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on military officer establishes Balhae RAW novel - Chapter 249
249화
후금 건국 (1)
서울 별부, 건흥궁 홍익전.
오랜만에 태건이 주재한 내각회의. 이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으로 떠오른 건, 바로 며칠 전 명과 타결된 휴전협정이었다. 휴전 합의 소식이 들어오자마자, 군부가 무척 바빠지기 시작했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 영토의 관리와 방어 대책 수립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육군 현역 사단 하나를 더 창설하는 데 성공했고, 가을까지 하나 더 편성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그 시기를 전후해 예비군을 돌려보낼 수 있을 겁니다.”
군부협판 정강빈이 나서서 그간 추진했거나 계획된 일을 보고해 나갔다.
“아울러 그간 예비군 사단을 운영하며 장비와 군마 등이 대폭 확충되었기에, 이제 각 군 사령부를 편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기하께서 지시하신 대로 이제 ‘군’ 체제에서 ‘군단’체제로 전환하게 됩니다.”
그간 ‘군’ 체제는 사령부를 구성할 여력이 없어 선임 사단장이 사령관을 겸임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는데, 이제 군 사령부를 편성할 수 있게 되자, 군단 체제로 돌입하기로 한 것이다.
“우리 영토의 서북방을 책임질 1군단은 기존 제1사단과 2사단, 11사단으로 구성됩니다.”
제1군단은 건주부 국경을 비롯해 북방 여진족의 경계를 지키게 된다.
“요동 지역의 명 국경과 건주부 압록강 국경을 담당하게 될 2군단에 3사단, 10사단, 12사단이 속하게 되고, 이번에 새로 창설된 제18사단도 합류할 예정입니다.”
정강빈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조선 국경은 3군단이 맡게 되는데, 4사단과 7사단, 8사단으로 구성되고, 남해부를 지키는 제4군단은 제5사단과 6사단, 9사단으로 편성될 예정이었다.
정강빈의 발표가 끝나자 참정대신 겸 학부대신 허균이 물었다.
“새로운 사단이 18사단이면, 예비군 사단도 유지하기로 한 겁니까?”
이 질문에 군부대신 황진이 대답했다.
“그렇소. 이번에 예비군이 아주 크게 활약했지요? 그래서 사단 사령부만이라도 존속시키기로 했소. 이들은 일단 인구가 많은 동해부와 여민부, 평안부, 현덕부, 솔빈부에 사령부를 두고 예비군을 관리하게 될 겁니다.”
“아! 그리고 가을에 창설될 제19사단은 1군단에 소속되는데, 서울 별부 외곽에 배치되어 수도를 방어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정강빈이 보고 내용 중 빠진 부분을 재빨리 설명했다.
“질문 있습니까?”
정강빈이 묻자, 건설부대신 태원이 손을 들었다.
“요동에 4개 사단만 배치해도 괜찮겠어요? 지금 명은 바짝 독이 올랐을 텐데요.”
그의 지적에 다른 대신들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분간 괜찮을 겁니다. 또 앞으로 새로 창설될 사단들은 계속 요동으로 들어갈 예정이니까요.”
“뭐, 그렇다면야…….”
군부의 발표가 끝나자 손중일 내부대신이 일어나 국토 관리 계획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영토가 갑자기 대폭 확장된 덕분에,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대책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민간 행정이 실시되는 구역과 군정 실시 구역, 군 점령 구역, 이렇게 세 개의 유형으로 나눠 관리하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민간 행정구역과 군정 구역이야 여러분도 다 아실 테니, 군 점령 구역만 설명해 드리지요. 이 구역으로 지정되면 민간인 이주가 금지됩니다. 점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전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므로 이 지역에선 오로지 군 주둔지와 군이 관리하는 역참만 운영됩니다.”
대신들은 손중일의 설명을 바로 알아들었다. 현재 북방 국경 지역 대부분이 이런 형태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강평원을 비롯해, 이만현 너머 우수리강 유역, 울라의 영토였던 울라성 부근과 광양평원 등의 후르카 부족 영역, 요동 지역, 그리고 남해부의 남부 섬들, 즉 초도와 증도열도, 옥구도(야쿠시마), 종자도(다네가섬)가 바로 이 구역에 해당하는 곳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군정이 실시될 황해도 지역에 황해부가 설치될 예정입니다.”
황해도가 언급되자 대신들의 입이 쩍 벌어졌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황해도는 조선에서 경지면적이 가장 넓은 지역이었다. 땅이 비옥한데다, 금과 은, 구리, 철, 흑연, 석탄 등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인구도 꽤 많아 가치가 매우 높은 땅이었다.
더구나 이번에 강원도에 속했던 지역도 꽤 많이 영토로 편입되어 발해 사람들을 더욱 기쁘게 했다.
“그럼 강원도였던 새 영토는 어떻게 되오?”
법부대신 조경린이 물었다.
“여민부에서 계속 관리해야죠. 물론 당분간 군정이 실시될 예정이고요.”
“허허! 서쪽은 예성강이고 동쪽 끝은 고성이라니……. 조선의 절반이 발해로 들어왔군요.”
외부대신 이당은 지도를 보자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지도만 봐도 배가 불렀다.
“그러게요. 처음 경흥도호부에서 시작된 나라인데, 어느덧 북방 영토는 물론 조선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었네요. 아, 요동 땅과 남해부도 포함해야지요. 돌이켜 보면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
처음부터 태건과 함께한 탁지부대신 홍진은 감회가 새로웠다. 벽에 걸린 지도를 보자, 꽤 많이 이뤘다는 걸 실감한 것이다.
“잠깐만요.”
익문사 직원이 전달해 준 쪽지를 읽은 익문사 독리 권형이 손을 들고 나섰다. 그는 재빨리 태건에게 쪽지를 바쳤다.
태건은 쪽지를 읽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모두의 시선의 그의 입으로 향했다.
“조선에서 반정이 일어나 광해군이 새로운 군주로 등극했군.”
“역시……. 반정이 일어날 건 예상했으나 광해군이 왕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의정대신 이하륜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먼저 반응했다.
“그러게요. 우리 군과 대치하던 군대가 반기를 들고 도성으로 몰려갔다고 하기에 다른 왕족을 내세울 줄 알았더니…….”
황진도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결국 광해군과 가까운 북인 세력과 무장들이 연합했다는 건데…….”
태건의 두뇌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럼 저들은 우리 발해에 어떤 정책을 취할까요?”
태원이 물었다.
“처음엔 유화적으로 나오겠지. 조선은 여러모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니까. 그러나 궁극적으로 적대할 거네. 교류도 하지 않을 거고.”
“음, 소신 또한 같은 생각이오.”
황진도 태건의 의견에 찬성하고 나섰다.
“망하는 나라였는데, 이번에 운이 좋았다고 봅니다. 전 국왕이 큰 실수를 했으니 일단 급한 불부터 끈 다음, 저들만의 길을 가겠지요. 그때가 되면 우리 발해의 영향력도 차단하려 들 거외다. 그래야 양반의 권력이 유지되니까.”
황진은 정확히 조선의 문제를 진단했다. 태건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렇겠지요. 그러나 오래 못 갈 겁니다. 조선은 이제 조선만의 힘으로 살아가야 할 테니까. 명과 통하는 길이라고 해 봐야 서해를 가로지르는 거친 바닷길만 남았으니까요. 왜의 교역로도 우리 발해로 인해 끊어졌고. 당장 유황의 수급이 문제 될 겁니다.”
“오! 그렇군요. 유황……. 허허허!”
황진은 왜와 교역하지 않으면 유황을 구할 수 없는 조선의 처지를 떠올렸다. 유황이 없으면 곧 화약도 생산하지 못하기에 군사력에 큰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 * *
이제 계절은 한여름을 지나 가을로 접어들었다.
육군 체계가 개편되며 재배치 작업이 완료됨에 따라, 이번 전쟁에 동원되었던 예비군들이 모두 서울로 돌아와 개선 행사에 참여했다.
수만 명의 예비군과 각 현역 사단 대표단이 봉황광장을 지날 때마다 서울 별부 주민들은 목청이 허락하는 한 크게 환호해 주었다. 개선 행사에 참여한 예비군들은 주민들의 열광적인 환대를 받고, 감격에 겨워했다.
황후 홍은, 의정대신 이하륜과 함께 태화문 문루에 서 있는 태건은 활짝 웃으며 군례를 올리며 지나가는 예비군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태화문은 얼마 전 완공한 문으로 건흥궁과 봉황광장 경계에 쌓은 궁성의 문루였다. 조선 한양의 광화문과 같은 기능을 하는 문이었다.
“우와! 다들 입이 함지박처럼 벌어졌네. 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니 좋은가 보다.”
이하륜이 한마디 하자 홍은이 맞장구를 쳤다.
“지금 저 사람들 아이돌이 된 기분일걸?”
“아이돌? 크크!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문루에 세 사람밖에 없기에 이들은 거리낌 없는 대화를 나눴다.
“이 행사 열길 잘했지? 돈은 좀 들었다만.”
태건이 이하륜에게 물었다.
“그럼요. 명군과 싸워 크게 이겼으니, 이를 널리 기념해야지. 중국에 주눅이 들어 있던 잠재의식을 깨 버리는 계기가 될 테니까, 이런 행사로 상기시켜 줘야지.”
“암 그래야지.”
발해는 사대주의를 배격하는 나라였다. 관리 면접시험에서 수험자가 그런 경향을 보이면 바로 불합격 처리할 정도로 이 원칙을 철저하게 지켰다. 그러나 식자층이건 백성이건 가릴 것 없이, 은연중 대제국 명에 대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서 그 심리를 일소하고자 이번 승리를 크게 기념하는 행사를 열게 된 것이다.
“그런데 형님. 이번에 출혈이 너무 컸어요.”
“안다. 모든 예비군에게 1년 연봉을 줬으니 출혈이 크긴 했지.”
태건은 또한 생업을 포기하고 동원된 예비군에게 100원에 해당하는 군표를 나눠 주었다. 하급 관리 1년 연봉에 해당하는, 꽤 큰 금액이었다.
군표는 군에서만 통용되는 지폐인데, 군인의 수가 너무나 많다 보니, 발해에서 일종의 화폐처럼 통용되고 있었다. 군에서 보증해 주는 문서인 셈이라,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것이다.
“혹시 형님, 지폐 유통 관행을 만들려고 그런 거 아닙니까?”
“잘 아네?”
“그럼 그렇지. 하긴 우리나라 경제 규모가 너무 커져서 동전과 은화로 감당이 안 될 정도죠. 그래서 금화도 많이 주조되긴 하는데…….”
이하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금화를 제조하는 건 사실 피해야 할 일이었다. 금본위제를 실행하려면 금을 최대한 많이 모아 중앙은행에 쌓아 둬야 한다. 그래서 조금씩 지폐 발행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만약 발해가 지폐를 발행한다면 금은 복본위제를 채택할 가능성이 컸다. 아직 금 보유량이 부족하고, 은이 국제사회에서 기축통화로 작용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단들은 벌써 지폐를 쓰고 있잖아?”
“그게 어디 지폐입니까? 계약서나 어음이죠.”
“그게 그거지.”
상단들이 쓰고 있는 지폐는 일종의 신용화폐로 훗날 조선의 개성상인들이 퍼뜨린 ‘환’과 비슷한 것이었다. 어음의 일종으로 거래가 끝난 다음에 이 문서를 상단 본사로 가져가면 실제 화폐로 대금을 결제해 주는 방식이었다. 거래 규모가 너무나 커지다 보니 상단들은 너도나도 환을 발행해 사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상단들은 환을 발행할 때마다 현마다 최소 하나씩 있는 고려은행에 가서 은행장의 서명이나 인장을 받아 가곤 했다. 상단 자체의 신용에, 관영 은행의 신용까지 보태 신뢰성을 높인 것이다.
그러나 일반 백성들은 여전히 동전과 은화를 짤랑거리며 들고 다녀야 했다.
“아무튼 연구 좀 해 볼게요. 지폐가 발행되려면 재질의 내구성도 좋아야 하니까.”
“종이가 아닌 면섬유로 만든다고 들은 것 같은데?”
“맞아요.”
두 사람은 대화하는 중에도 여전히 웃는 얼굴로 예비군 행렬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저, 기하…….”
태건의 경호와 궁의 경비를 책임지고 있는, 근위대의 대장 선강 소장이 다가와 태건에게 쪽지 하나를 건넸다.
오