인에게 곡물만큼 좋은 거래 수단 혹은 선물은 없었다.
“이곳 왜인 영지에서 이주해 간 왜인은 어떻습니까? 2천 명이 이주해서 해병대가 골치 꽤나 아플 것 같습니다만.”
“왜인과 관련한 속설이 틀린 게 하나도 없더이다. 우리 해군에 많이 당해서 그런지 고분고분 잘 지내고 있지요. 저런 자들이 어떻게 흉악한 왜구 짓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요.”
“왜인은 겉과 속이 꽤 다르답니다. 그러니 경계를 늦추면 안 될 겁니다.”
“나도 그 말을 명심하고 있어요. 기하께서 여러 번 당부하신 말씀이니까.”
“그러면 왜인들 모두 아리벌에 정착해서 땅을 개간하고 있겠군요.”
“그건 아니요. 저들은 아직 벼농사를 지을 기술이 없어 아리벌보다 밭농사 짓기 좋은 주변의 구릉지를 선호했소. 또 일부는 반농반어로 생활하고 싶다고 하여, 반디진의 서쪽에 있는 의량진을 내주었소. 거긴 약간의 농토로 일굴 만한 곳이 있어, 농사도 짓고 고기도 잡으며 살 수 있겠지.”
의량진은 미래의 요이치란 곳이었다.
“어쨌든 작은 단위로 흩어 놓으셨지요?”
“허허! 당연히 그래야지. 왜인들이 뭉쳐 살면 어떤 사달이 일어날지 빤하지 않소?”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발해 선단은 어느새 동양각곶을 지나쳤다. 그러자 유우협 전대장은 북서쪽으로 침로를 변경하게 했다.
“이제 몇 시간만 더 가면 모란항이 나옵니다.”
“휴! 이 항해도 은근히 오래 걸리는군요.”
마치카가 이번 항해에 따라 나온 이유는 모란이란 곳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모란은 미래 일본의 무로란이란 곳으로, 이곳 역시 천혜의 항만 지형을 갖춘 곳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태건은 이곳을 북해도 동남부의 거점도시로 육성할 계획이었다. 게다가 유황이 나오는 황점산과 가깝다 보니, 발해 측은 이곳에 임시로 포구를 조성하고 해병대 중대 규모 병력을 상주시키고 있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흐르자, 마침내 선단은 모란 포구에 도착했다.
“오오! 여기도 정말 좋군. 지형이 어떻게 한글의 디귿 자처럼 형태로 생겼지요? 마치 여기에 항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땅이 알려 주는 것 같소.”
“하하하! 저도 처음 왔을 때 도독님과 똑같은 얘길 했는데요. 역시 보는 눈은 사람마다 다 같나 봅니다.”
마치카는 하선하자마자 말에 올라 모란을 돌아보았다. 이번엔 해병대 중대장이 수행했다.
“어느새 마을이 생겼군.”
“예, 유황을 운송하는 원주민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그럼 저 건물은?”
“우리 해병대 병영과 관리들의 숙소지요. 해군은 아직 주둔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아이누인들 반응은 어떻답니까?”
“아주 좋아합니다. 황점산에서 아리홀까지, 그 먼 길을 무거운 유황을 지고 날라야 했는데, 이제 이곳 모란까지만 가져오면 되니까요. 운송 거리가 짧아졌어도 우리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니까 소득이 몇 배로 늘어난 셈이지요. 그러니 다들 희희낙락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유황 생산량도 부쩍 늘었고요.”
“양쪽에 다 좋은 일이군. 더구나 우린 남아도는 식량을 대가로 주고 있으니 금상첨화고.”
마치카는 모란 해안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올라 지세를 조망하더니, 이내 감탄사를 터트렸다.
“물이 참으로 맑고, 경치도 참으로 수려하군.”
“정말 그렇지요? 우리 발해에 인구가 넘쳐났다면 이곳도 금세 사람으로 가득 찼을 겁니다.”
마치카가 보고 있는 바다는 모란만(우치우라만)이었다. 또 이들 등 뒤에 있는 바다는 태평양이다. 발해가 북해도를 얻으며 드디어 태평양으로 나가는 항구를 얻게 된 셈이었다.
모란은 향후 북해도를 대표하는 도시가 될 예정이었다. 먼 미래에 대형 제철소가 들어서며 공업 도시로, 또 북태평양 연안의 무역 거점 도시로 성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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