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42
242화
조슈번 (1)
열 척의 함선으로 구성된 발해 해군 32전대는 간몬 해협으로 진입한 후, 조슈번 나가토의 아카마가세키(시모노세키) 포구로 접근했다.
기함인 경원함에 승선한 남해부 도독 강승덕과 해병대 제1사단 사령부의 부장으로 승진해 대표단으로 뽑힌 김솔 정령은 가까워지는 포구 광경을 열심히 눈에 담고 있었다.
아카마가세키는 좁은 간몬해협을 사이에 두고 규슈의 고쿠라와 서로 마주 보는 위치에 있는 도시였다. 세토내해의 관문이자, 혼슈의 서부 말단 지점이라, 요충지 중의 요충지라 할 수 있는 곳이다.
김솔이 건너편, 규슈 고쿠라 쪽 해안을 가리켰다.
“호소카와 영지군이 바짝 긴장해 있군요.”
“허허! 그렇네. 꽤 많은 병력이 해변에 나와 있군.”
강이나 다름없는 간몬해협을 사이에 두고, 이처럼 규슈와 혼슈의 공기는 너무나 상반되었다. 전쟁이 한창인 규슈와 달리, 혼슈에선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저기가 장주번에 속한 곳이라고 했소?”
강승덕은 힐끗 고쿠라 해안을 살펴보더니, 다시 방문 예정지로 관심을 돌렸다.
“예, 왜어로 조슈한이라 부른답니다. 지난 내전에서 패배해 크게 쇠퇴한 모리 가문의 땅이지요. 나가토국과 스오국을 영지로 삼고 있고 석고 수가…….”
강승덕의 질문에 김솔 정령의 입에서 정보가 술술 흘러나왔다. 해병대에서 첩보를 담당했기에 왜국에 대한 김솔의 지식은 매우 풍부한 편이었다.
에도 막부가 출범하며, 이제 각 영지는 ‘번’이라 불리게 되었다. 그래서 모리 가문의 영지는 훗날 일제 전범을 양산했던 ‘조슈번’이 된 것이다.
“앞으로 고생 좀 하겠소. 데려와야 할 피로인의 수가 무려 2만3천이나 된다고 하니.”
“해군이 더 고생이죠. 우리 해병대야 정해진 인원만 움직일 테니까요.”
“하긴 그렇겠군.”
“그런데 도쿠가와가 큰 결심을 했군. 꽤 많은 피로인을 모아 왔으니.”
도쿠가와 막부가 보내 주기로 한 피로인의 수는 2만3천여 명이었다.
“그게 겨우 3할이라고 하던데.”
“그럴 겁니다. 우리 해병대에서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규슈에 대략 3만 명이 있고, 혼슈 전체에 7만 정도가 있으니까요.”
“갈 길이 아직 멀었군.”
“예, 아무래도…….”
“오! 저기 누군가 마중 나왔네?”
다른 왜인과 달리, 차림새가 꽤 화려해 보이는 무리가 부두로 나와 있는 모습이 강승덕의 시야에 들어왔다.
경원함은 곧 부두에 접안했다. 놀랍게도 왜인들은 발해 손님을 맞기 위해 목재로 부유식 선착장을 만들어 놓아 하선하는 데 불편함이 없게 배려해 주었다.
해병대 호위 병력과 함께 부두로 내려서자, 꽤 나이 들어 보이는 승려가 다가와 유창한 고려어로 인사했다.
“원로에 고생 많으셨습니다. 전 외부 일을 관장하는 사이쇼 죠타이라고 합니다.”
“오, 반갑소. 난 발해국 남해부 도독 강승덕이오.”
사이쇼 죠타이는 다른 이들도 인사시켜 주었다. 그들 중에 조슈번의 초대 번주인 모리 데루모토도 있었다. 그는 미소를 머금은 채 강승덕과 김솔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본격적으로 회담하기에 앞서, 모리 데루모토는 발해 손님들과 막부 대표단을 위해 번주로서 연회를 열어 주었다.
산해진미가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아울러 발해인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조악해 보이는 무희들의 가무도 곁들여졌다.
김솔은 외교적인 미소를 머금은 채, 매의 눈으로 연회장 분위기를 살폈다. 그가 귓속말로 강승덕에게 말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뭐가 그렇소?”
“저 모리 가문의 수장 말입니다. 너무 친절해요. 몸을 지나치게 낮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굴해 보일 정도로.”
“지난 내전에서 패해서 그런 거겠지. 도쿠가와 측에 그런 모습을 보여야 할 테고.”
“그렇다고 해도 지나치게 비굴한 감이 있습니다.”
“음, 그런가?”
“저 사람이 한때 석고 수 120만의 영지를 보유했던 자였습니다. 서부의 패자였죠.”
“그런데 지금은 고작 29만여 석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던가?”
“예, 내전 패배로 감봉되었답니다.”
“이를 갈고 있겠군.”
“그러니까요.”
두 사람은 연회 중에 모리 데루모토와 몇 번 눈이 마주쳤다. 그때마다 모리는 사람 좋은 미소를 보여 주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사이쇼에게서 발언권을 얻었다.
“우리 조슈번에도 지난 전쟁 때 데려온 조선인이 있습니다. 이번에 발해 귀빈들이 우리 번에 귀한 걸음을 해 주셨으니, 그 답례로 조슈번도 그들을 모두 방면하기로 했습니다.”
“오! 잘 생각했소. 쇼군께서도 이 소식을 들으면 크게 기뻐할 것이오.”
승려 사이쇼가 활짝 웃으며 그의 결정을 치하해 주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조슈번에서 데리고 있는 조선인은 몇 명이나 됩니까?”
강승덕이 물었다.
“대략 삼천 정도 됩니다. 부끄럽지만 더 많았는데, 다른 번으로…….”
모리 데루모토는 사과하듯 깊게 고개를 숙였고, 강승덕은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모리 가문은 임진왜란에 꽤 많은 병력을 이끌고 참전했다. 그 때문에 보유한 피로인의 수도 엄청나게 많았다. 그러나 영지를 잃으며 피로인 역시 다른 번으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모리 가문은 영지를 재건하기 위해 피로인이 필요했다. 심지어 피로인을 노예로 팔아서라도 돈을 만들어야 했다. 그래서 피로인을 자발적으로 내놓으라는 막부의 요청을 그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모리 가문만 그런 게 아니었다. 갓 출범한 막부도 정권의 안정을 위해 함부로 강제하기 어려워, 직계 일족이나 가신의 영지만 강제할 뿐, 나머지는 자율에 맡겼다. 그래서 3할밖에 모으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 모리 가문이 흔쾌히 3천이나 되는 피로인을 내놓았으니 사이쇼가 크게 기뻐한 것이다.
“내일부터라도 이곳으로 조선인을 데려오겠습니다.”
모리는 거침이 없었다.
* * *
요동반도 남부, 장하 하구 – 미래의 장하시.
발해군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력을 다해 후퇴하던 명군은 장하 하구에 이르자 비로소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추격하던 발해군이 보급도 할 겸, 후속 부대를 기다리기 위해 하루거리 이상 되는 구련하 하구에서 걸음을 멈춘 덕분이다.
명 지휘부는 패잔병을 다시 모으고 병력을 점고한 결과가 나오자 크게 낙담했다. 좌군과 우군, 중군을 모두 합쳐 5만여 병력만 남았기 때문이다. 이들을 추적하고 있는 발해군 병력은 4만5천 정도라 명군이 여전히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이미 발해군과 전투를 치러봤기에 이런 셈법이 무의미하단 사실을 지휘관 모두가 알고 있었다.
더구나 기병을 꽤 많이 잃었고, 화포 또한 대부분 상실한 상황이라 발해군에 맞서 싸울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우리 병력으로는 발해군 1만을 상대하기도 벅찰 것 같습니다.”
이들 중 가장 호되게 당한 좌군 제독 이여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기를 떨어뜨릴 언사를 내뱉었는데도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신무기가 정말 무서웠소. 터지는 철환 말입니다. 우리 화포보다 두 배 이상 먼 거리를 날아와 펑펑 터지는데, 도대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요.”
중군 제독 유정은 패배 원인을 발해의 화포로 돌렸다.
“그놈이 날아오며 내는 끔찍한 소리만 들으면 지금도 오금이 저립니다. 성벽까지 훌쩍 넘어와 성벽 뒤로 몸을 숨긴 병사들까지 타격하는데, 정말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장 늦게 발해군의 화력을 접한 우군 제독 장세작도 박격포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했다.
“지난 왜란 때 참전해 수년간 잃은 것보다 더 많은 병력을, 우린 한 달도 안 되는 기간에 잃었소. 이를 황상께 어떻게 보고한단 말이오.”
경략 형개는 자기 목이 잘릴 것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이 정도 대패라면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책임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 방어라도 잘해야지요. 그래야 할 말이 있지. 적군의 전력이 이렇게 강하니, 이제 요동 지역 전체가 위험해졌습니다.”
경리 양호가 대답했다.
“그나저나 요양이 위험한 것 같던데, 어찌 되었을까요?”
유정이 물었다.
“봉황성 주둔군이 후퇴해서 연산관을 지키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과연 얼마나 많은 병력이 무사히 후퇴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이들은 봉황성에서 후퇴한다는 소식만 들었지, 그 이후의 일은 알지 못했다.
“틀림없이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더구나 연산관 성채나 험한 산악 지형 정도로 적군의 진격을 막긴 어려우니 반드시 원군이 필요하지요. 연산관까지 밀렸다는 보고가 들어갔다면, 분명 요양에서 병력을 보내 줬을 테니,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이여매가 대답했다. 그의 아버지, 이성량이라면 분명 원군을 보내 줬을 것이라 확신한 것이다.
“급한 대로 요양 방면 쪽은 그렇게 수습한다고 치고, 우린 어떻게 하는 게 좋겠소?”
형개가 양호 경리에게 물었다.
“개주로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곳 장하에서 서북쪽으로 장하 계곡 길을 타고 나아가면 적군의 추격을 뿌리치고 빨리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개주 남부에 자리한 험한 산줄기에 방어선을 구축하잔 말이군.”
개주는 요동반도의 서편 해안에 자리한 지역으로, 요동반도의 뿌리 부분에 해당한다. 거기까지 후퇴하게 되면 요동반도 전체를 발해군에 내주게 되는 셈이었다.
“그렇습니다. 거긴 험한 산지라, 능선을 따라 병력을 배치해 두면 능히 적군의 진격을 저지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강한 후발해군이라도 그런 험한 산길에서 만 단위를 넘는 병력이 기동하긴 힘들 테니까요. 또한 방어선도 한결 짧아지고, 후방 보급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요.”
양호가 말한 산줄기는 천산산맥을 의미하는데, 요동반도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산맥이었다. 이 천산산맥의 험준한 능선이 개주 남쪽을 지나고 있어, 이곳을 방어선으로 삼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럼 여순구도 포기해야 한단 말인가……?”
경략 형개가 한탄하듯 물었다.
“예, 포기해야지요. 어차피 조선으로 가는 해로가 끊긴 상황입니다.”
양호는 요동반도 끄트머리에 붙은 여순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럼 산동의 등주가 위험해질 수도 있는데?”
“아직 발해 수군이 여기까지 진출했단 소식을 듣진 못한 것 같습니다만, 또 설마 후발해 수군이 산동까지 넘보겠습니까? 저 남쪽에서 왜를 견제하느라 정신없을 텐데요.”
“그렇다면 여순구로 전령을 보내 적군이 육로를 통해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할 것 같군.”
“그게 좋겠습니다. 피할 시간도 줘야 하니까.”
“일단 개주 남쪽 산지에서 적의 진격을 막아 낸 다음, 조정에 패전 사실을 알리고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결국 형개는 장하 계곡 길을 통해 개주로 후퇴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의 결정에 아무도 반대하지 않았다. 요동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라 할 수 있는 여순구를 포기함은 물론, 요동반도 전체를 발해에 내주는 결정인데도 반대할 수가 없었다. 산지투성이인 요동반도보다 더 중요한 곳이 요동의 중심지인 요양과 심양, 그리고 기름진 대평원 지대, 요하 유역이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나자 형개를 비롯한 지휘관 모두 멍하니 허공을 응시했다. 막상 패전 사실을 조정에 보고한다고 생각하니, 후환이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이다.
딱히 지휘관 누구에게도 패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발해군이 너무 강한 탓이었다. 그러나 그걸 명 조정이 이해해 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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